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돌아가서 미국 연준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 2개는 물가상승률(CPI)와 고용지표입니다. 둘 간의 우선순위는 시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현재 시점에선 단연코 '고용지표'가 가장 중요합니다. 왜냐? 현재 최대 관심사인 금리인하 폭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상승률이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큰 변동성 없이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업률은 향후 경기 방향성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물가와 고용이 둘다 나빠지니 경기침체가 될 것이고, 실업률이 낮아지고 고용이 늘어난다면 연준이 가장 원하는 경기침체 없는 소프트랜딩이 가능해지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실업률이 상승하면 연준은 0.50%p 이상의 빅스텝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업률이 하락하면 연준은 0.25%p를 시작으로 금리인하 속도를 천천히 가져가게 됩니다. 때문에 세상 모든 투자자들의 관심이 2024년 8월 미국 고용지표에 쏠리고 있었는데 오늘 그 지표가 나와서 관련 내용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8월 고용지표 해
해석하기 애매한 8월 지표
일단 바로 발표된 2024년 8월 고용지표 핵심내용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 비농업 일자리 수 변동: 142,000개 추가 (시장 기대치였던 165,00개보다 작지만 7월 114,000개보다 높음)
- 실업률: 4.2% (시장 기대치에 부합)
뭔가 해석하기 애매한 지표가 나왔습니다. 비농업 일자리 수는 시장 기대치보단 낮았지만 7월보단 높은 수치이고, 실업률은 시장에서 기대했던대로 4.3%가 나왔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그래서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 판단하기 어려운데요.
미국 비농업 일자리 수 변동을 그래프로 표시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하락세가 뚜렷하므로 시장에서 경기침체 (약한 표현으론 경기둔화)를 걱정하고 있음이 확실히 보입니다. 그나마 좀 다행인 것은 8월 고용지표에서 민간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상승했고 정부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8월 민간 고용자 수는 118,000명으로 전월 대비 21,000명 증가했습니다. 만약 8월 일자리 수 반등에 정부 고용효과가 더 컸다면 시장에서는 지표를 훨씬 좋지 않게 해석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만드는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질이 안 좋기도 하고, 11월 대선을 앞두고 뭔가 의도적으로 일자리 수를 부양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해석할 지표는 실업률입니다. 8월 실업률은 4.2%로 전월 4.3% 대비 하락했으며 시장 기대치를 부합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7월에는 4개월 연속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샴의 법칙'이 발동하면서 경기침체가 가시화되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했는데요. 시장에서 원하는 실업률은 장기 시장 평균치인 3.75%입니다. 향후 실업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실 때 중요한 기준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주식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 중
8월 고용지표 발표 후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0.9%, 1.7% 정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속내를 완벽히 알 수 없으나, 개인적으론 시장은 이번 8월 고용지표 결과가 연준이 0.50%p가 아닌 0.25%p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거라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지표와 기업실적으로 시장은 경기침체 위협을 크게 느끼면서 연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적극 인하하는 것을 기대하는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8월 고용지표가 0.50%p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나스닥은 2%이상 하락폭을 키우고 있으며, 이 정도 수준에서 장을 마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주식시장 하락세가 이대로 하락장으로 이어질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늘 과도한 하락이 나온다면 아마도 다음 주 초에는 소폭 반등하면서 9월 연준 FOMC를 기대하는 모습이 나올텐데요. 아마도 0.25%p 인하가 확실해지는 발언이나 관런 근거들이 나온다면 주식시장은 조금 더 하락세를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채권 수익률도 하락
미국 10년물 채권금리는 3.7160%로 전일 대비 0.46% 하락하면서 최근 1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을 예상한다는 의미이며, 시장에서 이번 8월 고용지표가 확실히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 판단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은 상승합니다. 그러니까 채권에 미리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좋아졌다는 의미)
좀 더 단기적인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대비 2.61%하락하면서 최저치에 근접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장기 국채금리보다 단기 국채금리가 더 많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건 기존에 역전된 수익률 곡선을 다시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준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2년물 국채 수익률은 물가상승률 발표시점보다 고용지표 발표시점에 3배 이상 변동성이 컸습니다.
시장에서 경기둔화를 걱정하는 근거들
역전된 수익률 곡선 정상화 시작
빨간 색 곡선은 2024년 7월 30일 기준 미국 국채수익률 곡선이며, 파란색은 9월 6일 미국 국채수익률 곡선입니다. X축은 국채 기간을 표시하며, Y축은 국채 수익률을 표시하는 그래프로 이런 걸 일드 커브(Yield Curve)라고 부릅니다.
보시는 것처럼 현재 국채 수익률은 장기로 갈수록 낮고 단기가 높은 역전상태입니다. 이걸 수익률 곡선 역전상태라고 하며,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기준금리를 급격히 높일 때 발생하는 현상이며,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서 금리를 낮추면 수익률 곡선은 다시 장기 수익률이 높아지는 정상화 상태로 돌아갑니다. (이번 수익률 곡선이 역전된 시점은 2022년입니다.)
문제는 수익률 곡선이 역전 >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매우 높은 확률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는 것인데요. 제가 위에 표시한 것처럼 7월 31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년물보다 낮았는데, 9월 6일 국채금리는 10년물이 2년물보다 높은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즉 수익률 곡선이 점점 평평해지면서 장기 수익률이 단기 수익률보다 높아지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모든 가설들은 100% 적용되지 않습니다. 원래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는 시점에 경기침체가 온다고 합니다만, 2022년에는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었는데도 경기침체는 오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그 원인은 미국정부가 양적긴축을 하는 척 하면서 재무부 곡간을 열어 시장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무튼 이번엔 수익률 곡선 정상화 과정에서도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하나의 지표를 너무 맹신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미국 개인 저축률 감소
미국 개인 저축률은 6월 3.4%에서 7월에는 2.9%로 하락했습니다. 개인 저축률은 개인 저축을 가처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인데요. 장기 평균은 8.4%인데 현재 수준은 역사적으로도 최저치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월급에서 세금이나 대출이자 등을 빼고 순수하게 쓸 수 있는 돈에서 예전보다 더 적은 비중을 저금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미국 소비자 지출은 보시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경제의 70% 이상이 소비자 지출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국경제 성장여부에서 소비자 지출규모는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 계속해서 소비자 지출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최근 미국GDP가 상승하는데 소비자 지출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2가지 지표를 엮어서 말로 풀어보면 '미국 소비자들은 수입에서 지출비중을 계속 늘이고 저축비중을 줄이고 있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이게 미국 소비자들이 경제를 매우 낙관적으로 보면서 소비가 과열되고 있다는 위험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실업률이 늘어나고 기업실적이 감소하면서 임금 상승률이 감소하면 미국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일 가능성이 있는데, 그 때는 매우 빠른 속도로 경기침체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현재 지표를 단순히 긍정적으로 해석하기에는 위험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참고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타 여러가지
하나하나 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너무 길어지므로 아래와 같이 요약했습니다.
- 워런버핏, 드러켄밀러 등 월가의 투자대가들이 역대급으로 투자규모를 줄이고 현금을 축적
- 원유가격 하락 (향후 경제활동이 줄어들 것이라는 근거)
- 부동산 경기위축
투자대가들의 투자활동은 경기침체를 어떻게 대비하는지 참고하기 좋아, 관련 포스트를 아래에 추가 링크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미국경제를 어떻게 봐야할까?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치와 연준의 태도
현재 시장에서 원하는 금리인하 수준은 2024년 내에 1%, 향후 1년 내에는 2% 수준입니다. 이 기대치는 향후 경제지표들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연준은 다가오는 9월에 0.25%p 인하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2024년 내에는 최대 0.50%p의 금리인하를 예정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금리인하 폭이 커지는 것도 주식에는 좋지 않습니다. 결국 금리인하 폭이 커지는 것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강하게 대응했을 때, 금리인하 이후 6개월 이내에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되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번 9월 미국 연준 FOMC에서는 금리인하 폭보다 향후 연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금리인하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태도를 읽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만약 9월 금리인하 시점에 연준이 향후 경제 데이터를 보면서 금리인하를 대응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주식시장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고, 향후에는 적극적으로 금리인하를 진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 주식시장 하락세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의견)
좋은 뉴스는 좋고 나쁜 뉴스는 나쁘다
뭔가 대단히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습니다만, 한동안 주식시장은 그 반대로 반응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어야 하는데 경제지표가 계속 좋게 나오면 금리인하 시점은 늦어지고 폭도 적어질거라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반대상황에서는 상승하는 이상한 패턴이 있었는데요.
지금부터 경제뉴스는 매우 높은 확률로 좋은 뉴스는 좋고, 나쁜 뉴스가 나쁜 시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때문에 지금부터는 어떤 경제지표가 나오더라도 기존보다 좋아지고 있는지, 최근 추세는 개선추세인지를 살펴보시는 게 주식시장 방향성을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금리인하가 시작되어도 시장은 민감할 듯
이제 9월 0.25%p 금리인하는 시장에선 너무 당연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하더라도 주식시장이 크게 반등할 가능성이 낮아졌고, 이후 나오는 경제지표에 따라서 주식시장이 매우 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본인이 주식시장 하락장을 이겨낼 수 있는 투자실력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일단 현금비중을 늘이고 시장하락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하락장이 시작되고 나면 충분히 주가가 하락할 때까지 매수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한데요. 주식시장 하락장과 일시적인 조정장을 구분하는 방법은 아래 포스트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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