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이 30년 만에 전고점을 뚫었습니다. 대표적인 일본 주가지수인 TOPIX와 니케이 225 모두 30년 만에 전고점을 돌파하고 최고점을 갱신한 상태인데요. 2024년에도 일본 주식시장은 계속 상승할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다만, 현재의 일본 주식시장 상승에 낮은 엔화환율이 큰 몫을 하고 있는데요. 2024년에도 엔화환율은 하반기까진 큰 상승은 없을 것 같습니다. 기시다 정권 지지율이 역대급으로 낮은 상황에서 주식시장과 기업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통화정책 변경을 시도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엔화환율이 지금처럼 계속 바닥을 유지할 것 같진 않은데요. 일본 주식시장은 왜 갑자기 상승모드인지, 2024년 엔화환율과 일본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23년 일본 주식시장은 왜 상승했나?
우선 올해 일본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려면, 작년에 일본 주식시장이 왜 갑자기 30년 만에 전고점을 돌파할 정도로 상승했는지 이유를 알아봐야 합니다. 특정 종목이 아니라 주식시장 전반이 되살아났다는 것은 근본적인 기업구조나 실적이 개선되었거나, 주식투자 자금이 어디선가 크게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1. 핵심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서는 일본 주식시장 상승의 핵심원인을 '기업 지배구조 개선영향'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이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10월 기시다 정권이 출범하면서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이란 경제모토를 기반으로 여러가지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게 짧은 기간에도 나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우선 길었던 디플레이션을 끝내고 약한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고, 수출 대기업 중심의 니케이225 지수와 은행 및 국내 활동기업 위주의 토픽스(TOPIX) 모두 무려 30년 만에 전고점을 갱신했습니다. (정말 이제야 갱신한 겁니다. 1990년~2023년까지 니케이225 지수 수익률은 연간 -0.3%입니다. 무려 마이너스...)
주식시장 상승에는 도쿄 증권거래소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작업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데요. 이 작업의 내용은 도쿄 증권거래소가 약 3,300개 기업 중 PBR이 1 이하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릴까요?
PBR은 주당 순자산가치(Price Book Value Ratio)로 기업의 시가총액을 총 자산가치로 나눈 값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PBR이 1 미만인 상장기업이 62.6%나 됩니다. 그러니까 현재 주식가격이 실제 기업순자산보다 싼 기업이 약 63%나 된다는 의미입니다.
기업가치가 100억인데 시가총액은 50억이라면 저평가 상태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이건 기업매출 및 현금흐름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상태일 때 얘기입니다. 많은 일본기업들이 오랜 디플레이션으로 성장이 정체되거나, 많은 현금을 재투자 혹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없이 보유하고 있어서 미래에 수익이 성장할 거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낮았습니다. (심지어 오랜 기간 제로 금리정책으로 저금리 레버리지가 주식시장에 반영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도쿄 증권거래소가 뭘 했느냐? PBR이 1 이하인 기업들에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침과 이행목표를 공개하고, 올해 1월부터 매월 진행결과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시점이 첫번째 보고서가 곧 나올 시기이고, 2026년부터는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들은 상장폐지 조치까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주당 순자산가치(PBR)를 높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도쿄 증권거래소는 첫 번째로 기업들에게 연구개발(R&D) 및 각종 투자(인력/설비/지적재산권 등)를 늘이고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을 요구했으며 두 번째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지급과 같은 주주환원을 늘여달라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기업들은 현금이 많습니다. TOPIX기업 중 약 50%가 부채보다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는데요. S&P500이 15~20% 수준임에 비했을 때 얼마나 높은 비중인지 알 수 있습니다.
2023년 6월부터는 ROE가 높고 PBR이 1을 초과하는 기업들에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JPX 프라임 150 지수라는 걸 만들었는데, 기관투자자나 해외투자자들이 이 지수를 적극 사용하도록 유도해서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이 주식으로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있습니다.
2. 일본 가계들의 주식투자 유도
일본 가계들은 대부분 우체국 예적금을 이용하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유명한데요. 2023년 3월 기준으로 일분가계 금융자산의 54%가 은행 예적금에 가입되어 있고, 금융투자상품 보유 비중은 19%에 불과한데 미국은 거의 정반대로 금융투자상품 56%, 은행 예적금은 13%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2024년부터 NISA(일본 개인 저축계좌)에서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과세혜택을 대폭 강화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의 ISA계좌와 비슷한 개념이라 볼 수 있겠는데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주요 개선사항은 연간납입한도를 기존 120만엔에서 360만 엔으로 늘이고, 비과세 기간을 무기한으로 풀어버린 것인데요. 이것도 올해부터는 일본 주식시장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일본도 작년부터 물가가 3% 이상 올라가고 있어서 그냥 예적금에 돈을 넣어두면 점점 손해 보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가계들이 주식시장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가계들의 수익상승 목적도 가지고 있는 일본 기시다 정권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3.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1번에서 언급했던 기업 지배구조 개혁으로 2023년부터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아래 그림을 참고해 주세요.
작년 4월에는 워런 버핏이 일본기업에 투자하던 사건이 꽤 유명한데요. 워런 버핏으로 인해 일본주식 투자금이 늘었다 단정할 순 없지만, 확실히 워런 버핏 투자 이후 일본주식 투자자금이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엔 2번에서 소개한 NISA자금까지 더해지면 일본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유동성은 작년 못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입니다.
2024년 일본 주식시장 전망
일본 주식시장은 1월에만 7~8% 상승 중
1월이 이제 절반 지났는데 일본 주식시장 대표지수인 닛케이225와 토픽스는 벌써 7~8% 상승 중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약 6%하락했고 S&P500은 약 1% 상승 중이라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 주식시장이 2023년에 많이 올랐다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이제야 30년 전의 고점을 회복한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론 일단 시작된 회복추세는 앞으로 3~4년 정도는 유지될거라 생각하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연말까지 TOPIX지수가 2,650이 될 거라 전망했는데 이미 현재 2,520까지 와 있습니다.
올해도 잘 투자하면 10~15% 정도 수익 예상
일단 현재 글로벌 경기가 일본에게는 유리한 조건이 많습니다. 미국의 높은 기준금리 때문에 역대급 엔저현상이 펼쳐져 있고, 2~3%대의 약한 인플레이션과 기업들의 임금인상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은 중국과 갈등관계를 유지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일본과 다각도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투자하는 ETF는 여러가지 상품이 있습니다만, 대표적으로 토픽스 지수에 투자하는 KODEX 일본TOPIX100 ETF와 니케이225 지수에 투자하는 TIGER 일본니케이225 ETF 2개가 있는데요.
보시면 성과는 니케이 지수 쪽이 조금 더 낫습니다만, ETF수수료가 TIGER ETF는 0.35%, KODEX ETF는 0.19%로 토픽스 ETF상품이 훨 더 저렴한 편입니다. 수수료만 그런 게 아니라 주가 변동성도 니케이225 지수 쪽이 토픽스보다 대체로 커서 개인적으론 수수료가 낮고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KODEX 일본TOPIX100 ETF가 나아 보이는데요.
단기적으로 일본 주식이 많이 과열된 지점이고, 일본투자 ETF 상품들은 순자산 규모가 아직 너무 적어서 투자결정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3월에 만약 미국에서 금리인하가 시작된다면 일본 주식지수도 잠깐 하락할 수 있으니 이 시점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엔화환율은 어떻게 될까?
2024년 엔화환율 전망
2023년 엔화는 계속 약세였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엔화약세가 심해질 때 YCC정책을 2번 조정했지만, 양적완화(마이너스 금리)정책은 몇 번 포기할 것처럼 떡밥만 던지고 실제론 행동하지 않았는데요.
최근 1년동안 달러-엔 환율은 최고 150엔까지 올랐다가 연말에 140엔까지 떨어진 후 각종 재해(지진과 항공기 사고) 발생과 더불어 145엔까지 올라온 상황입니다. 엔-원화 환율은 905원으로 작년 11월 860원 저점에선 4~5% 정도를 회복한 상태이고요.
올해도 일본 중앙은행은 쉽게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약한 인플레이션이 조금 지속되고 있고,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고점을 찍고 금리인하를 기다리고 있으며, 주식시장과 기업실적도 상승 중인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그렇게 오래 유지하던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포기할만한 큰 요인이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이 YCC정책을 폐지하거나 금리인상을 하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올해 10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제 의견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 그때까진 일본의 자력으로 엔화가치를 높이는 상황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변수는 미국의 금리인하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엔화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빠르면 3월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상황인데요.
환율은 돈의 가치 차이이고, 돈의 가치는 여러가지 변수 중에서도 금리차이가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만약 3월에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엔화가치가 상승해서 엔화-원화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올해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많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 와중에 주식시장과 경제성장이 상대적으로 좋은 상황이라 2024년 엔화환율은 작년보단 확실히 강세를 띨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때문에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환차익까지 얻는 수익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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