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햄버거 가격이 3~4개월에 한 번씩 오르고 있습니다. 2023년 6월 1일 기준, 빅맥 단품이 5천원을 넘었고, 와퍼단품은 7천원을 넘었습니다. 버거킹과 같은 프랜차이즈에서도 1만원이 넘는 단품 햄버거가 판매 중이며, 쉑쉑버거는 뭐... 더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햄버거 가격상승 원인을 한 가지만 지목할 순 없는데요. 일반적으로 아시는 것처럼 전체적인 원재료비, 인건비, 물류비, 수도 및 전기요금, 임대료 전반이 모두 오르는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최근 심상치 않게 상승하는 미국 소고기 가격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의외로 생각해 볼 부분이 많으니 끝까지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고기 생산량 감소, 가격은 상승
▣ 기록적으로 감소하는 소고기 생산량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24년 소고기 생산량은 20억 파운드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좌측 그래프)하며, 파운드 당 소고기 가격은 2020년 이후 20% 이상 상승(우측 그래프)했습니다. 결론적인 이유는 간단한데요. 소고기 생산비용이 너무 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햄버거도 대부분 미국이나 호주 소고기를 쓸 테니, 상식적으로 내년까지 햄버거 가격은 더 많이 상승할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그럼 소고기 생산비용을 상승시키는 주요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급등하는 비용, 하락하는 수익
소고기 생산비용 상승요인도 매우 다양합니다만, 간략히 요약하면 1)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상승과 2)극심한 가뭄 2가지 요인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각각에 대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인건비, 연료, 사료 및 장비 가격 전반이 상승했습니다. 특히 가뭄으로 인해 보조 사료지출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높은 금리 때문에 대출이자도 매우 높습니다.
- 극심한 가뭄: 미국 소를 사육하는 지역의 50% 이상에서 가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뭄으로 인해 목초지가 모두 말라버려 보조 사료 이용 량이 크게 증가합니다.
소는 닭이나 돼지에 비해 사육기간이 길고 (22~23개월) 가뭄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습니다. 가뭄지역에서는 올해 초 소 한 마리당 수익이 20달러였다고 하는데요. 최근엔 80달러까지 올랐습니다만 2014년 경엔 한 마리당 500~600달러의 수익이 있었으며, 현재 수익은 그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많은 목장에서 소 사육 수를 줄이거나 파산하고 있는데요. 가축 별로 사육환경이 매우 다르고 소는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기간이 길어서 한번 사육 수가 줄어들면 생산량을 다시 늘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번 소고기 가격 상승은 향후 2~3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대조적인 관련종목 주가
▣ 최종제품 생산브랜드 주가는 상승
잘 아시는 대표적인 버거 체인브랜드인 쉑쉑(SHAK)와 맥도날드(MCD), 버거킹 체인을 포함하는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네셔널(QSR)의 주가는 2023년에 모두 상승했습니다. 특히 쉑쉑은 라이센스 사업 및 해외진출 효과로 올해 약 75% 급등했는데요.
3개 업체의 주가상승요인이 소고기 가격상승 만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만, 3개 업체 모두 상승하는 비용을 제품가격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보유한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소고기 가격상승이 현재까지는 3개 업체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앞으로 소고기 가격이 계속 증가한다면 주가상승이 계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고객들이 생각하는 가격 임계점을 넘어가면 소비량이 줄고 대체제품을 찾게 될테니까요. 일단 당분간은 3개 업체 주가를 계속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가공품 제조업체 주가는 하락
미국 최대 육류 가공업체이자 미국 소고기의 20%를 유통시키는 타이슨 푸드는 최근 1년동안 40%가 넘게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브라질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육류 회사인 JBS도 비슷한 수준으로 주가가 하락했는데요.
미국 소고기 가공 이익 마진은 2023년 4월에 1년 전보다 57% 감소했습니다. 타이슨 푸드의 1분기 실적은 총 매출 131.3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12% 증가했으나, 순손실 0.97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실적발표 시점인 5월에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JBS도 5월에 2억 9천만 달러의 분기 손실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주가 하락 폭이 크므로 기술적인 반등은 있겠습니다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고기 가공 마진이 나빠지는 상황이라 근본적인 실적개선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쉑쉑을 좀 더 들여다보자
▣ 1분기 매출, 주간 판매건수 모두 증가
정확한 기업과 버거 명칭은 'Shakeshack'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쉑쉑버거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잘 아시는 것처럼 1세대 프리미엄 버거로 버거 단품가격만 8천원~1만원대인 꽤 비싼 버거입니다. 이미지를 보니 또 먹고 싶네요;
SHAK는 아직 순이익이 마이너스인 상태입니다만, 2023년 1분기 총 매출은 2.5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53% 증가했으며, 주간 평균 판매건수는 7.3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이상 증가했습니다.
2023년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회사는 매출증가 및 영업마진 개선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의지를 보였습니다만, 계속되는 소고기 가격 증가와 감자 및 유제품 가격이 20% 가까이 상승한 점을 이슈로 꼽았습니다. 아래는 컨퍼런스 콜에서 직접 소고기 관련 내용을 언급한 부분입니다.
And then beef, beef, we've continue to say beef is the largest part of uncertainty in our basket this year. We're starting to see it pick up here. We've baked in our views right now as to what that is, but if you're asking me, where the biggest part of uncertainty is on the cost side, to me it's beef.
그리고 소고기, 소고기, 소고기는 올해 우리 바구니에서 불확실성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계속 말해 왔습니다. 이제 여기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견해는 지금 구워졌지만, 비용 측면에서 불확실성의 가장 큰 부분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저에게 그것은 쇠고기입니다.
마무리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여러가지 산업구조에 변화가 생깁니다. 현재 여러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목표치 대비론 아직 갈 길이 멀고, 근원 인플레이션 지수는 대부분 국가에서 더디게 하락하거나 정체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경우, 위와 같은 식료품 시장에서도 여러가지 구조적인 변화와 이슈가 생기는데요. 오늘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소고기 가격을 다루는 기사가 있어서, 관련 내용 정리 및 관련 주식종목을 찾아보았습니다. 소고기 가격 인상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육인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비가 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내 소고기 생산량이 얼마되지 않고, 상당 분량을 미국과 호주 등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소고기 가격변화가 우리나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대표적 닭고기 브랜드인 하림과 마니커의 주가를 살펴보니, 이미 올해 각각 20%, 50%이상 상승한 상태군요. 이렇게 거시적인 시장상황을 보면서 투자종목을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는 정도로 참고하시고, 재미로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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