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CEO 교체 후 주가가 무려 25%나 반등했습니다. 최근 1년동안 주가가 거의 30%나 하락했고 아직 회사전략이나 실적은 전혀 바뀐 게 없는데 CEO교체 하나로 주가가 25%나 움직인 것인데요. 이것은 투자결정에서 CEO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교체된 CEO는 브라이언 니콜이란 사람으로 Taco Bell CEO와 피자헛을 거쳐 2018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치폴레 CEO로 근무했습니다. 이 사람이 치폴레에 근무하는동안 치폴레 주가는 약 800%가 상승했으며 매출은 같은 기간동안 약 2배 상승했습니다. 2024년 대부분 레스토랑 업체들 실적이 악화되었는데 치폴레 주가는 약 20%나 상승한 바 있습니다.
주식투자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현재 CEO의 능력과 비전에 대한 부분을 쉽게 놓치는데요. 이번 포스트는 스타벅스가 가진 문제들과 왜 CEO교체 하나로 주가가 이렇게 급등했는지 브라이언 리콜이란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타벅스의 문제점 분석
스타벅스 최근 년도 및 분기실적 살펴보기
▣ 최근 3년간 연간실적과 거쳐간 CEO들
최근 3년동안 스타벅스 CEO는 3번 교체되었고, 이번 브라이언 리콜은 4번째 CEO입니다. 사실 최근 3년동안 스타벅스 연간실적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2021~2023년까지 총 매출(수익)은 약 연 10%씩 성장했고, 순이익은 2022년 32.8억달러에서 2023년 41.25억 달러로 약 26% 상승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스타벅스의 CEO가 3번이나 교체되었는데요. 2017년부터 CEO로 지냈던 케빈 슐츠가 2022년 은퇴를 선언하면서 임시CEO로 하워드 슐츠가 돌아옵니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창립자이자 스타벅스의 역사를 만든 사람으로서 회사 내외에서 막강한 신임과 존경을 받는 인물입니다. 역대 3번의 스타벅스 CEO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하워드 슐츠가 복귀한 2022년은 스타벅스에겐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일단 코로나가 터지고 감염자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각종 레스토랑 및 프렌차이즈 매출이 감소했는데 스타벅스도 향후 전략방향을 수정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더불어 스타벅스 매장 전체에 걸쳐 노동조합이 생겨나던 시기라 회사 내부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회사를 성장괘도에 올려놓을 사람으로 하워드 슐츠가 지명한 사람이 바로 인도계 락스만 나라심한(Laxman Narasimhan)입니다. 이 사람은 2023년 3월에 공식CEO로 임명되어 2024년 8월까지 약 1년 반동안 근무했는데요. 이 사람의 기존 이력은 아래와 같습니다.
- 락스만 나라시만은 1967년 5월 15일 인도 푸네에서 태어났습니다.
- 푸네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 학위를 취득했고,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로더 연구소에서 독일학과 국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 스쿨에서 금융학 MBA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 맥킨지앤컴퍼니에서 19년(1993~2012) 동안 근무
- 2012년~2019년까지 펩시콜라에서 근무
- 2019년 9월 나라시만은 레킷 벤키저(현재는 레킷)의 CEO (레킷은 영국에 위치한 분유회사)
나라심한이 1년 반밖에 CEO를 역임하지 못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2024년 2분기 실적이 결정적인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 2024년 2분기 실망스러운 실적
2024년 1분기도 스타벅스 실적이 좋지 못했습니다만, 2분기가 특히 더 나빴습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매출(Revenue)는 8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
- 동일 매장 매출(Store Sales)는 글로벌 평균 4% 감소
- 북미에서는 거래량 7% 감소하면서 동일 매장 매출은 3% 감소
- 중국에서는 동일 매장 매출 11% 감소
- 2024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축소 (이전까지 7~10% 성장에서 낮은 한자리 수 글로벌 매출성장률을 예측함)
가장 중요한 수치 중 하나는 동일 매장 매출(Store Sales)의 감소였습니다. 동일 매장 매출이란 소매업계에서 회사의 기존 매장 실적을 시간 경과에 따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중요한 재무 지표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스타벅스의 동일 매장 매출은 회사 창립 이후 한번도 감소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글로벌 기준 -4%, 북미 지역 -3% 감소를 보였습니다.
더불어 글로벌 기준으로는 중국의 매출감소가 매우 컸습니다. 중국은 스타벅스 입장에서 매장 수 및 전체 매출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외연 확장이 가능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2024년 2분기 실적 기준으로 중국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중국 매출은 7억 58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하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번 2024년 2분기 실망스러운 실적때문에 1년 반만에 스타벅스 CEO가 교체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이제는 근본적으로 스타벅스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스타벅스는 어떤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을까?
▣ 가장 큰 문제는 이젠 넘나 부담스러운 음료가격
월스트리트 저널에 개재된 스타벅스 기사내용 중 일부 스타벅스 음료가격 변화를 표시한 이미지입니다. 2020년만 해도 아메리카노는 약 3달러, 카페라떼는 4달러였는데, 2024년 기준으로 아메리카노는 4달러, 카페라떼는 5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생각하면 약 4~5천원 하던 음료들이 7~8천원으로 오른 셈인데, 아침에 모닝커피를 하기엔 꽤나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가격 상승은 스타벅스 매출감소에 매우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스타벅스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에서는 최근 코로나 기간동안 급증했던 초과저축이 이미 2024년 3월에 바닥났고, 실업률과 물가는 상승하는데 비해 임금은 늘지 않아 외식비를 기존 대비 약 40%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루킨(Luckin) 커피라는 자국 브랜드가 스타벅스의 대안으로 떠올랐는데, 스타벅스 대비 저렴한 커피가격으로 스타벅스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에서 보시는 것처럼 루킨 커피는 스타벅스 매장과 비슷한 인테리어와 분위기 및 시스템을 차용했지만 스타벅스 대비 커피 가격이 1/3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 매장 수도 루킨 커피는 약 18,000개로 스타벅스 약 7,000개보다 2.5배가 많습니다.
▣ 두번째, 긴 대기 시간
직전 CEO인 나라심한이 스타벅스 매출감소 주요원인으로 손꼽았던 것이 긴 대기 시간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개재된 이미지처럼 최근 몇 년동안 스타벅스 음료수령시간은 계속해서 길어지는 추세인데, 이건 특히 코로나를 기점으로 모바일 앱을 통한 주문이 활성화되는 2021년부터 발생되었습니다. 실제로 최근 스타벅스 총 주문의 30%이상이 모바일 앱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건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켰습니다.
일단 스타벅스가 모바일 앱 때문에 주문 수가 급증했으나 예전부터 추구하던 스타벅스만의 편안한 분위기는 사라졌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상대적으로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사 먹었던 이유는, 잠깐이라도 평화(?)로운 스타벅스만의 분위기에서 휴식을 가지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해도 앉을 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더불어 좌석 간격도 좁아져서 예전같은 편안함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스타벅스 커피가 다른 곳보다 맛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가격이 비싸지고 음료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맛에서 가졌던 차별점은 그닥 크지 않아 대안을 찾게 됩니다. 물론 가격적인 측면이 더 영향력은 크겠지만, 가끔 찾는 음식점에서 나쁜 경험을 했을 때 재방문 의사가 사라지는 것처럼 스타벅스의 이용경험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스타벅스 음료수령 대기시간을 늘이는 또다른 문제가 있는데 바로 복잡해진 주문방식입니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만, 다양한 옵션으로 주문할 수 있는 방법은 17만 개나 된다고 합니다. 이건 뭐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는 내용이라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옵션으로 메뉴주문방법이 복잡해지면 그만큼 제조시간과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옵션을 제거할 순 없는게, 최근 트랜드가 개개인 취향에 맞는 재료를 넣거나 빼서 먹는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스타벅스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데, 다양한 옵션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계도입 등으로 제조시간을 줄이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타벅스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도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 CEO 브라이언 니콜은 어떤 사람인가?
프렌차이즈 식품업계의 혁신 아이템
▣ 프렌차이즈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
브라이언 니콜의 경력을 간략하게 정리했습니다.
- 마이애미 대학교 석사 후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지냄
- Procter & Gamble에서 근무를 시작하여 10년 가까이 다양한 마케팅 역할
- 2005년~2018년까지 Yum!브랜드에서 근무
- 2005년부터 2011년까지 Pizza Hut에서 다양한 임원직을 역임
- 2011년 Taco Bell에 최고 마케팅 및 혁신 책임자로 입사
- 2015년 타코벨 CEO로 취임, 2018년까지 재임
- 2018년~2024년까지 멕시칸 음식 프래차이즈 체인점인 치폴레에서 근무
- 2018년 CEO로 합류 이후, 2024년까지 매출은 2배, 주가는 800% 상승시킴
- 디지털 혁신, 메뉴 다각화, 고객 경험 개선에 집중
브라이언 니콜이 치폴레에서 거둔 성과의 핵심은 1) 치폴레를 식품 안전 스캔들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했고 2)치폴레를 요리 중심의 패스트 캐쥬얼 체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인데요.
브라이언 니콜이 CEO로 취임되기 전 2015년~2018년동안 치폴레는 여러 번의 대장균 및 노로바이러스 발병으로 약 1,100명 이상이 질병에 걸렸으며 치폴레는 식품 안전 사건 사상 최대 규모인 2,500만 달러의 벌금을 지불했습니다. 음식 체인점에서 이런 식품 안전 스캔들은 매우 치명적이라 CEO가 교체되는 원인이 된 사건이기도 했는데요.
브라이언 니콜은 새로운 식품 안전 프로토콜과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위생관련 문제들을 해결하고, 고객들에게는 디지털 채널을 통해 치폴레의 음식 조리 과정을 알려주는 여러가지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전용 모바일 앱을 출시하여 온라인 주문 편의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온라인 주문을 전담하는 '디지털 메이크 라인'을 구현하여 온라인 주문때문에 매장 방문 경험이 나빠지지 않도록 사용자 경험을 분리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브라이언 니콜은 치폴레를 맥도날드와 같은 몸에 나쁜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신선하고 고품질의 재료를 사용하고, 고전적인 요리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들에게 '건강하고 품질좋은 패스트푸드'라는 인식을 심어줬으며, 매장의 주방을 오픈 키친 형태로 바꾸어 사용되는 식재료와 요리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 외에도 브라이언 니콜의 성과는 세세하게 훨씬 많습니다만, 치폴레를 Taco Bell이나 맥도날드와 같이 '맛있지만 왠지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은 패스트푸드'에서 '건강에도 괜찮고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패스트푸드'로 차별화시킨 것이 가장 큰 핵심성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지점인데, 물가가 상승하고 수입과 저축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외식지출을 줄였지만 그 와중에서도 가장 나에게 도움이 되는 소심한 사치를 지속하고 싶어했는데 치폴레가 이런 경제정 상황과 소비자 심리를 전략적으로 잘 파고 들었다 생각합니다. 브라이언 니콜이 치폴레에서 거둔 성과가 운이 아니었다면, 스타벅스에서도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투자자들의 생각도 비슷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의 브라이언 니콜에 대한 신뢰는 주가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나타납니다. CEO취임소식과 함께 주가가 25%반등했는데요. 스타벅스 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CEO가 교체되는 시점에 새로운 기업운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습니다만, 25%라는 큰 주가 상승은 브라이언 니콜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라 생각합니다.
▣ 채용 조건과 혜택도 역대급
스타벅스는 신임 CEO 브라이언 니콜에게 약 1억 달러 이상의 현금과 주식을 약속했는데요. 전임CEO에게 지급했던 보상금의 약 4배 규모입니다. 1억 달러면 대략 1,300억 원이라는 큰 돈인데, 이걸 지급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 1,000만 달러의 현금 선불 지급
- 치폴레에서 포기한 보너스와 주식에 대한 보상으로 근무기간에 따라 지급되는 총 7,500만 달러의 주식 보조금 지급
- 매년 160만 달러의 급여와 스타벅스 실적에 따라 최대 연 360만 달러의 현금 보너스 지급
- 여러 해에 걸쳐 지급되는 장기 주식 보조금 2,300만 달러
이게 끝이 아닌데요. 브라이언 니콜은 현재 캘리포니아 남부에 살고 있고, 스타벅스 본사는 시애틀에 있습니다. 그런데 브라이언 니콜은 시애틀로 이사를 가지 않고 본인 집 근처에 작은 사무실을 만들고 원격근무와 개인 비서를 쓸 수 있도록 보장을 받았으며, 급할 때는 회사용 제트기로 본사에 출퇴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원격근무를 지원하는 것은 미국에서 그렇게 낯선 일은 아닙니다. 여러 회사들이 브라이언 니콜과 비슷하게 원격근무 및 별도 사무실, 회사용 제트기를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참 낯선 상황이긴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하는 것은 역시 회사에서도 브라이언 니콜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앞으로 스타벅스의 실적이 어떻게 변화할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결국 기업이든 사업이든 사람이 하는 일이라, 투자에서 대표 혹은 팀의 역량을 체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요. 브라이언 니콜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미리 알 수 없었으나, 앞으로 스타벅스 투자를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도록 대단한 실적변화를 보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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