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필수 소비재 주식들의 주가흐름이 종목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월마트나 델타항공, 유나이티드 항공 주식은 올해 20~30% 올랐습니다만, 나이키, 스타벅스, 맥도날드 주식은 10~20% 하락했습니다.
계속되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같은 소비재 기업이라고 해도 기업별로 실적과 주가흐름이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개별 기업들의 실적변화 뒤에 숨어 있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를 읽는 것이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포스트는 현재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를 기반으로 관련 개별 소비재 기업들의 실적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사례들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하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고금리,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패턴 변화
소비패턴변화: 기호품 소비감소, 필수품은 싸게
▣ 낮아지는 저축률과 상승하는 신용카드 잔액/대출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임대료, 외식비, 연료비, 식비 등 모든 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의 저축률은 낮아지고, 신용카드 연체금액과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인데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평균 소비력은 감소하고 고소득 소비자보단 나머지 계층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줍니다.
미국 가계 저축률은 2024년 3월 3.20%로 최근 1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펜데믹 기간부터 축적되었던 많은 현금들이 서서히 고갈되어, 저축보단 써야 할 돈이 많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임대료나 학자금 대출 잔액, 자동차 대출 상환액 등 우선 현금지출이 필요한 항목들의 금액이 커지면, 그만큼 신용카드 결제액과 부채가 커지게 됩니다. 24년 1분기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빚은 1조 1,2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수준이며, 소비자 당 평균 신용카드 부채잔액은 6,218달러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습니다. 당연히 신용카드 연체율도 증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물가와 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 써야 할 돈들이 많아져서 소비력이 감소하는 상황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나타는 소비특징이 기업 실적에도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 월마트 주가상승 vs Target, 맥도날드, 스타벅스 주가하락
월마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 할인점 체인(우리나라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비슷)입니다만, 최근 10년동안 주가 및 실적상승률이 좋지 않았습니다. 전자상거래 중심으로 성장하는 아마존이나 엣시와 같은 기업 대비로 전자상거래가 약했고 상품의 다양성이나 배송능력 등이 부족했기 때문인데요.
24년 1분기 실적발표 후 월마트 주가가 급등한 반면, 비슷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에 차이점을 가진 할인 체인점 Target의 주가는 급락하면서 상반된 주가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맥락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의 주가는 올해 내내 부진한 모습인데요.
결론적으로 월마트 주가 상승요인은 현재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에 있었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력이 떨어지자 미국 소비자들이 식자재와 같은 필수품은 싸게 구입하고, 기호품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는 식료품과 생필품 상품들을 주로 판매하며, 대량 구매로 구매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상품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매장은 대규모로 교외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도심에 위치하는 타 기업 매장 대비로 접근성이 좋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Target은 의류나 가정용품 등 트렌디한 디자인을 가진 패션상품이 강점인 할인 체인점입니다. 대부분 매장은 도심 인근에 중소형 규모로 운영해서 편리한 접근성이 월마트와 차별되는데요. 이번 1분기 실적에서 월마트와 Target의 실적이 상반되게 나온 것은 확실히 저렴하게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니즈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인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해석입니다.
이러한 소비패턴 변화는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와 같은 외식업체에도 타격을 주었는데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뿐 아니라 KFC, 피자헛 등의 프렌차이즈 외식기업들이 모두 24년 1분기에 동일 매장 매출이 감소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보시는 것처럼 맥도날드는 더 이상 미국인들에게 저련한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빅맥세트가 약 18달러, 쿼터 파운드 디럭스 세트가 약 19달러인데 우리 돈으론 거의 2만 5천원이나 되는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고급커피까진 아닙니다만 상당히 부담스런 가격대의 스타벅스도 비슷한 느낌인데요.
이렇게 소득기준 중위층이나 하위층에게 외식가격은 점점 부담스러운 수준이 되니, 월마트와 같은 할인점에서 식자재를 구매해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 패턴이 늘면서 필수품을 파는 월마트와 기호품을 파는 Target, 맥도날드, 스타벅스와 같은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완전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실적하락의 원인이 소비력의 감소라, Target이나 맥도날드와 같은 기업에선 제품가격을 할인하는 행사 혹은 프로모션을 기획/진행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의 경우, 6월 25일부터 한달동안 맥더블이나 맥치킨 샌드위치 등 일부 메뉴를 5달러에 판매하기로 했는데요. 매출감소에 대한 긴급처방이고 단가를 계속 내릴 순 없는 상황이라, 근본적으로 단가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이 되거나 금리인하 혹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지 않으면 2024년 실적 및 주가하락을 막긴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나라엔 없는 기업입니다만 Target도 1,500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했고 올 여름에 추가적으로 생필품 위주의 가격 인하가 있을거라 밝혔는데요. 맥도날드와
변하지 않는 고소득자 소비패턴
▣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 치폴레, 쉑쉑버거, SweetGreen
맥도날드가 높은 단가로 고전했지만 모든 외식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하락한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라 불리는 치폴레나 SweetGreen의 실적과 주가가 올해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리가 잘 아는 치폴레나 쉑쉑버거, 그리고 익숙치 않은 SweetGreen과 같은 외식업체들을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라고 부르는데요.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란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처럼 주문 후 즉석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형태입니다만 패스트푸드 체인점보다 유기농 채소 등 고급 식자재를 사용하고 직원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등의 추가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는 외식형태입니다.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들은 패스트푸드보다 높지만 일반 레스토랑보단 저렴한 가격대로 메뉴를 구성하는데, 주요 고객들은 패스트푸드 이용자 대비 고소득층입니다. 물가와 금리가 상승해도 고소득층은 다른 계층 대비로 소득이나 소비력에 큰 타격이 없고, 다른 사람들보다 본인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며 건강에도 많은 투자를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치폴레에서 판매하는 부리토가 그렇게 건강식이란 인식이 없습니다만, 미국에선 워낙 패스트푸드 음식들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치폴레를 적당한 건강식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SweetGreen은 미국 전역 140개 매장을 둔 체인점으로 샐러드나 플레이트 등 건강식 메뉴를 주력 판매하는 곳입니다.
SweetGreen은 확실히 고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건강식을 제공할 것 같은 느낌이 확 드는데요. 회사주가는 2024년 약 200%상승하여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점들과는 확연히 다른 주가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고소득자들의 자기투자: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유니레버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중상위 소득층에게 여행은 단순 휴가나 레저개념이 아닌 자기투자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최근 계속되는 달러강세도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배경으로 미국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델타 항공이나 유나이티드 항공의 실적 및 주가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엔화약세 때문에 일본으로의 미국 여행자가 급등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소득자들은 해외여행과 같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험에 사용하는 돈을 줄이지 않고 있습니다. 델타와 유나이티드 모두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와 같은 비싼 좌석을 더 늘여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고객들을 유치하는데 경쟁하고 있고, 이런 전략이 실적 상승으로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론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은 이제 고소득자들만 누리는 혜택같은 것이 아니고 중하위권 소득자들도 대부분 이용하는 필수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처럼 고소득자 집단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기침체와 소득감소로 인한 실적하락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높은 환율도 매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서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주가가 조금 반등할 수 있겠습니다만, 2024년에 근본적인 상승추세로의 전환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대로 미국 항공사들은 다가오는 휴가철 영향으로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데요.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참고만 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소득자들의 생활패턴이 반영되는 카테고리 중 하나는 화장품입니다. 유니레버를 비롯한 국내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도 2024년에 좋은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는데요.
유니레버는 최근 생활비 위기에도 불구하고 고급 화장품 브랜드 수요와 식품, 비누, 세제 등도 최고 브랜드에 집중하고 마진이 낮은 저가형 브랜드 및 제품을 제거하거나 줄이면서 실적이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에서 화장품 사업 실적이 좋아졌다고 밝혔는데요. 중국 수요가 회복된다는 배경 등도 있습니다만 공통적으로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럭셔리 브랜드 강화전략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전략에 대해서는 별도 포스트를 쓰기도 했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반기 소비재 주식 투자방향은?
상반기 특징이 계속 이어질 듯
▣ 소비력 감소와 고금리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
많은 전문가들이 2024년 9월에 첫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만, 금리인하가 있다고 해도 당분간 크게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소추세가 더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11월 미국대선으로 어떤 형태로든 주식시장에 큰 유동성이 지원되어 하반기에도 주식 상승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만, 모든 종목이 상승하는 묻지마 장세라기보단 실적이 받쳐주는 기업 주가위주의 상승장이 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때문에 소비재 카테고리에서는 타겟 고객층이 넓고 애매한 기호품을 판매하는 기업들보단 고소득층을 집중 타겟하는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계속 좋을 것으로 생각하며, 반대로 농심이나 삼양식품처럼 식자재 구매단가를 낮춰주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이런 소비패턴 변화 외에도 기업의 제품생산능력, 마케팅, 원자재 가격, 유가 등 말하자면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저런 기업들의 실적이나 주가가 상승할거라 단순하게 믿어선 안됩니다. 각 기업의 내부사정과 환경변화를 계속 주시하시면서 투자종목을 찾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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