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및 주식시장에 가장 중요한 5월 CPI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보고서 결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은 상승 모드로 돌아섰습니다. 나스닥과 S&P500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4.2%까지 하락했으며 금값과 유가, 달러도 모두 완만한 하락추세로 돌아섰습니다.
전반적으로 올해 기준금리는 9월에 한번 하락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요. 연준 관계자들은 연내 1회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지만 시장에선 이미 올해 기준금리가 2번 인하될 가능성을 69%까지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기대치는 수시로 바뀌는거라 이대로 전망치를 믿어서는 안됩니다.
더불어 착각해선 안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좋아지는 것이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경제는 서서히 침체하는 중이며, 금리인하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인데요. 관련해서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을 결산하고 증권사들의 하반기 투자전망 내용과 개인적인 의견을 종합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 5월 CPI보고서 핵심내용 정리
확실히 최근 발표된 5월 CPI보고서는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해 가장 희망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복잡한 내용들을 빼고 핵심적인 내용만 아래에 요약했습니다.
- 5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3%, 전월 대비 변화없음: 지표는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으며, 최근 2년 내 가장 낮은 수치
- 식품,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PI(혹은 Core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전월 대비 +0.2%: 시장 전망치를 하회
- 휘발유 가격 하락(-3.6%)가 CPI하락을 주도: 반면 주거비는 0.4% 올라 4개월 연속 상승세
높은 기준금리 영향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 이자들이 역대급으로 높고,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신규 주택 건설 및 구매수요가 낮아 주거비는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한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주거비와 부동산 대출 이자를 높게 유지하는 것은 의도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은 다른 국가 대비 주택담보대출의 초장기 고정금리 비중이 높고 가계부채비율도 높지 않아서 높은 기준금리가 부동산 측면에서 가계에 주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만약 기준금리나 부동산 관련 대출금리를 빠르게 낮추게 되면 부동산 구매 및 투자나 이사 수요가 상승하여 부동산 외 다른 산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고 소비가 가소하여 GDP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영향으로 부동산 쪽 경기가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최근 2개월 간 미국 CPI변화는 2024년 1~3월에 하락추세가 정체 및 반등되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 혹은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염려를 많이 낮췄습니다.
시장의 반응
▣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증가
FOMC회의록에 따르면 19명의 연준 멤버 중 15명이 올해 한번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며, 최대 2번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도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11월 미국 대선 이전 FOMC는 7월과 9월 2번이므로, 이 두 번의 회의 중 한번은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높습니다. (대체로 9월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CME Group 데이터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53% -> 71%로 상승했으며, 연내 금리를 2번 이상 인하할 확률은 52% -> 65%로 상승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이것은 시장 기대치이며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심하다는 점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각종 경제지표 변화추이
우선 미국 국채금리입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상승하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지표인데요. FOMC발표시점 10년물 기준금리는 4.4%에서 4.25%까지 하락했다가 오늘 4.3%로 반등했습니다. 금리인하가 확실해지는 시점부터는 점점 더 채권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달러 인덱스과 금가격도 FOMC회의 시점에 크게 하락했다가 다시 조금 반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는 달러 투자가치와 경기침체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에 달러 인덱스와 금 가격은 조금씩 하락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FOMC 회의 결과만으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너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2024년 상반기 미국경제와 주식시장 정리
고물가 고금리에 잘 적응한 미국경제
코로나 이후 전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힘들었지만 미국은 다른 선진국 대비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 나름 잘 적응하고 경제성장률을 회복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 일본이나 중국, 유럽 지역의 GDP성장율이 예전 추세를 복구하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가장 금리를 많이 올린 미국은 GDP성장율을 코로나 이전 추세로 회복시켰는데요. 주요 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 막대한 정부 재정지원으로 가계와 기업을 방어
코로나 시기에 여러 국가에서 정부 지원금으로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위축을 방어했습니다만, 미국은 GDP의 25.5%에 달하는 막대하 규모의 재정을 동원해 가계와 기업을 지원했습니다. 미국 가계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이전 소득은 코로나 이후 과거 추세를 크게 상회했고, 최근에도 미국 정부의 이런 지원이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 고금리에 대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음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다른 선진국 대비 가계와 기업들의 대출이 초장기 고정금리 기반이라 고금리에 대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모기지 대출이 없는 가구 비중이 2023년 말에는 40%에 육박했으며, 기업들은 은행 외에도 회사채나 주식시장 등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자금조달이 가능해 은행에서 대출기준을 높이고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을 감소시키는 데 대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소비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을 기반으로 개인소비지출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미국경제 성장을 뒷받침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증가 비용을 상품가격에 전가하면서 기업실적을 유지 및 성장시켜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고용과 임금 인상으로 개인들의 소비능력을 지원했습니다.
▣ 견고한 주식시장이 금융여건 악화를 일부 상쇄
개인들의 소비와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을 기반으로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상승하면서 미국 주식시장이 몇 년간 상승장을 유지하면서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모든 산업이 다 잘 되었던 것은 아닌데요.
미국 주식시장에서 최근 1년동안 순이익 전망치가 계속 상승했던 산업군을 표시한 그림입니다. 크게 아래와 같은 주제로 나눠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 AI관련 산업군: AI기술 성장에 따라 연관된 산업군의 순이익이 성장했습니다.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은 반도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산업 뿐 아니라 AI기술 및 청정 에너지 관련으로 수요가 증가한 전력인프라 개발과 연관된 유틸리티 산업군 주식들이 높은 성장율을 보였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바이든 정부의 Chips Act의 영향도 매우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 호텔/레저 및 소비재 산업군: 정부 재정지원과 임금상승을 기반으로 필수 소비재 및 코로나 기간동안 억눌렸던 호텔/레저, 음식료 산업군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필수 소비재 산업이 좋아지면서 연관된 유통산업 순이익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 방산 산업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미국 방산산업에 많은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 증권과 보험업종: 금리인상에 수혜를 받은 은행과 보험업종의 순이익이 늘었습니다. 보험업종은 고객들의 보험료를 국채 등 채권투자로 운용하는데 이에 대한 수익률이 개선되었고, 코로나 이후 사회활동이 줄면서 손해율이 하락 등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이렇게 미국경제가 잘 버티고 방어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경기침체를 방어했던 요인들도 하나씩 문제들이 생기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은 아래에서 이어집니다.
서서히 발생하는 이상 현상들
▣ 막대한 미국재정적자 및 부채증가
코로나 이후 막대한 재정지원으로 미국재정적자와 부채가 누적해서 쌓이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2023년 미국정부 재정적자는 1조 6950억 달러(약 2290조 원)로 2023년 미국 GDP의 6.3%수준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도에도 11월 대선 등의 영향으로 이 재정적자 규모는 작년보다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3년 3월 기준 미국정부의 누적 부채는 34조 10억 달러 (약 4경 5천조 원)으로 미국GDP의 97%수준에 육박했습니다. 2023년 미국정부가 부채에 지불하는 이자 총액은 8700억 달러로 국방예산 8500억 달러를 넘었는데요. 10년 뒤에는 이자비용이 1조 4천억 달러, 2053년에는 5조 4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정부 부채증가는 향후 정부가 시장에 지원하는 유동성을 줄이고, 각종 세금인상으로 경제에 큰 리스크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이런 문제는 미국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리스크로 기억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감소하는 소비능력
미국경제성장에 한 축을 담당하던 소비능력이 점점 둔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 초과저축 소진: 펜데믹 기간 급증했던 미국 개인저축이 현재 대부분 소진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2024년 2분기 초에 초과저축이 완전히 소비되면서 개인소비능력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신용대출 증가 및 연체율 증가: 초과저축이 소진될만큼 소비능력이 감소하면서 가장 이자율이 높고 쉽게 빌릴 수 있는 신용카드 대출과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자동차, 모기지, 기타 대출 연체율도 동반 상승 중입니다.
▣ 주식시장 과열과 종목별 장세
미국정부의 막대한 유동성으로 주식시장이 단기 고점으로 투기과열현상과 개인소비능력이 감소하면서 같은 사업군 내에서도 선별적인 종목들이 강세를 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반도체, 유틸리티 업종 거품론: AI열풍으로 엔비디아 등 일부 기술 대기업 중심의 주식 상승장이 진행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수십년만에 전력 수요증가때문에 상승한 유틸리티 업종은 최근 실적 대비 너무 고평가되었다는 평가들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 필수 소비재 내에서도 선별적 종목장세: 상대적으로 생활 필수품보단 기호품에 가깝고 그동안 가격상승을 많이 한 기업들이 개인소비능력 감소로 인해 실적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 나이키, 룰루레몬, 맥도날드 같은 기업들이 해당됩니다. 반대로 고소득층들이 선호하는 고급 브랜드 화장품이나 액세서리 제품들은 계속 수요가 유지/증가하고 있습니다.
- 여행업종 강세: 개인소비능력이 감소해도 코로나 기간동안 억눌리고 자기개발과 휴식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생활패턴 변화로 여행 및 크루즈 업종이 강세를 띄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소비능력이 계속 감소하게 되면 이런 실적이 유지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24년 하반기 미국 주식시장 전망
하반기에도 대규모 정부재정 지원은 계속
여러 번 블로그에서 언급했습니다만, 2024년 11월에 미국 대선이 있습니다. 이에 재선 목적으로 국민 지지율을 얻어야 하는 바이든 정부는 막대한 국채 발행 등으로 총알을 모아 여러가지 정책으로 국민 관심과 호응을 얻어야 하는 상황인데요.
때문에 하반기에도 미국 주식시장에는 다양한 정책 기반의 지원금들이 계속 유동성을 공급할 것을 보이며, 관련 산업종목들은 하반기에도 좋은 주가상승을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AI관련 반도체, 클라우드, 전기차, 전력망 공급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계속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에는 그동안 AI테마 중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오라클 주가가 급등한 사례가 있습니다.
오라클은 지난 주부터 소개했던 미국 투자대가들의 13F 포트폴리오나 2024년 1분기에 투자비중을 높였던 종목에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투자종목을 찾는 것이 어렵다면 이렇게 투자대가들의 포트폴리오나 성장 가능한 산업군에 투자하는 ETF로 투자를 하는 방법들을 검토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채권투자
2023년 말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많은 분들이 미국 잔존기간 20년 이상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TLT ETF나 TMF ETF, 혹은 이와 유사한 국내 ETF상품에 투자했다가 현재 손실상태를 보실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에 따른 기대감으로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채권ETF 및 관련 투자상품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물론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장기국채 투자상품의 수익률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여전히 금리인하 가능성은 불확실하고 잔존기간이 긴 국채투자 상품들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금리인하 수준도 기대치보다 적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론 지금 시점에 미국 장기채 ETF상품 투자는 그렇게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금리인하 시기에 괜찮은 채권투자 상품들을 저도 찾고 있는 중인데요. 작년 10월에 출시한 미국 투자등급 이상 회사채에 투자하는 'KODEX iShares 미국투자등급회사채액티브 ETF'가 괜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 상품은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투자상품으로 유명한 'iShares iBoxx $ Inv Grade Corporate Bond ETF'(Ticker: LQD)의 성과를 복사하는 ETF인데요. 연간 배당률이 4%를 훌쩍 넘고, 출시 이후 주가상승률도 11%를 넘어 괜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제 5월 CPI발표 후 10년물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이 종목 주가도 꽤 상승했습니다. 9월에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내 줄거라 생각하는데 관심있는 분들은 좀 더 정보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위 내용은 해당 상품에 대한 투자권유나 광고목적이 아니며, 순수한 개인적인 생각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추가적으로 본문 내용에 많이 참고했던 현대차증권에서 발행한 보고서 링크를 아래에 첨부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전문을 한번 확인해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