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에 갑자기 저PBR주 투자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PBR은 'Price to Book Ratio'의 약자로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인데, 주가를 시가총액으로 바꾸면 시가총액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기도 합니다. (주가순자산비율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PBR이 1보다 낮으면 저평가된 주식이라 해석하는데요. 그렇다고 PBR이 1보다 낮은 기업에 기계적으로 투자해 봐야 수익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 굳이 해보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돈 버는 건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PBR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게 좋은지, 알아두면 좋은 핵심정보를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일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PBR 조금 더 파헤치기
PBR이란?
다시 한번 정의부터 시작하자면, PBR은 '주가순자산비율'로,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입니다. 일단 수식으로 적어 보겠습니다. 수학을 하려는 건 아니니 그냥 읽어주시면 됩니다.
PBR = 주가 / 주당순자산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자산 = 자본 + 부채'인데요. 하지만 순자산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으로 자기 자본에 좀 더 가까운 개념입니다. 간단한 예시로 여러분들의 순자산은 가지고 있는 집, 차, 현금 등에서 대출이나 차입금 등의 빚을 모두 뺀 값입니다. 내가 가진 진짜 재산이라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주당순자산(BPS)은 순자산을 발행주식 수로 나눈 값이니, 순자산과 주당순자산은 의미에 차이는 없습니다. 아래에 공식을 적어보겠습니다. 이것도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주당순자산(BPS) = (총자산 - 부채) / 발행주식 수
일단 여기까지 따라 오셨다면, 아래 3가지 정도는 연결해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BR이 1보다 작다는 건, 주당순자산이 주가보다 크다는 의미이다. 다른 말로는 현재 주가가 현재 순자산보다 낮다는 거니까, 저평가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PBR은 부채 수준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분모에 있는 주당순자산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 입니다만, PBR과 BPS 수치 자체에서 부채가 얼마인지를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PBR이 낮다고 해도 기업의 부채상황은 꼭 별도로 체크해야 합니다.
- PBR은 자본과 자산을 영업에 적극 활용하는 은행, 보험 업종이나 화학, 철강, 조선, 반도체와 같이 자산 가치가 매우 큰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무형자산이 많은 IT나 제약, 바이오, 서비스업, 화장품 등의 업종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좀 더 복잡하게 PBR 구하기
고든 성장모형으로 PBR을 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고든 성장모형이란 미래 배당금의 현재 가치를 계산해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인데요. 가치투자의 한 가지 방법론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고든 성장모형을 이용하여 PBR을 구하는 공식 산출과정을 전부 이해 및 암기하실 필요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PBR은 아래와 같은 공식으로도 계산할 수 있다는 건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PBR = (ROE - g) / (r - g)
- ROE: 자기자본수익률, g: 기업의 장기성장률, r:요구수익률
복잡한 식인데요. 산출과정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은 여기 링크한 블로그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위 공식을 통해 확장해서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ROE가 높아지면 PBR이 높아집니다. ROE는 자기자본수익률로 전설적인 투자 거장인 워런버핏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표입니다. ROE가 이상적으론 내가 투자했을 때 기대수익률에 가까워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이자보다 못한 ROE를 가진 기업에는 PBR이 낮아도 투자하면 안 됩니다.
- 요구수익률 r이 높아지면 PBR은 낮아집니다. 요구수익률 r은 주가변동성인 베타에 따라 변하므로, 베타값이 큰 주식(=주가변동성이 큰 주식)은 PBR이 낮아집니다.
-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인데요. ROE가 작아지면 결국 PBR은 1 이하로 떨어집니다. ROE가 낮은 기업들은 ROE를 높이는 데 필요한 활동들을 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례 1)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최근 분기 기준 PBR이 0.65로 1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CJ제일제당은 현재 저평가 상태라고 쉽게 판단하긴 어려운데요. 아래 데이터를 같이 보시죠.
ROE는 2023년에 거의 40% 이상 감소했으며, PBR도 같은 해에 비슷한 비율로 감소했습니다.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PBR이 감소했으므로 이 상태를 단순히 저평가라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CJ제일제당이 현재 저평가 상태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병행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례2) 사조대림
사조대림의 PBR은 0.5로 현재 주가가 기업 장부가치의 50%밖에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왼쪽에 있는 BPS(주당순자산)이 73,381원으로 현재 주가 36,650원의 2배에 달하네요.
사조대림은 아직 2023년 연간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요. 2021년과 2022년 ROE가 15% 이상을 유지하면서 CJ제일제당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ROE 대비로 PBR 0.40%는 낮은 수준이라, 개인적으론 사조대림은 CJ제일제당 대비론 저평가된 거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사조대림은 부채비율이 최근 감소하는 추세라, 요즘처럼 고금리 환경에선 좋은 시그널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기업주가는 CJ제일제당 대비론 사조대림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예상되는데, 다소 개인적인 의견임을 참고해 주세요.
저PBR을 활용하는 국내외 사례
일본: PBR 1 이하 기업들 대상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주식시장 중 하나가 일본인데요. 일본 닛케이 지수와 토픽스 지수는 무려 30년 만에 전고점을 뚫고 최고점을 갱신 중인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도쿄 증권거래소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작업을 꼽습니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작업이란, 도쿄 증권거래소가 PBR이 1 이하인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방침과 구체적인 이행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기업이 저평가되었다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순이익을 새로운 기술이나 자사 핵심산업에 투자하지 않아 ROE가 점차 감소하거나,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환원 없이 순이익을 보수적으로 보유하기만 하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도쿄 증권거래소에서는 PBR 1 이하 기업들에게 포트폴리오 구조조정과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과 같은 주주환원 활동 증가 등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을 제시했는데요. 이런 활동들이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투자자금 유입이 증가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별도 포스트로 정리했었는데,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포스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일본과 비슷한 상황으로 일본 활동을 카피하는 중
우리나라 주식시장 상황에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PBR 1 이하 기업비중이 약 60%를 넘었는데요. 우리나라도 이미 40% 이상이 PBR 1 이하로 1,100개 넘는다고 합니다.
최근 정부에서 얘기하는 '기업 벨류업 프로그램'은 이름부터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과 비슷합니다.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방법으로 저평가된 기업들을 벨류 업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건데요.
대부분 기사들에선 PBR이 1 이하이면서 배당률이 높고 PER이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 보험업종에 대해 주목한다는 내용들이 많은데 이런 내용들을 반영하면서 금융주들의 주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사내용들 조심해야 합니다. 현재 고금리가 유지 중입니다만 정부에서 고금리로 인한 은행수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고, 올해는 금리인하 소식도 있어서 금융 및 보험업종이 저평가되었다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저PBR주를 볼 때 같이 확인해야 하는 데이터들
PBR이 1이하이면 정상상태에선 저평가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국내 상장기업의 40%가 PBR이 1 이하이므로 사실상 저 데이터 하나로는 투자기업을 고를 수 있는 변별력이 없습니다. PBR과 함께 아래 정도의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같이 체크하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물론 충분하진 않겠습니다만, 아래 정도만 체크하셔도 다른 투자자들 대비로는 의미 있는 우위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 데이터는 네이버 증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들입니다.
1. 수익성
- 최근 3년 총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은 성장하고 있는지, 성장률은 같은 업종평균치보다 높은지
- ROE는 업종평균 이상으로 성장 또는 유지하고 있는지, 갑자기 급감하지 않았는지
- PER은 업종평균 이상으로 성장 또는 유지하고 있는지, 갑자기 급감하지 않았는지
2. 재무상태
- 부채비율: 부채 총액을 자산 총액으로 나눈 값입니다. 업종 별로 적정 부채비율이 다릅니다만, 고금리 환경에서 부채비율이 유지 혹은 감소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 유동비율: 기업의 1년 내 유동자산을 같은 기간 유동부채로 나눈 값입니다. 단기적인 기업의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값입니다.
- 차입금/EBITDA: EBITDA 대비 차입금의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순이익으로 대출이자를 잘 낼 수 있는지 능력을 보는 것으로 비율이 1 이하이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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