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에서 최근 2-3년 사이엔 보지 못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나스닥이 하루 만에 2.8% 하락한 반면, 다우지수는 0.59%가 상승한 것인데요. 원인은 트럼프였습니다. 이번 테러 사건 이후로 지지율이 더 급등한 트럼프 후보가 현재 미국의 반도체 산업 관련 정책과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 부정적인 얘기를 했기 때문인데요.
11월 미국 대선이 아직 4개월이나 남았습니다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을 70%까지 예측하는 일부 관측이 나오면서 주식시장이 이미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주식투자 포트폴리오도 리밸런싱을 해야 하는 시점인데요. 개인적으로 어제 나스닥 폭락과 다우지수의 반등은 리밸런싱의 몇 가지 힌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내용들을 아래에 풀어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대선 관련 투자 환경변화 및 아이디어
트럼프 당선확률 상승에 따른 주식시장 변화
▣ 11월 대선 후보 지지율 현황
미국의 정치, 경제,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여론과 통계 분석을 유명한 FiveThirtyEight에서 2024년 미국 대선 여론조사 기반으로 후보별 지지율을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트럼프가 오차범위 밖으로 우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일부 배팅 사이트에서는 트럼프 당선확률을 70% 이상까지 배팅하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후보 유세 중 총격 사건으로 이전부터 지지율이 앞서던 트럼프의 당선확률이 더 높아졌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피습을 당했는데 바이든이 죽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이번 총격 사건이 트럼프에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데요.
▣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나스닥 하락과 다우지수 상승의 배경)
7월 16일 트럼프 후보가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 의미 있는 발언을 했는데, 특히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의 대만의 역할과 미국의 현재 반도체 보조금 체계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에 따라 나스닥 지수가 급락하고 다우지수가 상승했는데요. 트럼프 후보의 핵심 발언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대만의 우월성과 보상요구: 트럼프는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전부 빼앗았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따라 트럼프 후보는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 미국 반도체 보조금 비판: 트럼프는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지원법 기반으로 미국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에 제공된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에 대한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대만의 TSMC도 이 반도체 지원법의 혜택을 받고 있어 미국 보조금이 대만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향후 반도체 지원을 현재보다 축소하고, 미국에서 반도체로 흑자를 기록하는 해외기업 및 국가들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느끼면서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들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트럼프 발언 이후 시장에선 엔비디아, 마이크론, TSMC 등의 반도체 주요기업들의 주가가 6~8%정도 급락했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도 반응했는데요.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가 약 4%, 삼성전자가 1%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에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반도체 외에도 2차 전지 및 전기차 공장 등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대만을 저격했지만, 반도체 및 전기차, 자동차, 2차 전지 등에서 미국에 흑자규모를 키우고 있는 우리나라도 트럼프의 저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미국 주식시장 주력 섹터가 바뀐다
▣ 나스닥은 폭락, 다우지수는 상승
반도체 뿐만 아니라, 어제 나스닥은 하루만에 약 2.7% 폭락했고, 다우 존스는 반대로 0.6% 상승했습니다. 현재 기술 섹터가 미국 정치와 잠재적인 정책 변화에 민감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인데요. 이를 보여주는 몇 가지 대목들이 있습니다.
- 미국기술 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 트럼프는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미국 기술 대기업들이 보수주의에 반대되는 편향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 시 미국 기술 대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반독점 감사 및 제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대 중국 무역 제재 강화: 바이든 정권도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과의 무역을 제재했습니다만,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대 중국 무역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때문에 엔비디아, 애플 등 중국의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가 어제 크게 하락했습니다.
반면 다우존스지수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상승세가 커 보이지 않겠지만 다우존스지수는 어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강력한 수익 보고서: 주요 회사, 특히 은행 부문의 수익이 긍정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Bank of America의 주가는 강력한 분기 실적에 따라 2% 상승했습니다.
- 금리인하 예상: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 정치적 요인: 트럼프 후보의 잠재적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전통 산업기업들로 구성되어 그동안 소외받았던 다우존스지수 구성기업들이 향후 여러가지 유리한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 배당주와 소형주를 사야할 시점
연초부터 S&P500과 나스닥 대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지지부진했던 2개 ETF의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2개 종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 SCHD ETF: 미국 고배당 수익률 주식 100개로 구성된 Dow Jones US Dividend 100지수를 추적하는 SCHD ETF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ETF는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있는 배당성장형 ETF로 국내에서 출시된 유사 ETF들도 많이 있습니다.
- IWM ETF: 소규모 미국 주식으로 구성된 Russell 2000지수 성과를 추적하는 IWM ETF 주가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2개 ETF 주가가 상승한 주요 배경은 '금리인하 기대감 상승'이라는 공통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실제로 금리가 인하될 경우, 기업들의 자본조달비용이 감소하면서 이익이 늘어날 수 있고, 금리인하에 따라 예금 및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의 수익률도 하락하면서 고배당주로 구성된 SCHD ETF와 같은 상품인기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트럼프 당선확률 상승에 따라 기존 전통산업들의 정치적인 지원이 강화되어 SCHD ETF와 같은 상품 수익률이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반대 상황도 고려하셔야 하는데요.
금리인하 폭이 크지 않다면 IWM ETF와 같은 소형주들의 이익률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까지 기업 이익률 상승이 소형주들보다 대형주들이 컸기 때문에 IWM ETF의 주가상승은 다소 제한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SCHD와 IWM 2개 종목 관련해서 기존에 작성했던 포스트를 아래에 링크했습니다. 해당 종목 및 국내 대체 ETF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기술주라고 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스닥이 폭락했다고 해서 기술주가 모두 하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와 같이 기존 기술 주도주들이 대폭 하락하는 가운데에도 인텔, GlobalFoundries, Texax Instruments와 같은 일부 미국 제조업체들은 0.3%~8.5% 주가상승세를 보였는데요. 관련 배경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인텔과 같이 대만 외 지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향후 대만 반도체 기업 제재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텔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TSMC가 독점하고 있는 파운드리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3개 업체 모두 공통적으로 향후 미중 무역갈등이 더욱 격화되었을 때, 대만을 통한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칩 공급망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미국 본토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지정학적 이익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내용들도 절대적으로 신뢰해선 안됩니다. 개인적으로 인텔 주가가 최근 많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①데스크톱, 노트북 등 PC CPU시장에서 지속적으로 AMD에게 시장점유율을 내어주고 있고 ②x86기반 CPU점유율이 ARM기반 CPU에게 공격받고 있으며 ③집중하고 있는 파운드리 산업이 성과를 내려면 대규모 자본투자와 오랜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 단기적으로 인텔 매출 및 영업이익이 급등하긴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 외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경우에도 향후 반도체 관련 정치적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TSMC가 보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들도 있기 때문에 투자를 생각하신다면 좀 더 신중하게 조사하고 결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미국 대선 관련 주식 외 투자 아이디어
트럼프 당선 시, 경제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 주요 예상 시나리오들
지금까진 트럼프 후보 당선 가정을 배경으로 주식투자에 대한 부분을 주로 살폈는데, 그 외 투자영역들에 대해서도 몇 가지 예상되는 변화들을 정리했습니다.
-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트럼프 후보의 대표 공약인 대규모 감세정책 및 대규모 재정 지원 정책은 재정적자를 확대시켜 인플레이션과 금리를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합니다.
- 실제로 바이든과의 1차 TV토론회에서 트럼프가 압승하는 결과가 나오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28%에서 4.47%까지 급등했습니다. 이번 트럼프 암살 불발 이후에도 10년물 국채 금리가 소폭 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 때문에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장기 국채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금과 금광주 상승: 기본적으로 금리인하 시점에는 화폐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금과 같은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는 금광주가 좀 더 많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금광주는 고정비용이 대부분인 산업이라 어차피 비용이 계속 들어간다면 금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익률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 미중갈등이 강화된다면 금 가치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달러화 대응을 위해 수년째 금을 계속 사모으고 있으며,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후 그동안 중국을 통해 누렸던 값싼 노동력을 잃고 노동비용이 증가 + 관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까지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효과가 있었습니다.
-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일반적으로 금 가치가 상승하는데 이것도 일반적인 사례라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엔화가치 상승: 달러가치는 워낙 변수가 많아서 향후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만, 엔화가치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현재 일본정부는 바이든과의 관계 떄문에 엔저현상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더이상 바이든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엔화가치를 대응할 수 있으며, 트럼프 후보는 오히려 무역수지 강화를 위해 달러가치를 낮추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높아 엔화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미국정부 방향성과도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미 트럼프 후보가 어제 엔저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엔화환율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부터 천천히 엔화투자를 할 수 있는 시점을 잡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 외 이야기들
주식투자에서도 주도섹터 변화와 같은 섹터 내에서도 세부적으로 어떤 변화들이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선 다 다루지 못하겠습니다만, 예를 들어 에너지 섹터 내에서도 현재 주목받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보다 다른 형태의 에너지 관련 기업투자가 필요할 수 있는데요.
이런 내용들은 또 한번 별도 포스트로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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