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글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현재는 물가상승률(CPI)보다 고용지표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향후 금리인하 폭을 결정하기 위해 연준은 물가와 고용 2가지 목표를 고려해야 하는데, 물가는 안정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고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금리인하 폭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물가상승률(CPI)는 시장 기대치에 부합 혹은 이보다 나은 지표가 나왔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나머지 세부 항목별로도 몇 가지 참고해야 하는 정보들이 있어서 관련 내용들을 같이 정리하려고 합니다. 다만, 8월 CPI가 매우 좋게 나오더라도 연준은 9월에 0.50%p보단 0.25%p 기준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관련 내용들을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8월 미국 CPI 살펴보기
8월 물가상승률(CPI): 시장기대치 부합
▣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
2024년 8월 CPI는 전년 대비 2.5% 상승으로 전월 2.9% 대비로 크게 하락했으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습니다. 이번 지표는 연준이 장기적 관점에서 물가상승률(CPI)이 안정적인 하락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향후 물가상승률이 조금씩 변동성을 보이더라도 큰 흐름이 하락추세임에 대해서는 당분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0.2%로 전월 수치에서 변동이 없었습니다. 세부항목을 보기 전에 전체적인 지표 흐름은 굉장히 좋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물가상승률 수치로 일단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는 확실시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볼 부분들이 있습니다.
8월 근원CPI: 대체로 시장 기대치 부합
▣ 전년 대비 근원CPI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PI(Core CPI)는 전년 대비 3.2%로 전월과 같은 수준이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습니다. 전체 지표 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보이는 결과인데요. 전월 대비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 전월 대비 근원CPI
전월 대비 근원CPI는 0.3%상승하면서 전월 대비 0.1% 상승했고, 시장 기대치인 0.2%보다도 0.1% 상승했습니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그래프와 수치가 실제값인데요. 아직 변동성이 크지 않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근원CPI가 앞으로 지속 상승한다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할 수 있어 계속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경기침체 냄새가 나는 8월 CPI 세부항목 변화들
세부적으로 어떤 항목들이 변동성에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는 것인데, 우선 주요 세부항목들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를 번역기로 돌린거라 약간 이해하기 힘든 항목이 있을 수 있으며, 생략된 항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표 아래에 참고하셔야 할 정보들을 따로 요약했습니다.
- 식품(음식) 지수는 7월 0.2% > 8월 0.1%로 소폭 하락했으며, 전년 대비 2.1%로 평균 상승률보다 낮음. 세부적으론 가정식품지수는 하락추세이나, 외식 식품지수는 아직 전월 및 전년대비로 상승추세
- 에너지 지수는 7월 0% > 8월 -0.8%로 크게 하락했으며, 전년 대비로도 -4.0% 하락하여 전체 지수하락에 가장 크게 기여함. 세부적으로 전기 서비스 지수가 8월에 전월 대비 -0.7% 하락했으며, 가스 서비스도 -1.9%하락함. 아직 전기 서비스 지수는 전년 대비 3.9%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음
- 자동차 보험 지수가 전월 대비 0.6% 상승했으며, 교육 및 의류 지수도 전월 대비 상승함. 신차 지수는 하락을 일시적으로 멈췄으나 중고차 및 트럭 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전년 대비 -10.4% 하락
- 주거비(대피소로 표시) 지수가 전년 대비 5.2%상승하면서 전체 전년 대비 상승분의 70%를 차지함.
의미있는 세부항목 변화들을 초록색으로 표시했는데, 이 내용들을 하나로 합쳐보면 조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래에 개인적으로 8월 CPI 세부변화들을 문장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 8월 전체 CPI는 에너지 지수 하락의 영향으로 전월 및 전년대비 감소했으나
- 가계 소비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거비가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교육/의류/자동차 보험료/전기 서비스와 같은 핵심 생활비 항목들도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음
일단 에너지 지수하락도 물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경제 측면에서는 경기둔화를 암시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유가는 경제상태에 따라 가장 크게 가격이 변하는 항목으로 지속적인 가격하락은 경기침체를 예측하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반면 물가상승과 가처분 소득감소 영향으로 신차 및 중고차와 같은 큰 소비항목들은 하락추세가 보이고 있으니 이것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물가지수가 상승/하락하는 세부항목들을 잘 살펴보시면, 주식투자 종목을 선정할 수 있는 힌트가 되기도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는 어떻게?
금리인하 폭과 연관된 2가지 요소들
'물가상승률이 훅 떨어졌으니 기준금리를 크게 낮춰서 고용을 잡아야 하는게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일부분 그 생각이 맞습니다만, 기준금리 인하를 크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미국대선과 주식시장입니다.
오늘 1시간 반동안 트럼프-해리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TV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번 TV토론회는 현재 50:50으로 예상하는 양 후보자의 지지율에 큰 변동을 줄 수 있는 대선 전까지의 가장 큰 이벤트이며, 집권당인 민주당은 이번 TV토론회가 해리스에게 긍정적으로 끝나면 10월엔 재무부 곡간을 열어서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지지율을 부양하려고 노력할거라 말씀드렸는데요.
일단 미국 상당수 언론들이 해리스와 민주당에게 우호적이라는 가정이 있습니다만, 해리스가 예상 외로 TV토론회에서 선전하고 포인트를 획득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오늘 TV토론회가 끝났으므로 몇일동안 언론과 여론조사 추이 등을 살펴봐야겠습니다만 이제부터 해리스 후보의 적극적인 공세가 예상되는데요.
금리인하 폭이 클수록 주식시장에도 좋은 게 아닐까?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크게 2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 0.50%p의 큰 금리인하는 시장에서 연준이 경기침체를 대응하기 위한 횡보라고 오해하여 주식시장을 하락시킬 수 있습니다. 집권당이 좋은 지지율을 얻으려면 11월 미국대선 전까지 주식시장을 잘 부양해야 합니다. (적어도 하락하지 않도록 관리)
- 빅스텝 금리인하는 엔캐리 청산을 다시 자극하여 미국 주식시장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일본 중앙은행이 원론적인 얘기지만 '원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온다면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심심찮게 내고 있어서, 미국-일본 간 금리 차이가 작아지면 엔캐리 청산이 다시 미국 주식시장을 폭락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월가에서는 0.50%p의 금리인하과 향후 6개월 이내에 1.50%p까지의 금리인하를 원하고 있는데, 이건 월가에선 이미 주식시장 비중을 줄이고 채권 등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대응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면 시장이 0.50%p를 인하하더라도 경기침체로 오해하지 않고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도 모릅니다만, 엔캐리 청산 문제는 분명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엔캐리 청산이 얼마나 크길래?
여러 번 언급했던 내용이라 간단히 적자면,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서 미국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말하며, 엔캐리 청산은 반대로 투자했던 자산을 팔아서 빌린 엔화를 갚는 행위를 말합니다.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그동안 수익률이 높았던 미국 기술주에 상당수 투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올해 7월에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하면서 엔화가치가 11% 급등했을 때 나스닥은 13% 감소한 규모가 비슷했던 것이 이를 일부 증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엔화가치가 급등한 것까지 반영하면 손실은 훨씬 크겠죠.
그럼 대체 엔캐리 청산규모가 얼마나 될까요? 정확한 규모를 추정할 순 없습니다만 어떤 형태의 추정치보다 규모가 크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아주 일부 규모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 일본 은행의 해외 대출은 2024년 3월 기준 1조 달러를 돌파했는데 2021년 대비로 21% 증가했습니다.
-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3.4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3년 전보다 17% 증가했습니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약 2.7조 달러(약 3,620조 원)라는 규모가 나옵니다만, 실제 규모는 이것보다 수십배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그냥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다양한 레버리지 투자로 실제 투자액이 훨씬 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7월 초에 이미 미국 주식시장이 엔캐리 청산에 크게 한 방을 먹었던 터라, 적어도 미국 대선 이전까진 엔화가치가 튀어오르지 못하게 관리하려고 할 겁니다.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하 폭을 키울수록 주식시장 하락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큰 금리인하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논리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름
제가 찾아보고 참고했던 자료 바탕으로 위와 같은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금리인하가 어떻게 될지, 향후 미국경제가 침체 혹은 완만한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논리적인 가정을 가지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대응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CPI발표 후 미국증시는 하락 출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9월 말까진 대체로 하락추세가 이어질거라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본격적인 하락장이 이번 달에 시작될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내용은 잘 참고하시고, 다들 좋은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