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동안 여러 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는데요. 가장 많은 타격을 입었던 산업 중 하나가 여행 및 항공관련주였습니다. 2022년 팬데믹이 단계적으로 완화되면서 해당 산업종목들의 실적도 단계적으로 좋아졌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분들이 여행에 굶주린 상태라 유가, 환율, 물가가 상승해도 여행객 수가 늘어나는 상황인데요.
진에어가 23년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는 증권사 리포트들이 나오고 있어서 관련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고 있음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목차
진에어 실적정리
▣ 펜데믹 충격을 회복하는 상황
손익계산서를 보시면 매출 회복세를 확실히 보실 수 있습니다. 2022년 1분기부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였습니다만, 4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매출 등 전반적인 실적이 상승추세인 상태입니다.
▣ 2023년 1분기 사상최대실적
대신증권 보고서에서의 추정치는 다소 긍정적인 편이며, 미래에셋증권은 좀 더 보수적으로 23년 1분기 실적을 예측했는데요. 일단 대신증권 기준으로 1분기 매출액은 2,840억 원, 영업이익은 540억 원으로 22년 1분기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측(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18.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국내여객보다 국제여객 매출액이 90배 이상 크게 증가했는데요. 주변 지인들의 상황만 보더라도 최근 일본 오사카는 한국 여행객들만 보인다고 하며, 베트남 등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지인분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작년 동기보다 상승한 환율과 연료비가 실적에 부담을 줬습니다만, 경기침체와 금리상승으로 크게 상승할 것이라 우려했던 달러환율이 예상보다 안정세를 띄면서 여행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항공 비즈니스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보는 지표로 ASK(Available Seat Kilometers)와 RPK(Revenue Passenger Kilometers), 그리고 Load Factor(탑승률)이 있습니다. 각각에 대한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 ASK(Available Seat Kilometers) = 항공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좌석 수 * 비행거리
- RPK(Revenue Passenger Kilometers) = 유료 승객 * 비행거리
- Load Factor = RPK/ASK * 100
데이터를 보시면, 국내여객의 ASK는 5억 5,900만 Km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RPK는 4억 7,800만 Km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습니다만 Load Factor는 85.6%로 전년 동기보다 약 7% 증가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국내여객 비행기를 작년 동기보다 적게 띄웠지만, 비행기에 여객들을 작년보다 많이 태우고 다녀 효율이 증가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제여객 쪽을 보시면 상승률은 훨씬 드라마틱합니다. 간단히 Load Factor만 봐도 87.1%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체적인 매출 증가가 국제여객 증가로 견인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진에어 2분기 실적은 어떻게 될까?
▣ 비수기가 시작되었지만 여행객은 계속 증가
해외여행의 비수기는 보통 3~6월, 9~11월로 얘기합니다. 초중고 모두 방학이 끝나고, 직장인들은 여름휴가기간인 6~8월의 성수기를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항공사들은 1년 중 2분기 실적이 가장 저조한 편입니다. (물론 시기적인 특성과 다른 변수들이 있으므로 항상 그렇진 않습니다.)
하지만, 진에어 측 자료에 따르면 3월 1일~28일까지 국제선 수송인원은 33만 8천 명으로 1월 21만 9천 명, 2월 21만 5천 명 대비로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아직 다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 해외여행객 숫자는 당분간 크게 감소하지 않고 현재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진에어만 오른 것은 아니다?
진에어뿐 아니라 제주항공도 1분기 최대 실적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실적이 개선되는 항공사들은 LLC라 불리는 저가항공사 위주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한항공, 아시아나와 같은 대형항공사보다 저가항공사 실적이 먼저 개선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여행 수요가 개선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 여행수요는 일본과 동남아와 같은 근거리 여행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기도 좋지 않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여행은 가고 싶은 상황이라 미국과 유럽과 같은 장거리보다 부담이 적은 근거리 여행을 훨씬 선호하고 있습니다. (일본여행재개 효과도 큰 듯)
대형항공사들은 근거리 여행보다 미주나 유럽과 같은 장거리 노선 매출이 60% 이상으로 훨씬 높은데요. 거기다 2021~2022년에 대형항공사 매출을 유지시켜 줬던 항공화물 운임이 급감하고 있어서, 대형항공사들은 23년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에어 주가는 어떻게 될까?
연초부터 같은 흐름을 보이던 항공사 주가는 어제 진에어와 제주항공의 사상최대실적 예상 보고서가 나오면서 대형항공사보다 먼저 주가가 튀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진에어나 제주항공과 같은 저가항공사 주가는 계속 상승할까요?
진에어와 제주항공 주가는 2월 초까지 코스피 지수보다 조금 더 상승했으나, 이후 2월 중순부터 서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확치 않지만 몇 가지 원인들은 추측해 볼 수 있는데요.
작년 말부터 연초까지 동남아 및 일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항공권 가격이 크게 상승했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일본여행을 준비하다 티켓가격이 너무 상승하고 다른 일이 겹쳐서 여행을 연기했는데요. 이렇게 동남아 및 일본여행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항공사들의 항공편이 급증하면서 항공권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항공권 가격 하락 가능성은 대형 항공사의 근거리 노선확대에서도 존재합니다. 대형 항공사들이 장거리 노선에 매출 의존도가 높습니다만, 니즈가 늘어나지 않는 한 근거리 노선을 단기간 확대하여 저가 항공사와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요가 많으면 경쟁이 늘어나고 가격은 하락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세 번째는 국내여행의 활성화 여부입니다. 결국 경쟁이 심해지는 동남아와 일본 노선에서 매출을 증가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제주도와 중국과 같은 다른 노선 매출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요. 현재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여행 증가로 옮겨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물가가 너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항공권 가격이 낮아져도 숙박 와 식사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너무 커진 상태라, 국내 여행 수요는 당분간 커지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인 의견)
마무리
시장은 생각보다 똑똑해서 여러가지 변수들을 미리 주가에 반영합니다. 특히 주식시장은 보통 6개월 이후 상황을 선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 진에어와 제주항공과 같은 저가 항공사의 주가가 연초에 상승했으나, 코스피 지수 상승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그리고 2월 중순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일단 1분기 사상최대실적은 2개 항공사 모두에 큰 호재라, 주가가 단기적으로 5% 넘게 상승했습니다만 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실리콘밸리 은행파산 등 아직 은행이슈가 다 마무리되지 않아 어떤 이슈가 주식시장에 발생하지 모르고, 물가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 정부에서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국내여행 수요증가를 위한 지원책을 내놓았습니다. 600억 원 규모로 국내 여행객에게 1인 당 1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단발성 지원책이 국내여행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너무 오른 물가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고 여행을 가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시기에 단순히 항공사 실적이 좋아졌다는 이유로 진에어와 제주항공과 같은 저가항공 주식에 투자를 시작하는 것에는 리스크가 있어 보입니다.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내용은 참고만 해 주시기 바라며 각자의 판단으로 투자여부는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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