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로 발표되는 미국 투자대가들의 13F 공시는 좋은 투자공부 자료이자 참고가 되는데요. 2023년 2분기 13F 공시가 발표되어 제가 좋아하는 투자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13F 공시변화 내용은 같은 글포맷(제목과 내용)으로 글을 업데이트하고 기존 글을 참고할 수 있는 링크들도 붙여놓으려고 하는데요. 13F 공시는 2~3개월 이상의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100% 공개하는 것이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워런버핏의 포트폴리오
주요 내용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의 2023년 2분기 총 관리자산 가치는 약 3,482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주식가치가 상승한 것이지, 추가적인 종목투자를 많이 한 것은 아닙니다. (버핏의 현금 보유량이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는 최근 기사도 있었습니다.)
총 자산 대비 상위 10개 보유종목 비중이 91.25%를 차지하는데요. 상위 10개 종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애플(AAPL), 버크셔 해서웨이(BAC), 코카콜라(KO) 등 대부분 종목의 주식비중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상위 10개 종목 중 비중변화가 있었던 종목은 쉐브론(CVX)과 옥시덴털(OXY) 2개 종목인데요.
쉐블론(CVX)의 종목비중은 전 분기 대비 -7% 감소한 반면, 옥시덴털(OXY)은 +5% 증가했습니다. 옥시덴털과 쉐브론은 2개 모두 에너지 카테고리이며 석유 관련 사업에 속합니다. 차이점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옥시덴털은 석유 정유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쉐브론은 정유사업은 없고 석유화학사업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규 편입 혹은 비중증가 종목
우선 비중증가 종목으로는 옥시덴털(OXY) 종목이 전 분기 대비 5% 증가되었으며, 캐피털 원 파이낸셜(COF)비중을 전 분기 대비 25% 증가되었습니다.
캐피탈 원은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사업을 메인으로 하는 미국은행 중 하나인데요. 상반기 은행파산위기를 잘 견뎠고 2023년에만 약 17.4%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최근에도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중소형 은행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있었던 만큼 투자할만한 미국은행을 찾는 분들은 캐피털 원을 좀 더 파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규편입된 3개 종목 Dr.Horton(DHI), NVR(NVR), Lennar(LEN.B)이 꽤 흥미로운데요. 3개 회사 모두 미국의 주택 건설업체이며, 3개 종목 중에선 Dr.Horton(DHI)에 가장 큰돈을 투자했습니다. (약 600만 주, 6월 30일 기준 가치는 7억 2천만 달러)
최근 미국 주택시장이 큰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기사들이 많은데요. 그건 미국에서 주택구매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0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무려 7%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낮은 금리롤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집을 팔지 않으면서 아이러니하게 새로 지은 주택판매는 여전히 잘 된다고 합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져서 지금 살던 집을 팔고 새로 사는 걸 꺼리니까, 어차피 집을 사야 하는 사람들은 신규 주택 쪽으로 많이 몰린다는 의미인데요. 작년에도 기술주들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석유기업에 투자했고, 이번에도 불황이라는 주택산업에서 신규 주택 니즈를 찾아내는 버핏의 능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3개 회사 모두 올해에만 약 35% 이상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레나의 경우, 최근 미래에셋증권 기업분석 리포트도 올라오던데요. 이렇게 특정 산업이 불황이라고 해도 틈새를 찾아내는 능력은 정말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비중축소 종목
쉐브론의 비중축소는 위에서 언급했으니 생략하고, 가장 큰 큰 비중감소 종목 중 하나는 액티비전 블리자드(ATVI)입니다. 버핏은 이 종목을 약 73달러에 샀는데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합병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수 가격인 90달러에 주가가 근접하자 대부분의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완전히 청산한 3개 종목에 대해선 따로 얘기할 건 없는데요. 2012년부터 투자했던 제너럴 모터스(GM)의 주식비중을 -45% 축소한 것은 약간 흥미롭습니다. GM이 전기차 시대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빌 애크먼의 포트폴리오
주요 내용
리틀버핏으로 불리는 가치 투자자 빌 애크먼은 약 108억 달러의 관리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버핏과 마찬가지로 2023년 2분기 관리자산 가치가 상승했는데요.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 상승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빌 애크먼은 적은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방식으로도 유명한데요. 현재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종목 수는 총 7개입니다. 하단에 있는 구글(GOOG, GOOGL)이 클래스A와 클래스C 종목 2개로 나뉘어서 같은 종목으로 취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2개 종목 비중을 합치면 구글은 전체 4위 비중입니다.
신규 편입 혹은 비중증가 종목
비중이 증가한 힐튼호텔(HLT)과 하워드 휴즈 코퍼레이션(HHC)은 그다지 큰 비중변화가 아니므로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위에서 말씀드린 구글인데요. 빌 애크먼은 2분기에 구글 클래스C(GOOG) 주식을 약 11억 달러 매수했습니다. 평균 매수가격은 99달러로 추정하며, 현재 구글 주가는 120달러입니다.
구글 클래스C(GOOG) 주식은 보통주지만 의결권이 없는 주식으로, 의결권이 있는 클래스A(GOOGL)주식에 비해 가격이 싸고 거래량이 적습니다. 수익률엔 거의 차이가 없으므로 차이점 정도만 알고 둘 중 아무거나 사셔도 됩니다.
빌 애크먼은 구글과 같은 기술주에 잘 투자하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구글에 큰 배팅을 한 것이 꽤 흥미롭습니다. 최근 미국경기가 예상외로 성장하면서 광고시장도 많이 회복되었고 전망도 좋아졌다는 기사들이 있습니다만, 빌 애크먼이 광고시장 이상의 무언가를 본 것일지 궁금합니다.
비중축소 종목
빌 애크먼은 많은 투자자들이 테슬라나 Zoom과 같은 기술주, 그리고 바이오주들에 열광했던 코로나 시절부터 Lowe's(LOW)나 치폴레(CMG), 버거킹 브랜드를 소유한 레스토랑 브랜즈(QSR)와 같은 소비재 주식을 높은 비중으로 보유했습니다.
물론 이런 소비재들이 코로나 시절에 좋지 않았던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 시절에 외출은 할 수 없고 정부가 뿌려준 돈으로 현금이 늘어나자 집을 수리/보수하는 Lowe's와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치폴레, 레스토랑 브랜즈의 주가는 많이 상승했습니다. 빌 애크먼도 이 종목들의 비중은 전 분기까지도 거의 줄이지 않고 보유했었는데요.
이번 분기에 이렇게 장기간 보유했던 소비재 주식들의 비중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가장 높은 비중을 보유했던 Lowe's 주식을 -25%나 축소했고, 치폴레는 -7%, 레스토랑 브랜즈는 -3% 비중을 축소시켰습니다.
일단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시장이 좋지 않을 거라 Lowe's의 비중을 축소한 것은 이해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대출금 갚기도 힘든데 주택개조까진 안 하겠죠) 패스트푸드 체인주식 비중을 축소한 것은 인건비 상승과 향후 경기침체를 대비한 것일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빌 애크먼이 구글과 같은 기술주 종목비중을 늘리고 소비재 종목비중을 줄인 것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관련 기사와 해당 기업실적을 들여다보고 인사이트가 있으면 따로 포스팅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데이비드 아인혼(David Einhorn)의 포트폴리오
주요 내용
월가 해지펀드의 거물투자자인 데이비드 아인혼이 이끄는 그린라이트 캐피털의 보유자산 가치는 약 21억 달러로 작년 4분기 대비로 약 50% 상승했습니다.
이번 분기에 청산한 4개 종목을 제외하면 총 41개 종목이 포트폴리오에 편입되어 있는데요.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81.6%를 차지합니다.
일단 포트폴리오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장 비중이 높았던 그린브릭파트너스(GRBK)의 보유비중을 -19% 감소한 것인데요. 그린브릭파트너스는 주택건설 및 토지개발업체로 2023년에만 주가가 112% 상승했습니다. 버핏과는 또 반대되는 개념의 매매인데, 주가상승이 단기적으로 높기도 했으므로 기업분석을 해 보지 않는 한 정확한 사정은 알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44% 비중을 늘린 블랙나이츠 주식회사(BKI)는 모기지 대출 및 부동산 산업 관련 통합 소프트웨어, 데이터 및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이 업체도 생소합니다만 버핏과 빌 애크먼, 데이비드 아인혼 포트폴리오를 관통하는 것은 일단 미국 부동산 시장에 위기와 기회가 있다는 정도로 해석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신규 편입 혹은 비중증가 종목
데이비드 에인혼의 포트폴리오 중 2번째 높은 비중을 가진 콘솔에너지(CEIX)의 비중이 5% 증가했습니다. 전 세계가 클린에너지와 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하면서 기존 화석연료산업은 투자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실 수 있지만, 오히려 기존에 시장 점유율이 높았던 에너지 기업들은 역설적으로 투자가치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면서 화석연료산업의 진입장벽이 여러 가지 규제법안으로 높아졌고, 큰 규모의 기반시설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며 최소 10-20년 동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요즘 같은 시기에 에너지 산업의 선두기업들은 꾸준한 수요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청정에너지 기술회사인 넷파워(NPWR)와 같은 회사에도 투자금이 늘었습니다. 기타 액티비전 블리자드(ATVI)가 작은 비중으로 신규편입되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합병가능성이 아주 높게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 시점에서 액티비전블리자드(ATVI)에 투자하는 것은 개인적으론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진 않습니다.
일단 1차 마무리
전체적인 소감
13F 분석내용은 추후에도 다른 투자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따로 묶어서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일단 3명의 투자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소비재 주식비중을 줄이고 은행 등 금융권 주식비중을 늘리는 것은 투자대가들이 인플레이션이 쉽게 하락하지 않고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 예측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연준이 현재 높은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오랜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결과적으론 높은 금리를 이용하는 은행권 수입은 늘고, 사람들의 지출이 줄면서 소비재 기업들의 매출은 감소할 것 같습니다. 물론 고금리 상황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가진 은행들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으므로 대형은행 위주로 선별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확장해서 고금리가 계속된다면 장기채 투자도 생각보다 수익을 얻기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2) 부동산 시장의 위기와 기회
최근 고금리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 주택시장엔 확실히 이슈가 있을 것 같습니다. 주택시장 침체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당장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임계점을 넘지 않는다면 일부 기업들과 관련 은행들 정도로 피해범위가 크진 않을 듯한데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3) 에너지 카테고리 투자
재생에너지가 일정규모를 만들기 전까지,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가격변동성이 크고 대체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것 같습니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다루는 기업들은 매출과 수요가 안정적이고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당투자를 하는 분이라면 에너지 카테고리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기술주에 대한 고민도 있는데요. 구글은 워낙 많은 테마 (ex: 광고, AI, 자율주행 등)를 가진 종목이라 의도를 알기 어렵습니다만, 일단 3명의 포트폴리오에선 반도체나 전기차 등 기술 관련 종목들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반기가 일부 기술주들이 주식시장을 주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반기에 기술주는 정말 잘 선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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