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는 소식과 함께 코스피는 -1.9%, 코스닥 -3.18% 하락했습니다. 미국도 나스닥 -2.21%, S&P500은 -1.38% 하락했는데요.
신용등급 강등은 과거에도 2011년 미국이 극적으로 부채한도를 상향 조정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만, 과거와 현재는 상황이 달라 주식시장 하락은 상대적으로 짧고 얕은 것이란 의견이 많은데요.
미국 신용등급 강등도 중요합니다만 우리 증시가 왜 미국보다 더 크게 하락했는지, 그리고 주식시장 자체에 대한 수익률을 생각해 볼 시점입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자세히 살펴보기
3대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피치는 8월 1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참고로 AA+등급은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캐나다와 같은 수준입니다. 주요 평가원인은 아래 3가지입니다.
1) 거버넌스의 침식
'거버넌스'는 한글로 번역하기 참 애매한 단어인데요. 현재 문맥에서는 '관리체제'정도가 이해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6월 미국이 극적으로 부채한도를 유예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한도 조정과 관련된 정치적 대립구조, 다른 국가 대비 복잡한 예산 프로세스가 신뢰를 떨어뜨리고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된다고 평가합니다.
2) 일반 정부 적자 및 부채 증가
미국정부의 GDP대비 부채비율은 현재 112.9%로 펜데믹 이전 100.1%보다 높으며, 2025년엔 118.4%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부적자도 2023년 GDP대비 6.3%에서 2024년 6.6%, 2025년 6.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향후 GDP성장률이 약해지고 고금리가 지속될 것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3) 경기침체와 연준 긴축
피치는 미국경제가 2023년 4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 완만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연간 실질GDP 성장률은 2022년 2.1%에서 2023년 1.2%, 2024년 0.5%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또한 피치는 연준이 2023년 9월까지 기준금리를 5.5%에서 5.75%로 한 번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시장은 대체로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
사실 이렇게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다분히 정치적인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펼치면서도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져 있고, 그것은 이번 정부의 인기와도 직결됩니다.
일단 시장이 현재 미국 신용등급 하락을 걱정하지 않은 주요 이유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2011년과는 다른 환경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장입니다. 2011년에도 부채한도 조정의 걱정 타결 이후 신용등급하락이 있었고, 주식은 잠시 하락한 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일단 2011년 S&P가 신용등급을 하락하던 시점 경제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주식은 금융위기 이후 폭락상태에서 조정영역에 있었고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 리스크가 대공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대규모 양적완화가 진행 중이었으며
- 지나친 유동성 거품과 재정적자 규모의 가파른 확대를 경고
현재 상황은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한 대규모 양적긴축이 진행 중이고, 기준금리는 역대급 가장 빠르고 높게 인상 중이며, 주식은 최근 12개월 간 S&P500 기준으로 15% 회복되었으며, 정부재정도 긴축모드라는 점에서 2011년과 다르다고 평가합니다.
2) 부채한도 조정 이후 2개월이 지난 시점의 강등
신용등급 강등 시점에 대해서도 일부 의견들이 있습니다. 부채한도 조정은 6월 초에 이루어졌는데, 2달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특별히 변한 상황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뭔가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입니다.
레리 서머스 미국 전 재무부장관과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인 Mohamed El-Erian, 그리고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모두 피치의 등급강등을 기괴하고 부적절하며, 시기와 논리에 대해서 당황했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주식투자에 대해서 고민해 볼 시기
주식보유 기대 수익률이 점점 낮아짐
S&P500 기대 수익률(Earnings Yield)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뺀 값을 S&P500 기대 수익률 프리미엄이라고 합니다. 이 값이 클수록 기대 주식투자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주식에 투자합니다.
S&P500 기대 수익률 프리미엄은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해서 현재 1%대로 떨어졌습니다. 이 그래프는 2가지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주식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하락했거나, 채권투자 기대수익률이 높아졌다는 2가지입니다.
1) 주식투자 기대수익률 하락?
역대급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S&P500은 전고점에 도달했습니다. 하반기에도 고금리는 유지될 전망이며, 탈세계화와 공급망 악화로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긴 어려워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상승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2) 채권 수익률 상승?
연준이 하반기에 한 번 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고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채권 수익률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와 채권 수익률은 언젠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우리나라 은행예금 금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요즘은 1년 예금금리보다 2년 이상 예금금리가 보통 더 낮습니다. 최근의 높은 금리가 향후 계속 유지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면 채권 가격은 상승합니다. 지금 채권ETF들의 수익률이 대부분 좋지 않습니다만, 현재 시점 이후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채권 ETF 수익률들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신용등급 하락이 채권에 미치는 영향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급등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 이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나라일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돈을 빌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단기 국채보다 장기 국채의 수익률을 더 많이 올렸습니다.
미국 국채투자를 고수한다는 의견들
신용등급 하락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국채 수익률에 영향을 줄진 모르겠습니다만, 전문기관에서는 신용등급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채투자를 고수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유는 위에서 말씀드렸던 내용과 같은데요. 인플레이션이 지속 감소하고 있어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 기대하고, 역사적으로 봤을 때 장기적으로 국채 수익률은 하락할 것이며 미국 국채를 가장 선호한다는 의견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제는 채권투자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국내 주식시장은 알 수 없음
주식시장은 확실히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돈을 쉽게 잃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계속 돈을 버는 게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최근 지속적인 수출감소와 경기지표들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2차전지 중심으로 상승했습니다. 전체 지수는 그렇게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만 2차 전지 관련주들은 수십에서 수백% 주가가 상승했는데요. 아직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향후 시장전망에도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이렇게 주가가 요동치는 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이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종목에 대한 이해나 경제상황을 잘 몰라도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주변에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성공사례가 몇 %의 확률로 이루어졌으며 반대로 돈을 잃은 사람들의 얘기는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개인들이 열광하는 2차전지 테마주엔 공매도와 내부자들의 주식매도가 넘쳐납니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주식 투자보다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해야 정부재정도 좋아지고 국가경제도 발전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주식시장에선 공매도 등의 세력이 판치고 전체 주가지수는 매일 그 자리입니다. 한 번의 대박보다 가능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고, 오랫동안 잃지 않고 수익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 꼭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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