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월 초 1,3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처럼 보이던 달러환율이 갑자기 1,340원을 돌파했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사라진 게 제일 컸겠죠.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서 북한 리스크까지 등장한 것이 조금 달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러환율 급등은 그냥 몇 가지 이유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좀 더 복잡한 사정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관련해서 어떤 변수들이 달러환율 변화에 영향을 줬는지, 그리고 2024년 달러환율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시장의 의견들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달러환율은 왜 갑자기 급등한 걸까?
1. 뭐니 뭐니 해도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 축소
작년 12월에 연준이 24년에 3번의 금리인하를 검토한다는 깜짝 비둘기성 발언으로 주식시장과 금값이 급등했는데요. (금의 가치는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성향이 있습니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죠) 연준은 올해 3번 금리인하를 검토한다고 했지만, 시장은 6번에서 최대 7번까지 금리인하를 할 거란 기대였습니다.
빠르면 3월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될 거란 기대감이 연준 관계자들의 반대 성향 발언과 오늘 발표된 새로운 데이터로 인해 사그라들고 있는데요. 바로 23년 12월 미국 소매판매 데이터입니다.
▣ 23년 12월 미국 소매판매
미국 소비자 지출은 미국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가장 큰 경제주체인데요. 23년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월 대비 소폭 반등한 상황에서 소매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훨씬 더 좋지 않습니다.
23년 12월 미국 소매판매(Retail Sales)는 전년 동기 대비 5.59% 상승, 전월 대비로는 0.6% 상승했습니다. 2가지 데이터 모두 월가 기대치를 크게 넘어섰는데요. 아마도 1월 중순 이후부터 주요 시장 전문가 및 투자관계자들은 소매판매 데이터가 증가추세임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미국 GDP의 2/3를 차지하는 소매판매가 성장한다는 것은 2024년에도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며, 금리인하를 해야 할 이유(특히 조기 금리인하를 해야 할 명분)가 약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떨어지자 국채금리는 상승하고, 달러인덱스도 다시 상승합니다. 달러인덱스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1월 15일인데, 달러환율도 같은 시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달러환율은 3개월 전 고점이었던 1,350원을 돌파할 뻔하다가 조금 하락했습니다. (최근 상승속도가 너무 빨라 뭔가 조치가 있었을 걸로 보입니다.)
금리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금가격은 조기 기준금리 하락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급락합니다. 작년 12월에는 연준에서 기준금리 3회 인하 가능성 발표 때문에 상승했던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유럽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고 있어서, 유럽도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1주일 전만 해도 70%를 넘을 거라 기대했지만, 하루 만에 58%까지 떨어졌습니다.
2. 전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 + 북한 리스크
전 세계적으로 전쟁 등 위기감이 커지면 기축통화인 달러를 더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달러는 강세를 띄는데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종전될 가능성을 거의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두 군데에서 추가적인 전쟁 리스크가 나오고 있는데요.
1) 후티 반군 vs 미국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남쪽과 예멘 서쪽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입니다. 이 조직은 이란-하마스를 지지하는 세력인데요. 자연히 현재 대립 중인 이스라엘과 서방국가(ex: 미국, 영국 등)들과는 대립합니다. 그런데 이 조직이 최근 하마스 지지 목적으로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 서방국가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한 사건입니다.
위 이미지처럼 미국과 영국 등이 후티 반군을 여러 차례 공격 중입니다만 저항이 이어지고 있어서 홍해를 지나던 물류선박들이 결국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걸로 노선을 바꾸고 있습니다. 자연히 물류비가 증가하겠죠.
물류비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엔 꽤나 치명적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인플레이션이 급등했던 것도 결국 물류비 상승에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물류비가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 코로나 시기와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고, 힘의 차이가 명확한 세력의 충돌이라 빠르게 해결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이슈들이 금리인하 시기를 더 늦추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의 증가로 달러 강세를 만들 수 있습니다.
2) 북한의 핵전쟁 이슈
선거 때가 되면 어김없이 크고 작은 북한 도발이슈가 있었는데요. 이번엔 좀 세게 핵전쟁으로 찾아왔습니다.
이런 이슈는 우리 생명과 연결되는 문제라 개인적으론 조금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은 이렇게 공개적으로 돌아다니는 정보는 대부분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과거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하려는 대화의 노력이 있었습니다만 현재는 남북한 모두 강대강 대결구도밖에 없다는 점이 다소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보다 우리나라에 관심 없는 해외에서 나오는 정보보다 훨씬 공신력 있는 국내 정보들이 이런 이슈를 빨리 잠재워주길 바랍니다.
아무튼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외 언론에서 나오다 보니, 국내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회수되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3월 총선이 끝나기 전까진 언제든 추가적인 여론전이 나올 수 있으므로 달러환율에는 명확히 악재입니다.
3) 굳이 하나를 더 꼽자면 '대만'
길게 언급한 내용은 아닙니다만, 연초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반중 성향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3 연속 당선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었고, 중국-대만의 갈등이 커질 거란 전망이 나왔는데요.
실제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란 뒷배도 있지만, 위치적으로 섬나라인 대만을 공격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비용도 크기 때문인데요. 만약 대만에서 전쟁이 난다면, 이에 대한 악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국가가 우리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만이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어차피 반도체를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나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 생산에 문제가 생길 거란 논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많이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급격히 줄거란 의견인데, 이건 그냥 참고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3. 반도체 경기회복 지연과 부동산 PF문제
2024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개선될 거란 희망적인 전망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 및 관련 기업투자가 크게 늘기도 했었는데요.
뚜껑을 열어본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반도체 부문은 2023년 4분기 연속 적자였고 창사이래 최대 적자규모라는 점에서 아직 반도체 업황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심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불황은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늘어날 여지가 줄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오히려 지금 이런 하락시기가 반도체 투자에는 더 기회를 주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관련 ETF 및 종목투자를 고려하는 분들은 이번 하락기를 잘 활용해서 좋은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내 부동산 PF 등 금융권 문제도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태영건설이 아주 핫하죠.
부도위기로 몰렸던 태영건설이 잔재주(?)로 부도를 면하는 모습입니다만, 부동산 PF로 시작되는 건설 및 금융업계로 이어지는 리스크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국내 금융상황에 큰 리스크가 감지되어 해외자본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건데요.
개인적으론 터져야 할 문제는 빨리 터뜨리고 잘 봉합했으면 합니다만, 이런 문제도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은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이건 당장 어떻게 대응하거나 대처할 문제가 아니므로 그냥 참고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올해 달러환율은 어떻게 될까?
대부분 전망은 상반기 1,300~1,350원
올해 3월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최소 1분기에서 상반기까지의 달러환율은 1,300원~1,350원 박스권에서 움직일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전망을 뒤엎고 3월에 금리인하가 나온다면 달러환율이 크게 한번 하락하겠죠. (그렇다고 해도 1,250~1,300원 수준일 거라 생각합니다.)
상반기에 달러가 1,300원 이상에서 계속 강세를 보인다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악재입니다. 달러환율과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일반적으로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반기는 국내 투자기업을 잘 찾아두었다가 하반기에 투자하는 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최소 1월 30일에 열리는 FOMC까지는 투자를 참고 달러환율과 주가변화를 지켜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반기는 점차 하락
3월에 금리인하가 없더라도 늦어도 6월엔 금리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물론 금리인하가 얼마나 크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금리인하가 시작되면 환율도 1,200원대에서 안정화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전쟁'과 같은 큰 변수는 어쩔 수 없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달러를 찾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니까요. 그런 현상들까지 대응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론 하반기에 달러환율이 하락추세를 보일거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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