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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부실 위기와 부동산PF의 관계 (Feat. 연체율)

by 주부너구리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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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역대 최고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수신 잔액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2달간 7조 원의 수신잔액이 빠졌다고 하는데요. 이와 함께, '이사장이 승인하면 기존 연체이자를 100% 탕감'해 준다는 이상한 기사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새마을금고가 문제인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은행의 기본적인 영업구조와 새마을금고의 특이성, 그리고 부동산 PF와 새마을금고의 관계를 알아야 하는데요. 주변 곁다리는 모두 빼고, 핵심적인 내용만 정리했는데 관련 내용을 기초적으로라도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은행 영업구조와 규제 이해


▣ 은행의 영업구조

은행이 어떻게 영업하는지 아주 단순화시켜 봅시다. ①은행은 일반 고객들에게 저축을 받아서 ②개인 및 기업고객에게 대출을 해 주고, 이에 대한 대출이자를 받아 ④일부는 저축한 고객들에게 이자로 돌려주고 남는 돈은 가지는 영업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충 그림으로 그려 보겠습니다. 

은행의 단순화된 영업구조
은행의 단순화된 영업구조

가만 보면 완전 땅 집고 헤엄치는 장사인데요. 이론적으론 은행은 자기 돈 하나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는 영업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에서 2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1. 저축한 고객이 내 돈을 달라고 한다

물론 소수가 얼마 안 되는 돈을 달라고 하는 건 문제가 없겠지만, 뭔가 이슈가 터져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내 돈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거나,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팔아서라도 고객들에게 저축한 돈을 돌려줘야 할 겁니다. 

2023년 3월 실리콘밸리 은행파산 사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 돈을 빌려간 놈이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한다.

대출을 할 땐 일반적으로 담보를 설정합니다만, 돈을 빌려간 기업이나 개인이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은 상당수가 담보도 똥값이 되는 경우들이 허다할 겁니다. 기업들이 장사가 잘 되고 경기가 호황이면, 은행들은 돈을 쉽고 많이 빌려주기 위해 담보도 적게 받거나 신용담보로 퉁치는 상황들도 발생하고요.

만약 엄청 큰돈을 빌려간 놈이 돈을 못 갚겠다고 배를 째면, 은행은 이자수익과 자본을 모두 잃게 되는데요. 이러면, 급하게 돈을 빌려야 하는 다른 사람들이 돈을 빌리지 못하는 피해를 받게 됩니다. 

 

▣ 은행의 규제방법

위에서 말씀드린 1번과 2번 상황에서도 은행이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대부분 국가들은 은행에 아래 2가지 규제를 걸어 둡니다. 2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BIS자본비율

BIS는 국제결제은행(Bank of International Settlement)의 약자이며, 은행의 자기 자본을 대출 등 은행의 위험자산으로 나눈 백분율을 뜻합니다. BIS자본비율을 자기 자본비율이라고도 부릅니다. 

위 그림에서 보면 은행의 자기 자본은 저축한 개인들의 돈의 총합계입니다.그러니까 저축한 고객들이 돈을 찾으려 할 때를 대비해서, 최소한 얼마 정도는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규제입니다. 만약 BIS자본비율이 10%라면, 은행이 1억 원을 대출해 주기 위해 은행은 천만 원은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2. 고정이하여신비율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의 총 여신(총대출) 중에 3개월 이상 고정이하여신(회수에 문제가 대출)의 비율을 말합니다. 대출의 회수가능성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하고, 각 분류에 따라 일정 비율로 대손충당금(영업손실)을 확정처리합니다. 정상적인 대출도 1%는 대손충당금을 처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대출을 해줬지만 돌려받지 못할 것 같으니 미리 손실을 처리하고 미리 위험에 대처하는 겁니다. 그래서 은행은 어느 정도 대출을 회수하지 못해도 큰 타격이 없습니다. (대략 2%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은행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BIS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라는 2가지 규제안을 적용해서 은행이 일정 비율의 현금성 자본을 보유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여기까지 이해하셨다면 이제 새마을금고 문제로 가 보겠습니다. 

 

새마을금고의 문제점


▣ 대출 연체율 증가

새마을금고 연체율 추이
새마을금고 연체율 추이

2023년 들어서면서 새마을금고의 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했습니다. 6월 21일 기준으로 6.40%인데, 이건 일반 저축은행이나 상업은행들의 2~3배가 넘는 비율입니다. 부동산 대출만 뜯어서 보면 더 심각합니다. 

새마을금고의부동산 대출규모는 2019년 27조 원에서 2023년에는 56조 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연체율이 거의 10%니, 약 5조 원이 연체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새마을금고 연체액/연체율과 부동산PF대출에 해당하는 관리형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현황
새마을금고 연체액/연체율과 부동산PF대출에 해당하는 관리형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현황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대출 중 부동산 PF와 성격이 같은 대출을 '관리형토지신탁 사업비 대출'이라고 합니다. 해당 대출을 2019년 말부터 시작했는데, 2023년 1월 기준으로 해당 대출액이 15.7조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연체율이 낮은 것처럼 보입니다만 작년부터 올해는 연체율 성장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 왜 부동산대출이 증가했을까?

2022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자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부동산PF 대출문제가 터진 것은 작년 10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시점이었는데요. 정부는 약 50조 원 규모로 부동산PF 지급보증을 하면서 사태를 막았습니다. (만약 정부가 나서지 않았다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금융기관들이 파산했을 겁니다.)

이후 금감원에서는 부동산PF 대출규제를 강화했는데요. 농협, 수협 등의 상호금융업권에 모두 적용되었는데 새마을금고는 예외였습니다. 

왜냐면, 새마을금고는 금감원 산하 관리대상이 아니라, 행정안전부 산하라 금감원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마을금고는 과거 마을 협동조합으로 시작되었고, 시작 시점에 행정안전부 소속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은행권에서 부동산 PF 대출을 받는게 쉽지 않아졌는데, 새마을금고에서는 계속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부동산PF 대출이 새마을금고로 몰렸습니다. 때문에 새마을금고의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규모가 2021년 말 9조 원에서 2022년 말 15조 원까지 빠르게 상승한 겁니다. 

 

▣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론적으론 연체율이 높아지면 위에서 말씀드린 대손충당금이 증가하게 됩니다. 대손충당금이 자꾸 커지면 은행의 BIS비율이 낮아지고, 은행은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산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거나 어디선가 돈을 빌려와서 BIS비율을 맞춰야 합니다. 

 

문제에 대한 이상한 대응


▣ 이자를 100% 탕감?

이자를 100%탕감해 준다는 새마을금고의 이상한 행동
이자를 100%탕감해 준다는 새마을금고의 이상한 행동

며칠 전 이상한 기사가 떴습니다. 새마을금고에서 이사장 승인 조건 하에 대출연체에 대한 정상 및 연체이자 전액을 감면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고 합니다. 감면기한은 2023년 말까지입니다. 

이자를 탕감해 버리면 연체기록이 사라지고 연체율엔 아예 반영되지 않습니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떨어지겠지만, 실제 정확한 연체율은 알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자를 100% 탕감해 준다는 정책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 새마을금고 예금 7조 원 이탈

새마을금고 예금액 감소
새마을금고 예금액 감소(일종의 뱅크런?)

새마을금고에 실리콘밸리 은행과 비슷한 뱅크런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물론 7조 원이 이탈한 시점은 2023년 3~4월이며, 새마을금고의 말에 따르면 5월부터 수신잔고가 회복되고 있다고 합니다. 

뱅크런이 계속된다면 새마을금고의 BIS비율이 낮아지게 되고, 새마을금고는 자산을 매각하거나 돈을 빌려서 BIS비율을 맞춰야 할 겁니다. 

 

새마을금고가 망하는 걸까?


▣ 망하지 않음, 망할 수 없음

뱅크런이 계속되고 연체율이 올라가면 새마을금고가 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엔 절대 망하지 않을 거라 봅니다. 왜냐면 정부가 망하도록 가만두지 않을 거기 때문입니다. 

새마을금고과 같은 금융권이 망하면, 기업과 금융권으로 파산이 확산될 겁니다. 일종의 금융위기 같은 게 오게 될 텐데, 리먼사태를 봤던 정부가 새마을금고를 망하게 둘 리 없습니다. 

거기다 새마을금고는 일반 은행과 구조가 다릅니다. 새마을금고는 행안부 소속으로 부족한 준비금을 국가로부터 차입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새마을금고의 진짜 금고가 바닥나도, 정부에서 돈을 빌려 파산을 막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문제는 다른 곳에서

어느 한 곳을 무리하게 막으면 다른 곳이 터집니다. 그게 어디일지는 알 수 없으나, 작년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부동산PF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 것처럼 새마을금고 문제도 무리하게 막가보면 어딘가 다른, 가장 약한 곳이 터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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