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환율이 폭등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1,300원 상하로 움직이던 달러환율이 1,340원을 위협하자 어제 국민연금공단이 4~7억 달러 수준의 외환 스와프를 실시했는데요. 달러환율은 약 2원 정도밖에 내리지 못했고 오늘은 1,339원으로 시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상한 점은 달러가치를 표시하는 달러 인덱스는 계속 하락 중이란 것인데요. 즉, 달러가치가 약한데 원화가치는 더 약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달러 인덱스와 원달러환율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은 2023년부터 발생하고 있으며, 주요 원인에는 금리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아래에 관련 내용을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항상 그랬습니다만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투자의견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달러가 약한데 원화는 더 약함
▣ 달러 인덱스와 반대로 움직이는 원화
세계 주요 6개 통화와 달러와의 가치를 비교하는 달러 인덱스(*우리 말로는 달러화지수)는 2022년 중반에 115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시점에 원달러환율도 1,400원을 돌파하면서 큰 우려가 있었는데요.
원달러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큰 문제였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전세계 통화들이 다들 비슷한 상황이었고, 이후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면서 우리나라도 금융위기 이후 크게 개선된 경제적인 체력과 금리인상 등을 기반으로 대응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2023년의 상황입니다. 현재 원달러환율이 상승하는 것도 문제입니다만, 그보다 달러 인덱스와 원달러환율이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이 이상합니다.
▣ 위안화와 커플링된 원화
현재 달러환율이 1,340원을 돌파했는데요. 달러 대비 원화, 엔화, 위안화, 유로화 4개 통화 변화율을 비교했을 때, 단연 원화가 다른 통화들보다 3~5배 이상의 변화를 보이고 있고, 가치도 가장 크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원화의 변동성은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통화 중 1위이며,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엔화는 원화와 비슷한 흐름이지만 최근 방향이 바뀌었고, 위안화는 변화폭은 원화보다 훨씬 작지만 원화와 변화하는 모습이 거의 같은 모습인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뉴스기사에서 많이 언급하고 있는 위안화 동조화 현상인데요. 원달러환율이 위안/달러환율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입니다.
원화 약세의 이유는 뭘까?
▣ 계속되는 무역적자 (특히 중국)
주요 원인 중 하나는 14개월 연속으로 진행 중인 무역적자입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아진 지 14개월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외화가 유출되고 있다는 해석이 되겠네요.
2022년 총 무역적자 규모는 478억 달러였는데요. 2023년 1~4월까지의 누적 무역적자가 이미 266억 달러로 작년규모의 절반 이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중 수출량은 3월 기준 전년대비 26.8% 감소하면서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무역적자의 가장 큰 항목은 역시 반도체입니다.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이 작년 18.9%에서 13.6%까지 감소했습니다. 이것도 아시는 것처럼 중국 수출규모 감소와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이 대중무역에 대한 제재를 앞으로 더욱 강화할 예정이고, 최근 정치적으로도 우리나라와 중국의 갈등이 생기면서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작년까지 25%에 달했는데요. 대중 무역수지 악화가 계속 이어지고 수출 다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환율에는 계속 악재가 커지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 한미 기준금리 격차
우리나라는 현재 기준금리를 3.50%에서 2개월째 동결하고 있습니다만, 미국은 5월 0.25% 금리를 인상하여 5.25%까지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5월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정부나 한국은행에서는 아직 큰 문제가 없다 보고 있고,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빠르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입니다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현재 가장 크게 가치가 하락 중인 원화는 기준금리 차이로 인해 더욱 가치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최근 급부상하는 한반도 위기
심리적인 원인이라 봐야 합니다만, 최근 러시아 및 중국과 긴장관계가 커지는 것은 외환시장에 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도 북한 리스크로 환율이 여러 번 출렁였던 사례가 있었습니다만, 앞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한반도에 쏟아내는 위협적인 발언들이 환율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러/위안화 환율은 왜 오를까?
2023년 1분기 중국경제가 매우 의미 있는 반등을 했습니다. 1분기 GDP성장률은 4.5%로 4.0% 예상을 크게 상회하면서 서프라이즈 한 결과를 보였는데요. 관련해서 자세한 내용은 별도로 작성했던 글을 참고해 주세요.
궁금한 점은 "중국경제가 회복되고 있는데, 왜 달러/위안화 환율은 상승하고 있을까?" 입니다. 즉, 위안화 가치는 왜 달러 대비로 하락하고 있냐는 뜻인데요.
중국에서는 '1달러 당 7위안'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취급합니다. 작년에도 1달러 7위안을 넘겼던 시점이 몇 번 있었습니다만 빠르게 회복했었는데요. 작년엔 중국경제가 극심한 침체기였던 반면, 최근엔 중국경제가 크게 회복되는 시점에 이렇게 달러/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다소 이상한 현상입니다.
이에 대한 가장 주요한 해석은 대만을 중심으로 한 미중 갈등이 작용했다는 설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약세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옐런 재무장관 발언은 이런 의심을 의심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것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사실, 최근 미국에서 본 적 없는 수위의 발언이라 앞으로도 미국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중엔 1,35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론 5월 초에 있을 미국 기준금리 발표가 가장 큰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할 경우, 5월 중에는 1,400원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으나 아마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금방 하락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하반기엔 원달러환율이 다시 달러 인덱스와 동조되고 안정추세로 돌아설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중무역이 하반기에 흑자로 전환되고 경제가 회복되면서 달러환율도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개인적으론 아직 이런 전망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갈등은 한번 발생하면 보통 1년 이상 지속되었고, 이번에는 대만 중심의 미중 갈등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 이 부분 해결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경기침체를 각오하더라도 중국을 제재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면, 이번 미중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며 중국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우리나라 대중무역 수지가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개인적으론 걱정입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사우디 등 중동 국가와 러시아 등 여러 곳에서 패트로 달러를 외치고 있어, 달러의 힘이 약해질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마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꽤 많은 시간 동안 달러는 안전자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여 일부 비중을 가져가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참고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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