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테크놀로지 (MU, 이하 마이크론)는 최근 저조한 분기실적을 발표했지만, 현재가 반도체 불황의 최저점이고 AI 활성화 등으로 현재 주가가 좋은 진입점이라는 투자자들의 평가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장비 및 기술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사이버 보안 조사를 시작하며 주가는 다시 하락했습니다.
마이크론의 최근 분기 실적과 투자현황을 알아보고, 지금이 좋은 진입점인지에 대해서 개인적인 견해를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매수/매도에 대한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목차
최근 분기 실적과 다음 실적 예상
▣ 실적: 닷컴 붕괴 이후 가장 큰 연속 실적 감소
마이크론의 최근 실적은 꽤나 처참합니다. 회사가 발표한 23년 2분기 회계연도 (회사기준의 회계연도라 2분기로 표시됨)의 총매출은 약 3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3%, 전 분기 대비 10% 감소했습니다. 위 그림만 보시더라도 최근 2개 분기 실적이 2017년 분기 실적보다 낮은 수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매출이 37억 달러인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21억 달러의 영업손실 및 순손실이 발생했습니다. 2022년 2분기 실적과 비교해보면 총매출 약 86억 달러, 영업이익과 순이익 약 15억 달러로 영업마진이 약 22.4%였던 것과 크게 비교됩니다.
어디로 돈이 흘러갔는지는 잉여현금흐름과 CapEx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회사는 최근 분기에 약 22억 달러의 CapEx(쉽게 기술 및 설비투자라고 이해하시면 될 듯)가 발생했으며, 2023년 회계연도동안 약 70억 달러의 CapEx를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된 CapEx규모는 작년보다 40% 이상 감소한 수치라고 하며, 반도체 업계 전반적으로 CapEx삭감이 있습니다.
FCF(잉여현금흐름) 역시 좋지 않습니다. 이번 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8억 달러이며, 이 중 14억 달러는 반도체 재고 손실을 포함(감가상각 시킨 것 같음)합니다(2022년 말 기준 마이크론의 반도체 재고는 8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입니다). 다행이라 볼 수 있는 건, 아직 마이크론은 23년 2분기 기준으로 121억 달러의 현금과 약 146억 달러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당장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 전망: 다음 분기도 좋지 않음
3분기 실적 예상치도 좋지 않습니다. 회사의 3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은 2분기과 유사한 37억 달러, EPS는 주당 1.58달러 손실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뿐 아니라 최소한 2023년 동안 계속 재고손실을 반영해야 할 것이므로, 올해는 좋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주가는 왜 올랐을까?
▣ 이유1: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희망
주식의 오르내림은 개별기업의 현황보다 전체시장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올해 1~3월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주가가 전체적으로 상승했는데요. 가장 큰 원인은 연준이 올해 중 금리인하를 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연준이 한 번도 금리를 내린다 한 적이 없습니다만, 시장은 이미 5~6월 기준금리가 더 이상 인상되지 않고, 7월부터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CME Fed Watch에서 보여지는 저 파란색 부분이 시장에서 가장 높게 예상하는 기준금리 수치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마이크론은 전형적으로 시장이 좋을 때 상승하는 종목입니다. 기준금리 인하는 전체 시장상승에 영향을 주는 소식이므로 주가 상승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연준이 정말 올해 중에 금리를 인하할지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중 금리인하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 이유2: AI와 경기침체 해소로 인한 수요상승
회사는 최근 열풍이 일고 있는 AI 때문에 수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I시스템은 기존대비 DRAM은 8배, NAND 메모리는 3배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구글은 OpenAI를 검색에 적용할 때, 기존 대비 10배 정도의 시스템 파워가 필요하다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회사는 현재 PC 및 클라우드 시장이 이번 분기가 바닥이라고 보고 있으며, 현재 시점이 재고가 감소하고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작점이라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2024~2025년에는 강력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중국 경제가 다시 호전되고 있는 것도 수요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미/중 반도체 전쟁의 시작?
미국이 Chips Act, IRA법으로 중국에 반도체 기술 및 장비수출과 제품판매를 압박했음에도 이렇다 할 보복조치는 없던 상황이었는데요. 중국이 지난 주 금요일 마이크론에 대한 사이버 보안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중국이 미국 반도제 제재 조치에 대한 반격 시작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마이크론은 2022년 약 300억 달러의 매출을 냈으며, 이 중 11%인 33억 달러가 중국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마이크론 중국사업 및 매출에 악영향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만, 만약 규제가 커진다면 단지 마이크론만의 문제로 끝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주요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 매출 비중이 상당한데요. 퀄컴은 무려 60% 매출이 중국에서 발생합니다. 이건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다르지 않습니다. 비중은 퀄컴처럼 높지 않습니다만, 상당한 반도체 매출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것은 이미 아실 텐데요. 반도체 업체 전반에 대해 경고신호로 봐야 하는 이슈라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더 크게 흔들릴만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반도체 주식 진입점?
▣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최근 1년 중 최고치
잘 아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023년 들어 약 27% 증가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미국 주식시장의 주요 반도체 제조사 주가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입니다. 인텔, AMD, 퀄컴, 브로드컴 등 주요 미국 반도체 회사들의 주가가 올해 많이 반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표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 마이크론 주가도 올해 13% 상승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약 15%가량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분기에는 금리인하 기대감과 실리콘밸리 은행파산 사태를 아직까진 잘 막으면서 (그 과정에서 연준이 돈을 풀기도 했죠) 시장이 꽤 상승한 덕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반도체 경기 최저점을 지나는 시기라는 것도 일부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주식을 사야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시장의 리스크들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주식시장을 하락시켰던 여러가지 리스크 요인들이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연준의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미중 무역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악화, 최근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유가상승과 개인적으로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생각하는 은행파산 리스크들이 있는데요. 이 중에서 제대로 해소된 리스크는 아직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시장이 우상향하려면 최소한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추고, 은행파산 리스크들이 많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시장에선 금리인하까지 기대하는 모습입니다만, 연준은 그런 낌새를 전혀 주고 있지 않으므로 리스크를 안고 투자를 늘려야 할 시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마무리
마이크론은 장기적으로 매력적인 반도체 시장의 주력 플레이어 중 하나입니다. 회사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만 반도체 경기 싸이클은 분명 다시 회복될 것이고, AI시대가 오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 매우 동의합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장기적으로 같은 수혜를 받은 종목이라 생각합니다.)
마이크론은 힘든 시기에도 2024년부터 20년에 걸쳐 1,000억 달러를 투자하며 반도체 제조 공장과 캠퍼스를 세울 예정입니다. 이것은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반도체 육성법(Chips Act)과 연관된 부분이며, 미국이 앞으로 계속 자국 중심의 반도체 육성을 해나간다면 마이크론이 가장 큰 수혜주 중 하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주식시장에 여러가지 리스크가 너무 많습니다. 주식투자는 잃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고, 리스크 요인을 줄이면서 기회를 찾아 투자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투자자라면 현재 시점에서도 분할투자를 해 나가는 것으로 문제없겠습니다만, 본격적인 주식 투자를 생각하는 분들은 진입시점을 좀 더 인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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