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품이 제대로 나오면 대박이겠지?'라는 질문에 쉽게 떠올리는 제품들이 있는데요. 이걸 약품으로 한정해 보면 탈모치료제나 비만치료제 같은 것들은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제품이 될 것 같습니다. 일라이 릴리에서 만드는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가 올해 말에 비만치료제로 FDA승인을 받을 예정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일라이 릴리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일라이 릴리는 개인적으로 계속 관심을 두고 있던 회사라 투자 관련 정보와 향후 주가전망 등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언제나처럼 아래 내용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닌 점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어떤 회사?
일라이 릴리는 약 15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제약 기업입니다. 1876년에 설립되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3,757억 달러에 달하는데요. 미국 제약산업 섹터 내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잘 아시는 존슨앤존손(JNJ)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합니다. (참고로 독일계 제약회사인 Merck의 시가총액은 2,930억 달러, 화이자는 2,195억 달러이며, 다른 산업군에선 코카콜라 시가총액이 2,774억 달러입니다.)
회사가 만든 대표적인 제품들을 몇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의약품 이름은 다소 생소하고 어렵습니다만 제약기업을 분석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몇 가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인슐린 및 당뇨병 치료제
- 세계 최초로 '인슐린'을 만든 회사이며, 해당 제품 브랜드는 '휴물린(Humulin)'이었습니다.
- 일라이 릴리는 당뇨병 치료제에 큰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인기 제품은 제2형 당뇨병 처방약인 트루리시티(Trulicity, 주사약물 주 1회 사용)와 제2형 당뇨병 혈당 수치를 낮춰주는 처방약인 자디언스(Jadiance, 알약 1일 1회 복용)가 있습니다.
- 항암제
- 진행성 위암 및 위식도 선암종과 진행성 비소세포 폐암 치료 처방약인 사이람자(Cyramza, 주사약물 2주 1회 사용)
-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버제니오(Verzenio, 알약 1일 2회 복용)
- 그 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약품 다수와
- 발기부전제로 알려진 시알리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올루미언트(Olumiant), 각종 관절염 치료제인 탈츠(Taltz)
회사의 재무재표 살펴보기
▣ 실적 대비 높은 주가성장
2022년 회사의 총매출(수익)은 5년 전 대비 약 30% 증가한 285.4억 달러였으며, 순이익은 62.45억 달러로 같은 기간 2배(100%) 증가했습니다. 150년이나 된 제약회사인만큼 안정적인 매출과 순이익을 가지고 있지만, 성장주와 같은 실적성장은 없었습니다.
주가측면에서는 반전이 있습니다. 주가는 같은 기간동안 400% 성장했는데요. 같은 기간 S&P500은 56% 성장했으며, 회사보다 매출이 2~4배 이상 많은 머크나 화이자, 존슨 앤 존슨보다 주가성장률은 3배 이상입니다. 너무나 잘 아시는 테슬라가 같은 기간 730% 정도 성장했으니 Eli Lilly가 얼마나 상대적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는지 비교해 보실 수 있겠습니다.
▣ 수익성은 높지만 주가는 매우 고 평가상태
회사의 수익성은 헬스케어 섹터 내에서는 매우 훌륭한 수준이지만, 경쟁사 대비로는 그렇게 놀랍진 않습니다. 영업마진 78%와 순이익률 20%는 꽤 훌륭한 수치이지만, 경쟁사에서도 쉽게 해당 수치를 찾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Eli Lilly의 수익성 지표는 대체로 좋은 편입니다. 특히 60%가 넘는 ROE(자기자본이익률)는 꽤 인상적입니다만, ROA와의 차이가 너무 크게 나고 있는 것은 부채가 꽤 많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벨류에이션 지표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회사의 벨류에이션 지표는 어떤 것을 봐도 고평가 상태입니다. P/E Ratio는 현재 약 63배이며 Prices/Sales도 약 13배로 제약회사 중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높은 배수입니다.
그 외에도 EV/EBITDA나 EV/Sales 같은 값들이 모두 경쟁사 대비 3~4배까지 높은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매출 규모에 비해 시가총액이 매우 큰 상태라 어느 정도 고 평가 상태임은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만, 가치 측면에서는 고 평가를 피할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고평가 상태인데 주가는 왜 높을까?
일라이 릴리가 다른 제약회사보다 고평가되는 이유로 1) 비만/당뇨병 치료제와 2)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2가지를 빼놓을 순 없습니다. 아래에서 각 제품에 대한 특징을 좀 더 설명하겠습니다.
▣ 마운자로(Mounjaro) - 비만/당뇨병 치료체의 Hero
2022년 5월 회사에서는 GIP와 GLP-1(글루카곤유사펩티드-1)수용체 작용제인 티르제파티드(tizepatide)를 제2형 당뇨병 성인의 혈당조절 개선을 위한 식이요법과 운동보조제로 FDA 판매승인을 받았습니다. 티르제파티드는 약물 명칭이라면 이 약품의 제품명이 바로 마운자로(mounjaro)입니다.
일라이 릴리는 이미 트루리시티(Trulicity)와 자디언스(Jardiance)라는 당뇨병 치료 보조제를 보유하고 있고, 2개 제품의 매출액은 2022년 기준으로 100억 달러, 회사 전체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신약인 마운자로(mounjaro) 제품의 강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mounjaro는 주 1회 주사로 하루 여러 번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편리함
- 다른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혈당 수치를 낮추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남
- 사람들의 체중감량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어 당뇨병의 심각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음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된 약은 이미 15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만, Mounjaro는 최고 성능과 효과를 보이면서 전문가들은 Mounjaro가 연간 250억 달러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티르제파티드(Tizepatide)란 약물이 주목받는 것은 당뇨병보다 비만치료 효과에 있습니다. 회사는 올해 4월달에 3상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티르제파티드를 사용한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최대 15.7%의 체중 감소가 나타난 것으로 밝혔는데요. FDA는 2023년 말에 이 약물을 비만치료제로 승인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당뇨병도 매우 큰 시장입니다만, 비만시장은 차원이 다른 시장입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42%가 비만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비만 해결을 위해 사용되는 연간 추정 비용은 약 1,730억 달러입니다. 만약 티르제파티드가 비만치료제로 FDA승인을 받게 된다면 당뇨병 시장의 5배 규모 시장이 열리게 됩니다.
사실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는 일라이 릴리가 처음 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덴마크 회사인 Novo Nordisk는 2021년에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위고비(Wegovy)를 출시( 비만치료제로 국내에도 알려진 삭센다(saxenda)도 Novo Nordisk에서 제조하는 약품입니다.)했으며, 2021년 1,400만 달러에서 2022년 22억 달러로 17배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현재 티르제파티드가 위고비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검증받고 있어, 실제로 제품이 출시될 경우 역대급 매출을 기대하는 것도 충분히 인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더구나 이 제품이 출시되면 최소 10년 정도는 특허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회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제품입니다.
▣ 도나네맙(Donanemab) -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Donanemab)은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해 회사가 개발 중인 단일 클론 항체입니다.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인데요. 도나네맙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동물 테스트에서 뇌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상 2상 시험에서는 경미한 인지 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회사는 현재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대상으로 도나네맙(Donanemab)의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금년 6월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약물이 성공하면 수십 년 만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승인된 첫 번째 약물이 될 수 있습니다.
작년 초에 나왔던 매출예상에 따르면,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승인될 경우 2026년 연간 매출액을 약 60억 달러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제품이 나올지 여부에 대한 리스크와 다른 경쟁제품들의 출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해 주세요.
마무리
일라이 릴리는 제약주 중에선 과거 5년 주가상승이 굉장히 좋은 종목입니다. 이 회사는 현재 2개의 밀리언 셀러 판매를 앞두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알츠하이머 치료제 쪽보단 비만 치료제 쪽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식은 너무 고평가 상태라 진입하기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론 알츠하이머 치료제 진행 쪽에서 약간의 잡음이 나와서 주가가 270달러 이하로 떨어져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투자를 시작하기엔 가격이 너무 마음에 걸립니다.
일단 2023년 연말에 회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데요. 이쪽 방면에 전문지식이 없는 저로서는 이 정도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혹시 이 회사 주식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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