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어렵습니다. 특히 퇴직연금은 내 노후생활의 질과 연관되는 것이라 투자자산을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2022년 7월부터 퇴직연금의 디폴트투자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되었고, 생애주기에 맞춰 리스크를 분산/운영하는 TDF상품들이 나왔습니다만, 아직 운용기간이 짧고 상품이 복잡해서 선뜻 뭘 선택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최소 15~20년 이후를 대비하는 장기투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의 기술보단 미래에 꼭 필요한 또는 잘 되는 산업들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접근해 볼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BlackRock회장 래리핑크의 2024년 투자자 서한에서 나온 내용들과 개인적인 의견으로 퇴직연금 투자대상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퇴직연금의 중요성
은퇴 이후 얼마나 필요할까?
시중에 여러 가지 가정과 계산공식들이 있습니다만, 은퇴 이후 필요한 자금을 계산하는 마법공식은 없습니다. 평소 생활비나 가정여건, 질병여부, 가족수 등 너무 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대체적으로 65세 은퇴 이후 3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은퇴자금은 10~20억 원 수준으로 많이 언급됩니다.
Case1.
65세 은퇴하고 월 300만 원의 생활비를 쓰면서 30년을 산다고 가정할 경우, 연평균 2.5%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약 10억 원의 은퇴자금이 필요합니다. 물론 최근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2.5%를 훌쩍 넘었으므로, 이 계산법으로 은퇴자금을 계산하더라도 약 12억 원 이상이 필요해 보입니다.
위 금액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적 연금을 뺀 금액만큼을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국민연금이 월 150만원이 나온다면 5~6억 원의 별도 은퇴자금이 필요하다고 계산할 수 있겠네요 (아주 단순한 계산법)
Case2.
미국에서 만들어진 방법입니다만 25배의 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은퇴 후 첫해 노후자금의 25배를 하면, 은퇴 이후 30년 간 생활비를 거의 커버한다는 논리인데요. 월 500만원 생활비를 사용할 경우, 연 6천만 원 그리고 총 노후자금은 15억 원이 필요합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등 사회적 연금은 빼고 남는 금액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연금은 계속 줄어든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노령화로 인해 사회적 연금 고갈이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401k 등의 퇴직 프로그램도 별도 조치가 없으면 10년 내에 혜택이 2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약 30년 이후에는 국민연금이 정말 고갈된다는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적 연금을 완전 고갈시키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므로 계속해서 국민연금 개혁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형태로든 결국 국민연금 지급시기를 늦추거나 지급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때문에 현 시점에 예상할 수 있는 국민연금 수령액을 그대로 믿고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나중에 큰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회적 연금 외에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각종 세금혜택이 큰 퇴직연금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퇴직연금으로 뭘 투자해야 할까?
제가 완벽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제안드릴 순 없습니다. 높은 수익률보단 안정성이나 현금흐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등 각자의 투자목적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필수 투자자산군 3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미국주식 패시브 ETF
개인적으로 미국주식 패시브 ETF를 추천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 주식시장이 글로벌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주식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헷지펀드 운용사인 BlackRock의 래리핑크 회장의 2024년 투자자 연례서한에 따르면, 미국기업들은 자금조달의 70% 이상을 공모 주식과 기업발행채권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중국 같은 경우는 약 65%의 기업자금을 은행대출에 의존하며,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기업들이 주식시장을 통한 자산조달 비중이 크기 때문에, 미국기업들의 투자 및 회계정보가 다른 나라들보다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으며,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지급과 같은 주주 친화정책에도 적극적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 주식시장 패시브 ETF만 보유해도, AI나 전기차 등 미래선도기술 및 기업투자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매그니피센트 7(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알파벳, 메타, 테슬라)과 같은 기술 대기업들의 시가총액 총합은 2024년 2월 중순 기준으로 약 13.1조 달러로 미국 주식시장 전체의 20%이상 그리고 중국 주식시장 총 시가총액보다 큰 규모를 차지합니다.
이렇게 미국 기술 대기업들의 시가총액이 계속 커지는 이유는 최근 AI나 전기차와 같은 미래혁신기술 기반 제품들을 가장 빠르게 보유했고, 기술개발에 막대한 데이터와 자금이 필요하여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과 올해에는 엔비디아와 같은 AI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테슬라는 하락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기술 대기업들의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S&P500이나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에서는 매그니피센트 7과 같은 기술 대기업 투자비중이 30~40% 이상을 차지합니다. 전체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F만으로도 전세계적인 기술트렌드를 쫓을 수 있으며, 향후 기술 트렌드나 주도기업이 바뀌어도 패시브 ETF에 알아서 반영됩니다.
S&P500을 추종하는 대표 패시브ETF인 SPY ETF와 나스닥 100 기업을 추종하는 QQQ ETF의 과거 5년 성과인데요. 지수추종 ETF만으로도 5년 간 약 80%이상의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수익이 미래에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론 향후 10~20년 동안 미국 기술 대기업들의 기술 및 운용자금규모의 경쟁력을 이겨내는 기업이 나오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국내에도 미국 주가지수를 추종하거나 나스닥 대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러가지 패시브 ETF들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투자관심이 있는 분들은 상품운용규모나 수수료, 기술 대기업들의 투자비중 등의 정보를 참고하셔서 좋은 상품을 골라보시기 바랍니다.
2. 에너지 인프라 투자 ETF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혹은 클린에너지 투자가 장기적인 추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투자관점에선 항상 재생에너지 인프라만 집중되었지만, 래리핑크의 말에 따르면 최근엔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의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에너지 실용주의'로 에너지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엔 에너지와 같은 인프라는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거라 민간기업들에 투자할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앞으로는 에너지 인프라에도 민간기업들의 참여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요 국가들의 부채규모가 과거보다 어마어마하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대비 대부분 국가들의 부채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일본이 특별히 높은 수준입니다만, 미국도 GDP대비 120%가 넘습니다. 전체 예산 중 부채이자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과거처럼 국가예산만으로 국가 인프라를 모두 만들고 운영하던 시대가 지나고 있습니다. AI나 전기차와 같은 신기술의 발전으로 향후 전기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가운데, 전력 인프라 쪽은 국가예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에너지 인프라는 전력망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고 원자재 관련 지정학적 이슈로 어떤 분야가 먼저 성장할지 알기 어렵습니다만, 전력망은 어떤 재생에너지에서도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전력 인프라 관련 ETF는 아직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력망 관련 정보들은 위 글을 통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번째 주목하고 있는 에너지 인프라는 원자력입니다. 원자력은 환경오염 이슈로 한동안 많이 주목받지 못했습니다만, 재생에너지 만으로는 앞으로 필요한 전력 사용량을 대응하기 어렵고, 관련 기술발전으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원자력 발전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원자력 분야도 아직 상용화까지 기술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에 접근해야 하며 단기적인 주가변동성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내용은 위 포스트를 참고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기존 석유 대기업들을 주목합니다. 워런버핏이 석유업체인 옥시덴탈에 막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석유와 가스는 여전히 핵심 에너지 자원이며, 최소한 50년 이상은 재생에너지보다 더 주력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런 화석연료들은 최근 강화된 환경규제와 막대한 인프라 투자비용 때문에 기존 업체들 외에 신규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더불어 이런 기존 석유 대기업들이 청정 에너지 개발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3가지 에너지 관련 기업들에 골고루 투자하는 맘에 드는 ETF를 아직 찾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에너지 관련 테마에 대해서는 분명 장기투자할 이유가 있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3. REITs ETF
한정된 자원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증가합니다. 국내에서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있듯이, 해외에서도 REITs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가치 상승한 산업 분야입니다.
물론 최근 REITs가 과거처럼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산업은 아니며, 코로나 이후로는 상업용 부동산 이슈들이 국내외에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퇴직연금에서 REITs에 꼭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현금흐름'때문입니다.
REITs는 산업구조적으로 발생한 매출의 90% 이상을 분배금으로 지급합니다. 때문에 퇴직연금에선 REITs투자를 통해 중요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상업용 부동산과 같은 일부 REITs분야는 수익성이 낮아졌지만 전력 인프라나 데이터 센터, 요양시설과 같은 다른 REITs산업은 수익률이 더 상승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REITs ETF 중에선 해외기업을 포함한 상품이 없어 아쉬웠습니다만, 최근 상장된 KBSTAR ETF에서 괜찮은 상품이 나온 것 같습니다. 아직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과를 검증하기 어렵습니다만 상품구성 등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분들은 위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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