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금은 원래 인플레이션 시기에 좋은 자산입니다.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데 금은 실물자산이라 기본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만큼 가격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 사람들의 배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란 요소 하나만으로 금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를 단정할 순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대만 및 여러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관계, 글로벌 부채의 증가 (특히 미국), 높은 고금리의 지속, 최근 은행파산 위기 등 투자자들이 투자환경을 불안하게 느낄수록 금 가격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최근 금 가격의 변동현황과 추후 금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승하는 금 가격
▣ 1980년대 이후 금값 최고치
금 가격은 2023년 5월 초에 트로이 온스(귀금속 측정단위로 약 31g 정도)당 2,072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최근엔 소폭 하락하고 있습니다. 금 가격은 2019년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해서 2020년 코로나 발생시점에 급등하고, 2022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급등 시기에 다시 하락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금은 경제가 안정 및 성장하는 시기엔 별 재미가 없습니다만, 경제에 위기상황이 닥치면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면서 가치가 상승합니다.
▣ 금값은 왜 상승했을까?
그렇다면 최근 몇 달동안 인플레이션은 감소하는데 금 가격은 왜 상승했을까요? 금은 결국 다른 자산가치가 불안해질 때 가격이 상승하는데요. 개인적으론 아래 2가지 원인이 주요했을 것 같습니다.
- 은행파산 위기: 작년 11월 이후 미국 지역은행 3곳이 파산했고 스위스 최대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이 UBS에 인수되었습니다. 금융시장의 근간인 은행파산 위기가 커지면서 금 가격 상승을 유도했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의 디폴트 우려: 6월 1일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고, 과거에 비슷한 사례에서 항상 극적인 타결을 했습니다만, 미국의 채무 불이행 우려는 달러와 미국채권을 불안하게 하고, 대체 안전자산인 금 가격을 상승시켰습니다.
달러에 대한 불신
▣ 금값이 상승하는 더 큰 이유
위에서 말씀드린 2가지 원인은 비교적 최근에 발생하는 이슈들입니다. 물론 장기간의 양적완화 때문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2010년대부터 금값이 크게 상승하는 더 중요한 원인은 달러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러 불신의 서막은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것은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의 가치폭락으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전적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이슈였지만 글로벌 리스크로 번졌습니다. 수출 중심의 신흥국뿐 아니라 유럽국가들은 대부분 거래를 기축통화인 달러로 하면서 막대한 달러보유고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달러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많은 국가들이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2000년대 전 세계 외환 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었는데요. 위에서 보시는 그림처럼 최근엔 60%미만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런 구조적 변화를 주도한 국가들은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러시아, 중국, 터키, 인도와 같은 나라들인데요.
최근 가장 큰 금 구매자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최근 6개월 연속 금을 매입하고 있으며 현재 총 보유량은 약 2천 톤이 넘는다고 합니다. 러시아도 지속적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는데요. 2007년 이후 러시아의 금 보유량은 거의 6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 달러화에 대한 지정학적 요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미국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금융 제재를 가했습니다. 미국과 동맹국은 자국에서 보유하고 있던 러시아 자산 약 3,000억 달러의 외환 보유고를 동결시켜 버렸는데요. 러시아 입장에선 자국 자산을 맘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황당하고 기가 찼을 겁니다.
최근 중국은 사우디 석유 및 가스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것을 추진하면서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브라질 등 일부 국가들도 위안화 결제대열에 동참하면서 기축통화를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결국 달러가 미국을 지원하는 무기로서 작동하는 한, 미국과 대립하는 국가들에게 달러는 굉장히 무서운 존재인지라 달러의 가치와 사용처를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 가격은 계속 상승할까?
▣ 단기적으론 인플레이션 방향성에 달려있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각국 중앙은행들은 현재 금 보유량을 적극적으로 늘여가는 추세입니다. 개인들도 꽤 큰 비중으로 금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앞으로 계속 금 가격이 오를 거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 기사에서는 단기적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에 따라 금 가격이 가장 크게 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 가격도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이제 몇일 남지 않은 미국 부채 한도에 대한 합의도 금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론 금 채굴량도 감소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채굴과정에서 많은 환경오염이 있기 때문에 금 채굴도 이제 탈탄소화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산업이 되었는데요. 이런 시대적인 요구때문에 금 채굴량이 점점 줄어들고, 금에 대한 니즈도 줄면서 금 가격을 하락시키고 있습니다.
▣ 화폐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암호화폐들
금이 기축통화인 달러가 망가져가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았다면, 최근엔 암호화폐가 동일한 관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금과 암호화폐가 비슷한 추세를 보이는 현상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론 아직 암호화폐가 금의 역할을 하기엔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암호화폐도 안전자산 혹은 통화자산의 대체 개념으로 관찰하는 것은 필요해 보입니다.
마무리
최근 금 가격이 살짝 하락했습니다만 금 가격은 역사적으로 볼 땐 최고점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미국 부채한도 조정이 잘 이루어진다면 금 가격이 크게 한번 하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직은 금 가격이 완전한 하락추세로 돌아설 시점은 아니고, 큰 상승여력이 남아 있어서 투자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 투자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금 투자에 관심있는 분들은 투자방법도 여러가지로 살펴보시고 좋은 투자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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