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환율이 한 달 사이에 80원 넘게 올라 1,343원까지 뛰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달러환율은 하반기 중에 1,350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 추세라면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달러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어지는 위안화 가치하락 및 부동산 중심으로 중국경제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습니다.
경제 위기감이 커질수록 돈은 안전자산을 찾아 움직이는데,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다는 미국 단기국채 수익률은 5%를 넘었고, 10년물 장기국채 수익률도 4.3%에 육박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 투자된 해외자본도 미국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합니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2개월째 적자상황입니다.
미국, 중국의 경제상황과 추가적인 위협, 그리고 하반기 달러환율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달러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 미국 국채금리 상승
결정타는 미국정부의 장기채 발행발표
2023년 6월 미국정부는 부채한도를 상향조정하는 법안을 극적으로 통과시킵니다. 부채한도를 법으로 조정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부채한도는 국가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고, 우리나라도 매년 정부 예산이란 걸 세우면서 부채한도를 조절합니다. (정부 예산은 기본적으로 부채입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모자란 예산을 앞으론 장기국채도 발행해서 조달하겠다고 밝힌 것인데요. 6월 이후 미국 재무부는 모자란 현금을 대부분 단기국채 발행으로 메워왔습니다만, 늘어나는 국채이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장기채도 발행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 국채금리는 장단기가 역전되어, 장기국채금리가 단기보다 낮습니다.)
장, 단기국채 발행의 배경과 규모 등에 대해서는 아래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 발작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한 달 동안 3.7%에서 4.3%까지 급등했습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4.5%로 연내 최고점을 찍었는데요. 미국은 사실 장기국채 금리가 뛰어오르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매우 싫어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단기채에 비해 미국정부가 매년 지급해야 하는 국채이자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단기채는 실제로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기간이 짧아 상대적 부담이 적지만 장기채는 10년 이상 매년 약속된 이자를 지급해야 하므로 미국정부 입장에선 부담이 큽니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경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부동산인데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리와 연결되며, 30년물 국채금리는 장기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연결됩니다. 부동산 경기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2개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오래 지속되면 관련기업 부도도 발생합니다. (최근 미국 30년 모기지 금리가 7.7%를 넘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주식시장도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굳이 투자위험을 부담하지 않아도 4% 후반에서 5%에 달하는 무위험 고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 금리가 지속되면, 일반적으론 경제성장률도 낮아지고 가계지출도 줄어서 기업실적이 나빠지므로 자본이 국채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고금리, 고환율은 중국경제를 위협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달러가치가 높아짐
미국 정부가 돈이 없어서 국채를 잔뜩 발행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달러가치는 계속 상승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미국국채는 달러로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달러 대비 다른 통화가치는 하락합니다.
달러/위안화 환율은 최근 5년 내 최고점 수준입니다. 달러가치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은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경제에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중국기업이나 정부도 자본확보를 위해 채권, 주식 등을 발행하고, 기업들은 제품 및 서비스 판매를 위해 다양한 국가와 수입, 수출 등의 거래를 합니다. 그런데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어떻게 될까요?
해외로 판매된 채권이자는 달러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상승합니다. 원자재 수입에도 예전보다 많은 돈을 써야 하므로 기업 및 국가입장에선 의도치 않은 비용이 증가하여, 빚이 늘거나 기업실적이 하락하게 됩니다.
미국 연준은 항상 장기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을 경계하고 직/간접적인 관리를 해 왔었는데요. 이번 장기국채 대량발행으로 달러환율을 높인 것은 개인적으론 미국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중국견제 목적을 내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관점이 맞다면, 달러환율이 단기간에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현재까진 중국이 미국과 경제적 부분에서 타협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부동산과 청년실업이 발목을 잡다
심각한 부동산 문제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약 25% 규모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부동산 경기는 중국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요. 2023년 1분기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좋았던 것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신규주택 판매량도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온 시점까지만 해도 올해 중국경제는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헝다에 이어 중국 초대형 부동산업체인 컨트리 가든(비구이위안)이 채권거래를 중단하고 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는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아래 보시는 것처럼 컨트리 가든 주가는 올해만 -70% 상태입니다.
중국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중국 대도시 아파트의 20%, 약 1억 3천만 가구가 비어있다고 합니다. 중국 경제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트를 참고해 주세요.
중국은 오늘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발표했는데요. 중국 대부분의 가계 및 기업 대출금리와 관련된 1년물 금리는 3.55%에서 3.45%로 10bp인하했습니다만, 모기지 금리와 연관된 5년물 금리는 4.2%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건 나름의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요. 중국은 아직 부동산 문제가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그널일 수 있습니다. 중국 부동산 및 경제 문제가 해결되려면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
2023년 6월 기준 중국 청년층 (16~24세) 실업률은 21.3%로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취업포기자와 부모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청년수를 합치면 5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과거 40년 간 중국경제를 부양한 큰 축 중 하나는 노동력이었습니다. 고부가가치 산업보단 노동집약적 산업에 값싼 노동력을 투입해서 속칭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며 GDP를 성장시켰는데요. 그 사이, 중국 청년층은 국가정책에 따라 숫자가 줄고, 교육수준이 높아져 과거와 같은 노동집약적 일자리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중국경제를 발전시키려면 과거와 같은 2차산업에서 벗어나 고도의 기술기반 4차 산업이나 서비스업종의 일자리가 늘어야 합니다만, 아직 중국경제가 이런 니즈를 수용할 만큼 발전하진 못했습니다. 청년실업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데, 이건 훨씬 장기적인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진퇴양난의 대한민국
주식과 환율을 지탱하던 해외자본의 이탈
환율이 치솟자 외인투자자금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8월 이후 외국인은 2거래일 외 모두 매도세였으며, 매도금액은 2.3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큰 자금이 빠졌으니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하락세로 전환되었고, 개미들은 항상 마지막에 팝니다.
거기다 우리나라 수출규모는 지난 달까지 연속 10개월째 감소추세입니다. 8월도 중순까지 수출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16% 넘게 감소하여, 수출감소가 이어질 전망인데요. 수출규모가 감소한다는 건 일단 반도체 경기는 아직 바닥이라고 깔고 봐야 합니다. 달러가 들어올 구멍이 적어지면 달러환율은 올라갑니다.
중국경기 침체와 부동산 이슈도 우리에겐 악재
우리나라 제일 규모 무역국인 중국의 경기침체는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부동산 이슈는 좀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하는데요. 중국 부동산 이슈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크지 않다고 언론에서 많이 얘기합니다만, 글로벌 경제에 위기가 발생하면 돈은 항상 안전자산으로 흘러갑니다.
달러환율은 높아지고 글로벌 경제위기가 확산되면 결국 우리나라에선 해외자본이 다시 빠져나갑니다. 이건 다시 달러환율을 높이는 악순환 사이클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 부동산 이슈가 아니더라도 전쟁 같은 이슈가 생겼을 때 환율이 치솟는 건 같은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반기 달러환율은 어떻게 될까?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 주시
달러환율이 낮아지는 방법은 넘나 복잡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결국 2가지입니다. 달러환율이 하락하려면 달러의 힘이 약해지거나, 원화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해져야 합니다.
달러가 약해지는 방법도 수만가지겠습니다만, 일단 현재 달러를 강하게 만든 건 미국 장기국채였으니, 미국 장기국채 중에서도 대표 격인 10년물 장기국채 수익률이 다시 낮아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경제에 절대적인 규칙은 없습니다만, 대체적으로 달러환율과 미국 10년물 국채에 투자하는 IEF ETF의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면 국채에 투자하는 IEF ETF 가격은 하락합니다.)
2번째로 우리나라 경제회복인데요 이건 좀 더 암울해 보입니다. 적어도 2023년 하반기까진 경제회복이 어려워 보이는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중국경제도 단기간 회복은 어려워 보이고, 미국이 금리를 너무 올려 달러가 너무 강해지고 있어 신흥국들의 부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을 예측한다는 건 저같은 초짜에겐 어림없는 일입니다만, 중단기적으론, 적어도 하반기동안은 환율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유가까지 급등하면 환율은 더 올라가겠습니다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고요. 1,300~1,350원 사이를 횡보할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예측은 예측일 뿐이지만...
이런 거시경제를 예측하는 건 노벨상을 탄 경제학자들에게도 어려운 일이고, 잘 맞출 확률도 극히 낮습니다. 그만큼 환율을 예측하는 건 부질없는 짓입니다만, 환율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시나리오를 짜보고 예상 확률을 매겨 보는 건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1)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는 케이스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장기국채를 대규모 매입하는 국가가 등장하거나(ex: 일본, 중국 등), 러시아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증폭되어(ex: 대만 중심의 미중갈등?) 미국 장기국채니즈가 폭발하는 케이스, 연준이 금리인상 중단 및 향후 금리인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것도 영향을 줄 수 있겠네요.
2)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좋아지는 케이스
이건 시나리오가 잘 떠오르지 않는데요; 중국경제가 정부정책 기반으로 회복세로 반등해서 반도체 및 기타 제품들의 수출이 증가하는 경우, 또는 대미무역이나 대일무역 흑자가 점점 더 커지거나, 동아시아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되는 경우 정도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둘 다 그다지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입니다.
예전보다 우리나라 경제체력이 많이 좋아져 아주 큰 위기까진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환율이 1,200원대 이하로 안정화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이니, 각자의 기준으로 내용은 이해/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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