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2023년은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경기침체와 주식시장 폭락을 예상 및 걱정하는 시기 중 하나일 텐데요. 가파른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악화와 식량 위기, 코로나 질병,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은행파산위험 등 경제나 투자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도 최근의 경제 리스크들 몇 가지는 줄줄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3년 주식시장은 꽤 좋은 상황입니다. 연초대비 S&P500은 약 7.5%, 나스닥은 무려 약 19%가 상승한 상태인데요. 하반기엔 경기회복도 시작되고, 금리인상 중단 내지는 금리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조금씩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반기 미국주식시장의 간략한 정리와 하반기를 예측할 수 있는 몇 가지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반기 정리: 갈 놈만 갔던 미국 주식시장
상반기 미국 주식시장은 한 마디로 " 가는 놈만 갔던 시장 "이었는데요. 몇 가지 사례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 AI테마의 빅테크와 기술주 주도시장
가장 많이 올랐던 것은 AI테마의 기술주들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2023년 상반기 AI테마 기술주 약 20개를 제외했을 때 S&P500은 7% 상승이 아니라 2% 하락했을 것이라고 분석하는데요.
확실히 AI테마를 가지고 있는 기술주 혹은 빅테크 주식들이 S&P500 대비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엔비디아와 메타의 주가상승이 눈에 띄네요. 그래프에서 언급하지 못했습니다만 아마존이나 팔란티어, AMD와 같은 기술주들도 AI테마에 포함되면서 30% 이상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 애플 시가총액이 소형주 전체시장을 능가
애플 주가가 상승하면서 2023년 3월 중순부터 애플 시가총액이 2,000개의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 2000보다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2.7조 달러로 러셀 2000 시가총액인 2.2조 달러를 능가했는데요. 2023년 애플 주가가 상승한 반면, 은행파산 위험 등으로 안정성에 문제를 느끼게 된 러셀 2000의 소형주들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경기회복 및 주식시장 상승시기에는 러셀 2000에 포함된 소형주들의 상승률이 더 좋습니다만, 경기침체 및 주식시장 하락기에는 소형주들이 좋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자산규모와 신용등급으로 리스크에 취약하며, 투자자들이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소형주 투자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하반기도 AI와 빅테크가 주도할까?
▣ 관점을 바꾸면 다르게 보이는 빅테크 주가상승
2023년 빅테크 및 기술주들이 좋았지만, 기간을 1년으로만 늘려서 봐도 과거의 피해를 복구한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2021년 말 이후 S&P500과 나스닥 100을 비교한 것인데요. 2022년 1~3분기까지 크게 하락했던 나스닥 100 지수가 2023년 상승분이 상대적으로 큰 상황입니다.
▣ 경기침체 및 축소의 실질적인 신호들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조사한 가구당 총 신용/직불카드 지출은 2023년 4월에 전년 대비 -1.2%로 하락하면서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경기침체라 얘기했어도 가계지출이 전년대비 플러스였는데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되었고, 특히 서비스 지출(ex: 여행, 외식, 항공 등)이 크게 둔화된 점이 특징입니다.
실물 상품 쪽은 이미 마이너스였고 폭도 커지고 있습니다만, 외식이나 항공, 주택관련 서비스과 숙박도 지출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경기침체가 이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라고 볼 수 있는데요.
위와 관련해서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 인테리어 및 개량 관련 업체인 홈디포가 20년 만에 최악 수익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사제목에 다소 과장이 포함되었습니다만, 홈디포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했고 2분기 연속으로 월스트리트의 매출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에어비앤비가 1분기 흑자 전환을 성공했습니다만 2분기는 부진할 것으로 전망치를 밝히면서 주가가 크게 급락했습니다. 여행 및 항공 수요가 줄어들고, 숙박도 저렴한 숙소 위주로 이루어진다고 CEO가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이야기의 핵심은 미국 가계 지출의 감소로 하반기 경기침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소비가 감소해서 전체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면 주식시장이 좋아질 순 없겠죠. 일단 하반기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다른 악재들
▣ 미국 부채한도 초과 및 디폴트 관련 문제
현재 미국 부채한도가 초과되어 디폴트 선언 위기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된다는 뉴스들이 많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2011년도에도 있었는데요.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2011년도에도 미국 부채한도가 초과되어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지출을 유지하겠다는 의견이 대립했고, 결국 일정 부분 정부예산 삭감 및 부채한도 조정으로 이슈가 정리되었는데요. 2011년도 S&P500은 1~2월에 7% 상승하여 2월 최고치를 기록하고 옆으로 횡보하다가 부채 상환 타협 시점 이후 폭락했습니다. 이유는 Standard & Poor가 국채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2달 동안 광범위한 주식 하락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현재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가 부채 한도 상향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이슈타결을 기대하면서 주가가 횡보 내지 상승하지만, 막상 이슈가 타결되는 시점에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강등이나 지출예산 삭감과 같은 이벤트가 있다면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끝나지 않은 은행파산 이슈
2023년 상반기 주식시장은 훨씬 더 상승할 수 있었습니다만, 은행파산 이슈가 크게 발목을 잡았습니다. 현재 이슈가 정리되어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이후 은행권에 훨씬 많은 규제와 실적악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아직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이슈들도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파산 이슈들이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물론 일부 해지펀드와 투자대가들이 1분기에 은행주식 투자에 집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보는 관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개인들은 어떤 은행이 견고하고 가치절하되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따라 투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기를 기회로
▣ 역대급 현금 보유량
많은 사람들이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투자에 보수적인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개인 뿐 아니라 기관들도 단기적으로 미국 주식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하락장을 대비하면서 현금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기관은 주식에서 3,339억 달러를 매도했으며 개인 투자자는 280억 달러를 매도했습니다. 이러한 현금들은 채권이나 예금과 같은 현금성 투자로 유입되어 5월 10일 기준 머니 마켓의 총 자산이 5조 3,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미국 개인 투자자 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41%가 향후 6개월 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현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하락장이 오더라도 준비된 많은 현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어 큰 낙폭 없이 주식가격이 반등할 수 있습니다.
▣ 월가 전설, 드러켄밀러의 전망
30년 간 한번도 마이너스 수익이 없었던 월가의 전설 드러켄밀러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경기가 침체기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분은 현재 대부분의 자산을 현금과 금/은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보유하면서 투자기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 분의 주장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 올여름 또는 하반기부터 미국 경기가 경착륙 할 가능성이 높음 (침체기로 진입)
- 역사상 가장 큰 버블의 마지막 단계 진입 중이며, 투자의 경우 리스크 관리로 나쁠 게 없는 시점임
- 앞으로 믿을 수 없을만큼 좋은 투자기회가 올 것이라고 봄
- 공짜 돈 뒤에 많은 시체를 보게 되겠지만, 2008년 금융위기만큼 나쁘진 않을 것
- 경기침체 이후 본격적인 AI시대가 도래할 것
드러켄밀러의 13F 공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에 2억 2천만 달러가량의 엔비디아 주식을 매수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2억 1천만 달러로 신규 편입했습니다. 이 외에도 투자대가들이 1분기에 빅테크 주식에 투자한 사례가 잇는데요. 관련 내용은 아래 포스트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반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많은 분들의 생각과 같이, 저도 하반기에 한번 큰 하락장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이번 미국 부채한도가 조정되는 6월 중일지, 아니면 앞으로 몇 개월 내에 CPI 등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악화되면서 발생할지 등 어떤 이벤트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하락장에서 빅테크 주식들이 다른 주식종목보다 낮은 하락폭과 큰 상승을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기침체 시기에 사람들이 좀 더 규모 있고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종목을 찾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부분과, 현재 진행되는 메가트렌드인 AI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빅테크 업체들이 주도할 것이란 생각 때문입니다.
그 외 소형주나 은행주들은 당분간 고전할 것이고, 하반기엔 종목선정이 중요할 것이란 생각인데요.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판단이므로 투자에 참고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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