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내 정유주들은 유가하락과 중국 경기침체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작년에 높은 유가로 정유주들이 확실히 큰 재미를 봤지만 올해는 유가와 정제마진이 모두 하락추세라 정유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론 내년 상반기까진 정유주들의 주가반등은 어렵지만, 지금 바닥권인 정유주들을 저점에서 조금씩 담아두면 내년 중엔 꽤 괜찮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정유주 중에서 제가 노려보는 종목은 에스오일입(S-oil)입니다.
아래에 왜 에스오일인지, 그리고 에스오일의 재무분석과 배당금, 그리고 미래 주가예측을 정리했습니다.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왜 정유주일까? 왜 에스오일일까?
아람코 프리미엄 & 점유율 성장
국내 정유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는 SK에너지, 에스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4곳인데요. 에스오일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회사는 모두 독립 상장되어 있지 않고 다른 모기업에 존속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종목들은 일단 정유사업 외 다른 사업들의 실적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함이 있습니다.
에스오일은 정유, 윤활, 석유화학 3개 사업부문으로 구성되어 상대적으로 비즈니스 구조가 단순하고, 설비 및 유통망 확보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정유산업의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고 신규 경쟁사가 추가되기 어려운 구조라 석유 및 에너지 카테고리에서 투자기업을 찾아보려는 저의 니즈에 일단 부합했습니다.
국내 연료시장은 SK에너지가 부동의 1위, 에스오일은 3~4위였습니다만, 작년 기준 에스오일은 국내시장 2위까지 성장했습니다. 에스오일 성장원인에서 아람코 프리미엄을 뺄 수 없는데요.
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아람코(Aramco)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이며,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습니다 (요즘은 애플)
아람코는 2015년부터 에스오일 총 지분의 63.4%를 보유한 최대주주(정확히는 아람코의 종속회사인 Aramco Overseas Company B.V)이며, 현재 에스오일에 안정적인 원유공급과 해외판매 네트워크 지원, 에스오일 총매출의 10% 이상을 지원하는 주요 매출처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에스오일은 신규진입이 어려운 정유산업 메인 플레이어이면서, 경쟁사 대비 단순한 사업구조, 원료공급부터 판매 네트워크까지 지원하는 아람코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가지고 있습니다.
석유수요 전망, 정말 앞으로도 많이 쓸까?
2022년: 여러가지 특수성으로 원유가격 급등
1) 전 세계는 하루에 원유를 얼마나 쓸까?
2022년 기준, 전 세계가 하루에 소비하는 원유량은 9,900만 배럴/일(b/d)입니다. 전년 대비 220만 배럴 정도가 늘어 퍼센트론 그리 증가 량이 크지 않습니다. 향후 5년정도 전 세계 하루 석유수요는 약 1억 배럴/일(b/d) 정도를 기준으로 생각하시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국가 별 원유 생산량은 어떻게 될까?
똑같이 2022년 기준으로 상위 5개국 데이터와 일부 국가는 2021년 대비 증감률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잘 모르셨던 분들은 꽤 재미있는 데이터라 생각하실 겁니다.
- 미국 약 2천만 배럴/일 (2021년 약 1,200만 배럴/일)
- 사우디아라비아 약 1,200만 배럴/일 (글로벌 1위 석유 수출국, 글로벌 석유 매장량의 17% 보유)
- 러시아 약 1,100만 배럴/일 (글로벌 3윌 석유 수출국, 전 세계 생산량의 10% 차지)
- 캐나다 약 570만 배럴/일 (2021년 약 550만 배럴/일)
- 중국 약 510만 배럴/일 (2023년 5월 생산량은 전년 대비 15.4% 증가)
2022년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거의 2배로 늘였던 것은 사우디 등 OPEC+의 의도적인 감산과 러시아 석유 수출제재로 전 세계적인 석유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석유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미국은 석유 생산량만 늘였던 게 아니라 국가 비축유도 내다 팔면서 원유가격을 진정시켰습니다.
3) 원유 가격은 어땠을까?
보시는 그래프는 브랜트유 가격입니다. 2022년 상반기에 특히 원유가격이 높았는데요. 주요 이유는 1)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원유 수출제재 2) 사우디 등 OPEC+의 원유감산 3) 원유재고 부족 정도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후 원유 가격은 미국의 생산량 증가와 인도,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러시아 원유를 공공연하게 수입하면서 공급량이 안정화되고 가격도 많이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 코로나 이후 처음 해외여행이 가능한 휴가시즌 맞이, 중국의 석유 소비 급증으로 석유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6월 기준 1억 300만 배럴/일)
반대로 사우디 등 OPEC+에선 의도적인 원유 감산을 9월까지 지속하고 러시아 원유 공급도 감소될 전망이라 다시 유가가 반등하는 추세입니다.
언제까지 원유 소비량이 증가할까?
기관마다 전망치는 조금씩 다릅니다만,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서는 2028년까지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가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8년 수요는 1억 570만 배럴/일로 2022년 대비 6% 증가)
물론 원유 소비량과 원유 가격은 완전 비례해서 움직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고 확보 니즈와 OPEC+의 감산 지속, 중국 경기 회복 등으로 원유 가격이 3분기 이후에 다시 100달러를 찍을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여러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위축되면 석유수요와 유가도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석유수요와 가격을 예측한다는 건 저같은 개인 입장에선 불가능에 가까우나, 워런버핏과 같은 투자대가가 옥시덴탈과 같은 정유회사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나 향후 5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원유수요가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국제기관의 전망치를 참고해서 아직 정유회사 투자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 의견)
에스오일 영업실적 살펴보기
에스오일 매출과 이익구조
에스오일은 정유, 석유화학, 윤활 3개 사업부문을 가지고 있으며, 각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정유가 약 80%, 석유화학이 15%, 윤활이 약 5% 정도입니다. (상단 왼쪽 그래프에 마지막 분기 매출액 데이터가 잘못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2023년 2분기 실적을 보면 정유/석유화학/윤활 3개 부문의 매출비중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비슷합니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대폭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 하락 원인은 역시 정유이며, 전년 동기에는 약 15% 영업마진이 나왔지만, 2023년 2분기엔 -4.9%로 적자전환했습니다.
오히려 회사 총매출의 5% 비중밖에 되지 않는 윤활사업의 영업마진이 30%에 육박하면서, 2022년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을 플러스로 유지하는데 기여도가 가장 컸습니다. 실적만 봐도, 에스오일은 정유부문에서 이익이 나지 않으면 회사전체가 적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크게 감소한 원인은 ①정기보수 비용 -2,556억 원, ②재고손실비용 -675억 원, 그리고 ③정제마진의 감소 3가지입니다. 1번은 일회성 비용으로 다음 분기부턴 잡히지 않을 듯하고, 2번은 점점 줄어드는 중이라 큰 이슈는 없습니다. 3번에 대한 내용은 아래에서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회사 매출은 약 50%가 국내, 나머지는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생각보다 중국 비중은 크지 않으며 동남아 매출비중이 높습니다. 해외 매출의 지역적 분산은 잘 이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정유부문 마진의 핵심, 정제마진
정유산업에 투자하면서 정제 마진을 아예 모르고 투자할 순 없습니다. 일단 정유과정에서 나오는 제품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막연하게 생각하셨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휘발유, 경유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위에서 보이는 것처럼 단순화시켜도 10가지로 분류되는 석유제품들이 정유과정에서 일정 비율로 발생하게 되는데요.
정제 마진이란 원유를 정제하면서 만들어진 석유제품들을 판매한 수익에서,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들(ex: 원유 수입원가, 정제 관련 설비운영비용, 제품 운반비용 등)을 빼고 남은 돈을 말합니다.
정제 마진은 유가 자체보다 정유사의 실적에 훨씬 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으며, 보통 배럴 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이 발생해야 손익분기점이라고 봅니다. 또한 정제 마진에는 또 3가지 타입이 있으나, 너무 복잡한 것까지 다 이해하긴 어려운데요. 일반적으로 정제 마진은 유가가 상승하면 올라가고, 유가가 하락하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 주의하셔야 할 점은 정제 마진이 무조건 유가와 같이 움직이진 않습니다. 원유재고의 영향도 있고, 우리나라는 중동에서 국내까지 원유 수송과정만 2~3개월이 걸리므로, 이런 요소들이 정제 마진 변화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정제 마진의 변화방향을 정확히 추측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정제 마진 변화추이는 보통 싱가포르 정제 마진을 보는데요. 아래 그래프처럼 2분기 평균 정제 마진은 배럴 당 0.9달러로 매우 낮았습니다. 정유사들의 실적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하반기 정제 마진은 어떻게 될까요? 현재 유가가 크게 출렁이지 않고 80달러 근방에서 움직인다면 일단 3분기는 휴가철 및 여행수요 증가시즌이라 휘발유, 경유 및 항공유 마진이 상승하면서 정제 마진도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석유제품 수요가 근본적으로 늘어나는 경기 호황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하반기에 정유사 주가가 상승기조로 반등할 거라 보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미국 장기국채 금리상승 등으로 우리나라 및 신흥국들은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정유사 주가는 경기전망에 민감해서 이런 공포성 기사들만 몇 번 더 나와도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무리 및 에스오일의 다른 투자매력들
감소하는 부채비율과 높은 배당률
정유산업은 인프라 투자비용이 높아 기본적으로 많은 부채를 운용하게 되는데요. 에스오일도 기본적인 부채비율이 높지만 작년부터 부채비율을 지속적으로 줄여오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 (고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부채는 무조건 낮을수록 좋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6.6% 배당률도 매우 매력적입니다. EPS 기준 배당성향도 30% 정도라 추가 상승여력이 있는데요. 다만, 2022년엔 매우 이례적으로 매출과 순이익이 급등했고, 올해 이후로는 순이익 및 잉여현금흐름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배당금과 배당률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이 저점이라 생각하지 말 것
에스오일 주가는 최근 1년 기준으로 -25%, 2023년 기준으로는 -12%하락한 상태입니다. 주가가 많이 빠져 보이지만, 아직 명확한 석유수요 증가주체가 보이지 않으므로 3분기에는 주가가 횡보하거나 코스피 전체적인 하락영향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정유주 주가는 나름의 주기를 가지고 있어, 하락주기에 분할매수해서 담아두면 최대 50% 정도의 수익률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분석한 자료는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니, 에스오일이나 정유주에 관심 있는 분들은 추가적인 리서치를 더 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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