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에도 2023년 11월 미국 증시는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뉴스기사에서 분석한 원이는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졌다는 것인데요.
물론 금리인하 기대감이 시장상승에 기여한 바가 크겠습니다만, 조금 눈을 돌려 돈의 흐름을 보면 다른 원인들이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번 포스트는 최근 미국 증시의 상승원인을 다양한 시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댑따 오른 미국 증시
11월은 2023년 중 최고치 상승
2023년에 미국 증시에서 나스닥은 약 37%, S&P500은 19.5%가 상승했는데요. 11월만 놓고 보면, 나스닥은 9%, S&P500은 7.8% 상승했습니다. 이 상승폭은 2022년 7월 이후 최고 상승치 이기도 합니다만, 올해 7월부터 약간 전형적인 하락장으로 변하던 시장에 굉장히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사실 올해 11~12월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증시 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예상했는데요. 고금리가 오래 이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뿐 아니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지정학적 긴장감도 커졌을 뿐 아니라, 일단 중동에서 발발한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유가도 상승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 증시는 기대와 다르게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시장에서 판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인플레이션의 하락입니다. 미국 뿐 아니라 최근엔 유럽의 인플레이션 지수도 기대 이상으로 크게 안정화되는 추세입니다.
미국 근원 인플레이션(Core CPI)은 올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23년 10월 지수는 4.03%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작년 동기 6.28% 대비로 크게 하락한 수치입니다만 장기평균 3.68%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속도와 추세를 중요하게 보는 모습입니다.
유럽지역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2023년 11월 2.4%로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 뿐미국뿐 아니라 유럽지역의 인플레이션 감소는 글로벌 전반적인 고금리가 마무리되고 금리하락 기대감을 크게 높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결과로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반적인 상승장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유가하락이 인플레이션 하락에 크게 기여했지만...
2023년 하반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크게 하락한 것은 역시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 영향이 가장 컸겠지만, 그 다음으론 유가하락 영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차트를 보시죠.
원유가격은 2023년 6월까지 하락추세였다가 6월달 사우디 중심의 OPEC에서 생산량을 100만 배럴 줄였던 결과로 배럴 당 90달러 위까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침체 및 글로벌 전반의 경기침체 영향으로 다시 현재 75달러까지 하락한 상태인데요.
실제로 유럽 인플레이션 지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0월 에너지 가격은 11.5%라는 기록적인 비율로 하락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지수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지만, 에너지 가격이 장기적으론 근원 인플레이션 지수하락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것이 인플레이션 하락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도 비슷한 추세임)
연초 석유가 부족했던 시절 크게 감소했던 미국의 상업용 원유 비축량도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11월 24일 기준 미국의 상업용 원유 비축량은 4억 4,970만 배럴로 최근 5년 평균치를 웃돌았는데요. 경기침체 우려로 석유 소비량이 줄면서 비축량이 증가하는 추세라 원유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데에도 큰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렇게 원유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것을 사우디가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사우디는 올해 6월 100만 배럴 생산량 감축에 이어, 추가적으로 100만 배럴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네온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사우디는 배럴당 88달러 이상에서 재정적 손익분기점이 맞춰진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유가가 계속 안정화 추세를 유지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증시 상승원인을 다른 측면으로 살펴보기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역시 '유동성'
'연준을 이기려 들지 마라'는 유명한 주식 시장의 명언이 있는데요. 그만큼 미국 증시에서 연준의 유동성은 방향성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쉽게 말해, 미국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면 미국 증시가 상승하고, 돈을 거둬들이면 하락한다는 의미가 되겠는데요.
위 그래프에서 파란색 선은 연준의 대차대조표에서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 은행 정기 자금 조달 프로그램)과 TGA(재무부 일반계정, 연방 정부의 은행 계좌에 얼마나 돈이 있는지), 그리고 RRP(역레포 시장)를 포함하는 것으로, 연준의 대차대조표 위주로 시장의 유동성을 파악한 것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S&P500의 움직임과 연준의 대차대조표 중심의 유동성 변화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시장에 돈이 많아져서, 미국 주식시장으로 흘러간 돈도 많았다는 해석입니다. 대표적인 움직임은 RRP(역레포 시장)잔고입니다.
RRP(역레포 시장)은 연준이 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만든 도구라고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시중 은행들이 남아도는 돈이 많으면, 역레포 시장에서 연준의 채권을 구입하고 단기적으로 이자를 받습니다. 연준은 채권을 판매해서 시장의 돈을 흡수하죠.
그런데 RRP잔고가 한 때 최고점엔 2조 4천억 달러에서 최근엔 8,800억 달러까지 감소하고 있습니다. 즉, 은행에서 남는 돈을 더 이상 RRP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고, 그만큼의 돈이 어디론가 흘러간 것인데요.
대부분의 돈들은 연준이 고금리고 발행한 단기 국채로 흘러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금 돈이 없고, 통장을 채우기 위해서 대규모의 장기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모으고 있는데, 요즘 미국 단기 국채 이자율이 5.5%에 육박하고 있으니, 투자자 입장에선 최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 높은 이자까지 주니 넘나 매력적인 투자대상인 거죠.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국채가 단기 채권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큰 돈을 움직이는 투자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구성하기 위해서 장기 투자자산도 필요한데, 단기 채권은 거의 현금성 자산이고 장기 국채는 예상보다 많이 판매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장기 투자자산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풀려난 돈들이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는 해석이 성립합니다.
이게 정확한 해석인지에 대해선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지만, 결과적으로 한동안 RRP시장에 묶여있었던 현금들이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팩트입니다. 그 중 일부가 미국 증시로 흘러가서 주가를 상승시키고 있을 가능성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주식 시장이 계속 상승할까?
겁나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시장의 유동성 측면에서만 생각한다면 이제 움직일 수 있는 돈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인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RRP시장에서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이제 바닥권이란 생각인데요.
그 외 다른 유동성 요소는 역시 금리의 변화입니다. 하지만,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전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부정적입니다. 아직 연준을 포함한 글로벌 대부분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OECD는 유럽 중앙은행이 2025년까지 물가압력 때문에 유럽에서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으며, 미국 연준 관계자들은 최근 계속해서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실제로 금리인하가 시작되다면 투자자들의 돈이 주식시장보단 채권 쪽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올해 12월까진 행복한 연말 랠리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12월 중엔 행복한 랠리를 즐기는 것을 마무리하고 현금을 확보하면서 다음 투자기회와 투자처를 찾는 과정으로 한 단계 넘어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판단이므로 이 내용에 대해선 각자의 판단을 더해서 투자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투자결과는 결국 보인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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