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5% 동결했고, 시장에서는 미국 9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10월에 우리나라가 기준금리 인하를 따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진 경제뉴스에 조금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많은 기사를 통해서 접해본 스토리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에서 이번 회의에서 '달러-원 환율 안정이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하의 선결 조건'이란 의미의 발언을 했는데요. 이게 무슨 말인지 의아한 분들이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이 말은 아래와 같이 표현해 볼 수 있는데요.
- 한국은행 발언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달러-원 환율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기준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달러-원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건데. (1,400원대를 뚫어버릴 수도 있겠죠)
- 한국은행은 최근까지 미국-한국의 금리차이가 환율 상승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니라고 강조했었다.
- 그런데 갑자기 금리차이가 환율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바뀌게 된 것??
아시는 것처럼 이미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차이는 1년 6개월 이상 역대 최대인 2%로 벌어져 있었고 추가적인 변화는 없었는데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차이는 환율 상승 우려요인이 아니라고 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 좀 이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은행에서 말하는 환율과 기준금리의 관계를 자세히 알아보고, 향후 달러-원 환율 변화방향에 대해서 예측해 보려고 합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달러환율과 기준금리 관계
한국은행 발언 살펴보기
▣ 환율과 가계대출 불안으로 금리 동결
7월 11일 한국은행은 역대 최장 기간인 1년 6개월째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요내용은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수준(2%)에 가까워졌음
- 최근 원/달러 환율과 가계대출 등이 불안
- 미국도 아직 정책금리를 내리지 않아 물가, 금융, 성장, 해외 상황을 보면서 기준금리 인하시점을 신중하게 결정
얼핏 보면, 위 내용은 그냥 그동안 경제뉴스에서 많이 해왔던 얘기들의 반복이고, 당연히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긴 어려울거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경제적인 상황에서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 미국보다 먼저 글로벌 주요국가들이 금리인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EU가 올해 6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내렸습니다. 심플하게 생각하면 인플레이션보다 경기 둔화가 더 심각하다는 판단입니다.
- 한국은행은 그동안 기준금리 차이가 달러환율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얘기했습니다. 올해 4월에도 달러환율은 1,350~1,360원대였습니다만 위기가 아니고 오히려 우리나라가 선진국형 외환시장이 되고 있으며, 내국인들의 해외투자가 늘면서 환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언급했는데요.
- 현재 달러환율도 올해 4월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갑자기 달러환율은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한국은행의 발표내용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가 중요
이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환율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답변에 임했다.
이 총재는 "(한미간) 명목금리가 200bp 차이가 났지만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금리 면에서 우리가 높았던 기간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도 거의 3% 아래쪽으로 내려와 명목금리 격차가 거의 실질금리 격차가 된 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로 벌어지는 상황이 환율 상승을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니라고 강조해왔던 것에서 실질금리(시장금리) 격차가 명목금리 차이와 비슷해진 점을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https://news.einfomax.co.kr)
명목금리는 은행에서 제공하는 저축, 주택담보대출, CD 등의 금리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은행에 예금을 넣거나,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금리인데요. 기준금리에 적용되면 명목 기준금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100만원을 연 5% 은행예금을 넣어서 1년 뒤 5만원의 이자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럼 쉽게 5만원의 수익을 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야 실제적인 수익이 나옵니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3%였다면 실제로는 2%의 수익밖에 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명목금리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서 조정하는 금리를 실질금리라고 하며,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습니다.
실질금리 ≒ 명목금리 - 물가상승률 ≒ 명목금리 - 기대 인플레이션
한국은행 발표내용으로 다시 돌아가서 내용을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명목금리는 2%p 차이가 났지만 실질금리는 그만큼 차이가 나지 않았다 (우리가 더 높았던 적도 있다.)
- 최근에 미국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한미 명목금리차와 실질금리차가 거의 비슷해 지고 있다.
- 실질금리차가 2%p와 가까워질수록, 달러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원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2023년 1월~2024년 5월까지 미국과 우리나라의 실질금리를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2023년 초에는 우리나라의 실질금리가 미국보다 높거나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만,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실질금리 차이는 1.0~1.5p에 육박하게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에서 말한 것처럼 최근 실질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라 보긴 좀 애매해 보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실질금리차를 그래프로 표시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주장처럼 실질금리 차이가 명목금리인 2%p에 근접해 보이진 않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실질금리 차이가 우상향하는 정도까진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위 그래프에는 6월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아 이 부분이 반영되면 좀 더 우상향하는 모양새로 보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한국은행에서 훨씬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히 판단하고 있겠습니다만, 향후 한미 기준금리차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우리나라의 금리인하 및 달러환율 변화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실질금리 격차가 명목금리 차이만큼 벌어지게 되면 시장에선 금리 차이를 더욱 뚜렷하게 체감한다는 의미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게 됩니다. (매우 높은 확률로 달러환율이 상승하겠죠)
실질금리 상승의 의미
▣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어떤 일이?
얼핏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좋은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은행예금에 대한 이자는 많이 받고, 물가상승률은 낮으니까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니까요. 그런데 꼭 그렇진 않습니다. 실질금리 상승에는 아래와 같은 경제적 효과가 뒤따릅니다.
- 인플레이션 감소: 지출과 경제활동이 줄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 저축 증가: 실질금리가 높을수록 예금이자가 늘어나는 격이라 저축이 늘어나고 소비가 줄어듭니다.
- 통화가치 상승: 해외투자자들에게 국내 통화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므로 국내 통화가치가 더 강화됩니다. 이건 한미 실질금리 격차가 커졌을 때 달러가치가 강화되는 원리와도 같습니다.
- 대출과 지출감소: 실질금리가 높아지면 소비자와 기업의 대출금리가 높아져, 소비자와 기업 모두 지출이 줄어듭니다.
- 경제성장 둔화: 지출, 투자, 수출 감소(통화가치가 상승하면 수출이 감소함)로 전반적으로 경제 성장이 느려집니다.
- 주식시장 하락: 금리가 높으면 기업의 차입 비용이 상승하고 주식보다 채권투자가 매력적으로 보여 주식시장은 하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실질금리 상승에 따른 금리인하 압박
높은 기준금리는 물가를 계속 압박해서 인플레이션은 감소하고 실질금리는 상승시킵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감소하는데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경제성장 둔화와 같은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게 되는데요.
위 기사와 같이 우리나라 실질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했는데, 금융시장에서는 실질금리가 1%를 넘으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로 긴축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기사에서 언급한 과거 사례를 보면 2012년과 2019년 실질금리가 1%를 웃돌자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인용한 2개 기사내용이 묘하게 모순됩니다. 달러환율 때문에 금리를 인하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질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 경기둔화가 오지 않게 하려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제가 언급하지 않은 가계대출 증가추세로 금리인하를 방해하는 요인입니다. 최근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추세라 금리인하로 가계대출이 폭등할 위험도 있습니다.
달러환율은 어떻게 될까?
하반기에는 여러가지 변수 존재
▣ 당분간 1,350~1,400원 유지 전망
결과적으로 짜맞춰진 시나리오는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하면 우리도 그만큼 금리를 인하'해서 적당히 가계대출과 달러환율을 견제하겠다는 건데요.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달러가치가 낮아지면 달러환율이 조금 하락할텐데, 우리도 실질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추세라 경기둔화와 수출감소 등의 문제를 막으려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는 상황에서 큰 금리인하를 기대할 순 없습니다. 결국 미국 정도의 보폭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보이며, 이번 정부의 정치적 기조를 봤을 때 달러환율보단 기준금리 인하로 기업들의 대출 등 자금확보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하반기에도 달러환율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아보이는데요. 물론 달러 환율이 하락할 수 있는 여러가지 요인들도 존재합니다.
▣ 올해 9월 세계국채지수 WGBI 편입 시 달러환율 하락 기대
2024년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이 개방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일정요건을 갖춘 해외금융기관(RFI)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 가능
- 외환시장 개장시간이 영국 런던시장에 맞춰 오전 9시~다음날 오전 2시로 연장됨
외환시장 개방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간 제약없이 원화 환전이 가능해지고, 국내 개인들도 야간시간에 시장환율로 환전이 가능해집니다. 국내 외환시장 개방 자체로 달러환율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국채지수(WGBI)편입입니다.
- 세계국채지수(WGBI)는 글로벌 20개국 이상의 고정 금리, 현지 통화, 투자 등급의 국채 성과를 측정합니다.
- 지수에는 다양한 통화로 표시된 국가 채권이 포함되며, 몇 가지 편입 조건이 있습니다.
- 국채 발행잔액 500억 달러 이상
- 신용등급 S&P A-이상
- 외국인 투자자 시장 접근성 확보
우리나라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외국계 자금이 국채 시장에 유입되고 국채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2년 9월부터 WGBI 편입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며, 올해 9월에 편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4년 7월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하는 것도 WGBI 편입조건을 맞추려는 목적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올해 5월에도 우리나라는 WGBI편입을 시도했습니다만 불발되었고 9월에 편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WGBI지수에 편입될 경우, 채권발행금리가 내려가고 외화유입효과가 있어서 달러환율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미국 기준금리 인하까지 기대하고 있어서 9월에는 달러환율이 조금 하락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 미국 국채 발행량 증가는 달러환율 상승요인
아래와 같이 여러가지 목적으로 2024년 3~4분기 뿐 아니라 2025년까지 미국 국채 발행량 (특히 장기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2024년 7월~9월동안 미국 재무부는 9월말 8,500억 달러의 현금 잔액을 맞추기 위해 (미리 정해둔 계획) 8,470억 달러의 순 유동성 부채를 차입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차입은 대부분 국채, 그리고 50% 이상의 비중으로 장기채 발행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2025년에 미국은 기록적인 8조 9,000억 달러의 정부 부채(장단기 국채들)의 만기가 발생합니다. 이걸 다 현금으로 막을 순 없을테니 내년에도 상당한 양의 국채 발행량 증가가 예상됩니다.
- 2024년동안 미국 정부는 약 10조 달러의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규모는 미국 정부 부채의 1/3 이상, 미국 GDP의 1/3이상 규모입니다.
미국은 11월 대선을 위해 올해 3분기에 막대한 정책 예산을 집행할 예정입니다. 예산을 집행하려면 재무부에 돈이 있어야 하는데, 재무부의 수입은 세금과 국채 발행 2가지 뿐입니다. 때문에 올해 3분기에 막대한 양의 정부 채권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 발행량 증가는 일반적으로 달러환율 강세를 유도합니다. 미국 국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더 높은 수익률의 국채에 투자하기 위해 달러를 구매하면서 달러환율이 상승합니다. 이건 최고 안전자산으로 취급받는 미국 국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너무 많은 장기채가 시장에 풀릴 경우, 미국 장기채 수익률이 너무 높아지면서 은행파산과 같은 금융시장 패닉이 올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미국에서 컨트롤을 하겠지만, 이렇게 금융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아이러니하게 달러환율은 더 상승합니다. 글로벌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 일본 환율방어는 달러환율 하락 요인
현재 달러-엔 환율이 160엔대로 역사적인 최고점 상태입니다. 일본은 여러가지 이유로 언젠가는 엔화약세를 방어해야 합니다만, 미국 대선 이전까진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쉽게 엔화환율 방어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입니다. 만약 일본이 엔화환율을 방어하려면, 보유하고 있던 미국국채를 팔고 엔화를 흡수해서 엔화가치를 높여야 하는데요. (시장에 엔화가 줄어들면 엔화가치가 올라가는 원리) 그런데 미국국채를 팔면 달러가 시장에 공급되는 효과가 있어서 달러환율은 상대적으로 하락하게 됩니다.
이것과 관련된 복잡한 이야기들은 예전에 2024년 하반기 중 엔화환율 투자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별도 포스트로 작성한 바가 있는데요.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음
▣ 누구의 말도 믿지 말 것
한국은행은 작년 말엔 올해 초에 달러환율이 안정될거라고 했고, 7월에는 하반기엔 달러환율이 안정될거라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망들은 잘 맞지 않고, 세상엔 항상 새로운 일들이 터집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특히나 많은 이벤트들이 예상되는데, 가장 큰 건 일단 미국대선입니다. 그 외에도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거나 위험이 도사리는 곳들이 존재하며, 이상기후로 인한 태풍, 폭염 등도 달러환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저도 너무나 당연히 하반기에 달러환율이 어떻게 될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몇가지 가정들을 가지고 있어서 보유한 달러는 한가지 방법이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으로 분산해서 단계적으로 현금화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단순히 언제부터 달러환율이 오른다 내린다 하는 말을 믿지 마시고 다양한 의견들을 찾아보신 후 본인만의 투자방법을 세워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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