2차전지와 전기차 투자 주의보, 안전한 투자시점은?

얼마 전에도 한번 작성했던 주제입니다만, 2차 전지와 전기차 투자와 관련해서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시그널이 나오고 있습니다. 막연히 2차 전지만 투자하면 떡상하던 시기가 지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시점이란 의미입니다. 

관련 데이터가 조금 더 확인된 것들이 있어서, 이전 포스트에 이어서 내용을 보강해서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말미에는 이전 포스트 링크도 같이 첨부하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전기차 시장 현황 살펴보기

최근 5년 2차전지 관련주 투자성과

2차전지 대표기업들의 최근 5년 주가변화추이

최근 1~2년동안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뜨겁게 했던 2차 전지 관련 대표주와 관련 ETF 1종에 대해서 최근 5년 간 투자성과인데요. 확실히 2차 전지 대장주였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1,000%가 넘는 수익률 (에코프로는 2,000%)을 보이면서 사람들이 열광할만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관련주들은 아마도 여러분들이 기대하신 성과에 미치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5년 코스피 수익률인 16%에도 미치지 못하고, 나머지 종목들도 최근 성과는 하락추세가 뚜렷합니다. 

뚜렷한 근거없이 개별주를 선택하는 것보다 오히려 ETF투자성과가 좋았습니다. Tiger 2차 전지테마 ETF는 최근 5년 동안 188%가 증가하여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제외하면 가장 좋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현재 2차전지 관련기업 및 ETF 주가가 하락세라는 건데요. 물론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주식시장이 하락추세인 영향이 제일 크겠습니다만, 2차 전지는 최근 2~3년간 코스피나 코스닥 추세와 상관없이 상승했던 점을 감안하면 차이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성장 정체와 전기차 가격경쟁시대

전기차 시장성장 정체 및 가격경쟁 심화현상에 대한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최근 전기차 시장성장 정체와 가격인하경쟁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기사가 나왔는데요. 우선 가격경쟁부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올해에 미국에서 전기차 지원금을 지원금 지급요건이 강화되면서 7,500달러의 세금공제 및 현금 리베이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범위가 많이 제한되었습니다. (현대차는 일부모델이 세금공제대상에 포함됩니다.)

세금공제와 별도로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인하경쟁을 주도했는데요. 테슬라는 올해 전체 전기차 라인업 전반에 걸쳐 약 30% 이상 가격을 인하했습니다.  

전기차 가격인하율이 전체 자동차 대비 2배이상 높음

2023년만 살펴보면 확실히 전체 자동차 대비 전기차의 가격인하가 컸습니다. 이미지에서 보는 것처럼 올해 전체 전기차 가격인하률은 거의 10%에 달했는데, 전체 자동차 대비로도 2배입니다. 10% 정도의 가격인하가 큰 의미가 있겠냐 보실 수도 있지만, 이제 전기차라고 해서 비싼 가격을 지불하던 고객들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고객들이 전기차를 좀 더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으로 선택하려는 성향이 뚜렷해 졌습니다.

전기차 가격인하의 영향범위

전기차 시장은 아직 그렇게 성숙하지 않은 초입단계인데요. 이런 시장초기단계에서 가격인하경쟁이 격해지면, 전기차 신생업체들은 현금흐름과 자본조달에 압박을 받고,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인프라 투자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소극적인 성향이 커집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루시드와 같은 경우 럭셔리 전기차 콘셉트로 시장에 어필했습니다만, 올해 가격을 많이 인하하면서 현금흐름에 많은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차 당 이윤이 점점 떨어지니 전체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어려워짐이 당연합니다. 루시드와 같은 회사는 아직 영업이익도 내지 못하는 단계의 초창기 회사입니다. (전기차 브랜드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는 현재 테슬라밖에 없습니다.)

전기차와 2차전지 시장에 적신호 출현 (ft. 테슬라 향후 주가는?)

이전 글에서 몇 가지 사례를 언급했지만, 기존 내연차 업체들도 전기차 전환 및 전기차 생산을 위한 투자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형태로 투자계획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포드나 BMW, GM, 테슬라 등 여러 업체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투자계획을 변경하는 이유는 매우 심플합니다. 전기차 가격이 자꾸 떨어지는데, 인프라 투자비용은 높고 아직 전기차 생산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최적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영업적자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내연차를 팔아서 남은 이윤을 전기차 인프라에 때려 박고 있는 상황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자동차는 그렇게 영업이익률이 높은 산업이 아닙니다. 자동차는 대표적으로 이윤율은 적지만 매출규모가 커서 이윤규모를 키우는 산업입니다. 인프라 투자규모가 커서 보통 자동차는 국가기반산업으로 분류되며, 경기침체나 경기활성화를 선행해서 보여주는 산업입니다. 

전기차 판매속도 둔화 (= 시장성장 둔화)

전기차 판매속도가 전체차 대비 2배 이상 느려짐

전기차 시장 초기엔 많은 얼라어댑터 성격의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했습니다. 이 시점에는 전기차의 가격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시장 초기에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뚜렷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전기차의 제품 프리미엄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명확했는데요. 이제는 그런 고객층들은 대부분 전기차를 구매했습니다. 

위 그래프는 전기차와 전체 자동차가 생산 후 대리점에서 판매되는데 필요한 기간을 나타낸 것인데요. 2023년 9월 기준 전기차는 생산-판매까지 2개월 이상 걸렸는데, 전체 자동차는 약 3주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기차 시장성장 둔화는 확실히 전기차가 이제 단순히 전기차란 이유만으로 판매되던 시절이 끝났음을 의미합니다.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성능, 충전과 수리 등의 인프라, 디자인 및 다양한 스펙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사람들이 남았고, 전기차가 이런 소비자 니즈를 부합시켜줘야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2차전지 시장 현황 살펴보기

2차 전지와 전기차 시장은 사실상 한 몸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서 정리한 배터리 용도별 2차전지 생산규모 현황 및 예측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서 조사한 배터리 용도별 2차 전지 생산규모인데요. 24년 이후 미래 데이터는 전망치라 크게 주목하지 마시고 현재 용도별 생산량만 보시면, 전기차 용도의 2차 배터리 생산량이 절대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2차전지는 전기차 시장과 따로 분리해서 볼 수가 없는 시장입니다. 

시장성장 둔화와 또 다른 문제, LFP배터리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인하경쟁이 심화되면서 전기차도 저가형 제품들의 판매량이 늘어나는데요. 이에 따라 우리나라 2차전지 관련기업들이 생산하는 NMC타입보다 중국에서 주력 생산하는 LFP배터리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LFP방식과 NMC방식을 포함하여 2차 전지 시장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은 아래 포스트에서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차 전지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차전지 시장의 끝판왕 CATL 살펴보기 (ft. 중국투자)

EV배터리 타입별 시장규모 변화추이 및 전망

아무튼 2023년 기준으로 LFP배터리는 2차전지 전체시장의 40%까지 늘어났는데, LFP배터리는 CATL 등 중국업체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만약 당분간 전기차가 계속해서 가격인하 및 가격경쟁모드를 유지한다면, 가격이 저렴한 장점을 가진 LFP배터리를 거의 무조건 사용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2차전지2차 전지 배터리는 대부분 NMC타입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우리나라 2차 전지 업체들의 실적이 전체 시장상황에 따라서 약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

그럼 2차전치 주식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2023년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 확인 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의 2차전지 기업실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전기차 시장성장이 둔화되고 가격경쟁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 2차 전지 기업들의 실적둔화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적용속도를 설명하는 Gartner hype cycle

신기술이 기술의 성숙도와 이를 채택 및 사회적으로 적용하는 형태를 흔히 Gartner hype cycle로 표현하는데요. 현재 전기차와 2차 전지는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려진 정점을 지나서 하락하는 추세로 접어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이 기존보다 시들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당분간 기대감과 시장규모의 정체 및 하락을 겪고나면 다시 경기 활성화와 함께 시장이 커지는 단계를 맞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원래 저 그래프의 시간주기는 훨씬 깁니다만, 저는 앞으로 1~2분기 정도가 전기차 및 2차 전지 시장에선 하락추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시점을 잘 지나서 2차전지 주가가 좀 합리적인 수준에 도달했을 때 투자를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개별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어렵다면 관련 ETF투자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2차 전지는 미국보다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성장 중이므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잘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