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월 초에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하면서 미국주식이 폭락했던 사실을 기억하실 겁니다. 주요 요인은 엔케리 청산 영향으로 밝혀졌는데, 이후로 엔화환율과 미국증시의 연관성이 눈에 띄게 강해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2024년부터 엔화/원화환율과 S&P500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점인데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엔캐리 청산이 미국증시에 들어가 있던 엔화출신 달러들을 빼서 일본에서 빌린 돈을 갚는 과정이니, 엔화가 강해질수록 미국증시는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는거라 자연스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은 현재 기준금리를 꼭 인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만 바이든 정부와 우호적이 일본 정부가 11월 미국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기준금리를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선전후로 엔화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입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엔화환율과 미국증시의 관계
미국증시와 반대로 움직이는 엔화환율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2024년 들어서면서 엔화환율과 S&P500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으로 보이고 있고, 최근 1~2개월동안은 그 폭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보시는 것처럼 S&P500 대비 엔화환율의 변동성이 작기 때문에 헷지수단으로 투자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고 미국증시 하락에 대비하는 방어투자 정도로는 충분히 고려해 봄만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주요 원인은 엔캐리청산
엔캐리 트레이드의 반대 개념이 엔캐리 청산인데요. 엔캐리 트레이드는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서 수익성이 높은 다른 자산(ex: 국채,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1~2년동안 투자가치가 가장 높은 자산들은 대부분 미국에 몰려있었으니 엔캐리 트레이드의 상당 비중은 미국에 몰려 있었습니다. (달러는 엄청 강했겠죠, 수요가 많으니)
그런데 일본 중앙은행이 갑자기 금리를 인상하면서 일본대출금리가 몇 배씩 뛰어오르고, 미국증시도 성장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일본 기준금리가 오르니 겁에 질린 엔캐리 트레이드 투자자금이 미국을 빠져나가기 시작한게 8월 초 미국증시가 하루만에 3%씩 하락했던 사건입니다.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데, 엔캐리 트레이드로 주식에만 투자하면 1:1정도의 비율입니다만, 선물이나 옵션 등 레버리지 투자를 하게 되면 10배, 20배 투자도 가능하여 그 규모는 원금보다 훨씬 커지게 됩니다. 아무튼 현재와 같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큰 상황이 유지되는 한 엔캐리 트레이드는 계속 존재한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일본은 왜 기준금리를 올렸을까?
주된 이유는 물가 급등 때문
최근 일본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직접 느꼈겠지만 요즘 일본 물가가 절대 싸지 않습니다. 왠만한 점심메뉴는 1,200~1,500엔이고 호텔 숙박은 1인 30~40만원대가 평균입니다. 그나마 엔화환율이 낮아서 우리에겐 평범한 물가일진 몰라도, 실질임금 인상이 수십년째 마이너스였던 일본사람들에겐 매우 부담되는 물가입니다. (더구나 일본은 교통비가 엄청나죠)
위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2022년 이후 일본 물가상승률이 평균 2.5%는 그냥 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3개월 물가상승률이 계속 2.8%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렇게 2%이상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 일본도 기준금리를 올려서 물가상승률을 낮춰야 합니다. 물가를 낮춰야 하는 이유도 간단한데, 집권세력이 계속 정권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정권 지지율을 결정하는 가장 주된 요인이 물가 및 경제를 꼽는데, 일본도 마찬가지구요. 물가가 계속 상승해서 살기 팍팍해지면 집권세력은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더구나 수십년만에 찾아온 물가상승이라 일본사람들에겐 더욱 타격감이 큽니다.
미국 눈치보느라 기준금리를 맘대로 올리지 못함
일본은 2024년에 기준금리를 2번 인상했습니다. 위 그래프처럼 처음은 2024년 4월 -0.10%에서 +0.10%였고 8월에 0.25%로 인상했는데요. 기준금리를 고작 0.15%p 올렸을 뿐인데, 엔캐리청산이 터지고 미국증시는 3%씩 폭락하고 닛케이지수도 폭락하는 대형참사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현재 일본 기준금리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한데요.
아시는 것처럼 미국도 현재 대선시즌입니다. 미국 집권당에 재집권하려면 미국증시가 좋아야 한다는 역사적 통계들이 있는데요. 바이든 정부가 유독 일본과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만, 집권당의 정권 재창출에 훼방을 놓으면 가만 있을리 없습니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론 분명 미국정부는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 경고를 했을테고, 일본은 바로 향후 기준금리 인상을 아주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보수적인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그 이후로 급등하던 엔화환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안정화되면서 미국증시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조짐이 보임
위 그래프는 최근 2년 정도의 일본 실질임금 변화추이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실질임금은 계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월급이 오르는 것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올랐다는건데, 실제로 일본은 최근 수십년간 월급을 올려주지 않았던 걸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그래프 끝에 보시면 실질임금이 최근 2개월 연속으로 상승했습니다. 이게 매우 중요한 시그널인데요. 일본이 계속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하던 명분이 경제성장이었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내수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내수가 성장하려면 임금이 늘어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예전에 썼던 글 중에서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실질임금 상승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제 실질임금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상승할 수 있는 근거가 되므로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명분이 생기게 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2024년 10월~2025년 1월 사이에 일본이 3번째 기준금리 인상을 할지 모른다고 예측하는데,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미국대선이 끝나고 난 12월이나 2025년 1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11월 전에 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엔화환율은 얼마나 오를까?
상방 950~960원대를 방어할 듯
8월 초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 엔화-원 환율이 960원까지 올라갔으며, 달러-엔화환율로는 약 160엔 근처였습니다. 이후 일본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하고 계속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엔화-원 환율은 910원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실질임금 데이터가 나오면서 다시 930원까지 상승한 모습입니다.
일본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일단 막아야 하는 것은 엔캐리청산입니다. 일본 물가 잡으려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아작낼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은 충분히 엔화환율을 방어하면서 금리를 인상하려고 할텐데, 그 지점이 개인적으론 달러-엔화환율 기준으론 150~160엔대이며, 엔화-원 환율로는 950~960원대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 어떤 일들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만, 위와 같은 지지선이 가능하겠다는 생각 정도를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변수가 있음에 주의
여러 번 말씀드립니다만 환율변동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대충 생각해도 아래와 같은 굵직굵직한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 미국대선 결과도 아직 알 수 없고
- 이스라엘-중동 이슬람 세력간의 전쟁이 본격화되면 그것도 달러가 강해지면서 엔화가 약해지는 요인이 될테고
- 일본의 경제상황과 기시다 정권 이후 차기 정권의 미국과의 관계, 지지하는 정당 등도 큰 변수
- 향후 일본의 인플레이션 움직임과 실질임금 변화추이
당장은 크게 엔화투자로 재미를 볼 수 있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작은 배팅으로 경험을 해보는 정도나, 관망하면서 공부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다들 좋은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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