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가 폭락했습니다. 나스닥이 하루만에 2.5%가까이 하락했고 러셀2000지수는 4%가까이 빠졌습니다. 아마도 대부분 보유 중인 주식이 그동안 상승세가 컸던 엔비디아, MS, 아마존 등 기술 대형주에 몰려있고 섹터도 반도체 등 특정 섹터에 몰려있다 보니 실제 개인 계좌의 손실 폭은 지수하락보다 훨씬 클거라 생각하는데요.
지금까지 많은 하락장의 징조들이 있었습니다만, 실제로 어떤 시점에 어떤 트리거로 하락장이 시작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보면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의 실업률 상승 및 GDP성장률 하락이 방아쇠를 당겼고, 당장 중동지역 전쟁위기가 하락장을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어서 주식투자에 매우 조심해야 하는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최근의 미국 경제상황과 위험요소들, 향후 리스크 전망에 대해서 쏟아지고 있는 기사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미국경제에 들어온 빨간 불
여러 경로로 포착되는 경기침체 신호들
▣ 미국 실업률 상승과 샴의 법칙
최근 미국 경제를 체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 2가지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입니다. 최근 인플레이션은 속도는 느리지만 둔화 중이라 시장에서는 향후 경기침체를 예상하기 위해 실업률 상승을 더욱 민감하게 보고 있었는데요.
8월 2일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이 4.3%로 나오면서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고, 시장이 경계하던 경계치를 돌파했습니다. 4.3%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실업률이 4.3%를 넘으면서 샴의 법칙(Sahm Rule)이 발동되었다는 해석인데요.
일단 샴의 법칙(Sahm Rule)이란 미국 실업률(U3)의 3개월 이동 평균이 지난 12개월 동안의 최저점 대비 0.50% 포인트 이상 상승할 때 경기 침체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 침체 지표입니다. 거시경제학자 클라우디아 Sahm이 2019년에 도입한 이 규칙은 노동 시장 상황을 기반으로 하며 경기 침체를 식별하는 지표인데 매우 높은 정확도로 유명합니다. 관련 참고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1953년 이래로 Sahm Rule은 11번 발동되었고(이번 사례 제외), 그 11번 중 10번은 경기침체가 왔습니다.
- 유일한 거짓 양성 반응은 1959년에 발생했지만, 그때도 불과 5개월 후에 불황이 시작되었습니다.
위에 보시는 그래프에서 검정색으로 표시된 Sahm Indicator가 7월 실업률 4.3%를 반영하면서 0.5% 이상으로 상승했습니다. (실제 수치는 0.53%) 샴의 법칙이 이번에도 적용된다면 12개월 이내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샴을 포함한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번 실업률 상승만으로 경기침체를 확정짓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인데요. 특히 이민자 확대가 실업률 지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밝혔는데 관련 주요 논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민 증가는 노동력을 확대하여 실업률을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기본 경제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더라도 Sahm Rule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Sahm Rule의 신호를 해석할 때 더 광범위한 노동 시장 역학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미국 의회 예산국(CBO)은 2023년 최소 300만 명의 순 유입에 이어 2024년 순 이민이 3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데요. 이러한 이민자 급증은 부분적으로 팬데믹 이후 국경 재개방과 남서부 국경을 따라 이주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멕시코에서의 이민자 수 증가추세를 통해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가 최근 실업률 상승을 정당화하기엔 여전히 부족합니다. 미국도 전체적인 인구 노령화가 시작되어 젊은 노동 연령층을 이민자들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도 이민자들 없이 흔히 3D업종이라 부르는 일자리 노동력을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은 상승/하락이 가장 더디고 끈적끈적한 지표라, 실업률 증가가 시작되면 이를 되돌리기 어렵고 경기침체가 올 확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선 실업률 성장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 미국 GDP성장 둔화
2022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이 5%가 넘는 높은 기준금리에도 경제성장을 계속해왔던 배경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하게 이해하셔야 할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강력한 소비자 지출: 소비자 지출은 미국 경제 활동의 약 70%를 차지하는 강력한 요소입니다. 코로나 이후 막대한 개인지원금 등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저축액이 역대급으로 높아졌으며, 이런 자금이 강력한 소비자 지출을 유지하게 했습니다.
- 정부 투자: 리쇼어링 정책 기반으로 정부가 기업 및 공공재, 민간에 역대급으로 돈을 지출했습니다. 이런 자금들은 기업투자의 마중물 역할까지 하면서 경제성장에 큰 축으로 작용했습니다.
- 엔 캐리 트레이드: 미국정부가 1,2번을 진행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했는데요. 이런 돈들은 결국 세금 외에는 모두 채권판매로 충당해야 했는데, 주요 글로벌 경제국들이 미국의 채권을 흡수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일본은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제로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국의 채권구매국인 동시에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미국경제에 막대한 유동성을 지원했습니다.
일본 엔화 하나로 얼마나 유동성을 만들 수 있겠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헷지펀드들이 엔화를 빌려 레버리지 형태로 달러화 자산에 재투자하므로 투자 금액의 수십, 수백배 효과로 유동성이 발생하게 됩니다.
20년 기사생활 및 경제학 박사인 박종훈님의 지식한방 유튜브 내용에 따르면 직접적인 엔 캐리 규모는 5천억 달러(680조 원, 우리나라 1년 예산규모)정도입니다만, 레버리지와 헷지펀드 투자효과는 약 20조 달러로 우리 돈 2경 7천 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옐런 장관이 일본의 금리인상을 계속 저지했던 이유가 분명히 있었던 것인데요.
문제는 이렇게 미국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도 이젠 GDP가 성장하지 않는 시점이 왔다는 것입니다. 아래 이미지를 통해 설명하겠습니다.
미국GDP는 2024년 1분기 1.4%에서 2.8%로 깜짝 상승했는데요. 여기에 몇 가지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 개인소비지출 비중감소: 2023년 대비 개인소비지출 비중이 2024년 들어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 미국 개인소비지출을 지탱하던 저축액이 2024년 1분기에 모두 고갈되었고, 카드론 연체비율 등이 급증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입니다.
- 재고투자의 증가: GDP는 해당 분기에 생산된 완성제품들의 가치가 포함되는데요.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쌓인 자산가치가 GDP성장률 2.8% 중 약 30%비중을 차지합니다. 소비능력이 감소하면서 재고자산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4년 1,2분기에 정부지출 비중이 감소한 것은 11월 대선에서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지출규모를 의도적으로 줄였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3분기에는 정부지출의 직접적 효과는 늘어날지 몰라도 개인소비지출, 재고투자, 설치 및 장비투자와 같은 부가적인 성장효과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정부가 만들어 내고 있는 역대급 유동성이 이제는 GDP성장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요. 이렇게 된 원인 중에는 미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규모 증가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미국이 시중에 유동성을 지급하려면 어디선가는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요. 국가 세금량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으므로 세금수입 이상의 지출은 모두 국채발행으로 매꿔야 합니다. 그런데 국채발행량이 너무 많아져서 이제는 해외자본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자본을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현재 GDP 대비 부채 비중은 2024년 연말까지 약 124.3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총 부채규모는 34조 4천억 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4경 7천억 원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인데요.
국채 발행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해외국가 및 금융기관들의 국채 매입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하고, 이제부터 발행하는 국채들을 통해서는 미국 민간자금을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미국이 국채를 발행할수록 미국 민간자금이 말라버리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미국정부가 아무리 유동성을 공급해도 민간 및 시중에 유입되는 효과가 줄어들어서 경제성장에 일조하지 못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이런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만, 이제 미국 경제성장을 머리채 잡고 끌고가던 정부의 힘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 워런버핏의 현금보유량 증가
최근에도 저는 워런버핏이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줄이면서 역대급으로 현금 보유량을 늘이고 있다는 글을 작성한 적이 있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워런버핏의 현금보유량을 약 270조 원정도로 추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추가적으로 애플 지분까지 매도하면서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워런버핏은 이번 애플지분 매도로 현금보유량이 377조 원으로 늘었습니다. 제가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매도하여 현금을 277조 원 확보했다고 글을 쓴 게 1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거의 100조 원이 넘는 현금이 늘어난 것인데요.
물론 애플 지분을 매도한 시점은 1분기 중으로 최근에 매도한 것은 아닙니다만, 워런버핏과 같은 투자 대가가 우리나라 연간 예사의 거의 50%가 넘는 규모로 현금을 확보했다는 것은 이미 경기침체 대비를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워런버핏의 현금보유량은 역대 최대치이며, 워런버핏의 투자 성향 상 가장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투자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투자공부를 시작한 이후 알게된 진리는 경제의 세계에서 100% 신뢰할 정보는 절대로 없다는 것입니다만, 그 중에서 가장 신뢰하는 정보 중 하나가 워런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입니다.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쫓아가면 100% 이익을 내진 않지만 매우 높은 확률도 잃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래서 2024년 하반기는 어떻게 될까?
아무도 예상치 못한 폭락장의 시작
▣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 실업률 증가가 트리거
7월 31일 일본중앙은행이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0.1%에서 0.25%로 인상한 이후 S&P500과 나스닥이 2~4%정도 하락했는데, 8월 2일 미국의 7월 실업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2차 주가지수 하락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최근 5일동안 나스닥과 S&P500 주가지수 하락폭은 3.5~4.5%에 달합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월요일인데요 시장에 공포가 확산된 상태라 월요일부터 추가적인 하락장이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이고, 아직까진 크게 이를 반전시킬만한 정보들이 없는 상황입니다. 관련해서 현재 시장에서는 아래 2가지 이벤트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 엔 캐리 청산과 이스라엘-이란 전쟁
첫번째로 두려운 상황은 본격적인 엔 캐리 청산의 시작입니다. 일본 엔화가치가 상승할수록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사람들은 엔화가치 상승과 미국자산 가치 하락 2가지로 손실폭이 커질 것을 대비하기 위해 엔 캐리 청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엔 캐리 청산이 시작되면 엔화가치가 급등하여 일본 경제성장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달러 당 150엔 선에서 환율을 방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만, 지난 주 금요일 이 지지선이 깨지고 달러 당 146엔으로 환율이 내려앉은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론 엔 캐리 청산이 월요일부터 시작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만, 달러/엔 환율이 계속 하락세를 키우게 되면 주식시장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엔화환율은 꼭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2번째 화약은 이스라엘-이란 전쟁 본격화입니다. 이미 미군이 중동지역에 군함 및 군 전략자산 배치를 늘이기 시작했는데, 이스라엘이 이란을 비롯한 하마스 등의 연합세력과 본격적으로 무력 대립할 경우, 5차 중동전쟁 급의 위기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동지역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유가상승으로 인해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전 지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은 9월에 0.25%p 금리인하가 아니라 0.50%에서 최대 1%p까지 금리인하를 해야할 수도 있다는 해석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금리인하가 급격히 진행되는 것은 결코 증시에 좋지 않습니다. 경제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금리인하 폭을 늘이는 것으로 해석하여 금리인상 시점보다 급격한 금리인하 시점에 주식시장 폭락이 더 많이 발생했습니다. 결코 큰 금리인하가 주식시장엔 좋지 않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2024년 상반기에 4.5%를 넘길까 걱정하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무려 3.8%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향후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생각하여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것인데요. 국채금리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도 주식시장에는 악재 중 하나입니다.
최근엔 국채금리도 워낙 주식처럼 변동성이 컸기 때문에 다음주에 급반등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만, 이렇게 하락추세를 이어갈 경우 주식시장 폭락장의 주요 원인으로 작동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침착한 대응과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지양
하락장이 시작된다고 해도 보유하고 있던 미국주식을 급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폭락장이라고 해도 투자자들을 꼬시는 반등장이 몇 번은 발생할 것이고, 이런 상황에 맞게 기존에 수익을 내고 있던 대형 기술주들은 조금씩 분할매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더불어 하락장을 대응하기 위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금물입니다. 분명히 다음 주부터 TQQQ와 SQQQ와 같은 나스닥 하락에 배팅하는 레버리지 ETF들의 투자금이 늘어날텐데, 모든 사람들이 예상하는 하락패턴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두가 하락할거라 생각하는 시점에 반등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인버스 및 레버리지 투자에 익숙치 않고 매매시점을 잘 모르는 분들은 무리하게 이런 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현금비중을 늘이고 하락장이 깊어지길 기다렸다가 저렴한 주식들을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더 안전하고 유익할거라 생각하는데요. 이건 개개인의 투자능력 차이도 있으므로 각자 냉정하게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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