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가 430억 달러에 씨젠(SGEN)을 인수합의했다고 기사가 나왔습니다. 씨젠은 표적항암치료제 중 최근 각광받는 ADC(antibody drug conjugate)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대형 제약회사들의 인수합병 대상이었는데요. 화이자의 씨젠 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향후 화이자 주가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참고로 화이자가 인수하는 씨젠은 한국 진단키트기업이 아니며, 미국에 있는 Seagen이란 회사입니다. 두 회사는 어쩌다 발음이 같을 뿐 전혀 연관성없는 다른 회사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여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참고해 주세요.
목차
화이자는 어떤 회사?
▣ 화이자는 코로나 수혜주
아마도 많은 분들이 '화이자'라고 하면 '코로나 백신'을 떠올릴 텐데요. 알고 계신 것처럼 화이자가 코로나 백신으로 많은 매출을 올린 것은 사실입니다. 2020년까지 연간 매출은 약 400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2022년에는 1,000억 달러로 2년 사이 매출이 2.5배 성장했습니다.
▣ 하지만 백신만 만드는 회사는 아님
2022년 기준 화이자가 코로나 백신제품인 PAXLOVID와 COMIRNATY로 약 50%가 넘는 매출을 발생시켰습니다만, 화이자가 코로나백신만 만드는 회사는 아닙니다. 화이자는 위에 보이는 이미지처럼 폐렴구균백신, 혈전치료제, 편두통치료제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가지고 있으며, 오랫동안 항암 치료제를 개발했던 회사이기도 합니다.
▣ 회사의 미래를 위한 동력필요
누구나 쉽게 예상하실 수 있겠지만 2023년부터 코로나 백신제품 판매량이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런 문제점은 시장에서도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화이자 주가는 2022년 초에 52달러를 최고점으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거기다 2025년부터 화이자는 보유하고 있는 주요제품들의 특허만기로 인해 관련 제품들의 매출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화이자가 시장에서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코로나 백신제품 외에 다른 제품 라인업에서 의미 있는 성장성을 보여줘야 하는데요.
결국 회사는 그동안 벌었던 돈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좋은 제품을 가진 회사를 인수하여 제품 라인업을 보강해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 것은 임상과정을 포함하여 최소 10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화이자는 돈이 많고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 결이 맞는 바이오 업체들을 인수하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씨젠은 어떤 회사?
▣ 표적항암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
씨젠은 ADC(antibody drug conjugate)기술 기반 표적항암치료제 개발 선두업체입니다. 기존 항암치료제는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세포를 공격하여 다양한 부작용이 있었습니다만, 표적항암치료제는 정상세포를 보호하고 암세포만 공격함으로써 기존 암치료제의 독성과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강화합니다.
씨젠은 아직 흑자전환을 하지 못한 적자기업입니다. 2022년 총 매출은 약 20억 달러, 순손실은 약 6억 달러 (약 7,800억 원)에 달합니다. 쉽게 말해 매년 7~8천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건데요. 시가총액은 약 370억 달러 (약 48조 원)이나 되는 적지 않은 규모의 기업입니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ADC기술 기반 약물들은 2028년 항암치료제 3,750억 달러 시장 중 310억 달러를 차지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됩니다. 씨젠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계속 관심을 받는 이유입니다.
▣ Merck의 인수시도, 화이자의 승리
2022년 7월 세계 최대 제약회사 중 하나인 Merck에서 씨젠을 400억 달러에 인수 시도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당시 씨젠의 시가총액은 약 322억 달러였으므로 이 시점에도 결코 적지 않은 인수금액의 딜이었는데요. 결국 작년엔 머크가 씨젠이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오늘 화이자는 씨젠을 430억 달러에 인수합의했다고 기사가 나왔습니다. 화이자가 씨젠 주식 당 229달러 현금지급하는 조건이라고 하는데요. 이미 씨젠 주가는 200달러 근처까지 올라간 상태입니다. 양사는 이 거래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인수합병 회사들의 주가변화
개인적으로 지금 상황에선 화이자, 씨젠 모두 투자하기 어려운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화이자는 지금 인수하는 회사들이 정말 감소하는 매출을 상회하면서 회사에 유의미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줄 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며, 씨젠은 이미 인수합병 소식으로 주가가 너무 올라버린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씨젠은 작년 머크 인수설이 나올 때 180달러에 육박하며 최고가를 찍었으며, 이후 인수설이 불발되면서 주가가 하락하다가 올해 2월 말부터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화이자가 씨젠 주식 당 229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인데, 이미 씨젠 주가는 200달러 근처에 도달하여 추가 상승 여력이 별로 없습니다.
최근까지 하이브와 카카오가 경쟁하던 SM 주가입니다. 인수기업의 주가는 상승/하락 방향성을 잘 예측하기 어렵지만, 피인수기업의 주가는 거의 대부분 상승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인수조건이나 인수기업이 정해지면 주가는 다시 하락하는 특징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인수합병(M&A) 이벤트를 통해서 돈을 버는 방법은 결국 정보입니다. 정확히 인수가 성사되는지, 어떤 조건으로 인수를 진행 중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데, 이런 정보는 불균형적으로 특정인들에게만 전달됩니다.
화이자가 최종적으로 씨젠 인수에 성공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인수과정에서 독점 이슈가 없어야 하고, 알려진 금액도 끝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정확한 정보 없이 양쪽 어디에도 투자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만약 이전에 씨젠이 가진 표적항암치료제에 대한 기술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해하고 있었다면, 머크 인수 불발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 주식을 매수해두는 전략은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늦은 것 같습니다만...
마무리
화이자의 씨젠 인수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해 봤습니다. 피인수기업의 주가는 매우 높은 확률로 상승한다는 것을 기억해 두고, 앞으로 다른 M&A건이 있을 때 투자에 적용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개인적인 판단으론 화이자나 씨젠 모두 투자하기 좀 어려운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참고만 하시길 바라며, 모두 성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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