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리 드러켄밀러는 미국 억만장자 해지펀드 매니저이자 자선사업가입니다. 1992년 영국 파운드화 매도를 통해 영국은행을 무너뜨린 유명한 거래로 유명하며, 우리나라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인 쿠팡에도 큰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드러켄밀러는 30년 간 연평균 30.4%의 수익률로 한번도 마이너스 수익을 내지 않았던 '돈버는 기계'로도 유명한데요. 이런 투자구루의 13F 공시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향후 투자방향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3년 4분기 13F 간략히 살펴보기
23년 4분기 13F 컨셉: AI와 생명공학
▣ AI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작년 4분기 드러켄밀러의 13F 공시 상위 8개 투자종목들인데요. 하나의 키워드만 뽑으라면 단연 AI이며, 일라이릴리를 고려하여 2개 키워드를 뽑으라면 AI와 생명공학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투자비중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는 ChatGPT를 개발한 OpenAI 대주주로 자사 제품에 본격적으로 ChatGPT를 활용한 AI기능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드러켄밀러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화두였던 엔비디아에는 콜옵션을 포함하면 비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엄청나게 큰 돈을 벌었을 것으로 짐작되네요.
아래애 일라이릴리를 제외한 Tech Resources와 Seagate Technology, Vertiv Holdings는 모두 AI기술과 연관된 기업들입니다. 기업들의 주요사업을 간략히 소개하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Tech Resources는 캐나다가 본사인 다국적 광업 회사로, AI 관련 데이터센터나 전기차 관련 배터리, 전력망 확보 등에 필요한 전선, 변압기 등에 필수적인 구리와 아연의 글로벌 주요 생산업체 중 하나입니다.
- Seagate는 세계 최대 HDD제조업체로 데이터센터 구축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며
- Vertiv는 데이터 센터 내 전력이나 열, IT인프라 솔루션을 제작/공급하는 주요업체입니다.
▣ 엔비디아 추가상승에 배팅
작년 말까지 드러켄밀러는 엔비디아 등 일부 AI장비주들이 고평가되었다고 발언했는데요. 4분기 13F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를 콜옵션 포함 거의 100만 주 넘게 편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도 현재까지 약 90% 상승해서 드러켄밀러의 배팅이 결과적으로 맞았다고 입증했는데요.
드러켄밀러의 투자방식은 워런버핏처럼 가치주를 찾아 장기투자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드러켄밀러는 오전에 상승배팅했다가 오후에 숏레버리지 3배를 배팅하는 것으로 투자방향을 바꾸는 헤프닝들이 많이 알려진 투자자 중 한명인데요. 그래서 드러켄밀러가 짧은 기간 내에도 미래예측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 너무 당황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4년 1분기 13F 주요변화 살펴보기
Top Buys 살펴보기
▣ 미국 러셀 2000 소형주 ETF에 대규모 투자
이번 13F 공시에서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미국 소형주에 투자하는 IWM ETF 콜옵션을 15%로 포트폴리오 비중 1위수준까지 투자한 것입니다. 일단 참고하셔야 하는 것은 이 투자비중이 실제 주식이 아닌 콜옵션이라는 것인데요. 콜옵션은 정해진 기간 내에 특정 자산을 일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실제 자산가치보다는 당연히 적은 금액으로 살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콜옵션은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투자전략이므로, 드러켄밀러는 최근 주식시장이 기술대형주 위주로 상승했지만, 앞으로는 소형주 주가가 더 많이 상승할거라 예상했다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드러켄밀러는 아마도 향후 빠른 시점에 금리인하와 함께 강력한 주식 상승장이 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미국 주식시장에서 소형주는 일반적으로 시가총액 10억 달러 미만의 회사 주식을 말합니다. IWM ETF는 미국 내 2000개 소형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최근 5년간 주가 상승률이 S&P500 혹은 기술대형주인 QQQ ETF대비로 많이 저조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24년 IWM ETF수익률은 약 4%로 S&P500과 QQQ ETF의 12%대비로 많이 낮은 상황입니다.
소형주들은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기나 주식시장 투자심리가 낙관적인 상승장, 그리고 금리인하 시점에 대형주들보다 높게 상승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러켄밀러가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던 IWM ETF에 투자했다는 것은 앞으로 빠른 시점에 금리인하를 통한 주식 상승장이 전개될거라 예상했다고 분석해 볼 수 있을텐데요.
반면, 직접 ETF를 보유하지 않고 콜옵션을 보유한 것은 금리인하 및 주식 상승장에 대한 확신이 아주 높지 않아 리스크 관리목적으로 투자금을 낮추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만약 드러켄밀러를 쫓아 IWM ETF에 투자하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런 점들을 꼭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IWM ETF의 평균 P/E Ratio는 16.20으로 S&P500의 평균 P/E Ratio인 20대비로 낮은 상태입니다. P/E Ratio만으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건 리스크가 있습니다만, 일단 수치 상으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점들도 투자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그 외 Buys 종목들
IWM ETF 외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종목은 코히런트(Coherent)라는 광학, 이미지 기술기업인데요. 이 기업은 2022년 7월 투식스(II-VI)라는 기업을 합병했는데 투식스는 2021년도에는 전기차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장비제조로 각광받았고, 애플 투자로도 유명했던 기업이었습니다.
드러켄밀러는 이번에 Coherent주식 250만주를 신규편입했으며,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약 3.5%로 8위로 적지 않은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 중에는 고속 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센터 및 광통신 네트워크용 트랜시버와 증폭기 및 펌프 레이저 장비가 있는데요.
이 회사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것은 이전 AI투자의 맥락에서 향후에도 데이터센터 확장 가능성을 많이 고려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데이터센터가 아니어도 전기차나 전자, 의료기기에 정밀 제조에 필요한 장비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업체라 괜찮은 투자선택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세번째 기업은 나테라(Natera)인데요. 이 회사는 액체생검 기술을 이용해 혈액 내 암세보 DNA조각을 검출/분석하는 기술의 선도기업 중 하나입니다. 드러켄밀러가 꾸준히 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유망기업들을 발굴/투자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투자처라 생각합니다.
나테라의 주요제품 중 하나는 시그나테라(Signatera)라는 액체생검 기술인데요. 액체생검 기술로 10-20mg의 소량의 혈액 내에서 암세포 유리DNA 조각을 검출/분석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서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의 재발 가능성을 영상진단보다 평균 8~9개월 먼저 포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암 진단 시장에서 액체생검 진단 비중이 이미 10%에 달하고 있으며, 나테라는 액체생검 기술의 주도 기업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 액체생검(MRD) 검사 시장규모는 2022년 12억 달러에서 연평균 14%씩 성장하여 2027년 2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이 회사의 주가는 2024년 올해에만 벌써 약 72%상승했으며, 과거 5년동안 약 367%상승했습니다. 평소 잘 알 수 없었던 이런 기업들을 대가들의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이자 메가 트랜드를 파악하는데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중요한 AI기업 투자, Perplexity
마지막 기업은 Top Buys에 속하지 않았습니다만, Perplexity라는 AI기업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드러켄밀러는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검색엔진 업체인 Perplexity에 Pre-IPO로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 회사는 2024년 1월에 엔비디아와 제프 배조스 등의 투자자로부터 7,360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2024년 4월에 시리즈 B1라인드로 기업가치 10억 4천만 달러를 인정받으면서 6,270만 달러를 추가 유치했습니다.
이 회사는 현재 perplexity.ai라는 도메인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아직 대부분 기능이 무료라 여러분들도 바로 사용해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드러켄밀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perplexity가 AI를 주도하는 플레이어로 이 회사를 지목했고, 최근 본인 검색의 95%를 이곳에서 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사용해 본 느낌은 다른 서비스들보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풍성하고 요약이 잘 되며, 속도도 ChatGPT나 구글의 제미니와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 향후 AI분야에서 MS나 구글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겠습니다만, 당장 이런 서비스를 남들보다 먼저 사용해 보는 것은 분명 좋은 경험이자 투자에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Top Sells 살펴보기
▣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엔비디아 지분 대규모 매각
이번 분기 드러켄밀러의 Top Sells종목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역시 엔비디아 지분 축소입니다. 위 이미지에서 보시는 것처럼 24년 1분기 엔비디아 주식 수는 약 17.5만 주로 전분기 대비 71% 감소했습니다.
드러켄밀러는 23년 6월 매체 인터뷰를 통해서 AI는 분명 이전에 본 적 없는 메가 트랜드이며 엔비디아를 최소 2~3년동안 보유할 거라 말했는데요. 이번에 엔비디아 지분을 대폭 축소한 것은 주가가 너무 폭등했고, 엔비디아와 같은 AI장비주들이 많이 과열되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롱텀으로 AI는 무조건 매수 포지션이지만, 이렇게 단기적으로 과열되는 종목들은 매도하면서 이익을 챙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드러켄밀러는 워런버핏처럼 기본적으로 장기투자보다는 시장상황에 맞게 포지션을 변화시키는 투자를 선호하므로 이런 투자결정이 본인 투자전략에 맞는 자연스러운 결과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엔비디아를 완전히 포트폴리오에서 청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최소 향후 10년 내에는 비중변화가 있더라도 엔비디아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인터뷰했는데, 저도 이런 드러켄밀러의 생각에 매우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드러켄밀러처럼 매수와 매도시점을 잘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투자방식에 대해서는 각자의 성향과 능력에 맞게 잘 판단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그 외 매도 종목들
엔비디아 외에 매도한 종목들은 대부분 23년 4분기에 Top Buys에 포함되었던 AI 및 생명공학 관련 종목들인데요. 종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모두 단기 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고 향후 단기조정이 예상된다는 것이 매도이유였을거라 생각합니다.
일라이릴리(LLY)는 2024년동안 주가가 약 30% 상승했습니다. 물론 아직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이 끝났다고 볼 수 없고, 일라이릴리와 함께 대표적인 비만치료제 회사인 노보노디스크 역시 생산이 수요를 쫓지 못하는 상황이라 2025년까진 시장성장을 예측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별도 포스트에서 정리했던 것처럼 비만치료제 시장은 이제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2개 회사만의 시장이 아니며,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전한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라이릴리 포지션을 좀 줄이고 시장동향을 살피거나 경쟁업체 혹은 산업전반에 투자하는 ETF 투자 등으로 투자방법을 변환하는 것이 괜찮을 전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씨게이트(STX)의 경우, 최근 1년동안 주가는 약 53% 상승했습니다만 2024년에 들어서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는 힘이 떨어지고 보합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같이 최근 1년동안 너무 빠르게 성장했다고 판단했을거라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으로도 주가흐름을 볼 때 씨게이트와 같은 종목은 드러켄밀러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AI관련 장비주들은 상승 사이클이 한번 제대로 돌았기 때문에 장비주 내에서도 다른 종목으로 교체하거나, AI관련 다른 연관종목들을 발굴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판단들은 모두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내용은 개인적으로 참고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24년 1분기 13F 시사점
금리인하 대비, AI주도주 교체
▣ 금리인하에 대한 관점은 워런버핏과 비슷해 보임
개인적으로 드러켄밀러는 미국경제 연착륙 기반의 금리인하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로 미국 소형주에 투자하는 IWM ETF를 확보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대응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만 워런버핏이 Chubb라는 보험기업에 대규모 투자한 것도 같은 목적을 전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대응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빠른 시일, 일단 2024년 내에 긍정적인 경제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 투자대가들이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저도 금리인하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번 금리인하가 시작되었을 때 주식시장이 상승장으로 접어들더라도, 기존 기술 대형주들이 주도하던 시장과 향후 상승장의 주도주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건 기존 주도주들이 무조건 앞으로 하락할거란 의미보다는 다른 주도주들 대비로 상승률이 낮을 수 있다는 가정을 포함합니다.
만약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 대형기술주를 투자해서 좋은 결과를 보셨다면, 일부 비중을 조정하거나 매도하고 다른 종목으로 로테이션해서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인데요. 워런버핏과 드러켄밀러 외에 다른 투자구루들도 추가적으로 분석하면서 제 생각이 맞는지 좀 더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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