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왔습니다. 인텔의 시가총액이 AMD에게 밀렸다는 내용인데요.
왜 '인텔의 굴욕'이라는 표현까지 쓰게 된 건지, 한번 과거 시가총액을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2020년까지 반도체 부동의 1위업체, 인텔(Intel)
1990년대부터 2020년까지 인텔은 반도체 설계업체 중 시가총액 부동의 1위 업체였습니다. 이런 인텔이 2020년 7월달에 처음 엔비디아에게 시가총액 1위자리를 내어주게 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텔의 시가총액이 2천억 달러를 넘었고, AMD의 시가총액은 700억 달러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후 2022년 2월에 AMD가 인텔의 시가총액을 한번 넘었었고, 이번에 다시 인텔의 시가총액을 추월했습니다.
AMD와 인텔의 다른 지표들을 비교해 보면, 왜 AMD가 인텔의 시가총액을 추월한 것이 의미가 있는지를 좀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2021년도 주요 재무재표를 AMD와 인텔 2개 업체만 비교했습니다.
2021년 연간실적 | AMD | 인텔 |
총 매출 | 164억 달러 | 790억 달러 |
영업이익 | 36억 달러 | 128억 달러 |
순이익 | 32억 달러 | 191억 달러 |
직원 수 | 15,500명 | 121,100명 |
데이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2021년 기준으로 인텔은 AMD의 거의 5배 가까운 매출과 6배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으며, 직원수는 AMD의 8~9배에 달하는 기업입니다. 더구나, AMD와 인텔은 CPU와 서버용 반도체 제품이 주력인, 생산제품도 비슷한데요.
주력제품이 같지만, 다른 생산방식
AMD는 제품을 설계만 하고, 실제 생산은 아웃소싱 (외부 팹업체,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기업들)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같은 방식인데요. 인텔은 제품설계와 생산을 같이 합니다. 물론 설계와 생산을 같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반도체 설계 이상으로, 예민하고 어려운 작업입니다.
인텔의 생산공정은 TSMC나 삼성에서 하고 있는 3나노, 5나노 공정을 따라가지 못한 아직 10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는데요. 인텔이 칩설계와 생산 어느 한쪽도 잘하지 못하고 있을 때, AMD는 정말 급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과거 CPU에서 AMD는 항상 저가형, 인텔보다 못한 제품이란 인식이 있었는데, 이젠 그 모든 것이 옛말이 되었습니다. 일부 제품들은 인텔제품의 속도와 효율성을 능가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제품성능은 인텔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인텔은 Chips Act의 수혜주임에도 불구하고, 분기실적 악화로 주가 하락
최근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자국역량을 키우는 반도체 생산 지원법(Chips Act)가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했습니다. 인텔은 미국 내 현재 2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고 있어, 대표적인 정책 수혜주로 전망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 주당 순이익: 0.29달러, 시장 기대치인 0.70달러를 하회
- 분기 매출: 153억 2천만 달러, 시장기대치인 179억 2천만 달러를 하회
인텔이 아무리 4%대의 배당금과 과거 반도체 대장주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최근 엔비디아와 AMD에 비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AMD가 인텔의 시가총액을 역전한 것은, 반도체의 주도주가 변화하는 것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텔은 2분기 어닝쇼크에 대해서 '거시경제 악화와 PC시장 수요감소'를 원인으로 꼽았으며, 인텔의 정상복귀 전략은 마치 킬리만자로에 오르는 것과 같다'며, 인텔이 당분간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실제로 가트너는 '2022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성장률을 13.6% -> 7.4%로 하향 조정'했고, 특히 PC와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 부문에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인텔이 최근 몇 년동안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며, 앞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인텔이 다시 한번 날아오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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