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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공부방/주식시황 및 경제이슈들

엔화환율, 1층 밑에 지하실 있을까? 지금이 바닥일까?

by 주부너구리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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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환율이 바닥 없이 추락하면서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4월 말 엔/달러 환율은 34년 만에 최저치인 155엔, 원화로는 100엔 당 86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세대들의 기억 속엔 엔화는 대부분 기간 동안 100엔 당 1,100원대 이상(2008년 금융위기 시절엔 무려 1,600원)이었기 때문에 900원 초반대에서 많은 분들이 엔화반등을 노리며 엔화표시자산에 투자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900원 초반대에 투자했던 분들은 아마도 최대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속칭 물려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더불어 현재 800원대의 엔화환율을 바닥으로 보고 투자시작을 고민하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어 개인적으론 지금이 가장 향후 환율 방향성이 궁금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기존 엔화환율 변화에 대한 영향요소들과 향후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견을 종합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자산 및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결과는 개인의 책임임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엔화환율 및 경제환경의 변화

엔/달러환율 변화와 일본경제정책

▣ 최근 엔/달러환율 변화

위 그래프는 2024년도의 엔/달러 환율(캔들차트)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보라색 실선)을 함께 표시한 것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2024년도에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엔/달러 환율이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는 미국 기준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므로, 2024년 이전에도 엔/달러 환율과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만, 2024년도부터 그 영향도가 훨씬 커지고 있습니다. 즉 현재 엔화 가치가 미국 기준금리와 달러 가치에 따라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붉은색 점선으로 표시한 영역은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할 때 상대적으로 엔화가치가 덜 하락했던 구간인데, 첫 번째 구간은 2024년 3월로 일본이 수십 년간 유지했던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0.1%로 기준금리를 올렸던 시기였으며, 두번째 구간은 일본 재무부가 환율 방어 목적으로 약 620억 달러 (약 85조 원)을 사용했던 시기입니다. 

2번의 시기 모두 일본 정부의 개입은 엔화가치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하락을 방어하는 정도의 효과밖에 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 위 내용은 크게 아래 2가지 현상으로 정리됩니다. 

  1. 많은 전문가들이 2024년 3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하고 금리를 인상했을 때 엔화가치가 상승할 거라 전망했으나, 엔화가치는 금리인상 이후에 더 하락했습니다. 이건 3월 금리인상이 기존 일본 정부의 초 완화 정책과 엔화가치를 상승시키는데 너무 작은 수준이었다는 결과적 평가가 많습니다. 
  2. 일본 재무부가 환율방어 목적으로 큰 돈을 집행하는 정도로는 엔화가치를 근본적으로 상승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입니다. 더불어 일본 정부와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이 매우 상반된 목표를 가지고 있어, 일본 정부의 일회성 정책들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도 시장 기대 이상의 큰 범위의 금리인상이나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동일 목적 하에 일관적인 엔화 가치방어 정책들이 시행되지 않는 한, 일본의 자력으로 엔화가치가 반등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결론과 관련해서 같이 검토해 볼 데이터들이 있습니다. 

▣ 금리인상에 보수적인 일본 중앙은행

일본 중앙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왼쪽)과 우치다 신이지 부총재(오른쪽)
일본 중앙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왼쪽)과 우치다 신이지 부총재(오른쪽)

2024년 5월 일본 중앙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와 우치다 신이지 부총재는 연달아 수십 년간 지속된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끝을 보이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은행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는 긴축 취지의 통화정책 변경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6월 은행정책회의를 앞두고 일본 중앙은행 2명의 정책이사는 2%대의 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 현재 정책 변경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히며 5월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습니다. 

사실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말로만 하는 정책만으로도 환율이나 국채금리와 같은 주요 경제지표를 제어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일본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들이 정책변경시점 직전까지 여러 번 방향성을 바꾸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일본은 통화정책과 같은 큰 정책변경사안들은 정말 확실한 데이터로 입증되기 전까지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일본 소비자 물가지수는 2년 가까이 2%를 상회했으나 최근 하락하는 추세
일본 소비자 물가지수는 2년 가까이 2%를 상회했으나 최근 하락하는 추세

2022년 5월 이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계속해서 목표치인 2%를 초과달성하고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추세는 확실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일본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지속적인 2%대의 인플레이션 달성이 명확하게 보장되는 상황이라 해석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 전년대비 임금성장률 최근 5년 변화추이
일본 전년대비 임금성장률 최근 5년 변화추이

수십 년간 정체 혹은 감소했던 임금도 최근엔 아주 작게나마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명확하게 임금성장으로 반전되었다 말하기엔 아직 추세가 약하고 상승폭도 적어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충분히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상태입니다. 

일본은 다른 주요 선진국들과는 달리, 오랫동안 디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고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을 일으켜야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결정이 항상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최근 1~2년 동안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플러팅만 날리고 정작 금리인상을 계속 미루거나 적은 폭으로 진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 금리인상의 또 다른 장애물 '일본 장기국채 금리'

2024년 초 0.5%였던 일본 10년물 장기국채 금리는 최근 1.1%를 돌파
2024년 초 0.5%였던 일본 10년물 장기국채 금리는 최근 1.1%를 돌파

2024년 초 0.5%대로 시작했던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5월 말 1.1%까지 상승했는데, 이건 최근 11년 내 최고수치였습니다. 그리고 6월 초 1%이하로 하락했던 국채금리는 오늘도 4.4%나 상승하면서 1%를 다시 돌파했는데요. 30년물도 이미 2%를 넘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엔화가치에 의미있는 정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면 최소 1%는 더 올려야 한다는 게 시장의 의견입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0.1%p이니 1.1% p가 되어야 한다는 건데 그러면 10년물이나 30년물 금리는 거의 2배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이든 장기 국채금리는 해당 국가의 부동산 대출이나 기업 장기대출 등에 기준점이 됩니다. 우리보다 훨씬 저금리라 저 정도가 무슨 부담일까 싶겠지만, 일본 국민들은 해당 장기금리를 기준으로 수입에서 대출비중을 잡아 주택을 구매하는데 수입 대비 대출비중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장기 국채금리가 2배나 증가하게 되면 국민들의 대출부담이 2배로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현재 부동산 대출상환금이 2배로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대출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생활이 많이 어려워질 텐데요. 일본도 그렇게 갑자기 금리를 올리면 국민들의 부담이 너무 커져서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일본 중앙은행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대규모 자국 국채를 매입 중이고, 전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입니다. 올해 11월엔 미국 대선이 있으며, 바이든 정부는 대선 대응 목적으로 올해 천문학적인 국채발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사줄 수 있는 나라 중 하나인데요.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그만큼 많은 이자부담을 가지게 되어 미국 국채를 매입할 능력이 감소하게 될 겁니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바라지 않을 테고, 아마도 11월 대선 후 혹은 대선자금이 준비될 수 있는 마지노선까지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의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는 각각 1%와 2%선에서 올해까진 관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향후 엔화환율 전망

하반기에 엔화환율은 어떻게 될까?

▣ 현재 엔화환율이 바닥일 가능성 높음

원/엔화환율은 최근 860~870원으로 저점 형성
원/엔화환율은 최근 860~870원으로 저점 형성

2024년 들어 원/엔화 환율은 약 4.4%하락하여 860~880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에서 바닥을 형성하고 하반기에는 천천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데요. 관련 근거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최근 유가하락으로 엔화가치가 상승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유가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가가 하락하면 일본은 원유 수입비용 감소, 무역수지 개선효과로 엔화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현재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 글로벌 선진국들이 금리인하를 시작하여, 상대적으로 엔화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하반기 중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는 9월이 가장 유력한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상대적으로 엔화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GDP성장률이 좋아져서 엔화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만, 미국을 포함한 주요 통화보유국가들의 기준금리 인하, 유가안정 등의 외부적인 영향으로 엔화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환율 변동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요소들이 존재하고, 하반기에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지 모르며, 단기적으론 엔화환율이 크게 반등할 요인은 거의 없기 때문에 엔화환율이 갑자기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지금 엔화환율 상승에 투자를 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긴 호흡으로 리스크를 고려하며 투자여부를 선택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이슈들

첫번째는 현재 일본 물가상승에 대한 국민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엔저약세가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도움이 되고, 국가경제도 좋아지지만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 국민들의 생활도 좋아질 거라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요. 

물론 최근 일본기업들도 유례없이 높은 임금상승을 진행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임금상승을 약속하고 있습니다만, 임금상승 수준이 우리가 생각하는 생활에 도움이 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일본 생활물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상승해서 일본 국민들의 생활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여행을 가보신 분들은 생각보다 높은 물가에 놀라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 중이라, 어느 시점에 일본 내각이 지지율 반등 목적으로 급격한 정책변화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엔화환율이야 오르겠지만,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등 국제경제가 크게 흔들려 다른 곳에서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는 잠재적 위험요소지만 일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 가능성입니다. 후지산은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화산이며, 올해 여름엔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강우량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앞으로의 기후변화는 예전처럼 그저 약간 긴 장마 정도를 생각하면 안 되는 수준으로 큰 자연재해가 생기면 해외로 나가 있는 엔화자금이 자국으로 빠르게 흡수되면서 엔화가치가 급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언급하지 못한 여러가지 이슈 발생 가능성들을 잘 따지면서 엔화투자여부를 결정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성공적인 투자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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