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고의 가치투자자 워런버핏과 찰리멍거가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2023년 1분기 주주총회가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90세가 넘은 노령이라 이 분들의 인사이트와 철학을 듣고 볼 수 있는 것은 이제 한번한번이 모두 소중한 기회인데요.
2023년 1분기를 워런버핏과 찰리멍거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은 현존하는 여러가지 경제 이슈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중요한 내용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필요하신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현금은 쓰레기가 아니다
회사는 현재 2021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인 1,306억 달러 상당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버핏의 현금보유와 주식투자 비중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시점에 공격적인 주식투자가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는 것 자체로 투자에 많은 공부가 됩니다.
이번 분기 버크셔의 현금과 투자에 대한 거시적인 흐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 회사는 1분기에 133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 이 중 44억 달러는 버크셔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으며, 29억 달러는 주식투자에 사용했습니다. (최근 일본투자도 포함)
- 회사가 보유한 1,306억 달러는 대부분 단기 국채와 은행예금에 투자되어 있으며, 이를 통한 수입은 11억 달러로 전년 동기 1.6억 달러 대비로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버핏과 멍거는 최근 꾸준하게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인해 주식시장 수익률이 줄어들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버크셔가 1분기에 주식투자를 줄이고 현금비중을 늘인 것과 같은 맥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시점은 주식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 요소들이 많아지는 반면, 높은 기준금리로 채권과 은행예금은 꽤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합니다.
2. 가치투자는 아직 살아있다
저평가된 주식이나 기업을 할인된 가격으로 매수하여 장기간 보유하는 것을 가치투자라 말하는데요. 찰리멍거는 앞으로 가치투자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경쟁자가 많아져서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입니다만, 버핏은 아직 가치투자 기회는 많다고 말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버크셔 헤서웨이는 1965년부터 현재까지 총 수익률이 무려 3,787,464%인 반면, S&P500은 24,708%로 크게 비교됩니다. 과거 버핏은 버크셔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 등의 시기에서 골드만삭스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 같은 주식을 헐값에 매수하고 장기보유하여 가치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5년이나 10년 수익률은 S&P500과 대비하여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가치투자로 돈을 버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버핏이 아직 가치투자에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는 핵심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단기적인 관점의 주식투자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버핏은 가치투자란 다른 사람들이 나쁜 결정을 내릴 때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멍청한 짓을 하는 것입니다. - 워런 버핏
3. 달러 외 기축통화는 없다
버핏과 멍거는 최근 탈달러화 추세로 달러가 약해지고 있지만, 달러 외 기축통화는 없으며 비트코인은 이에 대한 대체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펜데믹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연준은 달러를 수없이 찍어냈고, 이로 인해 위험한 인플레이션과 미국 부채 디폴트 우려가 발생했습니다. 버핏과 멍거는 이렇게 무분별하게 통화를 찍어낸 것을 날카롭게 비판했지만 달러 이외 기축통화 옵션은 없으며 이는 종이 화폐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될 때까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특히 코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코인이나 토큰은 농담이고 광기라 말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최근 달러가 약하지는 추세에 맞춰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만, 버핏과 멍거는 비트코인이 근본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개개인마다 투자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이해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4. 일본투자 확대
1분기 버핏의 투자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역시 5대 일본 무역회사에 대한 투자입니다. 말씀드린 5대 무역회사는 아래와 같으며, 버핏은 해당 회사 주식을 2020년에 처음 보유한 이후 올해 각 회사 지분을 7.4%까지 늘였습니다.
- Mitsubishi Corp : 1954년 설립된 일본 최대 무역회사, Lawson 편의점 체인 보유, 금융,방산,원자재,식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 사업을 보유하고 있음
- Mitsui: 7-Eleven체인점에 물류시스템 공급, 싱가포르 제약 스타트업 및 바이오디젤 시스템 회사 투자 중
- Itochu Corp: FamilyMart 편의점 체인의 대주주, 기계, 원자재, 에너지 및 화학, 식품, 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 보유
- Marubeni : LIFT Aircraft와 협력하여 eVTOL 일본 최초 시범 비행, 프랑스 스타트업과 제휴하여 곤충 기반 사료 개발 투자
- Sumitomo: 필리핀 철도 프로젝트, 독일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호주에서 일본 수소운송에 투자
버핏은 일본에서 투자기회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것은 1분기 버핏이 미국주식 투자를 줄이고 현금비중을 늘린 맥락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왜 지금 시점에 일본투자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과 이해가 필요해 보입니다.
버핏이 투자한 5대 일본 무역회사에 대해서 여러가지 해석이 많습니다만, 무역회사들이 원자재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경기침체를 대비해 원자재 투자비중을 늘린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최근 일본 무역회사들은 무역보다 비무역 활동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얻는데요. 사업범위는 물류, 부동산, 냉동식품 및 항공우주,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등의 다양하고 광범위한 분야를 포함합니다.
5. 애플투자와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대한 생각
주주총회에서 어떤 질문자가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35%를 차지하는 애플투자비중이 너무 과도하고 포트폴리오 분산 측면에서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버핏과 멍거는 아래와 같이 답했습니다.
▶애플투자에 대한 견해
버크셔의 공개된 투자 포트폴리오 상에서 애플은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비상장 기업과 공개되지 않은 투자 전체를 보면 애플은 35%까지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버크셔가 보유한 어떤 주식보다 훌륭하고 견고한 회사라고 말했습니다.
버핏은 "사람들이 만약 세컨 카와 iPhone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세컨드 카를 포기한다"라고 말하며 애플에 대한 높은 브랜드파워와 생활필수품 영역으로 들어온 애플제품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대해서
찰리 멍거는 최근 분산투자가 표준 투자 규칙 내지는 필수처럼 얘기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효율이 낮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멍거는 좋은 투자기회는 그렇게 쉽게 발견할 수 없으며, 발견할 수 있는 투자기회가 3개밖에 없다면 분산으로 최악의 상황을 만드는 것보다 최선의 아이디어에 집중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멍거는 이것을 포트폴리오의 'deworsification'이라고 표현했는데요. 포트폴리오 다각화 또는 분산투자만을 위해 최선이 아닌 종목들을 선택하여 투자하는 실수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멍거의 말처럼 이런 종목을 찾아내는 것은 절대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
투자 귀재들의 견해나 투자경험을 듣고 보는 것은 언제나 좋은 공부가 됩니다. 이번 버크셔 주주총회에서도 생각해봐야 할 투자 관련 어젠다들이 많이 등장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정리해 드린 내용 이외에도 훨씬 더 많은 주제에 대해 많은 의견을 얘기했는데, 이것은 유튜브 등으로 주주총회 영상을 한번 찾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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