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환율이 하루 만에 약 20원 급등했습니다. 4월 말에 1,400원을 돌파하고 5월 중순엔 1,350원 이하로 떨어져 드디어 1,300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만, 최근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습니다.
달러/원화환율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차이로 인해 발생하며,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질 수 있다는 시장해석으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달러/원화환율도 같이 상승했습니다. 특히 2024년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원/달러환율 움직임이 거의 커플링 수준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달러환율 급등 이유와 하반기 달러환율 전망에 대해서 증권사 및 각종 기사들의 내용을 개인적인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달러환율은 왜 급등했을까?
달러환율 최근 움직임 및 원인분석
▣ 미국 국채금리와 커플링된 원/달러 환율
위 그래프에서 파란색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두꺼운 보라색 선은 원/달러 환율을 나타냅니다. 그래프는 2023년 12월부터 시작하는데 2024년 들어서면서 2개 그래프가 거의 비슷한 추세로 움직이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달러/원화 환율이 국채금리를 약간 후행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
이건 사실 특별한 현상이나 정보가 아니며,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할 때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채금리는 기본적으로 기준금리가 상승하거나, 미국의 국채 판매량이 많아질때 상승하는데요. 세상 가장 안전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니 상대적으로 불안한 신흥국 증시나 채권시장에서 돈이 빠져서 미국으로 흘러갑니다. 미국 국채는 달러로 사야하니 수요가 늘면서 달러가치는 상승하고 강세를 띄게 됩니다.
그렇다고 과거에도 항상 미국 국채금리와 원/달러 환율흐름이 이렇게 싱크되지 않았습니다. 작년 말만 해도 국채금리와 원/달러 환율흐름은 지금처럼 비슷하진 않았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에 대한 미국 국채금리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증시는 하락
위 그래프처럼 파란색의 국채금리와 보라색의 S&P500을 추종하는 SPY ETF의 변화가 반대로 움직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세상 가장 안전한 국채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의 투자위험을 감수한 이유가 낮아져 돈을 주식시장에서 채권으로 흘러갑니다. 이건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내리면 코스피가 상승하고 반대면 하락하는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변화의 원인은 위에서 설명드린 것과 같은 이유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미국10년물 국채금리는 어느 정도 폭에서 움직이게 될까요?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이하를 유지해야 주식시장과 금리가 안정됨
현재 미국 주식시장(S&P500 기준) 향후 12개월 예상PER은 약 20배입니다. PER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므로 이를 반대로 주당순이익을 주가로 나눈 1/PER이 S&P500의 기대수익률이 되며 현재는 5%가 됩니다. 즉 S&P500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평균적인 수익률이 5%라는 의미입니다.
미국 Yield Gap이란 S&P500지수 기대수익률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뺀 값으로 현재는 약 0.4~0.5%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값이 음수가 되면 굳이 S&P500에 위험을 무릎쓰고 투자하는 것보다 미국 10년물 국채에 투자해서 안전하게 5%수익을 얻는 게 낫다는 의미가 됩니다. 즉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가면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주식시장에 큰 폭락이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1년 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저 3.7%~최고 4.9%사이에서 움직였습니다. 사실 4.9%가 되었던 2023년 11월에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도 큰 하락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주식시장이 폭락한다는 것은 주식에 들어간 외국투자도 빠져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이므로 달러환율을 높이는 주된 이유가 됩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최소 4.5%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요. 최근엔 여러가지 이유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6%를 넘어서면서 달러환율은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하락하는 상황을 보였습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는 왜 상승했을까?
▣ 미국 국채는 쏟아지는데 사 줄 곳이 없다
5월 28~29일까지 미국 재무부는 총 1,800억 달러 (7년물 국채 440억달러, 2년물 690억 달러, 5년물 700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했는데 입찰가격이 예전보다 훨씬 낮아 국채금리가 급등했습니다. 연 4.5% 이자를 주는 국채를 잘 안사니, 국채가격을 싸게 팔아서 좀 더 높은 이익을 보장해야 산다는 의미인데요. 이렇게 하루만에 10년물 국채금리가 4.5%에서 4.6%이상으로 뛰어오르자 원/달러 환율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11월 대선승리를 위해 그 전까지 많은 돈을 써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 현재 천문학적인 국채를 발행하고 있으며 2024년 6,7월에도 각각 3,150억 달러(약 437조 원) 규모의 국채발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미국 국채를 사 줄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위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일본과 중국입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미국 국채를 내다팔고 금을 모으고 있으며, 일본도 미국 국채 보유량이 거의 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본은 엔화환율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언제든지 팔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2024년에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엄청난 규모의 국채 발행을 예고했음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4.5%선에서 그나마 유지되었던 것은 영국, 벨기에, 캐나다에서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사주었기 때문인데요. 이젠 이 3개 나라에서도 미국 국채를 사 줄 돈이 없습니다. 현재 미국 재무부가 계획대로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 금리가 엄청나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현재 계획된 미국 국채가 모두 발행되면 10년물 국채금리가 6~1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렇게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5%만 넘어도 금융위기급 사고들이 터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대안없이 국채를 마구 발행하진 않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일단 이번 5월 28~29일동안 원/달러환율이 급등했던 것은 미국 국채금리의 급등과 깊은 연관성이 있으며, 국채금리가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팔아야 할 국채는 많지만 사 줄 곳이 없는 현상때문이라 생각합니다.
▣ 미국 국채를 왜 사지 않을까?
간단합니다.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하면 국채 투자매력이 커지면서 국채 수요가 올라가고 국채 금리는 하락합니다.
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도 미국경제가 문제없이 잘 굴러가거나 성장하고 있다는 지표들이 많이 나올수록 연준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그런 지표들이 몇 가지 나왔었는데 중요한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파월의장은 5월 29일 발표한 5월 경기 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가 대부분 지역에서 아주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베이지북(Beige Book)은 미국 연준이 연 8회 발간하는 경제 동향 보고서로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됩니다.
4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4% 상승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습니다만 여전히 목표치인 2% 대비로는 높은 수치입니다. 이 지수가 시장 기대치를 부합했으므로 금리인하에 긍정적이라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만, 확실한 하락세를 보여주지 않고 현재처럼 애매한 지표가 나오는 한 연준이 필요한대로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서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경제가 견고함을 알리는 또 다른 지표는 실업수당 신청 건입니다. 5월 들어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인데, 그만큼 미국 고용시장이 아직도 튼튼하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5.5%라는 높은 기준금리 하에서도 경제가 잘 적응하고 완만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연준이 금리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4.6%에서 4.5%로 다시 하락했습니다. 이유는 또 간단합니다. 미국경제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지표들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그 지표는 1분기 GDP성장률에서 나왔습니다.
미국 1분기 GDP성장률이 잠정치 1.3%로 속보치인 1.6%를 하회했습니다. 미국은 GDP를 속보치 > 잠정치 > 확정치로 3번 발표하는데요. 첫번째 속보치보다 잠정치가 낮아져서 미국경제가 생각보다 힘들다고 평가하는 의견이 많아진 것입니다.
미국 1분기 GDP성장률은 작년 4분기 성장률 확정치 3.4% 대비로도 낮은 수치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기준금리 인하압력이 커지게 되므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면서 국채금리가 하락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원/달러환율은 현재 미국 국채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국채금리는 기준금리가 인하되어야 낮아지는데 현재는 정확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원/달러환율이 단기간 내에 낮아질 수 있을거라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하반기 달러환율은 어떻게 될까?
1,350원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임
▣ 대규모 국채발행과 점점 늦어지는 기준금리 인하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원/달러환율은 최근 미국 국채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요. 올해 11월 미국 대선까지 바이든 정부는 천문학적인 국채 발행이 예정되어 있어서 쉽게 국채금리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미국경제가 계속 튼튼하고 소비자 물가지수가 목표치까지 하락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어서 연준이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올해는 9월 혹은 12월에 0.25%p 한번으로 그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기준금리가 크게 인하되지 않고 고금리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죠.
▣ 금리인하를 먼저 시작하고 있는 글로벌 국가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유로화(57.6%), 엔화(13.6%), 파운드화(11.9%), 캐나다 달러(9.1%), 스웨덴 코로나(4.2%), 스위스 프랑 (3.6%) 중 스웨덴과 스위스는 이미 금리인하를 시작했고, 나머지 국가들도 모두 하반기에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유럽도 올해 6월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최대 4회 (6,9,10,12월)에 걸쳐 금리인하를 할 예정인데요. 그러면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단기적으론 더 벌어지면서 달러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에도 특별히 원/달러환율이 하락하지 않을거라 예상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크고 작은 요인들이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론 하반기까지 달러강세가 이어지고 원화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지배적입니다. 과거처럼 원/달러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일까진 없길 바랍니다만, 달러환율이 아주 긍정적으로 낮아질거라 보긴 어려운 환경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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