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는 것처럼 워런버핏은 세계 최고의 투자자 중 한 명이며,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겸 CEO입니다. 이 분은 현재 93세의 고령이지만, 아직도 이 분의 투자철학과 투자기법, 그리고 투자성과는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시작할 때 한번쯤 찾아보고 공부하는 참고서이자 투자지침이 되고 있는데요.
24년 1분기에도 어김없이 워런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13F 공시가 올라와 주요 변화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위대한 투자구루들의 13F 공시는 여전히 이 분들의 생각과 투자종목을 발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자료입니다만, 최대 6개월의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꼭 유의하셔야 합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워런버핏에 대해
주요 투자성과
▣ 버크셔 vs S&P500 주가상승률 비교
워런버핏의 투자성과를 알 수 있는 자료는 너무나 많습니다만, 단적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와 S&P500 주가상승률만 비교해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구글 파이낸스에서 확인되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1984년 6월부터 현재까지 약 46,000% 상승했는데요. 같은 기간 S&P500은 약 600% 상승해서 주가상승률 비교가 거의 의미없는 수준입니다.
비교기간은 1965년으로 늘이면 버크셔 주가는 무료 약 438만%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S&P500은 약 3만% 상승했으니 이 또한 성과비교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버핏의 투자성과가 탁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2023년 버크셔 해서웨이 실적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3년 약 3,645억 달러(약 493조 원) 매출을 냈는데 이것도 무려 전년 대비 21% 성장한 수치입니다. 왼쪽에는 버크셔가 영위하는 사업군을 표시한 것인데 메인사업인 보험 매출이 가장 많습니다만, 철도, 유틸리티, 제조업, 소매 및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들을 보유/운영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업군에서 발생한 이익이 오른쪽 녹색으로 표시된 Segment Profit 436억 달러(약 60조 원)인데요. 흥미로운 것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2023년 투자성과로 약 750억 원(약 100조 원)의 이익을 발생시켰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금액은 투자했던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팔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는 이익입니다만, 워런버핏이 얼마나 놀라운 투자자인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자료라 생각합니다.
투자철학
▣ 가치투자, 장기투자, 안전마진 확보
워런버핏은 잘 알려진 가치투자자이자 장기투자자입니다. 가치투자는 투자기업(혹은 자산)의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며, 워런버핏은 이런 기업들을 찾아 단기적인 시장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워런버핏의 모든 투자가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2024년 1분기 기준 워런버핏(버크셔 해서웨이)의 13F에서 전체 보유종목들은 약 23.2분기동안 투자했으며, 상위 10개 종목은 약 32.1분기동안 투자했습니다. 평균적으로 6년 이상, 상위 10개 종목은 8년 이상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니 얼마나 장기투자를 실제 행동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2024년 1분기 13F 살펴보기
Top Buys 종목 살펴보기
▣ Chubb 편입, 옥시덴탈 비중 확대
이번 워런버핏의 13F 포트폴리오 Top Buys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벤트는 역시 쳐브(Chubb Limited)신규편입과 옥시덴탈 페트로늄(Occidental Petroleum)의 비중확대 2가지입니다.
Chubb는 워런버핏이 2023년 3분기부터 편입을 시작했지만 시장교란 등을 이유로 투자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종목입니다. 물론 3분기 이후 실적보고서에서 금융파트 투자금액이 커지는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Chubb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진 못했습니다만 워런버핏의 신규투자가 금융기업일거란 많은 추측이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 의미있는 Buys는 옥시덴탈 페트로늄의 비중확대입니다. 이번 비중변화는 0.67%입니다만 누적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4.86%로 투자순위 6위이며, 옥시덴탈 시가총액 기준으론 약 27% 비중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워런버핏은 2019년도에 옥시덴탈에 처음 투자를 시작했고, 2021년 3,4분기에 쉐브론까지 투자를 추가하면서 석유(에너지)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에 자신감과 확신을 보였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만, 미국은 현재 단일 국가 기준으로 글로벌 최대 석유 생산국이며, 2024년에도 미국이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옥시덴탈은 미국 내 석유생산을 주도하는 기업 중 하나이며, 원유가격이 상승할수록 이익이나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대부분 정유기업들이 비슷한 상황입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 당 70달러 이상으로 고착되면서 정유기업들의 이익이 커지고 있다는 점, 2030년까지 석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유지 또는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에서 워런버핏은 앞으로 장기간 정유기업들의 수익 유지 및 증가를 확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 버핏은 왜 Chubb를 신규편입했을까?
워런버핏의 이번 투자정보 중에서 가장 관심있는 정보 중 하나가 Chubb 신규편입입니다. 이번 편입규모는 약 67억 달러로 Chubb 발행주식의 6.4%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극했습니다.
Chubb 주가는 현재 약 265달러인데, 워런버핏의 인수가격은 약 260달러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건 실제로는 훨씬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3F 공시정보만으로는 전체 정보를 추적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궁금한 점은 왜 작년 3분기부터 보험주인 Chubb를 인수했는가? 라는 것인데요.
'투자의 대가'라고 불리는 워런버핏이 인수한 기업이 좋은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을거란 건 너무나 당연해 보이므로 굳이 Chubb의 기업가치나 내재가치를 분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현재 시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Chubb 인수이유는 아래 3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가장 일반적인 얘기입니다만 버핏이 아는 산업에만 투자한다는 투자원칙을 고수했다는 점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의 대표적인 보험사이며, 버핏이 버크셔 외에도 여러 개의 보험사를 인수/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버핏에게 보험사는 버핏의 투자자금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조달처의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보험금을 납부한다고 해서 보험금이 꼭 지급되진 않는 대표적인 플로트(Float) 사업자입니다. 우리가 보험사에 지급하는 보험금이란 회사에서 잘 활용하면 이자도 없고 지급기한도 없는 '꿈의 레버리지'인데요.
버핏이 버크셔의 기업가치를 키웠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이 플로트를 이용한 투자였습니다. 버핏은 보험업의 이런 특징을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 보험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인수하고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현재 역대 최대규모의 현금을 보유하면서 투자기회를 모색 중이라는 상황의 연장선에서, 낮은 비용으로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보험사 투자가 현금확보와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두번째는 향후 빠른 시점에 금리인하를 예상하여 장기 채권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에 투자한 것이란 해석인데요. 쳐브(Chubb)는 글로벌 최대 규모 보험사이면서 보유 자산 1,400억 달러 중 약 1,200억 달러가 장기채권에 투자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저축성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도 판매하는데, 이렇게 유입된 돈들은 언제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할지 모르므로 안전자산인 국채와 같은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과거 보유했던 장기채권들의 가격이 상승합니다. 아마도 2021년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으로 쳐브의 장기채권들도 많은 평가손실을 입었을 테지만,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이 평가손실이 빠르게 복구될 텐데요. 미국 금리인하가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만, 2024년 중 금리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쳐브와 같은 장기채권을 다량 보유한 보험사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마지막은 향후 금융위기와 같은 리스크에 대한 대비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3년 4분기 기준 약 1,676억 달러 (약 223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워런버핏은 2024년 주주서한에서 최근 주주서한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증시 대공황 사태에 대한 대비를 언급했는데요.
현금보유는 증시 대공황 대비라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보험사가 금융위기 같은 리스크를 대비하는데 효과적인지 의문이실텐데요. 금융위기 시절에 많은 보험회사 주식들이 폭락했습니다만, 재무상태가 건전하고 손실 예상이 적은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하락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시기에 S&P500지수는 약 38% 하락했고 보험업들도 약 30% 주가가 하락했는데요.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은 건실한 보험사들은 약 8% 주가하락으로 다른 보험사들 대비 상대적으로 주가하락을 선방했으며, 일부 보험사들은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쳐브(Chubb)가 금융위기와 같은 대공황에 대비할 수 있는 튼튼한 재무구조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분석해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금리인하에 대한 수혜를 기대하면서 금융위기와 같은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투자대상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요.
일반적으로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주식가격도 상승할거라 생각하시겠지만, 경기침체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급격한 금리인하가 시작된 경우에는 주식가격이 폭락했던 사례가 더 많습니다. 금리인하를 무조건 호재로만 생각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으며, 워런버핏과 같은 분들은 금리인하에 대한 기회와 리스크 대비 두가지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Top Sells 종목 살펴보기
▣ Apple 비중 축소, HP와 파라마운트 정리
이번 13F에서 쳐브(Chubb) 신규편입보다 일반 투자자와 언론에게 더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애플(Apple) 투자비중 축소였습니다. 2024년 미국 주식시장이 AI붐으로 대부분 기술 대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했지만, 애플만 유난히 주가가 힘을 쓰지 못했는데 워런버핏의 투자비중 축소가 아주 작게라도 애플 주가하락에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개인적으론 애플 비중축소이 아직까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비중축소가 전체 포트폴리오 기준으로 거의 10%수준의 엄청난 금액이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애플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대 투자비중을 유지하고 있고, 회사가 밝힌 것처럼 세금문제나 올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증시 대공황과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 및 현금확보 목적으로 애플 비중을 축소했다는 생각인데요.
어쩌면 그만큼 추후 증시 대공황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올해 11월 미국 대선 전까진 대체적으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가치가 계속 상승할거라 생각해서 미국 대선 시기에 맞춰서 주식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라마운트(PARA)나 휴렉팩커드(HPQ)의 지분청산은 어느 정도는 버핏의 투자실패 사례라는 평가입니다. 주주서한에서도 파라마운트 지분청산에 대해 잠깐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다만, 이 2개 종목은 투자이익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향후 주가성장 기회가 커 보이지 않아 처분한 게 아닐까 정도로 생각됩니다.
워런버핏 24년 1분기 13F 시사점
금리인하와 증시 충격 2가지에 모두 대비 필요
▣ 쳐브(Chubb) 편입과 사상 최대 현금 확보의 의미
위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번 워런버핏 13F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쳐브(Chubb)의 의미있는 비중편입'과 '사상최대규모 현금확보' 2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보험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선 쳐브(Chubb)를 버핏을 따라 편입하긴 좀 무리가 있습니다만, 금리인하가 시작되었을 때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면서, 동시에 주가 대폭락의 리스크 2가지를 동시에 대비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위 내용들은 모두 개인적인 견해가 반영되어 있으므로, 다른 생각이나 분석을 하실 수 있으며 저의 분석내용이 맞을거란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어떤 형태로든 금리인하와 증시 대공황 2가지 이벤트 발생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은 꼭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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