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분기마다 한 번씩 발표되는 13F 공시는 꽤 괜찮은 주식투자 가이드입니다. 운용자산 규모가 1,000억 달러가 넘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13F 공시를 통해, 2~3개월의 시차가 있습니다만, 투자 대가들이 어떤 종목이나 산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지 알아보고 이를 내 투자에 참고할 수 있습니다. 2023년 3월 31일 자 기준의 13F 공시가 발표되었는데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투자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종목이나 산업에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
▣ 상위 10위 포트폴리오 종목
상위 10개 보유종목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애플(AAPL)과 버크셔 헤서웨이(BAC) 종목에 2%씩 비중이 추가되었고 쉐브론(CVX) 지분을 18% 줄였는데요. 이것은 자회사인 젠리 보험회사의 지분을 포트폴리오에 합쳐서 보고했기 때문입니다. HPQ 지분이 15% 늘어난 것도 젠리 보험회사 지분의 영향이므로 지분증가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신규 편입종목과 처분한 종목
#신규편입종목
이번 13F 공시에서는 캐피탈원(COF)와 디아지오(DEO), 그리고 VTS에너지(VTS) 3개 종목이 신규 편입되었습니다. 디아지오(DEO)는 우리가 잘 아는 조니워커, J&B 등의 주류를 판매하는 회사이며, VTS에너지(VTS)는 석유 및 가스 자산의 취득, 소유권, 탐사 및 개발 관리를 하는 회사입니다. 두 회사의 지분은 아직 크지 않으므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워 보이는데요. (각각 회사는 별도 분석으로 포스팅을 써 볼까 합니다.)
이번 신규 편입종목 중 관심이 받는 종목은 캐피탈원(COF)입니다. 2023년 1분기에 실리콘밸리 은행으로 시작된 은행파산위험이 있었다는 것은 감안하면 이 시기에 신규투자된 캐피털원(COF) 종목이 이번 사태로 저평가된 은행주라 판단한 것인지 관심이 가는데요. 이 종목은 다른 투자대가 포트폴리오에서도 신규 영입되어 아래에서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버핏이 구매한 가격보다 현재 가격이 낮은 상태라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분한 종목
이번 분기에 버핏은 뉴욕 멜론은행(BK)r과 US Bancorp(USB) 은행 지분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각각 2006년과 2010년부터 장기 보유했던 종목들인데, 이번 은행파산 사태와 관련하여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여 처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2개 은행주식을 처분하면서 위에 있는 캐피탈원(COF)지분은 추가한 상황이라, 캐피탈원 종목에 좀 더 관심이 생기고 있습니다.
버핏의 투자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TSMC는 거의 6개월 만에 모든 지분이 처분되었습니다. 버핏은 TSMC가 너무 훌륭하고 좋은 회사이지만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긴 어려웠다고 여러 매체들과 인터뷰했었는데요. 이게 정말 버핏의 판단인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압력(?)을 받았는지 등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후자의 가능성도 꽤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빌 애크먼의 포트폴리오
▣ 상위 10위 포트폴리오 종목
빌 애크먼은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가치 투자자입니다. 가치 투자방식 펀드매니저 중에서 버핏의 후계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은 꽤 많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진 않으셔도 됩니다만, 탁월한 투자수익을 거둔 투자대가로 현재 Pershing Square라는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잘 생긴 걸로도 꽤 유명한 것 같습니다.)
빌 애크먼은 소수 종목에 장기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도 유명한데요. 이번 1분기 13F 공시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알파벳(GOOG, google)의 신규 편입입니다. 알파벳 신규 투자를 위해 나머지 보유종목들의 지분을 줄인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보유자산의 약 10.4% 비중으로 구글 주식을 신규 편입하였는데요. 총 금액은 약 11억 달러(1조 5천억 원)이고 주식 수는 약 1,000만 주에 달하는 큰 배팅입니다. 1분기에 빅테크 종목들의 주가 반등이 다른 종목보다 괜찮았는데요. 이렇게 대가들의 투자사례를 보니, 개인적으론 알파벳 투자지분을 좀 더 늘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빅테크 기업 관련 별도 포스트 링크를 아래 추가해 두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이클 버리의 포트폴리오
▣ 상위 10위 포트폴리오 종목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이자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서 큰 돈을 벌었던 마이클 버리의 포트폴리오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분은 최근 경제상황을 다소 비관적으로 보면서 트위터 등에 주식 매도의견을 적극적으로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13F 공시를 통해 공개된 포트폴리오를 보면 Top10 보유종목이 거의 대부분 신규 편입되었고 중국주식과 은행주식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비관적으로 주식시장을 바라보던 의견과는 다소 대조적인데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JD.com(JD)와 알리바바(BABA)주식 지분을 늘린 것입니다. 마이클 버리의 포트폴리오에서 이 2개 주식이 약 20%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최근 중국 관련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는 미국 투자자 및 기관들의 추세와는 다소 다른 방향의 배팅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마이클 버리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자세히 나와있지 않았습니다만, 추가 조사를 통해 별도 포스트를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은 줌 비디오(ZM)주식의 신규 편입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상황이 끝나가고 있고, 코로나 시기 이후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줌 비디오를 어떤 근거로 편입했는데 좀 궁금합니다. 현재 주가도 예상 편입단가보다 낮은 상황이라 앞으로 추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신규 편입종목
이번 분기에 처분한 종목에서는 특별한 인사이트가 없어 신규 편입종목을 좀 더 살펴보고 있는데요. 단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은행주의 신규 편입입니다. 관련 종목으로는 뉴욕 커뮤니티 뱅크(NYCB), 캐피털원(COF), Pacwest Bancorp(PACW),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RCB)등이 포함됩니다.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소개에서 말씀드렸던 캐피탈원(COF) 은행주식이 마이클 버리 포트폴리오에도 신규편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최초 은행파산 사태 시점에 유명해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주식도 약 200만 달러 정도를 매수했고, 최근 예금인출이 늘어 계속 뉴스기사로 언급되고 있는 Pacwest Bancorp(PACW) 은행주도 신규 편입되어 있습니다.
마이클 버리는 이번 은행 위기가 큰 피해없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며 이번 은행파산사태로 지역 은행주들이 가치대비 가격이 싸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 워런버핏도 금융위기 시절에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을 헐 값에 대량 매입한 것처럼 결국 은행위기가 큰 문제없이 진정된다면 마이클 버리의 은행주 배팅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까진 구매가격이 현재 주식가격보다 높은 상태군요.
David Einhorn의 포트폴리오
▣ 상위 10위 포트폴리오 종목
공매도 기술로 유명한 Greenlight Capital의 수장인 David Einhorn의 포트폴리오입니다. 이 분의 펀드는 작년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대부분 손실을 입었을 때 약 37% 상승하면서 차별화된 투자능력을 보여줬는데요.
Top10 보유종목 중에 우리나라 투자자 분들께 많이 알려진 종목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이런 분들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새로운 종목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좀 더 좋은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30% 이상의 비중으로 보유비중이 1위인 Green Brick Partners(GRBK)는 미국 주택 건설 및 토지 개발 공사입니다. 이 종목은 최근 1년 주가 수익률이 120%를 넘었는데요. 공공 주택 건설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는 최근 부동산 경기하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가장 적게 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100% 이상 보유비중을 늘인 테네시 헬스케어(THC)는 대규모 의료 시설 운영업체이자 미국 최대 외래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회사인데요. 2022년 말 처음으로 포트폴리오에 신규 편입한 이후 이번 분기에도 보유비중을 공격적으로 늘이고 있습니다. 이런 종목은 추가 종목분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 신규 편입종목
신규 편입종목에서는 마이클 버리와 마찬가지로 은행주들의 다량 편입이 눈에 띕니다. 실리콘밸리은행 자산의 상당 부분을 사들인 퍼스트 시티즌스 은행(FCNCA) 종목과 마이클 버리도 높은 비중으로 편입한 뉴욕 커뮤니티 뱅크(NYCB) 종목에 눈이 가는데요. 이번 은행위기가 큰 문제없이 정리되고 은행주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데 배팅하는 투자대가들이 많다는 의견입니다.
마무리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3F 공시는 굉장히 좋은 투자정보이자 공부 자료입니다만, 투자시점과 정보공개는 최대 5~6개월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작정 따라해선 안 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13F 공시자료들을 통해 제가 생각한 몇 가지 가치정보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이번 은행파산위기가 큰 문제없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투자대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관련해서 투자하는 은행주에는 뉴욕 커뮤니티 은행(NYCB)와 캐피털원(COF) 2개 종목에 눈이 가는데요. NYCB는 이미 꽤 주가가 상승한 반면, COF는 대가들의 편입가격보다 현재주가가 아직 낮아 보입니다.
- 알파벳(구글)과 같은 빅테크 종목 투자비중을 늘여야 하는 시점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새롭게 알게 된 종목들은 좀 더 공부해서 투자여부를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소개해드린 자료가 여러분들의 투자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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