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6개 통화(유로, 스위스 프랑, 일본 엔, 캐나다 달러, 영국 파운드, 스웨덴 크로나)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DXY(달러 인덱스, 미국 달러 지수)가 연중 최저점에 근접했는데도 달러환율(정확히는 달러-원 환율, 이하 달러환율로 표시)은 1,300원 근처에서 횡보하고 있습니다.
올해 달러환율을 설명할 때 여러 번 등장했던 단어가 '위안화 동조화 현상' 혹은 '위안화 커플링 현상'이었는데요. 중국경제가 내년에도 반등 없이 침체할 가능성이 높아 달러-원 환율도 1,300원 근처 보합세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번 포스트는 2023년 달러환율 변동추이와 위안화 동조화 현상의 의미, 그리고 2024년 달러환율에 대한 전망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3년 달러환율 변화 돌아보기
달러환율은 위안화와 비슷한 움직임
2023년 10월에 1,360원을 돌파했던 달러환율은 11월부터 하락했습니다. 위 그래프는 달러 대비 위안화 및 원화의 가치를 표현했으므로 그래프가 위로 갈수록 원화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고, 아래로 갈수록 반대로 가치가 상승하는 거라 보셔야 합니다.
1,2분기까진 달러환율은 위안화 움직임과 비슷한 궤적을 보였습니다. 위안화가 1분기에 원화보다 가치가 적게 하락했던 것은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중국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고 원화는 달러가치의 변동과 같은 궤적으로 움직였습니다.
3,4분기에는 달러환율은 위안화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는데요. 11월 달러환율 하락은 달러인덱스가 하락한 영향이 컸습니다. 11월엔 연준의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구체화되었고 물가상승도 크게 둔화되어 달러가치 자체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달러인덱스의 움직임을 보면 최근의 달러환율의 변화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글로벌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현재 연중 최저점 근처까지 하락했습니다. 11월부터 하락세였습니다만 12월에 연준이 2024년 3번의 금리인하를 언급한 이후로도 추가적으로 하락했는데요. 달러환율은 1,300원 근처에서 추가하락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최근 달러환율이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은 달러-엔화 환율 그래프를 추가해서 비교해보면 좀 더 잘 보입니다. 올해에도 금리인상없이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했던 엔화는 가치가 가장 크게 하락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엔화는 달러인덱스와 같은 추세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달러인덱스에 엔화가치가 반영되어 있는 영향도 있습니다만, 원화가치가 달러인덱스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나름 명확해 보입니다.
위안화 동조화 현상이 뭘까?
올해 달러환율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위안화 동조화 현상' 혹은 '위안화 커플링 현상'이었는데요. 단어 그대로 쉽게 이해하자면 원화가격이 위안화와 동조화(혹은 커플링)되어 비슷한 추세로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원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현상이겠죠.
원화가치가 위안화와 커플링 되는 현상에 대한 원인은 너무나 복잡하여 관련자료들은 거의 논문급으로 정리 및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100% 정확한 설명이 아니고 영향요소들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내용들이 많은데요.
일단 공통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주요 원인들은 1)우리경제의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음 2)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위안화 가치 방향성을 토대로 원화 가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2가지인 것 같습니다.
1) 우리경제의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음
문장 그대로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교역이 많기 때문입니다. 올해 중국 수출규모는 전년 대비 많이 감소했다고 하나, 여전히 국가 중에선 1위입니다. 아래는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의존도 변화추이입니다.
2010~2022년까지 대부분 기간에서 중국 수출의존도는 약 25%였습니다만, 2023년에 19.5%까지 하락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미국 수출의존도가 상승했습니다만, 대 중국 감소분보다 미국 상승분이 크지 않아 전체적인 우리나라 수출규모는 올해 많이 감소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수출의존도가 높다고 해서 환율변동이 동조화되는 것도 뭔가 비합리적입니다. 수출규모가 중국만큼 되지 않아도 미국도 수출금액이 꽤 높은데 달러와는 변동성이 동조화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환율변동 원인요소는 수없이 많지만, 어느 것 하나도 영향도가 절대적이라 의존해선 안됩니다. 오히려 저는 아래 기사 내용이 좀 더 개인적으로 와닿았습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경제는 서로 보완관계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품은 최종 완제품보다 중간재가 많아, 중국경제가 활성화되면 우리나라로부터의 수입(우리 입장에선 수출)이 늘어나 경제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중간재들을 자체 생산 혹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우리나라 의존도가 낮아지고, 최종제품으로 경쟁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자동차, 화학제품, 식음료, 가전제품 등이 이젠 중국제품과 경쟁하는 관계가 된 것이죠.
물론 중국경제가 좋아지는 시기에는 이런 최종품 수입도 늘어납니다만, 그만큼 그 외 국가의 수출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환율측면에서 본다면 위안화가 약세가 되었을 때, 우리나라 수출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보고서를 출판한 바가 있습니다.
2) 위안화 가치방향성에 따라 원화 가치를 결정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 투자자들도 위안화의 가치절하를 대비해서 뭔가 헤지를 해야 하는데요. 비교적 유동성이 낮은 위안화보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좋은 원화를 대상으로 환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옛날 얘기입니다. 중국은 사실 상 위안화를 2개 통화처럼 관리하는데요. 중국 인민은행이 정한 한도 내에서 움직이는 역내 위안화를 기반으로 상하 2%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역외 위안화가 있습니다. 위안화의 환율변동을 못 미더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이 구조에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역내 위안화 환율이 먼저 정해지면, 역외 위안화 환율은 역내 위안화 환율 기반으로 2% 범위에서 정해지게 되는데요. 올해 10월과 같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갑자기 넘어서는 이벤트가 발생할 때에는 역내-역외 위안화 환율 차이가 위에 보시는 이미지처럼 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최근엔 저 역외 위안화 거래량이 당연히 원화 거래량을 압도하기 때문에 원화로 위안화를 헤지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역외 위안화 환율을 믿을 수 없는 구간들이 존재하고, 기본적으로 역외 위안화 환율이 실제 위안화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측면에서 원화로 헤지를 하는 경우가 아직 상당히 남아 있어서 원화와 위안화 환율 동조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논리인데요.
이것도 '이런 이유가 있구나' 정도로 참고하시고 절대적인 근거로 보시면 안됩니다. 환율변동은 정말 신도 모르는 영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변수가 많고, 상황에 따라 변수의 영향도도 달라지게 됩니다.
2024년 달러환율 전망은 어떨까?
위안화 동조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다소 부정적
아시다시피 중국 경제가 굉장한 침체기를 맞고 있습니다. 부동산 위기, 외국인 투자 급감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만 저는 근본적으로 미국이 높은 기준금리를 기반으로 중국으로 해외자본이 들어가지 못하게 압박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미국처럼 중국도 금리를 높이는 것인데요. 중국은 계속되는 경기침체를 탈출하고자 기준금리 및 각종 대출금리들을 인하하고 있습니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죠.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8월에 1년 만기 대출금리를 3.45%로 0.1%로 낮추고, 5년 만기 대출금리는 4.2%로 유지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엉망이라 5년 만기 대출금리를 더 낮출 거라 예상했는데 유지한 것 정도가 시장이 놀란 부분이었는데요.
내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중국과의 금리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중국경제도 침체인 상황이라 금리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2024년 위안화 환율도 그렇게 좋은 상황이 연출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달러환율도 마찬가지인데요. 위안화 동조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기 어려워 보여, 우리나라 달러환율도 같은 기간 내에서는 크게 낮아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은 1,300원대를 당분간 더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2024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예측치도 좋지 않다는 점이 또 하나의 근거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반대상황도 고려해야 함
12월 연준이 2024년 기준금리 3회 인하를 검토한다는 완화적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았던 중국 채권 매입량을 늘였는데요. 위 이미지 오른쪽 끝이 2023년 11월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채권을 350억 달러 규모로 매입한 것을 표시한건데, 이건 올해 최대규모일 뿐 아니라, 6년 내 최대 규모입니다.
중국 채권을 많이 사면, 중국으로 달러가 많이 유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게 됩니다. 미국 채권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도 있겠지만, 중국 경기침체가 점점 완화되거나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이 내년 상반기 내에 유지되는 것은 어려워 보여서, 달러-원화환율은 상반기 중엔 1,3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봅니다만, 이에 대한 판단은 각자 좀 더 생각해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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