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은 많은 분들이 기다리던 금리인하 예고를 현실화했습니다. 2024년 금리인하 가능횟수는 2회에서 3회로 늘었고, 연준은 현재 명확하게 금리인하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식시장은 이에 아주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S&P500과 나스닥 지수모두 올해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그런데 금리인하가 시작될테니 주식시장은 계속 상승할까요? 장기채권 금리는 떨어질테니 채권투자도 해야하는 시점일까요? 연준이 금리인하 외에 던진 메시지는 뭘 의미하는건지 등, 이번 FOMC 연준의 메시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3년 12월 FOMC내용 1차 검토
12월 FOMC 주요내용
12월 FOMC는 한마디로 '태세 전환'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높은 금리를 이어가겠다던 매파적인 자세에서, 2024년 최소 3번의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가장 큰 메시지였는데요.
FOMC 회의록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는 '점도표'입니다. 연준의원들의 향후 금리방향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점도표가 발표되는 FOMC에서는 점도표를 꼭 체크해야 하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2024년에는 0.25%p씩 3번의 금리인하로 금리 중앙값이 4.6%로 인하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파월의장의 메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3가지 정도 주요 메시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구체적인 금리인하 검토 시작: 연준은 최근 경제성장이 크게 둔화되었다고 표현했습니다. 2024년 GDP성장률을 1.4%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경제성장이 둔화되어 금리인하를 검토한다는 것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침체가 온다는 것이 아니라, 연준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알린 것이라 이해해 주세요)
- 양적긴축 유지; 연준은 현재 매월 최대 950억 달러씩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만기된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음) 양적긴축 과정을 그대로 유지할거라 밝혔습니다. 이 작업은 딱히 언제 종료하겠다는 언급도 없었습니다.
-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다는 멘트: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희망적 메시지도 전달했는데요. 지금 인플레이션이 잘 하락 중이니 금리인하를 해도 경기침체는 오지 않고, 경기성장이 좀 둔화되는 선에서 인플레이션도 올라가지 않을꺼란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연준의 본질적인 목표는 뭘까? 통화정책 이해하기
본질적으로 연준은 아래 3가지 목표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목표 | 주요 관리지표 |
경제 성장 | 최대 고용, 실업률 관리 |
물가 안정 | 인플레이션 관리 (암묵적으로 2%대의 인플레이션) |
적절한 장기 이자율 | 10년물 국채 수익률 (특정한 관리 기준점이 없음) |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2가지 목표는 많이들 알고 계셨을 것 같습니다. 연준은 경기부양에 필요한 시점에 아래와 같은 3가지 통화정책을 사용합니다.
1. MP1 통화정책: 기준금리를 인하해서 저금리의 신용대출을 기반으로 투자나 소비가 늘어나게 하는 방법입니다. 기준금리가 0%까지 가버리면 신용거래 증가 효과가 사라지므로 MP2 통화정책으로 넘어갑니다.
2. MP2 통화정책: 양적완화라고 불리는 화폐 찍어내기 및 부실 금융자산(ex: 부동산, 채권, 국채 등)을 연준이 직접 인수하는 정책입니다. 연준이 돈을 찍어서 부동산이나 부실한 기업채권, 국채 등을 매수하면 그 돈이 시장으로 직접 흘러가서 경기가 부양되는 방식입니다.
원래 연준은 기준금리로 단기 채권가격만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만, MP2 통화정책으로 중장기 국채 및 채권가격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로 매수하는 채권들이 중장기의 기업채, 부동산 모기지, 국채 등으로 매수량이 많아지면 해당 자산의 가격이 상승합니다. 하지만 자산가격 상승이 한계점에 달하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3. MP3 통화정책: 정부가 직접 돈을 살포합니다. '헬리콥터 머니'라고도 부르는데, 코로나 시기에 우리가 직접 경험했습니다. 정부는 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돈을 줍니다. 소비를 가장 적극적으로 늘이는 방법입니다.
'적절한 장기 이자율' 관리의 중요성
3번째 목표인 '적절한 장기 이자율'은 좀 생소하겠지만 경제성장 및 물가관리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유는 장기 이자율이 대부분의 기업 대출이나 부동산 모기지론 등의 신용거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10월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하면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5%는 '중요 기점' (significant milestone)이라 불리면서 전 세계 장기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5%를 돌파할 경우, 우리에게 제일 가깝게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가고 기업들의 회사채 금리도 크게 상승해서 대출비용 증가 및 대출규모 축소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럼 10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왜 올랐을까요? 일단 최근 미국 경제가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은 예상보다 낮았고 임금상승율과 GDP상승률은 높았습니다. 미국 경제가 상승추세이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어 고금리가 지속되거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생깁니다.
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생기면 가뜩이나 장단기 금리도 역전되어 단기 채권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장기 채권을 살 필요가 없습니다. 장기 채권을 팔아대니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높아집니다.
두번째는 미국 재무부의 장기 채권 발행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부채한도 조정협상이 타결된 이후, 바닥난 통장을 채우기 위해서 국채를 마구 발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단기 국채만 발행해서 장기 국채 금리에는 영향이 적었습니다만, 장기 국채 발행량을 늘인다는 발표 및 실행 시점부터 장기 국채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오릅니다.)
2023년 12월 FOMC내용 다시 살펴보기
연준이 하려는 건 뭘까?
12월 FOMC내용을 다시 살펴보면 결론은 '금리는 인하하고 양적긴축은 계속한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이걸 위에서 살펴본 내용으로 이렇게 해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1) 연준은 금리를 인하한다: 향후 경제성장이 둔화(혹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져, 금리를 인하해서 경제성장을 돕는다. 즉, 연준은 현재까진 경기침체를 바라지 않습니다.
2) 연준은 양적긴축을 계속한다: 코로나 시기 및 그 이전부터 연준이 인수했던 장기 국채 및 회사채, 모기지채 등이 만기가 되면 재투자하지 않고 돈을 돌려받는다. 조금 더 들어가면 연준의 양적긴축은 은행의 지급준비금을 줄여야 하는 목표가 있는데요. 현재 은행의 지급준비금은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라 양적긴축을 멈추진 못할 겁니다.
연준의 양적긴축이 왜 은행의 지급준비금을 줄이는 데 목표를 두는지는 간단히 말해서 신용대출로 발생하는 통화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보유한 자산보다 훨씬 많은 양의 대출을 실행합니다. 대출을 해주기 위해 최소한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산을 지급준비금이라고 하는데요. 이게 줄어야 시중에 유동성이 줄어 물가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12월 연준의 FOMC발표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2가지만 잡고, 적절한 장기 이자율 관리는 상대적으로 신경쓰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11월 연준의 금리동결 발표 시점에는 장기 국채 수익률 관리가 중요하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시장은 일단 금리인하가 임박하면서 장기국채 가격도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4.2%수준이었는데, 12월 FOMC 이후에 3.9%까지 하락했으니까요. 현재 기준금리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4.2%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데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국채가격이 급등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마냥 하락하는 것도 경제에 좋지 않습니다.)
심상치 않은 금 가격
금리인하 기대감이 돌면서 금리와 가장 민감한 관련이 있는 금가격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최근에 전고점을 형성한 금 가격이 하락하다가 다시 반등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인하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 금 가격은 반대로 가격이 상승합니다. 만약 금 가격이 전고점을 뚫고 상승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이번 금리인하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연준의 정책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을 감안해야 합니다.
금리가 인하되면 주식은 계속 오를까?
기본적으로 금리인하는 경기성장이 둔화되는 것을 방어하는 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라, 내년에는 경기성장 둔화 혹은 경기침체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합니다. GDP성장률도 올해보다 내년이 훨씬 낮으므로 기업실적이 성장하지 않으면 금리인하 때문에 주식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단순한 계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전에 11월 미국 주식시장 상승은 역레포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유동성 때문이라고 글을 썼던 적이 있는데요. 역레포잔고가 내년 1분기, 늦으면 2분기에는 바닥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점 이후로도 양적긴축은 계속될 거라, 주식시장도 이 시점에는 큰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내년엔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이므로 하반기에는 정부가 어떻게든 돈을 풀어 주식시장을 부양해 줄 겁니다. 때문에 내년 1분기 이후로는 주식시장 큰 하락, 하반기에는 큰 상승이 있을거라 생각하는데요.
금리인하가 무작정 주식시장을 계속 상승시킬거란 기대보단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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