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2차 전지'였습니다. 뭐 '2차 전지' 딱지만 붙으면 100%는 우습게 올랐는데요.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코스모 신소재, 금양 정도가 대표사례로 생각나네요.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2차전지'는 CATL을 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산하는 2차전지와 중국 제품의 기술방식이 다른데, 향후 중국제품방식이 시장점유율을 더 크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2차전지시장에 대해서
시장규모와 플레이어들
'2차 전지'란 방전되어도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배터리를 말하며, 요즘 우리가 말하는 '2차 전지'는 대부분 리튬이온배터리입니다.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2023년 568억 달러에서 2035년엔 연간 7,000억 달러 (약 923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내년도 예산이 약 600조 원입니다.)
최근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의 큰 부분을 전기차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가격은 약 1/3로 계산하는데요. 2023년 기준 EV배터리 시장 참여기업 및 마켓쉐어는 아래와 같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최초로 만든 기업은 일본의 Sony입니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 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 On, 삼성SDI 3개 업체 시장비중을 모두 합치면 약 25%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하셔야 하는건 CATL과 BYD 2개 중국업체입니다. CATL은 불과 12년 전에 설립된 역사도 짧은 기업입니다만,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약 37%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2가지 타입의 전기차 배터리
전기 자동차 시장에는 대표적으로 2가지 타입의 리튬이온배터리가 경쟁하는데요. 하나는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를 사용하는 NMC방식과 리튬, 철, 인산염으로 만든 LFP방식이 있습니다. 나열한 재료들은 양극재를 구성하는 물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 On, 삼성SDI는 모두 NMC타입 배터리를 생산하며, LFP방식은 99%가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각 타입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NMC타입도 중국에서 75% 이상 생산합니다.)
표에서 표현된 LiFePo2전지가 LFP방식이고 리튬이온전지는 통상 NMC타입입니다. NMC타입은 LFP타입에 비해 충전이 빠르고 장거리 운행에 적합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화재 등 안전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LFP방식은 배터리 수명이 길고, 가격이 싸며, 안정성이 뛰어납니다.
2020년 기준 LFP방식은 전체시장의 20% 수준이었습니다만, 3년 만엔 2023년에는 40%까지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LFP방식 배터리 사용이 늘어난 것은 중국영향이 큰데요. 중국 내 전기차는 60%가 LFP방식을 사용합니다.
LFP방식은 저렴한 가격과 높은 안정성 때문에 2030년에는 글로벌 시장의 50%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기업은 아직 LFP방식 배터리를 양산하지 못하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이 2025년부터 LFP배터리 생산예정이며, SK On은 시제품 완성단계, 삼성SDI는 앞으로 LFP배터리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CATL의 무시무시한 횡보
CATL은 설립된 지 12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7%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CATL은 LFP배터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며 생산비용 측면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합니다. (CATL와 BYD는 배터리 기가와트시당(GWh) 생산비용을 6천만 달러 미만으로 낮추었는데요. 이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 On은 8,800만 달러, 일본 파나소닉은 1억 300만 달러입니다.)
CATL의 R&D투자비용도 타 경쟁업체에 비해 독보적입니다. 2022년 기준 CATL은 18,000여 명의 연구진과 20억 달러 (약 2조 6천억 원)의 R&D투자를 진행했는데요. 국내업체들 중에선 1조 이상 R&D비용을 지출한 업체가 없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위와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최근 성능보다 가격경쟁으로 돌입했습니다. 테슬라가 수차례에 걸쳐 가격인하를 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라면 아실 텐데요. 전기차가 가격경쟁으로 들어가면, 생산단가가 낮고 안정성이 좋은 LFP배터리를 이길 수 없으며, CATL과 경쟁하기 힘듭니다.
2차전지 시장에서 중국의 독보적 위치와 글로벌 규제 움직임
중국의 독보적 위치
2차 전지 시장에서 중국은 원자재부터 제품생산까지 독보적인 1위 국가입니다.
NMC배터리의 주요 원재료인 흑연(Graphite)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5%를 차지합니다. 리튬의 경우, 중국 자체 보유량은 18%로 작지만, 화학처리 단계를 포함한 리튬 생산능력은 완전히 다릅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글로벌 리튬 생산권을 확보해 왔으며, 화학처리 공정을 포함한 중국의 리튬 생산력은 글로벌 전체의 63%에 달합니다. 나머지 흑연, 망간, 니켈, 코발트도 압도적인 처리능력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계에서 니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인도네시아입니다만, 니켈채굴 이후 화학처리 및 제련공정을 포함한 생산은 대부분 중국에게 소유권이 있습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산 프로젝트에 큰 자본을 투자하여 원자재 및 제품 생산력을 확보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물질인 양극재 생산도 배터리 타입과 무관하게 중국이 압도적이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기반으로 중국의 최종 Cell배터리 생산량은 현재 글로벌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배터리 시장 장악 우려에 따른 여러 가지 견제들
1) 원자재 확보를 위한 각종 꼼수들
NMC배터리가 LFP배터리보다 가격이 높은 이유는 양극재로 사용되는 니켈과 망간, 코발트 등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니켈의 경우, 전세계 최대 니켈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광산 및 제련과정에 중국자본이 대규모 투입되어, NMC배터리 생산을 위해선 중국산 제품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미국의 IRA법입니다. 미국은 IRA법에 따라 북미에서 제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며, 배터리 기준 핵심 원자재의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합니다.
니켈은 중국산을 피할 수 없는데, 그러면 IRA법 때문에 미국에서 선호하는 NMC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IRA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하락하는데요. 미국은 이를 피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니켈과 같은 배터리용 광물에 대한 FTA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우회적인 방법으로 배터리 원자재 확보에 노력하는 것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최종 목표는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의존적인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2) 새로운 기술들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아직 기술적 발전여지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나트륨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2가지 방식이 연구 중인데요. 각 방식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작동방식이 유사하지만, 리튬이온의 역할을 나트륨이온으로 대체합니다. 나트륨은 리튬 대비 매장량이 500배 이상 많고 가격이 10%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양극/음극제 및 전해질 등 대부분 핵심 원재료들이 모두 다른 물질도 대체됩니다. 이에 따라,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최대 30~40%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LFP배터리보다 수명이 짧고 주행거리도 짧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장거리 주행 스타일을 선호하는 미국보단 유럽이나 아시아 권에서 저가형 전기차에 사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로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질인 리튬이온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하는 방식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방식의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무게가 가볍고, 안전성이 우수하며 에너지 밀도가 높습니다.
도요타는 최근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급등했습니다. 도요타 외에도 많은 곳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연구 중인데, 사실 도요타의 계획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의견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CATL을 이길 수 있을까?
이렇게 공급망 다변화, 미국의 경우 자국 내 법적규제, 신기술 개발 등으로 중국의 배터리 시장독점을 막으려 애쓰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CATL의 독주를 막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배터리 관련 핵심광물 및 제련과정에 대한 중국 점유율이 너무 높기도 하고, 신기술 개발도 중국이 가장 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CATL에서 2021년에 1세대 제품을 공개했으며, 2년 후 중국이 나트륨이온 배터리 생산능력의 95%를 보유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CATL의 R&D예산은 경쟁사 대비로 독보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기술력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은 이미 어렵다는 평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은 계속 중국을 견제할까?
미국의 다양한 중국 견제
실제로 미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으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은 IRA법으로 중국제품 및 원자재에 보조금 불이익을 주었습니다.
최근 중국 경제가 부동산 문제 등으로 어렵다는 것은 기사로 많이들 아실텐데요. 중국 부동산 문제는 헝다 등의 부동산 업체 파산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복잡한 내용이라 다 설명하지 않겠습니다만 중국 입장에선 유동성이 시급한 상황인데, 이런 시점에 미국은 장기국채를 예상보다 훨씬 많이 높은 금리로 발행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을 싹 흡수했습니다.
미국이 장기 국채를 발행한 배경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상당 부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국이 중국의 경제상황과 유동성 필요성에 대해 모를 리 없을텐데요. 다소 무리하게 장기국채를 크게 발행한 것은 중국으로 향할 수 있는 돈들을 미국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뒤로는 중국과 교섭하는 미국
미국은 앞에선 이렇게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뒤에서는 꾸준하게 중국과 교섭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주에도 중국에 방문했으며, 정기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밝혔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상대방이 글로벌 1위 무역국인 관계입니다. 현재 표면적으로 관계가 악화되어 있고, 서로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 합의와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다만, 그런 관계개선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미국은 어느 정도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견제체제를 제대로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며, 시진핑 정부도 쉽게 항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배터리 시장과 관련해서 국내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기사들이 국내업체들에게 너무 유리하고 호의적인 입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중국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절대적이며, CATL과 같은 기업들은 정말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미국과 중국 양국관계가 완화된다면, CATL과 같은 기업가치는 크게 폭등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의 저평가 상태는 투자기회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할 수 있지만, 중국은 이제 투자가치가 없다고 단정하지 마시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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