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가 큰일 났다는 기사들과 유튜브 영상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미국정부의 부채한도 상향협상 타결 이후 단기채 시장에는 1조 달러가 넘는 단기채가 쏟아졌으며, 최근엔 미국 재무부가 장기채 발행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미국 10년물 국채와 30년물 국채금리는 현재 모두 4%를 넘어 급등했습니다.
국내 투자자 분들이 많이 산 TLT(잔존기간 20년 이상 미국국채 투자)나 TMF(TLT의 3배 레버리지)는 최근 1년 동안 각각 -16.5%, -49% 하락했는데요.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지, 앞으로 장기국채 금리는 어떻게 변화할지 관련 자료들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세요.
최근 1년 간 급락한 미국 장기국채 ETF
TLT ETF -16.5%, TMF -49%
잔존기간 20년 이상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TLT ETF와 TLT의 3배 레버리지인 TMF ETF가 최근 1년 동안 각각 -16.5%, -49% 하락했습니다. 국내 투자자 분들은 아마도 2023년부터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 또는 하반기엔 기준금리를 인하할거란 기대감으로 많이 투자하셨을 텐데요.
2023년 TLT와 TMF ETF의 각각 수익률도 약 -6%, -22%로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1분기까진 인플레이션도 잘 하락하고 장기적으론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 2개 ETF 모두 살짝 상승했습니다만, 미국정부 부채한도 조정법안이 통과되고 단기국채만으론 미국정부의 자금확보가 어려우며,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장기채 발행이 늘어날 거란 발표가 나오면서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빌애크먼 미국채 30년물 숏 배팅 중
코로나 시작시점에도 숏배팅으로 큰 돈을 벌었던 빌 애크먼은 최근에 미국채 30년물에 숏배팅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돈을 버는 투자방식) 중이며, 30년물 미국채 금리가 5.5%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현재 30년물 미국채 금리는 4.24%로 최근 5년 이내 최고 수준이며, 10년물 미국채 금리도 4.1%를 돌파하고 상승추세입니다. 국채금리와 국채가격은 반대방향이므로, 금리가 오른다는 건 국채가격이 하락한다는 의미입니다.
채권 발행량을 늘이는 미국정부
미국 부채한도 조정 이후 미국 단기채 발행증가
6월 초 미국 부채한도 조정을 극적 타결된 이후, 미국 재무부는 9월 말까지 현금잔고를 9,000억 달러까지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연말까지 1조 1,000억 달러를 차입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금액은 대부분 T-Bill라고 불리는 단기국채로 조달됩니다.
급속하게 줄어들던 재무부 잔고는 6월 이후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현재 약 4,450억 달러 정도입니다. 9월 말까진 최소한 현재 잔액만큼의 단기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미국에는 1년미만 단기국채인 T-Bill을 소화할 수 있는 큰 시장이 있습니다. 그것은 역레포(RRP) 시장과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인데요. 역레포는 연준이 짧은 기간 동안 시중은행에게 미국국채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시장을 말하는데요. 간단한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 은행에 1억 달러의 초과 현금이 있습니다.
- 은행은 1억 달러의 재무부 증권(주로 단기채, T-Bill)을 Repo고객들에게 판매합니다.
- Repo계약은 은행이 1주일 안에 1억 50만 달러의 가격으로 증권을 환매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 은행은 RRP 거래에 대한 이자로 50만 달러를 벌었고, 일부를 Repo고객들에게 지급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프로세스에서 Repo계약을 하는 현금들이 대부분 유입되는 시장이 머니마켓펀드(MMF)입니다. 머니마켓펀드는 유동성이 높은 단기 채무 채권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의 한 유형인데요. 연초에 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하면서 은행예금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고, 단기국채와 Repo를 통한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머니마켓펀드로 엄청난 자금이 유입되었습니다.
5월 기준 머니마켓펀드 규모는 5조 4,000억 달러로 연초 4조 8,000억 달러보다 크게 증가했는데요. 현재 Repo계약 금리가 5.34%입니다만, 6월물 미국국채 금리가 약 5.5%라 머니마켓펀드에서 Repo를 선택하지 않고 단기채를 선택하는 형태로 돈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동하는데 한계는 있습니다. Repo계약은 무위험 이자입니다만, 단기채는 미국채권이라 해도 리스크를 가진 계약이라 0.2% 정도의 차이를 위해 미국 단기채로 자금이 이동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RRP시장 규모를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2023년 6월 미국 부채한도 조정 이후 금리가 높은 단기채 물량이 쏟아지자 RRP시장이 6월부터 감소하는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꽤 복잡한 내용이었습니다만, 그래도 단기채는 큰 이슈없이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미국정부가 장기채 발행도 늘이겠다고 발표
미국 재무부는 최근 줄어드는 세금과 늘어나는 예산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장기채 발행도 늘이겠다고 발표하면서 10년물 미국국채와 30년물 미국국채 금리가 급등했습니다. 아래는 미국 재무부의 5~7월 국채 경매 규모와 향후 3개월 예상 규모를 정리한 표입니다.
8~10월 국채발행 예상규모를 보시면 이전보다 확실히 10년 이상 장기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장기채를 늘인다고 해서 단기채를 발행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단기채도 꾸준히 발행되며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어납니다.
미국이 장기국채 발행량을 늘리는 이유는 위에 보시는 미국 국채금리곡선(Treasury Yield Curve)에 있습니다. 현재 미국 국채금리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어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낮습니다. 정부입장에서는 어쨌든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게 유리하니 장기국채 발행량을 늘이는 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는데요.
문제는 현재 미국국채 발행규모가 코로나 시기보다 많을만큼 금액이 크다는 점입니다. 금융기관에서는 2023년 미국국채 순 발행량이 1조 달러라면 2024년에는 2조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채가 많아진다는 의미이며, 상품이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지고 물량도 다 소화하기 어려워지는 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장기국채 ETF 수익률은 앞으로 계속 하락할까?
미국 장기국채 발행량이 많아지면 어떤 일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기국채 발행량이 많아지면 장기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국채금리는 올라갈 겁니다. 그럼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몇 가지 현상을 예측해 보겠습니다.
1) 상업용 부동산의 압력 증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리와 연결되는데요.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리도 상승하게 되니, 부실한 상업용 부동산기업 및 투자기관의 파산이나 수익률 저하에 압력을 가하게 됩니다.
2) 모기지 채권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 소비축소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모기지 금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계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모기지 대출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가계지출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잘 생각해 보시면, 미국이 지금 시점에 장기국채 발행량을 늘이는 것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내포한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시중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하반기 또는 내년에 기준금리가 하락한다면 미국이 지금 당장 장기국채 금리가 단기채보다 낮더라도 30년씩 높은 이자를 줘야 하는 장기채보단 단기채로 어떻게든 자본을 확보하는 게 맞는데요.
지금 장기국채 발행량을 늘이는 것이 현재 장기국채 금리가 꽤 긴 시간동안 유지되거나 상승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으면, 금리인하도 당분간 없을 테고 미국경기도 결국 크든 작든 침체가 될 것이라는 가정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지금 당장 미국 장기국채 수요가 적다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미국이라는 아이러니
위 시나리오만 보면 미국 장기국채 투자가 엄청 리스크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미국이라는 아이러니가 있는데요.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향후 장기간의 경기침체 리스크가 증가하면 자본은 안전자산 쪽으로 움직일 겁니다. 그런데 그 안전자산이 미국 국채만 한 게 없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미국 한 금융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국채 수익률이 1%bp 증가할 때 미국국채에 대한 비 중앙은행 참여자 수요가 11% 증가할 것이라 추정한다고 합니다. 복잡한 상황과 변수가 있지만, 미국국채가 1조달러 증가하더라도 10년물 미국국채 수익률은 0.46% p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요.
그만큼 미국이란 나라의 신용등급과 경제규모가 아직 압도적이고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국채 금리 상승은 한계가 있다는 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당장 미국국채 투자가 쪽박차는 투자가 아닐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투자의 유의점
바닥에서 진입하겠다는 생각은 버리자
저도 예전부터 블로그에서 국채투자가 좋은 시기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만, 하반기부터 금리가 인하하고 경기침체가 오지 않으면서 채권시장도 안정될 거라는 장밋빛 미래를 원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주식이든 채권이든 바닥에서 진입하겠다는 생각보단, 미리 예상 시나리오를 만들어두고 어느 정도 검증이 되는 시점에 분할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TLT ETF가 지금 가격이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3~4개월 뒤에 지하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적어도 유의미한 반등과 명확한 미국 장기국채 수요자가 나타나는지를 보시면서 투자를 접근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및 신흥국 투자에 조심
전 기본적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신흥국 투자가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거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장기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경기침체가 오면 미국이 신흥국에 뿌려놓은 자금들을 회수하고, 신흥국들이 가진 달러 기반 부채이자가 급증할 거라 신흥국 투자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나라 국채 및 채권도 꽤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율이 높고, 미중갈등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으며, 무역수지도 여러가지 영향으로 최근 좋지 않습니다.
미국이 고금리를 오랫동안 지속하고 장기국채 수익률을 올리면서 달러부채들을 회수해가면,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으로 대처해야 할 시점이 올 텐데요.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에 큰 영향을 줘서 부동산을 포함한 국내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고, 금리를 그냥 두거나 내리자니 달러환율이 아작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에 은행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3~4%로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시점에 명확히 투자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면 3~4%의 안전마진을 일단 먹으면서 시간을 두고 투자처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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