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등으로 2023년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거란 예상이 다수입니다만, 생각보다 주식시장이 좋을 수 있고 가치투자가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하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가치투자의 대가인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인데요. 지금이 왜 가치투자가 좋은 시기인지 이채원 의장님의 의견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래 내용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채원 님은 어떤 분인지
▣ 국내 가치투자의 1세대
이채원 님은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불리는 분이신데요. 1988년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2006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창립 멤버, 2018년 대표를 역임한 이후 2022년에 대표직을 사임하셨습니다.
이 분은 계속 가치주 위주의 펀드를 운용하셨는데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지속된 가치주 장세에 운용하던 펀드 수익률은 누적 약 1,400%에 달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코스피는 약 2배 밖에 오르지 않았으니 엄청난 수익률이죠. 대표적인 투자사례로 롯데칠성을 5만 원 대에서 투자를 시작하여 240만 원까지 약 40배 수익을 거둔 바 있습니다.
▣ 최근 다시 상승하는 가치주 펀드
2017년~2021년까지 계속된 성장주 장세에서 펀드 수익률이 좋지 않았고, 작년에 한국투자밸류 자산운용 대표직을 사임하신 후, 라이프자산운용을 창업하셨습니다.
이 분이 운용하는 '라이프한국기업ESXG향상1호' 사모펀드는 2022년 0.9%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매수 위주 주식형 사모펀드 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4.9% 하락했으니, 성과가 얼마나 좋았는지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조선일보에서 주최한 '2023 재테크 박람회'에서 이채원 의장과 그분의 제자로 알려진 정광우 대표가 '가치투자의 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셨는데요. 왜 지금이 가치주 투자의 시대라 하는지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2009년~2021년 10월 성장주 장세
▣ 초 저금리를 통한 유동성 확대 시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펼쳐진 스테그플레이션 (저물가/저성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에선 초저금리 + 고유동성 환경이 펼쳐졌습니다. 금리를 거의 제로 금리까지 낮추고, 정부가 낮은 금리를 이용해 중앙은행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했는데요. 아시는 것처럼 성장주들의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부터 2021년까지 계속된 성장주 시대
실제 성장주 장세에서 성장주 수익률은 가치주를 2배 가까이 앞섰으며, 나스닥은 S&P500 수익률을 2배 이상 앞질렀습니다. 특별히 성장주를 고르지 않고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S&P500 성장주를 추종하는 ETF만 사서 투자하면 큰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형세 역전
▣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임
20년 정도 초 저금리 기반으로 유동성이 풍부 해졌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유동성이 폭발하면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채원 님은 이런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시는데, 3가지 요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 노령화: 미국, 유럽 뿐 아니라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도 빠르게 노동인력의 노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노동공급 감소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값싼 노동인력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그만큼 노동인력을 구하는데 기존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엔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이 이런 노동인력 대체국가로 부상하고 있죠)
- 탈세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경제폐쇄 등으로 전 세계가 동시에 원자재 수급 불안정을 겪었고, 중국에 밀집된 공장들이 돌아가지 않으면서 제품 수급에도 큰 문제를 겪었습니다. 이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제품 및 원자재 생산을 자국화하거나 새롭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 환경변화: 기상이변과 원유 등 에너지 및 주요 광물들의 자원고갈이 새로운 산업체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제가 변화하는 과도기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 사이에는 기존보다 훨씬 높은 원가 상승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 현재 시기는 미국의 1970년대와 유사
국내에선 인플레이션 사례를 찾을 수 없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사례를 통해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를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고 있는데요. 1973년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빨간색 S&P500이 반대로 하락했습니다만, 1970년 말 다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에는 S&P500이 빠지지 않고 상승하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채원님은 미국의 1970년대가 현재와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하셨는데요. 1970년대 초 유가가 전년 대비 75%까지 올랐고, 중동 여러 지역의 국지전과 베트남전 등 전쟁도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금리까지 오르기 시작하면서 그전까지 '니프티 피프티'로 불리던 미국 주요 50개 가치주 종목들(ex: 코카콜라, 필립모리스, IBM 등)이 폭락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 인플레이션 시기에 빛난 가치주들
1975년부터 1982년까지 S&P500이 횡보하는 지루한 가치장이 전개되었는데요. 바로 이 시기가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버핏이 '코카콜라' 등의 가치주 투자로 부상했던 시기입니다. 워런버핏은 이 시기에 연간 수익률이 몇년동안 100%를 기록할 정도였는데요. 장이 횡보하더라도 저렴하고 기업가치가 증명된 가치주들을 크게 오를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을 역사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은 항상 미래를 반영
▣ 2023년은 불경기, 하지만 가치주들에겐 좋은 환경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은 항상 경기를 선행했습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주식시장이 경기를 선행했던 것으로 나오는데요. 2022년 말 코스피 지수가 크게 하락하면서 너무나 저렴한 가치주들이 생기고 있고, 1970년대와 같은 투자시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경기침체가 온다고 주가가 항상 떨어지지 않음
좀 낙관적입니다만, 과거 미국시장에 11번의 경기침체가 있었는데 주식이 하락한 것은 1번이었다고 합니다. 주식시장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만, 경기침체가 온다고 해서 너무 주식투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저렴하고 좋은 가치를 가진 주식들을 모아가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준비가 된 자가 이기는 시대
▣ 성장주보다 가치주인 이유
Fed Model이란, S&P500 Earnings Yield Curve (수익률 곡선) vs US Nominal 10-Year Treasury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을 뜻하는 것인데요. 수익률 곡선의 역수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PER입니다.
현재 S&P500 Index의 수익률은 5.90%,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69%인데요. 역으로 환산해서 PER을 계산해보면, S&P500 Index PER은 약 17배이고 10년물 국채의 PER은 27배입니다. 리스크 프리미엄 이론에 따르면, 주식은 국채보다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수익률은 높고 PER은 낮아야 합니다. 2000년대 이후 2개 수익률 곡선의 차이는 대략 평균적으로 3% 이상 차이를 보입니다. 현재는 주식 기대수익률이 리스크 대비로 크지 않다는 해석이 되는데요. 그러면 현재와 같이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국채 수익률이 3.69%로 일정 수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주식 수익률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Earnings를 유지하고 주식가격을 낮추는 겁니다. PER은 Price/Earnings이므로, PER이 낮아지려면 Earnings를 높이거나 Price를 낮춰야 하는데요. 경기가 침체되는데, Earnings를 높이는 건 쉽지 않으므로 주가가 떨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두 번째는 낮은 PER을 가진 가치주에 투자하여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장주는 평균적으로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높게 보기 때문에, 높은 PER을 가집니다. 반면, 매출과 이익이 튼튼하면서 낮은 PER을 가진 가치주를 골라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원리로 금리인상기에는 가치주 투자가 더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좋은 가치주를 고르는 방법은?
▣ 현금이 많고, 자산가치가 높고,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
결론적으로 좋은 가치주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 3가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 우선 높은 금리에 차입금 등 부채를 늘이지 않고 자체적으로 투자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
- 그리고 공장이나 부지 등 높은 자산가치를 보유한 기업
- 차별화된 기술력이나 비즈니스 구조로 경쟁업체가 쉽게 진입할 수 없는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
다소 원칙적인 내용입니다만, 기본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런 원칙을 기준으로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5 종목 이하를 골라 투자할 것, 좋다고 판단되는 기업 중에선 PER이 낮은 기업을 고를 것 (현재 2~3배 정도의 기업들),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배당금을 늘이는 기업들도 주목할 것 등의 추가적인 팁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종목이나 업종을 선택한다면
이채원 님은 특히 지주사들을 유망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 메리츠금융그룹과 같이 회사를 합치면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회사들이 국내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언급하셨는데요. 중소형 지주사들 중에 투자종목을 찾아보라는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은행주나 철강,화학과 같은 소재주들도 좋아한다고 합니다.
해당 방송원본을 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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