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 동안 미국은 기준금리를 5% 인상했고, 우리나라도 약 4%에 가까운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대부분의 시장전문가들이 2023년부터 경기침체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만, 미국의 강력한 노동시장과 예상보다 빠르게 인플레이션이 감소하면서 이른바 경제의 소프트랜딩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주요 국가 중 경기회복이 가장 늦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죠)
최근 여러 곳에서 급격한 금리인상과 양적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경기가 침체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고 있는데요. 미래에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음을 대비하여 관련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2023년 상반기, 나쁘지 않았던 미국 경제
▣ 예상보다 괜찮은 GDP성장률
2023년 1분기 미국 GDP성장률은 연 2%로서 작년에 예측했던 1.3% 대비로 상향 성장했습니다. 2분기 GDP성장률은 연 1.7%성장으로 전망하는데요. 이것도 작년 예측치보다 0.9%나 높아진 수치입니다. 시장에서 분석하는 경기침체가 일어나지 않은 주요 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 원인1: 강력한 노동시장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에서도 강력한 노동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실업률은 미국, 유럽에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은 2023년 5월에 1월 이후 가장 많은 약 339,000개의 일자리 수를 추가했습니다. 타이트한 노동시장은 노동임금을 상승시키고, 소비자 지출을 늘이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원인2: 소비자 지출의 증가
경제가 잘 굴러가고 성장하는 상황을 심플하게 생각하면, 기업과 노동자가 돈을 잘 벌면서 동시에 돈을 잘 쓰는 것인데요.
변화가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Core PCE지수(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2023년 상반기 내내 전년대비 4~5% 상승률을 유지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돈을 많이 쓰면서 기업이 좋은 매출실적을 낼 수 있게 되었던 것이죠.
기업은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다시 충원했고, 이런 선순환이 돌면서 2023년 상반기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좋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 지출은 왜 줄지 않았던 걸까?
▣ 원인1: 기이한 팬데믹 효과
팬데믹 기간동안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정부에서 대규모로 돈을 지출했습니다. 지출의 형태는 개인지원금부터 공공사업을 통한 지출, 그리고 금리인하로 인해 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장기 대출을 받아 자금을 확보하게 하는 등 다양했습니다.
미국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풀었는지 위 그래프를 보시면 알 수 있는데요. 대략 팬데믹 이후 4.5조 달러의 돈을 풀었습니다. 우리 돈으로는 약 6천 조원의 돈인데요; 최근에 양적긴축을 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 1조 달러도 줄이지 못했으니 얼마나 많은 돈이 팬데믹 기간에 풀렸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풀린 돈들은 소비자 레벨로 들어가서 저축으로 은행에 쌓였습니다. 그리고 2022년 기록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지만 아직 소비자들에겐 현금 총알이 충분했던 상황이었죠. 이렇게 해서 시중에 돈이 마르지 않으면서, 소비자 지출이 늘고 기업실적까지 상승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이 현금에 쫓기지 않았다는 것은 위 그래프로도 증명됩니다. 위 그래프는 가처분 개인소득 대비 가계부채 상환액 비중을 나타내는데요. 최근 가계부채 상환액은 가처분 개인 소득의 9.6%로 역대급으로 낮습니다.
▣ 원인2: 선방한 주택시장과 자동차시장
위 그래프에 있는 회색 선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2022년 기준금리 인상은 과거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높은 금리가 인상되었습니다. 금리인상은 일반적으로 주택과 자동차 경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데요.
금리가 인상되면 자동차와 주택과 같은 일반적으로 대출이 필요한 상품수요가 감소하면서 건축은 신축공사가 줄이 들고, 자동차는 재고가 쌓이면서 생산량을 줄이면서 근로자를 해고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다릅니다.
- 자동차: 금리인상기인 2022년동안 반도체 칩 부족으로 생산량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자동차 업체에는 생각보다 재고가 쌓이지 않았고, 오히려 고가 브랜드 자동차들은 수요보다 상품이 적어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 건축: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팬데믹으로 인한 중국폐쇄로 공급망이 악화되면서 공사기간이 많이 지연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금리인상 이전에 짓기 시작한 주택과 아파트를 계속 짓고 있고, 여기서 노동수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미국에서도 주택보다 건설기간이 긴 아파트 건축이 많아진 영향이 제법 크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기간은 짧았고 해당기간에 여러 가지 특수성으로 예상했던 경기침체가 오지 않았습니다.
▣ 원인3: 직/간접적인 정부지원
금리인상과 동시에 정부는 양적긴축으로 시중에 돈을 흡수한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서 정부가 불가피하게 돈을 풀었거나,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 상황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예상보다 따뜻했던 유럽의 겨울: 작년 겨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천연가스의 큰 비중을 러시아에서 공급받던 유럽에선 에너지 가격 폭등 위기가 있었습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빠르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미리 천연가스를 비축했으며, 다행히 지난 유럽의 겨울은 유난히 따뜻해서 우려했던 에너지 위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럽 정부는 약 8,500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하락: 석유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에너지 가격하락은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큰 영향을 줍니다.
-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와 다양한 부양책들 시작: 중국은 전 세계의 공장이자 최대 자원수입국이며 최대 에너지 소비국입니다. 중국이 베이징 폐쇄를 풀고 경제활동을 재개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부양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여러가지 인프라 생산 및 반도체 설비지원 등 여러 가지 산업지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법안은 약 1조 달러를 푸는 효과를 가집니다.
근데 경제가 이대로 회복될까?
▣ 연내 1-2회 추가 금리인상 필요
예상보다 경기가 좋았다는 것은,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은 감소하지 않았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을 보시면 미국은 소폭 하락 중이나, 유럽은 미국보다 하락율이 낮고 영국은 아직도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포함하며, 최근 파월의장은 연내 1-2회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예고했습니다.
미국만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밝힌 것이 아닙니다. 노르웨이와 영국에서도 6월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발표했으며,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도 일시정지했던 금리인상을 재개했습니다. 금리인상이 끝나지 않은 것이죠.
▣ 하반기 및 내년부터 경기침체 예상
금리인상의 결과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뒤에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이번엔 위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효과가 더 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습니다. 특히 연내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있을 경우, 향후 6개월에서 18개월까지 경기침체가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습니다.
마무리
상반기에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까지 상승했습니다만, 하반기는 주식시장 및 경제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릅니다. 일단 현재처럼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접어두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하락했던 유가와 팬데믹 시기에 저축했던 저축들이 말라가면서 경기가 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현재 경제상황을 각자 개인 기준으로 잘 평가하시면서 하반기에도 좋은 투자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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