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미국 주식이 큰 폭으로 상승(S&P500은 1.8%, 나스닥은 2.2%)했습니다. 1) 애플이 기대 이상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식시장 매수 분위기를 만들었고, 2) 4월 노동시장 보고서는 역대 최저치의 실업률과 25만 개 이상의 일자리 추가를 기록하면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던 것 같은데요.
4월 노동시장 보고서가 정말 미국의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는 희망을 담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고 정리했습니다. 관련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4월 미국 노동시장 보고서 살펴보기
미국 4월 일자리는 253,000개가 추가되었습니다. 일단 1월 이후 계속 감소하던 일자리 수가 반전했다는 의미가 있으며 시장의 추정치였던 180,000개를 크게 추월했습니다. 하지만 위에 있는 그래프를 보시면 최근 일자리 수 감소추세를 일시적으로 막은 것인지, 아니면 다시 상승추세로 바뀌는 변곡점이 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실업률은 3.4%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일자리의 약 1/4이 건강관리 및 사회 지원 분야(약 6.4만 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달과 비교하여 가장 일자리가 많이 증가한 분야입니다만 지난 6개월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라고 합니다. 전문직 및 비즈니스 서비스 관련 일자리는 4.3만 개가 추가되었고, 지난 6개월 평균치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최근 빅테크 및 대기업의 정리해고가 마무리되었음을 알리는 것인지 아직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지난 1년동안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카테고리는 위 이미지에서 3번째로 표시된 레저 및 접객 서비스입니다. 전체 일자리 수의 1/4에 달하는 약 90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되었는데요. 팬데믹 이후 제한되었던 여행과 사교활동 관련 니즈가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건설업(Construction)은 3월에 1.1만 개 일자리가 줄었지만 4월에 1.5만 개가 증가했습니다. 건설업은 금리인상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로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끝나가고 있다는 희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가장 심각한 경제문제로 얘기되고 있는 금융권 고용이 증가한 것도 눈에 띕니다.
노동시장에 대한 복잡한 셈법
위와 같이 4월 고용시장 보고서를 살펴보면, 계속되는 금리인상에도 고용시장이 견고하게 움직이고 있고, 큰 경기침체 없이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을 마무리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해석을 기반으로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fedwatch tool에서는 이미 6,7월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9월에는 51%의 확률로 0.25% p 기준금리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식이 상승하는 것은 현금 유동성의 역할이 가장 크므로, 주식시장은 항상 기준금리 인하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견고한 노동시장은 연준 입장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는 근거로도 작용합니다.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는 0.25%p 인상됐고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문구는 삭제되었습니다만, 파월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며, 금리 인하는 당분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발언했습니다.
주식시장은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언급이 빠진 부분만 보면서 상승했습니다만, 최소 연내에는 금리인하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인플레이션이 원하는 수준으로 잡히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상승하는 기미가 보인다면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실업률이 낮아지면서 평균 임금은 한 달 전보다 0.5% 오른 4.4%로 상승했습니다. 이건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관점에선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시장에 풀린 돈을 줄여서 낮출 수 있는데, 올라가는 임금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결국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는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 은행위기, 미국의 부채한도
▣ 5월 10일 CPI보고서 주목
5월 10일 CPI 4월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시장에선 이 4월 CPI수치가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는데요. 일단 지금의 기대치 자체로도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이 2%로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반영하고 있으며, 만약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수치가 나온다면 주식시장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끝나지 않은 은행위기
최근 파산한 3개의 미국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이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최근엔 Pacific West Bancorp (PACW)가 매각옵션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발표된 이후 주가가 하루 만에 50% 하락했으며, 그 외에도 First Horizon(FHN), TD Bank(TD), Western Alliance (WAL)과 같은 지역은행들이 지난주 30% 이상 주가가 하락한 상태입니다.
만약 은행 붕괴가 추가로 발생한다면,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겠습니다만 연준이 금리인하로 이를 대응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연준의 금리인하 소식이 현실화될 경우 장기적인 주식시장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이므로 투자를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투자에 참고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 미국의 부채 한도 문제
최근 미국 옐런 재무장관이 6월 1일까지 미국정부 부채한도를 늘이지 않으면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은 국가의 부채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현재 의회가 정한 미국의 부채한도는 31조 4천억 달러입니다.
과거에도 미국 디폴트 위기는 몇 차례 있었습니다만 그 때마다 극적인 타결로 위기를 넘긴 바 있는데요. 가장 가까운 사례는 오바마 민주당 정부 시절에 국가 부채 한도를 디폴트 선언 직전까지 갔다가 극적 타결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민주당 및 대통령의 상원의 갈등구조에 있습니다. 하원에서는 부채한도를 늘리는 조건으로 미국 정부예산을 삭감, 즉 정부 지출을 줄이는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 및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에서는 정부 지출을 줄일 의지가 없습니다. 민주당이 재집권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데 그게 전부 돈과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이죠 (ex: 대학생 학자금 대출 탕감 등)
결과적으로 미국이 채무 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한달도 남지 않은 예산안 조정기간 내에 어떤 합의가 만들어지고, 어떤 조건들이 붙을지에 대해서는 계속 체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2023년 주식시장이 위태로운 상승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 상승하는 힘이 떨어지고 보합하는 분위기였습니다만 5월 연준의 기준금리 0.25% p 인상발표 및 추가 금리인상 관련 문구 삭제, 그리고 예상보다 강한 노동시장 보고서로 주식시장이 크게 반등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상승장이 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 보입니다. 가장 먼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기대치만큼 하락해야 하고, 경기침체 없이 GDP도 상승해야 하며, 연준의 금리인하가 언제 결정될지, 그리고 최근 벌어지는 지역은행들의 파산 위험은 언제 마무리될지 등 큰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주식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하는 것보단 은행이자와 같은 안전마진으로 자산으로 보호하고, 향후 정확한 주식시장 반등 시그널이 나오는 시점에 맞춰서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투자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주식은 언제나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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