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소매업체인 월마트와 타겟의 주가가 크게 반등했습니다. 최근 실업률 증가 등 여러가지 지표로 경기침체, 특히 내수감소를 우려하던 미국에서는 여러 신문매체들이 동시에 아직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건재하다는 기사들을 쏟아냈는데요. (물론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이 기사를 받아 썼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번 월마트와 타겟의 실적 및 주가반등이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신호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두 회사의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2008년 대공황 시기와 비슷한 부분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어서,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보이는데요.관련 내용들을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월마트와 Target 실적과 주가변화
2024년 2분기 최근 실적 살펴보기
▣ 월마트 실적
월마트는 자체적인 회계년도를 사용하고 있어 가장 최근 분기실적은 2025년 2분기로 잡히는데요. 가장 핵심적인 총매출은 1,693억 4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가 증가했으며, 주당순이익(EPS)는 0.6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습니다. 반면 GAAP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는데, 이건 일회성 비용의 증가로 임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긍정적으로 보이는 추가적인 정보는 동일 매장 매출의 상승입니다. 2023년 4분기를 정점으로 감소하던 동일 매장 매출이 2025년 1~2분기에 연속 상승했으며, 2025년 2분기는 4.3%로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매장 위주의 소매기업에서 동일 매장 매출은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며, 전체 매출 변화추이도 이 지표와 연동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매출 상승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인들이 꽤 많은데 세부적인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월마트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성장하여 예측을 뛰어넘었습니다.
- 코스트코와 비슷한 회원제 창고형 클럽인 'Sam's Club'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했습니다.
- 매장 픽업 및 배달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전자상거래 매출이 증가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미국은 22%, 글로벌 전자상거래는 21% 증가했습니다.
- 전자상거래가 증가하면서 모바일 및 인터넷 트래픽도 증가하면서 광고매출이 상승했습니다. 글로벌 광고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미국은 30%가 성장했습니다.
- 잔디와 정원 제품을 포함한 일상 생활용품 판매는 11분기 만에 처음으로 긍정적 성장을 보였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월마트의 온라인/오프라인 이용자수와 구매량이 증가하면서 일반 소매매출과 광고매출이 둘 다 성장했으며, 식료품을 제외한 일상 생활용품도 11분기 만에 긍정적인 성장을 보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2분기 연속 매출성장에 힘입어 월마트는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했는데, 관련 상세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연간 매출 성장 전망이 이전의 3%-4%에서 3.75%-4.75%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 연간 조정 EPS 전망은 $2.23-$2.37에서 $2.35-$2.43으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 3분기 매출 성장률은 3.25%-4.25%로 예상되며 조정된 EPS는 0.51-0.52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Target(타겟) 실적
정확히 1:1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만 월마트를 '이마트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와 비슷하다고 한다면, 타겟은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비슷하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월마트는 도심에서 살짝 외곽에 위치하고 식료품과 생필품 대량구매에 특화되었다면, 타겟은 월마트보다 좀 더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위치하며 의류나 가전용품 등 트렌디한 디자인을 가진 패션상품에 좀 더 강점이 있는 회사입니다.
타겟도 월마트와 비슷한 상황을 보이는데요. 일단 타겟 분기 매출은 254억 5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으며, 주당순이익(EPS)는 2.5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동일매장매출인데요. 가운데 표시한 붉은 박스에 표시된 것처럼 동일매장매출은 최근 4분기동안의 감소세를 깨고 성장세로 돌아섰습니다.
오른쪽에 노란색으로 표시된 'Digitally originated comparable sales change'는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과 같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된 매출을 말합니다. 타겟의 디지털 매출은 전체 매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습니다. 2024년 2분기에 디지털 비교 매출은 8.7% 성장했는데, 이는 전체 비교 매출 성장률(2%)의 4배 이상이었습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두 업체 모두 좋은 실적을 냈고, 이를 확대 해석하면 미국 소비자 구매력이 죽지 않았으며 우리가 걱정하는 경기침체도 피해가고 있다는 증거로 확대 해석할 수도 있겠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래와 같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현재 두 업체의 실적증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두 업체의 실적
▣ 고객들은 할인상품을 찾는다
2개 업체 매출성장에 공통적인 배경이 있는데 첫번째는 제품가격할인입니다. 두 업체의 실적발표 내용 중에 공통적으로 가격할인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관련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월마트는 2024년 2분기에 약 7,000개 제품에 대해서 가격할인(롤백 가격)을 발표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이 수치는 식료품을 기준으로 1년 전 대비 50% 증가한 수치입니다.
- 타겟도 2024년 6월에 약 5,000개 종목에 대한 가격할인(롤백 가격)을 발표했습니다. 타겟CEO는 이런 가격할인이 쇼핑객을 매장에 불러오고 매출을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가격할인효과는 타겟 매출에서 좀 더 잘 확인되는데, 2%의 동일 매출 성장률은 전적으로 고객 수 증가에 따른 것이지만, 평균 티켓 및 판매 가격은 전년 대비 약간 하락했습니다. 즉, 방문자가 늘었지만 방문자 별 매출은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이건 가격할인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할인형 판매가 없었던 소매기업들 주가 하락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비슷한 성격을 가진 식료품 포함 생필품 대량구매가 가능한 소매업체입니다. 반대로 메이시스 사는 대표적인 미국 백화점 운영기업인데, 일단 3개 업체의 주가흐름에 확연한 차이가 보입니다.
식료품과 생필품 대량판매 위주인 월마트와 코스트코의 주가는 2024년에 계속 상승추세로 각각 42.5%와 35.1%입니다. 이 수치는 2024년 S&P500과 나스닥 지수를 능가했는데, 반면 생필품과 거리가 있는 고가 기호품을 판매하는 메이시스 사는 2024년 주가가 19%나 감소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습니다.
타겟의 주가는 2024년 들어 계속 감소하다가 최근 2분기에 적극적인 할인판매를 시도하면서 실적과 주가가 같이 반등했습니다. 타겟도 월마트나 코스트코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생필품보단 기호품에 가까우나, 의류나 전자제품과 같은 타겟의 주력상품들이 백화점보단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할인이 더해지면서 실적반등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아직 주머니를 완전히 닫지 않은 소비자들이 생필품 위주로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상황에서 제품할인 더해지자 월마트와 코스트코, 타겟과 같은 업체 실적과 주가가 상승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지원금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했던 2023~2024년에는 자동차, 인테리어, 고가 전자제품이나 명품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만, 이젠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비어가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소비는 보다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하고자 하는 니즈가 생긴 것인데요.
실제로 메이시스(Macy's)는 최근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8%감소했다고 보고했고 연간 가이던스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머스 1위인 아마존도 2024년 2분기 매출 성장성이 1분기 대비로 둔화되었다고 보고했으며, 소비자들이 식료품을 포함한 생필품과 할인정보를 더 많이 찾고 있다고 실적보고를 통해서 밝혔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우리 생활을 생각했을 때 수입이 줄거나 실질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면 백화점이나 네이버 쇼핑 등에서 기호품을 검색하거나 구매하는 횟수는 줄어들고, 이마트나 쿠팡, 신세계 몰 등에서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구매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소비자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미국이라고 해서 다르진 않겠죠.
그래서 월마트, 타겟의 실적 및 주가상승현상을 미국 소비자들이 경기침체 두려움을 떨치고 소비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석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물론 이에 대해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투자에 대한 상황판단은 언제나 개인의 몫입니다.
경기침체 시기에 소매기업들의 주가는 어땠을까?
경기침체 시기에 상반되는 월마트와 타겟 주가흐름
▣ 경기침체에 강한 월마트
역사적으로 볼 때 월마트 주가는 경기침체 시기에 상승했으며 경기침체를 선행해서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경기침체와 월마트 실적 및 주가는 아래와 같은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 소비자들이 더 낮은 가격을 추구함에 따라 회사는 매출과 고객 수가 증가했습니다.
- 월마트는 식료품과 필수품에 집중하여 매출 성장을 견인했으며, 경기 침체 기간 중 22개월 연속 매장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 2008년 경기 침체 동안 월마트의 매출은 8.7% 증가했습니다.
- 월마트의 "항상 낮은 가격"이라는 구호는 예산을 의식하는 쇼핑객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 80년대와 90년대 경기 침체 기간에도 월마트 주가는 각각 130%와 33% 상승했지만 S&P 500은 각각 1%와 3%에 그쳤습니다.
반대로 타겟과 Macy's와 같은 기업 주가들은 경기침체기에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회사는 경기 침체 기간 동안 장기간 매장 동일 매출 감소를 경험했습니다.
- 의류 및 가정용품과 같은 재량 품목에 더 중점을 둔 Target의 제품 믹스는 소비자 지출 감소에 더 취약했습니다.
- 경기 침체기 동안 타겟의 성과는 월마트에 비해 전반적으로 약했습니다.
이것도 어느 정도 상식적인 결론입니다만, 전체 매출에서 식료품 기여도가 60%에 달하는 월마트는 경기침체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장을 보였고 소비자들이 더 저렴하고 꼭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는 패턴에 도움을 받습니다. 반면 타겟이나 Macy's는 경기침체기에 매출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 그렇다고 월마트에 투자하는 얘기는 아님
이것도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과거 월마트 주가가 경기침체기에 강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그러리란 법은 없습니다. 아직 경기침체여부는 확실치 않고, 이번에 경기침체가 온다고 해도 월마트 주가가 과거처럼 강한 방어력을 보이거나 상승하는 형태를 보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월마트의 주가 상승이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경기침체를 피하고 소비력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는 해석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투자상황은 어느 때보다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10월 초부터 주가에 큰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
이번 변동성 장세에서 주식을 추격 매수하는 것보다는 목표하는 수익률이 달성되면 주식비중을 줄이고 현금비중을 높이거나, 방어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투자하시는 분들은 항상 대중에게 휩쓸리지 않고 반대상황을 고려하는 투자를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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