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화정책에 드디어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 우에다 총재가 양적완화 통화정책이 종료에 가까워졌다는 발언과 함께 11월 동안 860원대에서 움직이던 엔화환율이 하루 만에 900원을 돌파했는데요.
개인적으론 지속적으로 엔화환율이 반등시점에 가까워졌다는 포스트를 작성했습니다만, 현재 일본 경제상황과 양적완화 통화정책을 포기하려는 배경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기준금리 인상에 보수적인 일본
일본은 2000년대 이후 계속되는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겪었습니다.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은 무려 2000년부터 시작된 정책인데요. 도중에 잠깐 금리를 올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2006~2007년이니 15년도 전의 이야기입니다. 이때도 금리인상의 원인은 엔화환율이었습니다.
첫번째 붉은색 원 시점에 달러-엔 환율이 120~130엔을 돌파하는 엔저현상이 생기자, 일본중앙은행은 2006년과 2007년에 거쳐 기준금리를 0.5%까지 인상했습니다. (고작 0.5%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원래 기준금리는 작년처럼 무식하게 1년에 5%씩 올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ㅎ;)
기준금리를 0.5% 올렸을 뿐인데 2008년도에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제로로 만들어서 경기를 방어했는데, 이때 달러-엔 환율은 80엔대까지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일본기업들의 수출 등 모든 실적이 아작 났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크게 성장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러-엔 환율이 150엔대를 돌파했습니다. 엔저가 너무 심각해지니 다시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되었는데요. 그래도 일본은 지난 시절 아픈 기억때문에 확실히 2%대 이상의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을 얻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이게 일본의 기준금리 히스토리입니다. 2006년과 2007년에 0.25% p씩 2번 인상했다가 호되게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악화로 두들겨 맞고 지금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3.50%까지 올리고 미국은 5.5%를 넘기고 있는데 일본은 -0.1%니, 엔화가 약세를 띄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12월 7일에 일본중앙은행 우에다 총재가 기시다 총리를 만나 '통화정책관리가 연말부터 내년까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발언과 히미노 료조 중앙은행 부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해도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 발언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일본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주 수요일까지 일본중앙은행이 12월에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종료할 가능성은 3.5%였는데, 목요일 우에다 총재 발언 이후 가능성이 45%까지 치솟았습니다. 엔화-원 환율이 급등한 것도 같은 시기였죠.
2023년 11월 내내 860~880원대를 유지하던 엔화환율은 910원까지 한 번에 치솟았습니다. 엔화선물에 투자하는 ETF가격도 변화가 있었는데요.
8,300원 이하로 떨어졌던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서서히 반등해서 8,700원을 뚫었습니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는 소식이 나오면 상승폭은 훨씬 커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원화대비로만 상승한 게 아닙니다. 목요일 이후 엔화는 주요 10개 그룹 통화에 대해서 모두 가치상승했습니다.
진짜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릴까?
그래도 조심해야 하는 포인트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펼쳤던 표면적인 이유 중 하나는 2% 이하의 물가상승률이었습니다.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으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단적인 처방으로 물가를 올리려고 했는데요.
위 그래프와 같이 일본 물가상승률(CPI)는 벌써 19개월째 일본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이와 같이 물가상승률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현재 물가상승률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며, 2024년부터 2%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일본 물가상승률이 쉽게 2%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거기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라 일본중앙은행도 금리인상을 (혹은 최소한 YCC정책 포기라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위 데이터는 2023년 6월까지입니다만, 일본의 실질인금 성장률은 벌써 18개월째 하락하고 있습니다. (실질임금이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임금을 말함) 이건 매우 중요한 데이터인데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정책과 같은 극약처방을 하지 않고도, 2%대의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율을 만들기 위해선 임금인상이 꼭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에게 돈이 있어야 소비도 늘고, 소비가 늘어야 가격도 상승하는 거니까요.
그나마 올해부터는 명목임금 인상율이라도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입니다만, 실질임금 마이너스 격차를 전혀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큰 문제가 됩니다. 일전에 제가 포스트를 썼던 내용이기도 합니다만, 일본이 정말 기준금리를 올리는 시점은 임금인상률이 정상궤도에 올라갔을 때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일본은 정말 기준금리를 인상할까?
여기서부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일본이 12월이나 내년 1월에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종료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매우 정책변경에 보수적이고 신중한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 엔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일본 외 국가들의 시각에서 분석된 것이며, 일본은 아직 엔화절하에 대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라 평가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 우에다 총재의 발언이 기존에 없던 수위의 내용이었습니다만, 2023년에만 2번 YCC정책을 변경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엔화환율 방어목적을 가진 전략적 발언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2024년 중에는 일본도 통화정책 변경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해서 지금 엔화투자는 중장기적인 측면으론 괜찮은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제 투자를 하실 생각이 있다면, 좀 더 다양한 정보들을 조사하시고 신중하게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