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에 300여 개의 드론과 미사일을 던지면서 중동의 화약고에 불이 붙었습니다. 덩달아 국제유가도 폭등조짐을 보이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요 정유주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조짐입니다.
이 시점에 에스오일(S-oil)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자칫 누군가의 불행을 이용해 투자놀음을 하겠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지속적으로 정유주를 포함한 에너지 섹터 투자 필요성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 왔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번 이란-이스라엘 분쟁때문에 잠잠했던 정유주들의 주가가 들썩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장 내일부터 관련 주식들의 변동성이 매우 커질 조짐이라 초보 투자자분들께는 굳이 투자를 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 이슈는 생각보다 빨리 정리될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선 이번 분쟁이 아니어도 에스오일이 꾸준히 수익성을 개선해 오던 점들을 살펴보고 향후 주가도 전망해 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에스오일(S-oil) 살펴보기
왜 정유주 중에서도 에스오일(S-oil)일까?
일단 연초부터 각각 45%, 90%씩 급등한 한국석유나 흥구석유는 정확히는 정유주가 아니고 시가총액이 작아 세력에 의한 변동성이 큰 종목이라 개인적인 투자성향에 따라 분석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 심플한 비즈니스 구조
이전에도 한번 정리했었습니다만, 일단 에스오일은 국내 4대 플레이어(SK에너지, GS칼텍스, 에스오일, 현대오일뱅크)중 유일하게 독립상장되어 가장 정유산업 자체에 투자할 수 종목입니다. 더불어 국내에선 가장 성장률이 큰 정유주이기도 합니다.
국내 정유시장의 장기적인 1위는 SK에너지이며 2위는 GS칼텍스, 에스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는 3-4위를 오갔습니다. 그런데 2022년 말부터 에스오일이 국내 2위로 규모를 키웠고, 이제는 2위에 자리매김한 상황입니다.
최근 4분기 누적기준 매출액은 최근 3개 분기동안 하락세를 멈췄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업이익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윤활유의 영향이 큽니다.
4분기 누적기준 윤활유 매출액은 8.6%입니다만, 영업이익에선 약 60%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에스오일은 기본적으로 정유산업이 잘 되어야 흑자가 나는 회사입니다만, 2023년은 정유마진 하락으로 수익성이 좋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무려 30%대의 영업이익률을 가진 윤활유 사업이 다른 사업 부문의 적자를 메꿨습니다.
▣ 안정적인 운영능력
더불어 에스오일은 세계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안정적인 원유공급부터 제품판매 네트워크까지 지원받고 있습니다. 아람코는 2023년 상반기 에스오일 매출액의 22.8%를 차지했으며, 대부분 원유공급까지 지원하고 있는데요. 원자재 공급부터 주요 매출원까지 지원하는 아람코 영향으로 에스오일이 경쟁사 대비 안정적인 운영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에스오일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들은 아래 포스트를 통해서 좀 더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에스오일 주가 상승판단 근거
▣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증가
정유산업 매출이 80%를 차지하는 에스오일은 결국 정유산업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해야 전체 규모가 성장합니다. 정유산업의 영업이익은 정유마진이 올라야 커지는데, 정유마진은 보통 유가가 상승하면 올라가고, 반대면 떨어집니다.
아시아권 정유산업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의 영향을 받으며, 통상 배럴 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런데 2023년에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대부분 손익분기점 아래였던 상황이라 정유주들이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 들어 복합정제마진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2~3월 복합정제마진은 평균 10달러 이상으로 연초 대비 3배 가량 급등하면서 증권사에서도 정유주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상반기까진 정제마진이 계속 1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많은 곳에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올해 에스오일 주가는 브랜트유 가격변화와 같은 방향과 폭으로 움직였습니다. 위에 보시는 것처럼 브랜트유는 연초 75달러에서 최근 90달러까지 상승했는데, 에스오일 주가도 비슷한 비율로 상승한 상태입니다.
현재 비즈니스 구조 하에서 에스오일의 주가는 결국 국제유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위기가 고조되면서 최악의 상황엔 브랜트유 가격이 120~130달러까지 상승할 거란 우려가 있습니다. 분쟁이 없어도 에스오일은 1분기 실적발표 시점까진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정말 분쟁이 발생하면 좀 더 주가상승여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 11월 대선을 치러야 하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더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국제사회 분쟁 중에서도 중동지역 분쟁은 집권 대통령 지지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기반이 약해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및 이란과의 분쟁을 이용해서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싶어 합니다.
이번 이란 공격은 대사관을 공격받은 이란이 취할 수밖에 없었던 대응으로, 피해를 주기 위한 타격의 성격이 아니며 이란도 분쟁을 더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인다는 평이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20~30% 확률로 네타냐후 총리의 무리한 대응으로 중동 분쟁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스오일(S-oil) 중장기 투자도 괜찮을까?
중단기적으론 괜찮아 보임
▣ 각 사업부문의 단점을 보완하는 프로젝트 진행 중
에스오일의 비즈니스 부문은 정유 80%, 윤활유 8.6%, 석유화학부문 12% 3개로 구성됩니다. 80% 비중의 정유산업 의존도 때문에 아직까진 정제마진의 영향도가 매우 크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거기다 정유산업은 최근 환경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추가적인 사업확장이 어렵습니다. (새로운 기업들도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에스오일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윤활유와 석유화학 부문 매출을 확장시키고, 정유산업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90% 낮춘 지속가능헝공유(SAF) 개발과 생산에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각각에 대해서 조금씩 더 살펴보겠습니다.
▣ 정유부문: 지속가능항공(SAF) 개발과 생산
지속가능항공유(SAF)는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 폐기물 등을 활용하여 만든 대체연료로 기존 항공유와 혼합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탄소배출량은 기존대비 최대 80~9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SAF사용을 의무화하며 단계적으로 사용비중을 강제규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EU는 내년부터 EU국가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를 최소 2% 이상 섞는 것을 의무화했으며,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4대 정유사들도 SAF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요.
에스오일은 올해 4월 자체 개발한 SAF에 대한 친환경 국제인증 제도인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 Carbon Cetification) 인증 3종을 국내 최초로 획득했습니다. 해당 시장은 2025년에 글로벌 기준 약 1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에스오일도 관련 시장에서 어느 정도 매출을 선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석유화학부문: 회심의 '샤힌 프로젝트'
샤힌 프로젝트는 아람코가 약 9조 원을 투자하는 국내 최대 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작년 3월에 착수되어 현재 20% 진행률로 2026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에스오일의 석유화학 사업부문 매출은 현재 12%에서 25%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정제마진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에스오일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 윤활유 부문: 전기차용으로 제품확대
에스오일은 국제 품질 등급에 따른 그룹 I, II, III 윤활기유를 모두 생산할 수 있으며 하루 4만 4,700배럴의 세계 최대 윤활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에스오일은 미국뿐 아니라 인도, 유럽, 아시아권 등 다양한 국가에 윤활유 수출이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전기차용 윤활유 제품을 출시하여 향후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데요. 영업마진이 높은 사업부문이라 향후 매출증가가 이루어지면 회사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향후에는 데이터센터에서 냉각용으로 사용하는 특수 윤활유 시장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론 화석연료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
▣ 대체 에너지나 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의 아쉬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의 시대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글로벌 석유기업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새로운 에너지원이나 환경개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워런버핏이 투자하는 옥시덴탈 페트로니움은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채집하여 땅 속에 묻는 것을 포함하는 청정에너지 전환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화석연료가 고갈되어도 기존 에너지 기업들이 미래의 에너지원까지 확보하는 넓은 선구안인데요.
에스오일이 현재 사업부문을 다각화하고 청정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석유화학사업이나 윤활유, 정유부문 모두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사업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샤힌 프로젝트도 탄소 배출량은 낮춘다 공략하고 있지만 환경문제가 전혀 없을 거라 보기엔 좀 의아한 측면과 한계가 있습니다.
에스오일이 지금과 같은 노력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각 사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2025년이나 2026년까진 투자할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연 4~6% 수준으로 지급하는 배당은 회사의 성장을 기다리게 하는 요인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하고요.
전 개인적으로 연 15~20%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대부분 투자종목들은 장기투자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회사가 아주 저평가되었을 때 좋은 진입점이 있었고 내년까지 연 15% 수준의 성장을 기대합니다만, 좀 더 장기적으로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계획들을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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