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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공부방/개별종목분석

퀄컴의 인텔 인수협의 소식, 정말 실현될 수 있을까?

by 주부너구리 2024.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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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을 잘 모르거나 최근 소식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인텔이 퀄컴을 인수한다는 게 아니었나?'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 퀄컴이 인텔의 우호적 인수를 위해 접근했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 협의소식으로 양 회사의 주가가 크게 꿈틀거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수협의가 시작되면 인수를 당하는 회사의 주가는 상승하고, 인수를 하는 회사의 주가는 하락하는데요. 실제로도 인텔 주가는 기사 이후 4% 가까이 상승했으나, 퀄컴의 주가는 3%이상 하락했습니다.  이번 인수 건은 이제 시작단계로 실현 가능성은 아직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퀄컴은 어느새 인텔 시가총액의 2배가 넘는규모로 성장한데 반해, 인텔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만약 퀄컴이 인텔 인수에 성공한다면 모바일 뿐 아니라 PC시장까지 사업영역이 확장되며 자체적인 파운드리 공정을 확보하여 세계 최대 반도체 괴물기업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텔 관련 주요정보와 현재 이슈 상황들

모바일과 AI 2개 테마를 놓친 인텔

인텔 주가는 과거 15년 전으로 회귀한 상태
인텔 주가는 과거 15년 전으로 회귀한 상태

 인텔의 현재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현재 주가는 201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으로 10년 이상 퇴행했음'이라고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 만약 20년 이상 인텔에 장기 투자했어도 현재 수익률은 거의 0%에 수렴하는 처참한 수준일텐데요.  인텔 주가가 이렇게 계속 하락한 주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인텔은 2000년대 이후로 급성장한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을 완벽하게 놓쳤습니다. 2023년 기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규모는 약 48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인텔은 이 시장에서 거의 매출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반면 인텔이 시장의 78%를 장악하고 있는 PC 프로세서 시장규모는 약 250억 달러로 모바일 시장 대비 작아지는 추세입니다. 
  • 인텔은 2020년 이후 엔비디아로 시작된 AI반도체 시장도 또 한번 놓쳤습니다. 2024년 기준 AI GPU 시장규모는 약 1000억 달러 이상로 추정하는데, 인텔은 2024년 이 시장에서 약 5억 달러 매출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분기 별로 200억 달러 매출을 내는 것에 비하면 인텔 매출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인텔의 주력 비즈니스인 PC와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시장에서도 AMD에게 시장점유율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PC CPU시장에서 인텔 시장점유율은 2016년 93%에서 2024년 1분기에 76%까지 떨어졌고, 데이터센터 CPU시장에서 인텔 시장점유율은 2020년 90%대에서 2024년 1분기에 역시 76%이하로 감소했습니다. 

믿었던 갤 싱어CEO도 고전 중

 2021년 인텔 전성기를 주도했던 갤 싱어CEO가 돌아온 이후, 인텔은 훨씬 더 공격적인 투자와 신규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갤 싱어CEO가 세웠던 5개년 계획 중에서도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회사는 아직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갤 싱어는 크게 회사성장전략을 아래 2가지 과제를 주축으로 2026년까지 연 10~12%의 매출성장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1. 핵심 x86 기술과 칩 설계 사업의 기술 고도화 및 시장 경쟁력 회복: 18A 프로세서 공정 성공이 매우 중요
  2. 파운드리 사업 진출 및 시장 점유율 확보: 2025년 생산능력 확보가 매우 중요

인텔 x86 핵심 칩 기술개선 로드맵
인텔 x86 핵심 칩 기술개선 로드맵

 우선 x86기술 기반 칩 설계 기술 고도화 과제는 위 로드맵으로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미 완료된 것으로 표시되는 Intel 7과 Intel 3 프로세스 개발도 계획보다 지연되었으며, Intel18A와 같은 고급 노드 프로세스 개발도 Broadcom과의 18A 테스트에서 최근 좌절이 발생하면서 Intel이 기술적 약속을 이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텔은 "세계에서 가장 큰 파운드리 중 하나"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최근 2년동안 파운드리 사업에 약 25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 투자에는 애리조나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신규 공장에 대한 투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2027년까지 손익분기점 달성, 2030년까지 매출총이익률 4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2023년에 70억 달러, 2022년에 52억 달러의 상당한 손실을 보고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목표달성이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는데요. 

인텔 주당잉여현금흐름 변화추이
인텔 주당잉여현금흐름 변화추이

회사실적이 얼마나 악화되었는지는 위 그래프인 주당잉여현금흐름의 감소를 통해 단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회사 매출과 순이익은 계속 감소하는데 투자규모는 계속 증가하여 최근 3년동안 주당잉여현금흐름이 계속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렇게 회사의 중점 과제들의 진행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발생하자, 갤싱어CEO는 최근 아래 2가지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1. 비용절감: 겔싱어는 2025년까지 100억 달러의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약 15,000개의 직원 수를 감축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더불어 인텔은 최근 분기 실적보고에서 배당금 지급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2. 파운드리 사업 분사 검토: 분사를 통해 인텔은 파운드리 운영과 핵심 칩 설계 사업을 분리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필요한 자본을 독립적으로 조달하 재무 구조를 최적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일단 비용절감 발표 시점에는 배당금 지급 중단 등의 악재때문에 주가가 약 30%나 하락했습니다만, 파운드리 사업 분사 검토소식이 발표되자 인텔 주가는 약 6~8% 상승했습니다. 

 

퀄컴은 어떤 회사일까?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점유율 2위 

퀄컴은 주로 무선 통신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 및 상용화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이며, 아래와 같은 3가지 주요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1. 퀄컴 CDMA 기술(QCT):
    • 무선통신용 반도체를 설계 및 판매하며 퀄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 제품에는 모바일 프로세서, 모뎀, RF 트랜시버, 연결 칩이 포함됩니다. 
  2. 퀄컴 기술 라이선싱(QTL):
    • 광범위한 특허 포트폴리오, 특히 무선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사업으로 퀄컴 매출의 약 19%를 차지합니다.
    • 5G, 4G, CDMA와 같은 표준에 대한 중요 특허를 포함합니다.
  3. 퀄컴 전략적 이니셔티브(QSI):
    • 다른 기술 회사에 투자하는 사업으로 매출의 1% 미만을 차지합니다

3번은 굳이 자세히 알 필요가 없을 정도로 1,2번 사업매출 비중이 크며, 특히 QCT로 표시되는 퀄컴 CDMA기술 매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력 사업입니다. 인텔이 PC 프로세서 시장을 먹고 있다면, 퀄컴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AP 점유율 변화추이
글로벌 스마트폰 AP 점유율 변화추이

2024년 2분기 기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서 퀄컴은 31%로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위인 Media Tek과는 1%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퀄컴이 PC 프로세서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으나, 아직은 성과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퀄컴이 가진 문제들

퀄컴 연 매출 변화추이
퀄컴 연 매출 변화추이

 매출 하나만 봐도 퀄컴이 가진 문제를 알 수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최근 4년동안 매출이 꽤 증가했으나 증가속도는 꺽이고, 분기별 매출 트랜드로는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아주 직관적입니다.

  • 스마트폰 시장 성장율 및 점유율 감소: 특히 중국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되어 있는데요. 미중갈등과 중국 자체적인 저가 안드로이드폰 판매증가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감소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큼: 삼성과 같은 주요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삼성의 최고급 Galaxy S24 모델에 대한 계약을 확보했지만 이전 세대와 같이 모든 모델을 포괄하지는 않습니다. 삼성도 자체적인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신규사업 진출속도가 더딤: AI, IoT, 전기차 등 다양한 신규사업에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매출규모나 성장성이 매우 낮습니다.

퀄컴이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과 매출을 확보하고 있으나, 향후 신규사업 진출가능성 및 매출 확장성이 낮아 성장이 정체되고 있습니다. 퀄컴이 인텔에 인수제안을 했던 이유가 매우 분명해 보입니다. 

 

진짜 퀄컴과 인텔이 합병할 수 있을까? 

퀄컴 입장에서는 뚜렷한 메리트

위에서 쭉 정리한 것처럼 퀄컴 입장에서는 인텔 인수에 아주 뚜렷한 메리트가 있습니다. 주요 내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PC, 데이터센터 등 신규시장 확보: 인텔이 기존에 확보한 PC, 데이터센터 시장과 기술력을 손쉽게 확보하여 합병이 가능해진다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회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 보호무역주의의 수혜: 코로나 이후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생산라인 자국화 및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인텔은 여러가지 국가지원을 받고 있는데, 퀄컴이 인텔을 인수한다면 관련 수혜들을 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과 지정학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TSMC에 집중되어 있는 생산성 이슈 때문에 인텔이 수혜주가 될 수 있는데 퀄컴은 이런 이익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뭐 굳이 여러가지 내용을 정리하지 않더라도 퀄컴이 인텔을 인수하는 메리트는 여러 모로 너무 확실해 보입니다. 문제는 인텔 입장에선 선뜻 수긍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인텔이 자금확보 등 여러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만, 나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확실하고 미국 정부의 지원도 계속 받을 수 있는 입장에서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인텔의 반도체들은 x86기반으로 설계되는데, 퀄컴은 ARM기반 모바일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어 기술적으로도 결합이 어려울거라 생각합니다. ARM 원천기술은 어차피 퀄컴이 가진 것이 아니고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이라 인텔과 퀄컴의 기술력이 합쳐져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도 개인적으론 잘 떠오르지 않는데요. (물론 무지하기 떄문에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실제 합병이 진행되더라도 최소 4년 이상 걸릴 듯

이 합병제안 소식은 정말 아직 소문 단계로 퀄컴이나 인텔은 아직 이 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은 상황입니다. 진짜 이 합병 건이 진행된다면 글로벌 IT기업 역사 상 가장 큰 규모의 합병이 될 텐데요. 

 예전에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할 때에도 몇 년에 걸쳐 반독점 여부에 대한 세계 각지의 법률적 검토가 진행되었듯, 퀄컴이 인텔과 실질적인 인수과정에 들어간다면 MS-블리자드 때보다 훨씬 더 강도높은 반독점 규제에 대한 검토를 받게 될 것이 뻔합니다. 이 과정에만 최소 3~4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이 합병 진행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면 월가에서 먼저 투자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 전에 워런 버핏이 블리자드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것처럼 퀄컴보단 인수대상이 되는 인텔 쪽에 대규모 투자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당장 이 합병 건에 대해서 배팅하는 것은 저희같이 정보가 부족한 개인들에겐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인 의견임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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