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자타공인 국내 엔터대장주입니다. 2023년 하이브 총매출은 2.18조 원으로 JYP엔터(5,600억 원)와 와이지엔터(5,600억 원) 그리고 에스엠 (9,600억 원) 3대 엔터주 매출 합계보다 큽니다.
오늘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로 하면서 뉴진스 계약 해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하이브 주가는 최근 5일 동안 약 8% 하락했습니다. (개인적으론 뉴진스가 계약 해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엔터산업이 꽤 장기간 좋은 실적상승을 유지하고 있고, 그 중 대장주인 하이브는 약 47배라는 엔터주 중에서도 가장 비싼 멀티플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악재로 인한 주가하락이 저가매수 기회인지, 하이브의 투자가치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엔터대장주 '하이브'에 대한 기본 투자지식부터
비즈니스 모델 이해하기
▣ 매출은 레이블 산업 40%, 솔루션 산업 45%, 플랫폼 산업 15%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은 역시 비즈니스 구조입니다. 하이브는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 산업 3가지로 비즈니스 모델이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각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레이블 산업: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음반 판매사업입니다.
2) 솔루션 산업: 레이블의 IP(가수, 배우 등의 아티스트를 의미)들의 본업에 해당하는 국내외 콘서트 및 영상제작이나 학습자료, 게임과 같이 IP를 활용한 2차 콘텐츠 사업
3) 플랫폼 산업: 하이브가 별도 구축한 '위버스' 기반의 아티스트 팬덤 플랫폼
▣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레이블 산업에서 발생
매출 측면에선 레이블과 솔루션 산업의 비중이 비슷합니다만, 영업이익은 대부분 레이블 산업에서 나오는 구조입니다. K-Pop산업의 특징이라 볼 수도 있는데, 흔히 '덕질'이라 부르는 해비 팬층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을 사는 행태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습니다.
이건 아이돌이나 엔터산업에 관심이 없는 분들껜 생소할 수 있습니다만, 요즘의 덕질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음악을 듣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음반에 들어 있는 포토카드를 수집하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이 각종 음반/음원 차트에 상위권으로 올라가도록 여러 장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장의 음반을 사더라도 랜덤하게 들어있는 포토카드 특성상, 원하는 아이돌 멤버의 카드를 얻기 힘든데요. 그래서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장터를 보시면 포토카드를 사거나 교환하다는 거래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포토카드 거래건수로 특정 아티스트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 라이트한 K-POP 팬덤문화 필요
이렇게 강력한 몰입과 소비를 동반하는 팬덤 문화는 현재 K-POP산업을 성장시킨 핵심 동력입니다. 하지만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K-POP이 독자적인 장르 혹은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선 라이트 팬덤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얘기하고 있는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K-POP팬덤이 특정 소수의 몰입형 문화로 정착될수록, K-POP이 글로벌 환경에서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한국형 팬덤 문화가 잘 작동하지 않으며, 한때 우리나라 이상으로 팬덤문화에 많은 돈을 소비하던 중국에선 2021년부터 음반 구매를 1인 당 하나로 제한하고 팬클럽 모금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매출성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국내 엔터 산업이 2023년도에 큰 침체를 겪었습니다.
다행히 하이브는 다른 엔터 기획사 대비로 중국 매출비중이 낮고 미국 등 서구권 매출이 높아 상대적으로 중국 이슈는 낮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글로벌한 라이트 팬덤문화 형성은 K-POP시장확장과 국내 엔터산업 투자에 매우 중요한 변수라 앞으로의 팬덤문화 형성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솔루션 산업과 플랫폼 산업에 대한 이해
▣ 솔루션 산업 - 매출 기여도는 높으나 영업이익률은 아직 낮음
솔루션 산업은 아티스트들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콘서트나 영상제작, 그리고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학습, 게임과 같은 2차 콘텐츠 제작사업을 말합니다. 기본적인 IP파워가 확보되어 있으므로, 이를 다양한 컨텐츠 제작에 활용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인데요. 대표적으로 다양한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화되는 걸 생각할 수 있겠네요.
하이브의 솔루션 산업은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매출 비중이 높지만, 위 그래프처럼 영업이익률은 레이블 산업에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이브처럼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IP를 확보한 엔터 산업에서 궁극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려야 하는 사업영역이기도 합니다.
2023년 공연(콘서트) 매출은 3,591억 원으로 솔루션 매출의 약 36%를 차지합니다. 아직까지 공연 외에 솔루션 상품들이 아직 크게 다양하지 못하고 부가가치도 낮은 상태인데요. 개인적으로 아직까진 이 산업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신규 상품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하이브가 솔루션 산업에서 영업이익을 어떻게 높여가는지는 중요한 투자관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플랫폼 산업 - 자사 아티스트 팬 커뮤니티 통합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는 작년 4분기 기준으로 MAU 1천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위버스는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팬 커뮤니티를 모아둔 플랫폼으로 가입은 무료입니다만, 굿즈나 라이브, 특별 동영상 등을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요.
플랫폼 산업은 매출규모와 영업이익 모두 아직 좋지 않습니다. 일단 열성 팬덤부터 라이트 한 팬덤유저까지 모아 각각에 맞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좋습니다만, 아직 열성 팬덤에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팬덤은 아티스트 기반으로 형성되며, 생각보다 하이브의 A아티스트를 좋아한다고 해서 B아티스트로 잘 옮겨가지 않습니다. 결국 위버스는 하이브의 아티스트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콘텐츠를 즐기는 일관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다른 아티스트에 팬덤이 생겨도 익숙하게 그들의 콘텐츠를 즐기게 하는 쪽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위버스가 어떻게 앞으로 유저수와 매출을 늘여갈 것인지를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브 주가전망
단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듯
▣ 2024년 방탄 제대 시작, 투어스-아일릿-뉴진스의 데뷔 및 복귀
2023년 하이브는 음반/음원 판매로 약 9,700억 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대표 레이블인 방탄소년단의 부재에도 연간 2조 원 매출을 달성했는데,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아티스트는 약 1,600만 장의 세븐틴이었습니다.
2024년에는 방탄 소년단 멤버들의 제대가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입대한 진이 6월, 제이홉은 10월로 예정되어 있으며, 2025년 6월까진 전체 멤버가 모두 제대를 마치게 됩니다. 제대 이후 바로 활동을 시작하긴 어렵겠지만 새로운 활동에 대한 준비기간을 시작하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24년엔 새로운 4세대 아이돌인 투머스, 아일릿, KATSEYE가 새롭게 데뷔하며, 뉴진스가 이번 달에 새로운 앨범으로 복귀합니다. 일부에서는 신규 그룹 데뷔비용으로 올해 매출이 좋지 않을거란 전망이 있습니다만, 뉴진스의 경우 데뷔년도부터 좋은 성과를 냈으므로 기대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 세븐틴 입대와 뉴진스 논란은 작은 악재 (별 영향은 없을 듯)
단기적인 2가지 악재는 방탄 소년단 부재 중에 가장 좋은 활동을 보인 세븐틴이 올해부터 군입대를 시작한다는 점과, 최근 민희진 대표를 둘러싼 배임 혐의로 인해 뉴진스의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점인데요.
세븐틴은 멤버가 많고 일부 멤버부터 차례대로 군입대를 시작할 거라 올해 활동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뉴진스는 어떻게 풀릴지 아직 알기 어렵습니다. 오늘 민희진 대표가 본인 입장을 내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생각보다 논쟁이 길게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뉴진스가 하이브를 이탈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생각)
실제로 오늘 하이브 주가는 장 마감시간까지 소폭 하락하는 추세였으나 민혜진 대표의 기자회견이 시작되면서 전일 종가로 반등하면서 장을 마감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민혜진 대표 관련 소동을 큰 이슈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이 부분은 내일 상황이 바뀔 수 있으므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론 하이브 주가는 30만원까지 갈 수 있겠다는 예상입니다만,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참고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기적으론 성장 정체기가 올 듯
상장 이후 하이브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체적으로 우상향 하는 트렌드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엔터주 특성상 넥스트 아티스트 출현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가변화는 꽤 큰 편입니다.
장기적으로 하이브가 현재 매출규모를 넘어 한단계 성장하려면 솔루션 산업과 플랫폼 산업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성장성은 각 사업부문에서 한번씩 터져 주는 상품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개인적으로 그런 상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획기적인 레벨업은 지속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므로, 하이브에 장기투자를 고려하는 분들은 하이브가 어떤 아티스트들을 확보하는지에 더불어 솔루션과 플랫폼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상품이 출현하는지를 잘 관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