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미국 경제 데이터가 발표되었습니다. 23년 4분기 GDP성장률이 무려 3.3%나 나온 건데요. 우리나라 4분기 GDP성장률은 0.6%에 그치고 있는데, 미국은 무려 5배가 넘는 경제성장을 했습니다. 연단위로 봐도 2023년 미국 GDP성장률은 3.1%, 우리나라는 1.4%로 미국이 2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4분기 GDP가 예상보다 너무 좋게 나오면서 정말 미국은 경기침체 없이 연착륙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더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4분기 경제지표들이 이보다 더 잘 나올 수 없다는 평가들이 있는데요. 관련 내용들을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GDP성장률 뜯어보기
4분기 GDP성장률은 3.3%로 우리나라 대비 2배 이상 성장
미국 23년 4분기 GDP성장률이 3.3%가 나왔습니다. 시장 전망치는 2%였는데 엄청나게 높게 나온 수치입니다. 2023년 연간 GDP성장률은 3.1%로 우리나라 1.4% 대비로 2배나 높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참고로 작년 초에 미국 경제학자들이 예상했던 2023년 GDP성장률은 0.2%였으니, 작년 미국 경제가 얼마나 예상외로 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2024년 GDP성장 예측치도 충분히 의심할 만합니다. 2024년 예측치는 약 1%인데요. 최근 기업실적들도 그렇게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어서 정말 경기침체 없이 연착륙이 가능한 거 아니냐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GDP성장률만 좋았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GDP가 성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같이 상승하면 연준 입장에선 금리를 더 높여야 하는 골치아픈 상황일 수 있는데요. 인플레이션은 작년 초 기대치보다 훨씬 더 좋은 데이터를 보였습니다.
안정적으로 하락 중인 인플레이션과 강력한 소비지수
2022년 6월에 최고점을 찍었던 CPI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2023년만 보시면, CPI는 전체적으로 하락추세에 상승했던 구간도 있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Core CPI는 2023년 내내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일부 CPI가 반등했던 구간에도 시장에서 크게 반응하지 않았던 건 Core CPI가 안정적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던 걸로 보입니다.
미국 GDP의 2/3를 차지하는 소비동향을 알아보는데 가장 좋은 지표 중 하나는 미시간 대학 소비자 심리지수(MCSI)입니다. 이 지표는 매월 발표되며 지수가 높을수록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는데요.
2024년 1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3%나 상승했습니다. 특히 2달 연속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32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미국인들이 경제에 대해서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지수가 많이 상승했다고 해도 그래프를 보시면, 데이터 수준은 아직 2020년에 미치지 못하고 2021년 초입수준입니다. 앞으로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커질수록 데이터는 좀 더 상승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고용지표마저 긍정적
아래 별도 포스트를 통해서 자세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만, 2023년 고용지표는 전문가들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습니다. 대표적인 지표인 실업률을 보겠습니다.
2023년 실업률은 3.5~3.9% 사이를 유지했는데요. 코로나 시기에 실업률이 급증했었습니다만, 4%가 안되는 실업률은 미국 평균치 이하의 수치입니다. 그만큼 미국 고용시장이 좋았다는 의미죠.
종합적으로 보면, 미국이 경기침체로 간다는 징후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GDP는 연간 3.1%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았으며, 소비는 늘고 물가는 하락 중, 고용은 예상보다 강력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이면 연준이 굳이 빠르게 금리인하를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금리인하가 늦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경제가 침체 없이 잘 유지 또는 약하게 성장하면서 천천히 금리가 인하되는 시나리오가 주식시장엔 가장 좋습니다. 경기침체나 혹은 금융이슈가 발생해서 이를 대응하기 위해 급하게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 오면 주식은 폭락 중일 겁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지표들도 있음
마냥 모든 데이터가 좋다고 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지표들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에서 아래 2가지 정도는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용지표가 강력한 건 정부영향?
2023년 어떤 카테고리에서 고용이 늘었는지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이 가장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 카테고리들은 코로나 및 노령층 증가에 따른 헬스케어, 그리고 코로나 시기에 인력감축이 컸던 레저 및 숙박업종의 고용증가가 컸고, 제조업종은 고용증가가 매우 낮았습니다.
고용은 미국 GDP의 2/3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고용이 늘면서 임금이 올라가고, 소비자들의 소비규모가 커지면 경제가 성장하는 흐름이죠. (물론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도 생깁니다.)그런데 이런 고용에 미국 정부 영향도가 가장 컸다는 건, 2023년 GDP가 크게 성장한 건 정부가 크게 개입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미국 GDP성장률도 정부 영향이 가장 큼
2023년 4분기 GDP성장률을 주요 구성요소 별로 나눠서 전년 대비로 살펴본 데이터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정부지출(혹은 투자)로 인한 경제 성장률이 4.3%로 가장 크게 상승했습니다. 2번째 구성요소인 비 주거용 투자도 세부적으론 정부/기업/개인 영역의 기여도가 있는데, 2023년동안 주요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였던 것을 기억해 보면 이 데이터도 정부 기여도가 가장 컸을 거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감소법, 기후법 등으로 적지 않은 세금을 썼고, 미국정부의 적자는 역대 최대규모입니다. 연준은 역대급 금리인상으로 인해 역레포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자지급으로 1143억 달러 (한화로 약 152조 원)이란 사상 최대 적자를 냈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거?
저도 아직 데이터에서 명확한 결론이나 목적을 뽑아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미국 경제가 작년에 너무 좋았던 것이 실제로 정부영향이 컸다면, 올해도 경제가 계속 좋을 수 있을까? 경기침체 없이 연착륙은 가능할까? 하는 질문이 생기는데요.
개인적인 가설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있기 때문에, 그때까진 큰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입니다. 정부가 정말 경제에 개입하고 있었다면 선거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선거 전까진 작년 수준의 경제개입은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가정인데요.
만약 가정이 맞다면 금리인하는 5월 이후로 예상보다 많이 늦어지겠지만, 올해도 전반적으로 채권보단 주식시장이 더 좋은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내용은 가정입니다. 투자대가들도 맞추지 못하는 미래를 저 같은 개미가 어떻게 맞추겠나요? 그저 데이터를 보고,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가능성을 매겨서 투자를 이어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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