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는 것처럼 워런 버핏은 오랜만에 일본에 5대 종합상사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투자 및 기업과 관련하여 그렇게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 편인데, 일본에 방문했던 버핏은 이례적으로 일본 5대 종합상사기업에 대해서 '100년 후에도 지속될 기업, 앞으로 영원히 존속할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는데요.
버핏의 일본 5대 종합상사기업 투자에 대해서 이해하려면 최근 바뀌고 있는 에너지 안보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안보란 게 어떤 내용인지 간략히 알아보고, 일본 종합상사기업의 투자기회에 대해서 개인적인 견해를 정리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특정 기업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님을 꼭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에너지 안보란 무엇인가?
▣ 과거 100~200년: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
화석연료는 사실 산업혁명 이전부터 사용되었으니 300년이 넘은 역사가 있습니다만, 최근 100~200년이 훨씬 중요하고 과거 얘기는 너무 지루하니 압축해서 요점만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면서 글로벌 핵심국가가 되었습니다.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축 중 하나는 사우디 등 중동국가에서 생산되는 석유 및 화석연료들을 달러로 결제하도록 만든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항상 군사적 충돌위험이 있는 중동 주요 산유국에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석유는 달러로 유통된 것이었는데요.
1990년대 초 4차 중동 전쟁과 함께 석유가격이 4배 이상 뛰어오른 오일쇼크가 있었고, 이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흔들렸습니다. 미국은 에너지 생산과정도 안정적으로 컨트롤하는 에너지 안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지금의 OPEC을 만들고 주요 산유국들의 화석연료 생산량을 컨트롤하기 시작했습니다.
▣ 현재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중심 경제로의 전환
화석연료 중심 경제는 잘 아시는 것처럼 ①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위기와 ②화석연료의 고갈, 그리고 이번 ③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확인된 새로운 에너지 안보위협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1,2번은 최근 탄소중립이나 ESG경영과 같은 용어들로 많이 접하셨겠지만, 3번 내용이 크게 와닿지 않으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전쟁 이전에 러시아 에너지 자원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2021년 EU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화석연료 비중은 아래와 같습니다.
- 천연가스: 1,550억 입방미터 가스 수입, 전체 가스 수입량의 45%
- 석탄: 5,140만 톤의 석탄 수입, 전체 석탄 수입량의 거의 절반 이상
- 석유: 러시아는 EU국가의 최대 원유 공급국 (약 1억 810만 톤)이자 최대 석유 제품 공급국 (9천 100만 톤)
천연가스의 경우, 작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생시점부터 EU국가들은 꾸준히 천연가스 수입경로를 다변화하여 현재는 위에서 보시는 것처럼 러시아 수입비중을 10% 수준까지 낮췄습니다. 더불어 EU국가들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와 같은 배경으로 전세계가 가까운 미래에 탄소중립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필수과제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즉, 화석연료의 비중을 크게 낮추고 친환경 에너지 발전방식을 이용한 전기에너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친환경에너지 전환의 핵심을 ①태양광, ②풍력, ③전력망, ④전기차, ⑤수소까지 5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과거 언제보다 자원이 중요해지는 미래
▣ 자원 집약적인 친환경 에너지
위에서 말씀드린 5가지 친환경 에너지들은 화석연료에 비해 매우 다양한 자원들이 필요합니다. 석유나 석탄과 관련된 설비는 핵심요소만 보면 이를 태우는 설비만 있으면 되지만,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는 화석연료 설비 대비로 대략 6배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때문에 많이 아시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과 대부분 발전설비에 필요한 구리, 알루미늄 등과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PV Cell, 폴리실리콘 등 수 없이 많은 자원들이 친환경 에너지 발전에 필요한데요. 미국과 유럽에서 생각하는 중요한 리스크는 대부분 광물들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 친환경 에너지 관련 자원들의 공급망 문제
유럽은 필요한 희토류의 98%, 마그네슘의 93%를 중국에 의존합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자원인 리튬의 97%도 중국에서 수입합니다. 예를 들려면 정말 끝이 없습니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은 중국 신장지역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35%를 생산합니다. 중국 전체로 보면 무려 94%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에너지 안보를 해결하려 했는데, 대부분 필요한 자원들이 중국에 묶여 있으므로 새로운 공급망 문제 (중국이 안 준다고 하면 난리가 나는)가 생기는 셈입니다.
위 그림은 수소, 태양열, 배터리에 필요한 자원과 공급망과의 관계를 표시한 것인데요. 오른쪽으로 갈수록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큰 영향을 받는 것들이며, 위쪽으로 갈수록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자원들이 표시되었는데 3가지 모두 자원 공급망에 크게 의존적이며, 공급망 문제 발생 시 경제 영향력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또한 위 그림을 보시면, 중국이 클린 에너지 기술 및 시스템 개발과 관련하여 얼마나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실히 보실 수 있습니다.
각국 자원 공급망 문제 해결 전략
▣ 미국과 유럽
미국과 유럽은 구체적인 방안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에서 아래 3가지 전략으로 핵심자원에 대한 공급망 문제 및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3가지 전략은 아래와 같습니다.
- 동맹을 통한 안정적인 전략자원(광물) 확보: 핵심광물 안보파트너쉽(MSP, 한국도 포함),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등
- 기술개발로 핵심광물 대체방안 마련: ex) 리튬을 나트륨으로 대체,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모터 개발(테슬라) 등
- 자원(광물)의 재활용: ex)패배터리 재활용
미국과 유럽은 위에서 말씀드린 3가지 방안을 법제화하여 동맹국과 자국경제를 보호하고, 중국과 같은 일부 국가들을 견제하는데요. 잘 아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EU연합의 핵심원자재법으로 동맹국의 자원 혹은 재활용 자원을 사용한 제품만 판매를 허용하거나 세금할인 등의 혜택을 지원하는 방안들이 진행 중입니다.
▣ 일본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란 게 없는 나라인데요. 우리와 다르게 일본은 2005년 이후부터 범정부적 차원에서 주요 자원/광물을 확보했으며, 이 전략의 제일 앞단에 일본 5대 종합상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위 자료처럼 6대 전략광물(탄소중립에 필수적인 리튬, 코발트, 니켈, 구리, 텡스텐, 희토류를 말함)의 자원개발률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약 3배 높습니다. 핵심광물들의 소유권을 확보해두면 해당 광물들의 가격변화나 공급망 이슈가 있어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거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 종합상사 중심의 핵심광물 확보
▣ 일본 5대 종합상사
일본의 5대 종합상사는 미쓰비시, 스미토모, 이토츠, 미쓰이, 마루베니를 말합니다. 이 회사들은 2010년대 이후 석유가스, 희토류나 리튬, 수소, 암모니아와 같은 광물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었습니다.
위에 있는 표는 자원확보관련 정부기관인 JDGMEC와 종합상사의 협력사례인데, 각 회사들이 아래와 같이 자원확보와 관련한 별도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 미쯔비시: 칠레, 페루에서 구리 생산 프로젝트에 투자
- 스미토모: 구리, 금, 니켈, 은, 안영, 알루미늄 등의 광물자원에서 투자하여 꾸준한 흑자 기록
- 이토츠: 플래티넘 그룹 광물인 PGM과 니켈에 투자
▣ 최근 3년 간 순이익 및 주가 급증
보시는 것처럼 관련 회사들의 순이익이 최근 3년 크게 증가했습니다. 미쓰비시상사는 순이익이 거의 10배 증가했고, 미쓰이물산도 약 3배 정도 순이익이 증가했습니다.
주가도 크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2020년부터 전체적인 우상향 그래프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워런 버핏의 투자와 일본주식에 대한 재조명으로 2023년도에 주가 상승폭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마무리
에너지 관련 변화하는 패러다임과 일본에서의 종합상사 역할을 간략히 정리해 봤는데요. 앞으로 10년 뒤엔 석유와 석탄만큼 중요한 광물들을 확보 및 가공하는데 일본 종합상사들이 국가적 차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 투자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제가 아는 한 일본주식은 100주 단위로 투자할 수 있어 생각보다 많은 투자금이 필요한데요. 최근 일본주식 상승세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고, 위에서 말씀드린 패러다임의 변화는 오랜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본인 투자성향과 상황을 꼭 참고하여 투자를 결정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일본주식에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일본주식시장과 관련된 포스트도 별도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