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자동차가 최근 1달 사이에 주가가 약 30% 급등했습니다. 이런 주가급등은 도요타가 전기차 배터리의 크기, 무게, 비용을 모두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선두주자로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국내에서도 굉장히 뜨거운 주식 테마입니다만 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이며, 상용화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이슈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오늘은 토요타의 기업분석보단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현황과 도요타의 전기차에 대한 기존 입장들을 찾아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리서치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잘못된 정보가 포함되었을 수 있음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요타는 어떤 회사?
▣ 토요타는 설립자의 이름
도요타는 1937년 도요타 기이치로가 설립한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입니다. 현재 회장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도요타 모터스 사장직을 지냈던 도요타 아키오(창립주 집안의 가족)이며, 올해 전직 토요타 모터스포츠 사업부장이었던 카토 코지에게 사장직을 넘기고 회장이 되었습니다.
도요타 아키오가 창립주 집안 가족이라고 해서 능력이 없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 사람은 2009년 금융위기 시절에 도요타 모터스 사장에 취임했는데요. 당시에 미국에서 있었던 도요타 자동차의 급 가속 문제로 고전하던 상황에서 미국 청문회를 대응했고, 2012년까지 이어진 31억 달러 비용의 리콜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신흥시장 대응목적 저렴한 트럭라인과 여러 자동차를 출시하면서 도요타를 흑자로 전환시켰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자동차 판매량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1위는 작년부터 테슬라입니다.)
이미지에서 보시는 것처럼 2009년 한 해를 제외하고 바로 다음 해부터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최근까지 장기적으로 순이익이 우 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주주총회에서 자주 우는 걸로도 유명한데요. 이번 주주총회 때 사장직을 넘기고 회장이 되면서도 울었다고 합니다.
▣ 전기차에 부정적이었던 토요타 아키오
도요타 아키오는 전기차에 부정적이었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연간 약 1천만 대 자동차를 판매한 도요타에서 판매한 완전 전기차는 겨우 38,000대였는데요(테슬라는 113만 대를 팔았습니다). 토요타 아키오는 아직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전기차를 유일한 미래 자동차 옵션으로 규정하는 것을 싫어했고, 우선 하이브리드 차량기술 및 생산에 집중했습니다. (작년 기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수는 약 2백만 대라고 합니다.)
토요타는 앞으로도 EV라인업 올인을 피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생산전략을 유지할 예정인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자동차 브랜드(혼다, GM 등) 회사들이 EV 100% 생산으로 자동차 라인업을 교체하겠다는 목표일정을 정한 것과는 다소 다른 방향성입니다.
하지만, 4월에 도요타 모터스의 사장이 교체되면서 EV에 대한 계획이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신임사장은 2030년까지 연간 35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포함시켰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는 한 대도 예외 없이 리튬이온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①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Anode)에서 음극(Cathode)으로 이동할 때 ②전해질을 통과하지 못하는 전자가 외부 연결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르면서 전력을 생성하며 ③충전 시에는 반대 흐름올 가집니다.
전해질은 크게 리튬염(전해질염)과 유기 용매, 첨가제로 구성되는데, 배터리 무게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무겁고,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며, 외부 충격이나 추위/더위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배터리가 과열되면 터지거나 불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을 고체 전해질로 연결하여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충전시간이 매우 빠르고, 소형화가 가능하고, 안전성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생산비용이 높고, 현재 기술로는 재충전 가능횟수가 매우 적으며, 제조 복잡성이 높아 생산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토요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기술적인 돌파구를 찾았으며 전고체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가 10분 이하 충전으로 1,200km(현재 전기차 주행거리의 약 2배 수준)를 갈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공정 수를 줄여 제조 복잡성을 낮추고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전고체 배터리의 현황
너무나 당연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를 도요타만 개발하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업체들과 개발현황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우리나라(대한민국)
국내 배터리 업체 3인방 모두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개발 중입니다.
- 삼성 SDI: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 2023년 7월부터 시제품 샘플 생산
- LG에너지설루션: 2027년 상용화 목표로 개발 중
- SK온: 미국 솔리드파워와 제휴하여 내년에 시제품 개발, 2028년 상용화 목표
그리고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이 되는 고체 전해질 제조에는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포스코와 삼성의 협력사인 정관의 합작업체),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솔브레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에코프로비엠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일본
- 닛산: 2028년 상용화 계획, 이미 일본에서 시제품 배터리 설비를 공개함
- Maxell: 글로벌 최초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 (단 전기차 용이 아닌 소형배터리 중심), 이 회사는 고체 전해질로 Mitsu mining & Smelting이 개발한 전고체전해질(Argryodite)을 사용하는 걸로 알려짐 (Mitsu는 올해 워런버핏이 투자한 일본 5대물산회사 중 하나죠)
- 토요타: 2027년 상용화 목표,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를 사용할 예정,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최대보유 (1,311건)
3. 그 외
- 퀀텀스케이프: 빌게이츠와 폭스바겐이 후원하는 스타트업,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중
- 다이슨: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인 Sakti3을 인수, 2025년부터 비액체 배터리 생산목적으로 싱가포르에 공장 설립 중
토요타는 정말 EV시장의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도요타처럼 오래된 자동차 업체를 아이돌이라 부르는 건 좀 비유가 맞지 않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전기차 시장에서 도요타는 현재 명백한 후발주자입니다. 이번 전고체 배터리 기술로 도요타가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요.
일부에서는 아래와 같은 질문과 함께,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토요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구체적인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에 진심일까?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시점에, 회사의 최고 기술 책임자인 히로키 나카지마는 '전고체 배터리가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는 궁극적인 솔루션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오랜 기간 연구되었음에도 아직 상용화가 어려운 기술로, 토요타는 2027년까지 4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고체 배터리에 올인하고 시제품이나 테스트 일정이 구체화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일정 외에 구체적인 계획들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회사는 전고체 배터리 외에도 배터리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4가지 계획을 같이 발표했는데요. 회사가 정말 전고체 배터리를 진지하게 개발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개발상황을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토요타는 과연 변화할 수 있는 회사인가?
과거 일본은 여러 모로 재수가 없긴 했지만,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핵심기술이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문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일본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과거보다 보수적이고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는 문화가 지배적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현재의 일본 사람들이 도요타가 일궈온 업적(글로벌 최대 차량 생산/판매)과 영광을 버리고, 전기차 시장에 올인하거나 집중할 수 있을까요? 이미 도요타 아키오가 보여준 기존의 행보들이 보수적이고 가진 것을 지키려는 일본 문화를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배터리 시장과 기술은 글로벌 정세와 자원환경에 따라 빠르게 변화합니다. 화석연료는 대체제가 없었지만, 배터리는 기술적으로 특정자원을 패싱하거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중국이 2차 전지 및 클린에너지에 필요한 자원을 상당수 독점하거나 점유율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미국은 다양한 방법(자원수급의 다양화, 신기술 개발로 특정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등)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도요타가 지금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올인하지 않고, 4가지 다른 트랙을 제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 측면에서는 도요타의 이런 조심스러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난도가 높은 전고체 배터리의 현황을 보면, 현재와 같은 접근으로 회사가 예고한 2027년 상용화가 가능할지는 의문스럽습니다.
마무리
▣ 전고체 배터리 시장규모 예상
일본 후지경제가 예상하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규모는 2035년에 약 2.1조 엔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우리 돈으로는 대략 22~3조원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서는 2030년에 4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2조 원 시장을 예측했는데, 일본의 예측규모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반면, SNE리서치는 203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를 약 815조 원으로 예측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의 10%도 안 되는 수준인 거죠. 그만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아직 확실한 미래주도 기술이 없는 상태라 볼 수 있습니다.
▣ 단편적인 정보로 투자하는 건 위험
2023년 상반기에 우리나라는 2차전지2차 전지 관련주들이 주식시장을 휩쓸었습니다. 제대로 2차 전지 테마주로 찍히면 주가는 100~200% 그냥 성장했는데요. 지금의 2차 전지 기업들의 가치가 낮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워낙 급변하고 있어서 미래에도 지금 활약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계속 승승장구할 거란 보장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도요타가 이번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계획발표로 주가가 상승했던 건, 최근 일본주식시장이 워낙 좋았던 영향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잘 모르는 기술분야에 대한 투자는 신중할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 뉴스들도 팩트체크를 한다는 마음으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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